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10600.html?_fr=mt2

MB 국정원도 ‘블랙리스트’…김여진, 문소리, 오광록 포함
등록 :2017-09-11 22:27 수정 :2017-09-12 10:00

MB 청와대-국정원 교감 퇴출 공작, 소속사 세무조사·방송사 출연막아
‘광우병 집회 연예인’ A·B 등급 분류 제재, 김미화·김제동 등 20여건 퇴출 활동, 민노당 지지 문화·예술인도 대거 포함
 


11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의 적폐청산 티에프(TF) 조사를 통해 드러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인사 퇴출 공작은 광범위하고 집요했다.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석하거나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문화예술인들에게서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 설 기회를 뺏기 위해 소속사를 세무조사로 옥죄기도 하고 방송사를 압박해 출연을 막았다. 대중의 사랑과 인기를 먹고 사는 이들에겐 목숨줄을 죄는 것과 다름없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가 이날 내놓은 자료를 보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퇴출 압박 활동을 벌이는 작업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청와대와의 교감하에 진행한 것으로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문화예술계 인사와 단체들을 해당 분야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압박 활동을 벌이라고 지시한다. △문화계(6명) △배우(8명) △영화감독(52명) △방송인(8명) △가수(8명) 등 5개 분야에 걸쳐 82명을 명단에 올린 뒤 ‘맞춤형’으로 압박한 것으로 나온다. 국정원 개혁발전위는 이날 82명 가운데 조정래·문성근·이창동·김미화·윤도현 등 15명의 실명만 공개했으나, 배우 김여진·문소리·오광록 등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명단에 감독 수가 많은 이유는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지지를 선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인사 퇴출’ 실행기구는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팀장을 맡은 ‘좌파연예인 대응 티에프’였다. 이 티에프의 회의·활동 보고 자료에는 이들이 2009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2년 가까이 진행한 퇴출 활동 20여건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2010년 2월: 특정 연예인 진행 엠비시(MBC)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유도’의 경우 실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에서 하차한 방송인 김미화씨 경우로 추정된다. ‘2010년 4월: ○○○ 출연 엠비시 ‘환상의 짝꿍’ 폐지 유도’는 방송인 김제동씨다. 김제동씨는 2009년 <스타 골든벨>을 시작으로 이 프로그램까지, 맡는 프로그램마다 석연찮은 이유로 하차했다. <스타 골든벨> 하차 땐 당시 야당 의원들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치적 외압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 때마다 방송사 쪽은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는 제작진의 자율적인 판단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문서를 통해 이들에 대한 퇴출 외압이 ‘풍문’이 아니라 사실이었음이 명백하게 밝혀진 셈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퇴출을 실행한 조직은 국정원이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다. 2009년 9월과 2010년 4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명의의 △좌파성향 감독들의 이념편향적 영화 제작 실태 종합 및 좌편향 방송피디 주요 제작활동 실태 △좌파 연예인 비판활동 견제방안 등의 문서들이 발견됐고, 2010년 8월 민정수석 명의의 ‘좌편향 연예인들의 활동 실태 및 고려사항 파악’ 문서도 나왔다. 특히 2010년 10월에 작성된 ‘문화예술단체 내 좌파인사 현황, 제어 관리방안 보고(기획관리비서관 요청)’에는, 당시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한 연예인을 ‘적극가담 연예인 에이(A)급 15명과 단순 동조자 비(B)급 18명’으로 나눈 뒤 전자에 대해서는 ‘실질적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비급은 ‘계도 조치’했다는 대목마저 등장한다.

또 이번 국정원 개혁발전위 자료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기했던 국정원 사찰설도 사실로 밝혀졌다. 2011년 11월께 원세훈 전 원장이 직접 박 시장을 ‘종북인물’로 규정한 뒤 견제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해당 부서는 방안을 마련해 원 전 원장한테 보고한 뒤 심리전단 등을 통해 실행에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보협 남지은 김태규 기자 bhkim@hani.co.kr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