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_w.aspx?CNTN_CD=A0002359496
"김어준·주진우 영화 찍다 죽을 뻔... 그래도 후회는 없다"
[inter:view] 소녀시대 영화 찍던 최진성 감독, <더 플랜> <저수지 게임> 감독 된 이유
글 이선필(thebasis3) 편집 김미선(iosono) 17.09.14 14:25 최종업데이트 17.09.14 15:24
▲영화 <저수지 게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실체를 쫓는 추격기다.ⓒ 프로젝트 부
지난 4월엔 대선 선거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을 짚더니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들쑤신 감독. '들쑤셨다'는 표현이 조금 강해보이지만 충분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입장에선 그리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제대로 붙어 볼 생각을 안 하던 와중에 이렇게 논리정연하게 의혹을 제기하다니.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과 <저수지 게임> 이야기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레이더망에 최진성 감독이 걸려들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오가던 이 '점잖은' 감독이 어째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 이런 소재의 작품을 하게 됐을까. 물론 한국 내 수구꼴통 인사들의 생리를 담은 <뻑큐멘터리-박통진리교>나 해군기지 문제로 몸살을 앓은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을 조망한 < Jam Docu 강정>을 보면 일부 혐의가 의심스럽긴 하다. 그런데 동시에 최진성 감독은 <히치하이킹>이나 <소녀>처럼 판타지 멜로물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의 속마음이 너무도 궁금했다. <더 플랜> 때부터 접촉한 끝에 지난 11일에야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최진성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 <더 플랜>과 <저수지 게임>을 연출한 최진성 감독은 그 행보가 재밌다. 스스로 다큐 감독이라 규정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다.ⓒ 필앤플랜
3년 전 그날
다행히도 <더 플랜>은 실 관객 수 3만4000명에 온라인 조회 수만 200만 건 이상, 지난 9월 7일 개봉한 <저수지 게임>은 벌써 누적관객 5만5000명을 돌파했다. 상영관 수도 무려 564개로 어지간한 중소상업영화와 맞먹는 규모다. 주진우 기자의 끈질긴 취재가 공감을 받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적으로 관객에게 잘 제시한 최진성 감독의 공이 커 보이는 지점이다.
- 두 영화가 나오게 된 게 시대적 요구 때문 같다. 개봉 순서와 작업 순서가 서로 반대긴 하지만 근 2년 내에 두 작품을 한꺼번에 진행한 셈인데.
"총수와 주진우 기자도 급했지. 작품을 하나씩 하기도 힘든데 분명 시대적 요청이 있었다. 촛불혁명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 이게 주는 분위기가 있잖나. 거기에 올라타서 한 건데 평소였다면 절대 못했을 거다. 잠도 확 줄였고, 창의적인 생각도 그래서 막 튀어나온 것 같다. 2015년 11월 30일에 주진우 기자를 처음 만난 뒤 1년 10개월 만이다. 류승완 감독 소개였다. 주 기자와 감독님은 워낙 친하고, 영화를 만들고자 하다면서 류 감독님이 조영각 프로듀서에게 소개해 달라 했고 그게 내가 된 거지."
- 주진우 기자가 평소 열혈 취재를 하긴 했지만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증거도 부족한 상황이었고, 전자개표시스템 역시 의혹 수준이었는데 연출하기 전에 믿음이 갔나.
"음, 이건 믿음의 문제가 아닌 온도의 문제였다. 팟캐스트 <나꼼수> 이후 주진우 기자에게 특별히 관심을 두진 않았는데 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 거지. 애초부터 믿고 따라가면 영화가 이상해진다. 김어준 총수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온도를 믿었다. 사안에 대한 뜨거움과 에너지가 있거든. 또 그들의 캐릭터를 믿었다. 이들이 쫓고 있는 사안이 참 강한 건데, 영화감독으로서 이들이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물론 여전히 권력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돈을 추적하는 것도 선거 시스템 문제도 모두 서슬 퍼렇던 박근혜 정권 때 찍어야 했잖나. 내가 이걸 하는 순간 불편한 일이 생길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연출자로선 영화로 만드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그러다 취재를 하고 같이 퍼즐을 맞춰 가다 보니 이들의 말이 아귀가 맞더라. 이명박 비자금은 주진우 기자가 민간인으로선 가장 가까이, 또 깊게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플랜>은 학술적으로 접근한 거고. 난 딱 거기까지고, 그걸 전파하고 파는 건 김어준 총수 몫이었다."
▲영화 <더 플랜> <저수지 게임>의 제작을 맡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이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인텐션>까지 기획했다.ⓒ 프로젝트 부
- 냉정하게 말해 두 사람에 대한 세간의 평이 있잖나. 김어준 총수는 음모론자라는 평도 있고. 두 사람 캐릭터에 대해 전혀 의심이 없었나.
"찍으면서 죽을 뻔했다(웃음). 둘 다 독보적인 캐릭터다. 그것에 대한 가치 평가는 차지하더라도 일단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분들이잖나. 되게 흥미진진했다. 이들의 발언과 행동의 성실함이 매력 있었다. 감독들이 항상 찾아다니는 캐릭터거든. 난 그렇게 다가갔다. 근데 들어가 보니까 주변 사람들의 평판을 알게 된 거지. 후회는 전혀 없다. 내가 작업하는 모든 작품마다 많은 일들이 벌어지지만, 그 작품이 끝나는 순간 난 후회 없이 베스트를 하고 나오려 한다. 이번 작품들도 잘 마무리 하고 빠져나왔다. 두 분에게 참 감사하다. 이젠 다른 작품 좀 해야지(웃음)."
- 김어준, 주진우 모두 유선 연락을 안 하는 걸로 유명하다. 나 역시 김 총수와 페이스타임으로 주로 소통했다. 촬영 땐 어땠는지.
"맞다. 김 총수 번호는 아예 모른다. 페이스타임 등 데이터 기반의 연락을 한다. 언제나 누군가 대화를 듣고 있다는 가정을 한다. 내가 원래 아이폰4였는데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에선 너무 느려서 통화가 안 되더라. 회사에서 새 폰을 사줬다. 누구랑 연락하려고 이리 폰을 바꿔야 하는구나 싶었다. 주진우 기자 책상을 보면 아이폰이 40개 정도 있다. 하나를 조금 쓰다 바꾸는 식이다."
▲영화 <저수지 게임>의 주인공이기도 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 프로젝트 부
의미 있는 실패담
<저수지 게임>은 크게는 이명박의 비자금이 숨겨진 '저수지'를 추적하는 주제이면서 작게는 캐나다 노스욕 내 임대 사기 건을 주요 기둥으로 설명한다. 이 작은 사건에 시중 은행인 농협의 자금이 엮여 있고, 이명박 친인척, 은행 관계자 등이 합세한 정황이 있다. 돈 세탁 과정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기에 최 감독 입장에선 이걸 중심으로 비자금 조성 과정을 관객들에게 쉽게 보일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물론 결론적으론 결정적 단서를 잡지 못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두고 주진우 기자는 예정된 실패담이라 말하기도 했다.
- 주 기자 말대로 실패담의 기록이기도 한데 영화로 만드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는지.
"물론이다. 촬영하면서 난 미리 이걸 실패담으로 가정하지 않았다. 마무리 단계에서 총수랑 주 기자가 실패담이라 얘기했는데 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 없다. 개봉 전까지 엔딩 자막을 수십 번 고쳤는데 결국 나온 게 '오늘도 주 기자는 쫓고 있다'였다. 추적은 현재진행형이고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솔직히 이명박의 비자금은 다들 농담 삼아 아니면 술안주 삼아 하는 얘기잖나. 국민 대부분이 아는 이야긴데 놀랍게도 단 1원도 실체가 밝혀진 적이 없다. 나도 처음 주 기자에게 영화를 제안 받았을 때 다 아는 이야길 왜 하려는 건가 싶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 단 한 번도 제대로 밝혀진 게 없더라. 우리가 착각하고 있구나,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고 본 거지. 지난 이야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니까."
- 한편 <더 플랜>은 <뉴스타파> 반론 이후 명확한 재반론이 없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다루긴 했지만 뭔가 여지가 남은 느낌이다. <저수지 게임> 역시 미완의 이야기고.
"제 의견은 없다. 영화 안까지만 제 몫인 거 같다. 박사님들과 의심하고 질문하며 만들었기에 통계적으로 이해하는 수준까지만 만든 거다. 그 다음은 김 총수의 몫이고 본인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뉴스타파> 이후 저도 많이 묻진 않았지만 총수가 제게 한 말은 '박사님과 잘 정리해서 원하는 시간에 얘길 할 것이다'였다. 알았다고 그랬지."
- 캐나다와 케이만군도 등을 몇 번이나 다녀온 건가. 취재 동선이 상당히 복잡해 보이던데.
"영화에 나오는 뉴욕, 케이만군도, 토론토 등은 모두 2주 만에 다녀온 거다. 우리가 돈이 없으니 촬영 전 취재원들을 다 리스트업해서 동선을 미리 짰다. 순서대로 하면 토론토, 케이 만군도, 뉴욕 순이다. 원래 <저수지 게임>이 이런 스토리가 될 줄은 몰랐다. 난 이미 주 기자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고, 일정대로 촬영하는데 뉴욕에선 만나기로 한 취재원들이 우르르 연락이 끊기거나 만남을 거부하더라.
근데 또 토론토에선 못 만날 것 같은 사람들까지 다 만났다. 여긴 됐고, 뉴욕은 안 된 거지. 그리고 주 기자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 캐나다 노스욕 건이 가장 재밌더라. 아귀가 맞는 거지. 그 와중에 김어준 총수를 만났는데 나보고 무리 말라고 하더라. 지금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건데 박근혜 5촌 살인 사건 이야길 하면서 이건 실패담이 될 거라고 하더라. 그림을 덜 그린 상태에서 너무 깊이 들어가는 거 아니냐고도 했다. 그 얘길 들으며 노스욕 사건으로 집중하는 걸로 정해 놨다. 이것만 깔끔하게 해도 승산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수지 게임>의 한 장면. ⓒ 프로젝트 부
- 가장 힘들게 만난 취재원은 누구였는가. 또 연출자 입장과 취재자 입장에서 취재원과 거리 조정이 꽤 힘들었을 것 같다.
"농협 내 진 차장(가명)이 가장 힘들었다. 주 기자가 계속 추적하다가 실패하던 사람이었는데 농협 관계자가 이 사람을 데리고 나오게 되면서 속으로 '아, 이 영화 완성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게 다큐의 매력이다. 만약 진 차장이 안 나왔다면 정리하기 참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그 분은 자기 입장에서 얘기하긴 했지만 그 분이 들어감으로써 그림이 완성된 거다. 그리고 취재원 사이에서 줄타는 건 주 기자 몫이지. 난 그의 옆에 있고, 편집과 배치를 하는 것일 뿐. 물론 누구를 부각시키고 어떤 타이밍에 인물을 등장시키는지 그걸 정하는 게 참 힘들었다. 편집 작업만 1년 가까이 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치가 들어간 거고."
- 주진우 기자는 한 번에 비행기 표 세 개를 끊어 놓고, 나머지 두 개를 버리는 식으로 이동하는 등 당국의 추적이 어렵도록 다니는데 감독님 역시 그런 외적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나.
"위험한 순간은 같이 갈 수 없었다. 예를 들어 국정원 내부인을 만날 때 제가 따라가면 상대가 사라질 수 있기에 주 기자가 만난 뒤 자료를 내게 주는 식이었다. 주 기자가 대단한 게 취재원으로 하여금 계속 말하게 만들더라. 원세훈 국정원장 부인과도 통화하는데 웬만하면 전화를 끊을 텐데 안 끊게 하더라. 30분 간 통화했다. 영화엔 1분 정도 나왔지만.
공식적으로 위협을 느낀 건 없는데 스트레스는 많이 받았지. 항상 내 이메일과 전화가 신경 쓰였다. 김 총수랑 대화할 때도 실내에서 한 적이 없다. 항상 걸어 다니며 했다. 그리고 이건 좀 바보 같지만 언젠가 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마치고 집에 가는데 집 앞에 비상등을 켠 밴이 두 대 있더라. 현관문은 열려 있고 그래서 엄청 긴장하며 계단을 올라갔다(웃음). 왜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지? 그런 생각도 들었다. 꿈에 이명박도 계속 나오고, 주 기자도 나오고 그런다. 뭐 당연한 일이다. 2년 간 같이 살다시피 했으니."
영화 <더 플랜>과 <저수지 게임>을 연출한 최진성 감독. ⓒ 필앤플랜
재미의 중요성
지면에 다 실을 수 없는 영화 관련 이야기가 있었지만 정리하면 최진성 감독은 재밌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앞서 말한 그의 이력이 재밌는 게 그가 사회고발성 작품을 하든 심지어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모습을 담은 <아이 엠>이라는 작품을 하든 모두 '재밌게 관객이 봐야 한다'는 그의 철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더 플랜>과 <저수지 게임>에 등장한 각종 세련된 애니메이션과 음악도 다 같은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다큐멘터리가 어려운데 제 입장에선 다큐를 만든다는 느낌 보단 영화를 찍는 느낌이 강하다. 배우 김윤혜, 김시후와 <소녀>를 찍을 때도, 아이돌을 담을 때도, 주진우를 다룰 때도 다 똑같다. 그들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 어떻게 하면 재밌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내가 못 견디고 보기 싫어 하는 작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 점에서 <더 플랜>과 <저수지 게임>의 애니메이션과 음악이 서로 상반된다. 전자가 차갑고 건조하다면 후자는 뜨겁고 진하다. 카메라앵글이든 뭐든 다 그런 식으로 잡았다."
- 재미를 위해서든 다 좋은데 결과적으로 최근 두 작품으로 우리 사회에 균열 정도는 낸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건 어려운 질문인데 주진우, 김어준 그리고 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전 영화감독으로서 만드는 거다. 정치운동 할 생각도 없다. 되게 의미심장한 영화를 만들긴 했다. 제 경력이 17년인데 현재까지 제 영화가 세상에 균열을 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영화 속 질문이 누군가의 공감을 얻고 몇 명이 동의해주면 큰 힘이 되겠지. 영화로 뭔가를 바꾸려 생각하진 않지만 공감하신다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한다. 난 영화를 만들면 끝이다. 이걸 해석하고 움직이며, 균열을 일으키는 건 총수나 주 기자가 할 몫이다. <더 플랜> 때도 초반에 몇 번만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하고 난 빠졌다. 감독 역할은 거기까지다. 두 사람도 그렇게 말한다. 광은 우리가 팔 테니 물러나 계시라고."
- 그간 많은 작품이 서로 다른 장르와 주제를 품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힘든 작품이 이번 작품 아닐까? 사실 <소녀>(2013) 이후 다른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을 텐데.
"그거 참 어렵다(웃음). 이게 더 힘들다고 할 순 없다. 하루를 찍든, 1년을 찍든, 샤이니와 소녀시대를 찍든 주진우를 찍든 간에 그 기간엔 항상 부담과 강박에 빠진다. 지금 나와서 보면 거대한 주제였고, 진짜 많이 힘들게 했나 싶지만 항상 그 다음 작품이 더 힘들고, 더 흥미롭더라.
<소녀> 개봉 후 잠깐 휴식을 갖고 상업영화를 준비 중이었다. 그 와 중에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가 다가왔고 전 다큐와 극영화를 구분하지 않기에 결정한 거지. 다큐 감독이란 호칭이 제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다른 다큐 감독 분들과 전 다른 행보라고 생각한다. SM과 CJ가 15억 원을 들인 아이돌 다큐도 만들었잖나. <뻑큐멘터리> 때도 그랬지만 전 독립과 상업, 장편과 단편, 다큐와 극영화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영화를 보고 정치 영화이니 프레임 짓는 게 재미없다.
<아이 엠>을 찍을 때 마침 < Jam Docu 강정>이 개봉 불가 판정을 받았다. 재밌지 않나? 제겐 소녀시대와 주진우는 크게 차이가 없다. 둘 다 제겐 멋진 사람들이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리는 사람들이다. 세계 최고 무대에 서기 위해 미친 듯이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질주하는 소년소녀들이 멋있었고 지지해주고 싶었다. 주진우 기자 역시 한국 최고의 'MB 전문가'로 미친 듯 추적하는 모습에 박수 쳐주고 싶었다.
물론 주 기자가 쫓는 그분의 비자금이 좀 더 커다랗고 중요하다. 허나 감독 입장에선 주 기자나 샤이니, 소녀시대 모두 절실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방향은 달라도 서로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문제는 이들의 진심을 잘 영화에 담에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거지. 그걸 위해 절실하게 고민하는 게 제 몫이다."
<저수지 게임>을 끝으로 최진성 감독은 당분간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를 안 볼 생각이다. 마침 차기작 준비에 한창이기도 하다. 물어보니 살짝 귀띔해 준다. 제목은 <루팡>, 기업 비자금을 터는 사람들의 이야기란다. 왠지 전작의 향기가 나는 것 같지만 철저한 상업영화고 현재 캐스팅 중이라니 좋은 마음으로 지켜보자.
"김어준·주진우 영화 찍다 죽을 뻔... 그래도 후회는 없다"
[inter:view] 소녀시대 영화 찍던 최진성 감독, <더 플랜> <저수지 게임> 감독 된 이유
글 이선필(thebasis3) 편집 김미선(iosono) 17.09.14 14:25 최종업데이트 17.09.14 15:24
▲영화 <저수지 게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실체를 쫓는 추격기다.ⓒ 프로젝트 부
지난 4월엔 대선 선거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을 짚더니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들쑤신 감독. '들쑤셨다'는 표현이 조금 강해보이지만 충분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입장에선 그리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제대로 붙어 볼 생각을 안 하던 와중에 이렇게 논리정연하게 의혹을 제기하다니.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과 <저수지 게임> 이야기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레이더망에 최진성 감독이 걸려들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오가던 이 '점잖은' 감독이 어째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 이런 소재의 작품을 하게 됐을까. 물론 한국 내 수구꼴통 인사들의 생리를 담은 <뻑큐멘터리-박통진리교>나 해군기지 문제로 몸살을 앓은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을 조망한 < Jam Docu 강정>을 보면 일부 혐의가 의심스럽긴 하다. 그런데 동시에 최진성 감독은 <히치하이킹>이나 <소녀>처럼 판타지 멜로물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의 속마음이 너무도 궁금했다. <더 플랜> 때부터 접촉한 끝에 지난 11일에야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최진성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 <더 플랜>과 <저수지 게임>을 연출한 최진성 감독은 그 행보가 재밌다. 스스로 다큐 감독이라 규정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다.ⓒ 필앤플랜
3년 전 그날
다행히도 <더 플랜>은 실 관객 수 3만4000명에 온라인 조회 수만 200만 건 이상, 지난 9월 7일 개봉한 <저수지 게임>은 벌써 누적관객 5만5000명을 돌파했다. 상영관 수도 무려 564개로 어지간한 중소상업영화와 맞먹는 규모다. 주진우 기자의 끈질긴 취재가 공감을 받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적으로 관객에게 잘 제시한 최진성 감독의 공이 커 보이는 지점이다.
- 두 영화가 나오게 된 게 시대적 요구 때문 같다. 개봉 순서와 작업 순서가 서로 반대긴 하지만 근 2년 내에 두 작품을 한꺼번에 진행한 셈인데.
"총수와 주진우 기자도 급했지. 작품을 하나씩 하기도 힘든데 분명 시대적 요청이 있었다. 촛불혁명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 이게 주는 분위기가 있잖나. 거기에 올라타서 한 건데 평소였다면 절대 못했을 거다. 잠도 확 줄였고, 창의적인 생각도 그래서 막 튀어나온 것 같다. 2015년 11월 30일에 주진우 기자를 처음 만난 뒤 1년 10개월 만이다. 류승완 감독 소개였다. 주 기자와 감독님은 워낙 친하고, 영화를 만들고자 하다면서 류 감독님이 조영각 프로듀서에게 소개해 달라 했고 그게 내가 된 거지."
- 주진우 기자가 평소 열혈 취재를 하긴 했지만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증거도 부족한 상황이었고, 전자개표시스템 역시 의혹 수준이었는데 연출하기 전에 믿음이 갔나.
"음, 이건 믿음의 문제가 아닌 온도의 문제였다. 팟캐스트 <나꼼수> 이후 주진우 기자에게 특별히 관심을 두진 않았는데 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 거지. 애초부터 믿고 따라가면 영화가 이상해진다. 김어준 총수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온도를 믿었다. 사안에 대한 뜨거움과 에너지가 있거든. 또 그들의 캐릭터를 믿었다. 이들이 쫓고 있는 사안이 참 강한 건데, 영화감독으로서 이들이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물론 여전히 권력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돈을 추적하는 것도 선거 시스템 문제도 모두 서슬 퍼렇던 박근혜 정권 때 찍어야 했잖나. 내가 이걸 하는 순간 불편한 일이 생길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연출자로선 영화로 만드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그러다 취재를 하고 같이 퍼즐을 맞춰 가다 보니 이들의 말이 아귀가 맞더라. 이명박 비자금은 주진우 기자가 민간인으로선 가장 가까이, 또 깊게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플랜>은 학술적으로 접근한 거고. 난 딱 거기까지고, 그걸 전파하고 파는 건 김어준 총수 몫이었다."
▲영화 <더 플랜> <저수지 게임>의 제작을 맡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이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인텐션>까지 기획했다.ⓒ 프로젝트 부
- 냉정하게 말해 두 사람에 대한 세간의 평이 있잖나. 김어준 총수는 음모론자라는 평도 있고. 두 사람 캐릭터에 대해 전혀 의심이 없었나.
"찍으면서 죽을 뻔했다(웃음). 둘 다 독보적인 캐릭터다. 그것에 대한 가치 평가는 차지하더라도 일단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분들이잖나. 되게 흥미진진했다. 이들의 발언과 행동의 성실함이 매력 있었다. 감독들이 항상 찾아다니는 캐릭터거든. 난 그렇게 다가갔다. 근데 들어가 보니까 주변 사람들의 평판을 알게 된 거지. 후회는 전혀 없다. 내가 작업하는 모든 작품마다 많은 일들이 벌어지지만, 그 작품이 끝나는 순간 난 후회 없이 베스트를 하고 나오려 한다. 이번 작품들도 잘 마무리 하고 빠져나왔다. 두 분에게 참 감사하다. 이젠 다른 작품 좀 해야지(웃음)."
- 김어준, 주진우 모두 유선 연락을 안 하는 걸로 유명하다. 나 역시 김 총수와 페이스타임으로 주로 소통했다. 촬영 땐 어땠는지.
"맞다. 김 총수 번호는 아예 모른다. 페이스타임 등 데이터 기반의 연락을 한다. 언제나 누군가 대화를 듣고 있다는 가정을 한다. 내가 원래 아이폰4였는데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에선 너무 느려서 통화가 안 되더라. 회사에서 새 폰을 사줬다. 누구랑 연락하려고 이리 폰을 바꿔야 하는구나 싶었다. 주진우 기자 책상을 보면 아이폰이 40개 정도 있다. 하나를 조금 쓰다 바꾸는 식이다."
▲영화 <저수지 게임>의 주인공이기도 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 프로젝트 부
의미 있는 실패담
<저수지 게임>은 크게는 이명박의 비자금이 숨겨진 '저수지'를 추적하는 주제이면서 작게는 캐나다 노스욕 내 임대 사기 건을 주요 기둥으로 설명한다. 이 작은 사건에 시중 은행인 농협의 자금이 엮여 있고, 이명박 친인척, 은행 관계자 등이 합세한 정황이 있다. 돈 세탁 과정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기에 최 감독 입장에선 이걸 중심으로 비자금 조성 과정을 관객들에게 쉽게 보일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물론 결론적으론 결정적 단서를 잡지 못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두고 주진우 기자는 예정된 실패담이라 말하기도 했다.
- 주 기자 말대로 실패담의 기록이기도 한데 영화로 만드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는지.
"물론이다. 촬영하면서 난 미리 이걸 실패담으로 가정하지 않았다. 마무리 단계에서 총수랑 주 기자가 실패담이라 얘기했는데 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 없다. 개봉 전까지 엔딩 자막을 수십 번 고쳤는데 결국 나온 게 '오늘도 주 기자는 쫓고 있다'였다. 추적은 현재진행형이고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솔직히 이명박의 비자금은 다들 농담 삼아 아니면 술안주 삼아 하는 얘기잖나. 국민 대부분이 아는 이야긴데 놀랍게도 단 1원도 실체가 밝혀진 적이 없다. 나도 처음 주 기자에게 영화를 제안 받았을 때 다 아는 이야길 왜 하려는 건가 싶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 단 한 번도 제대로 밝혀진 게 없더라. 우리가 착각하고 있구나,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고 본 거지. 지난 이야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니까."
- 한편 <더 플랜>은 <뉴스타파> 반론 이후 명확한 재반론이 없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다루긴 했지만 뭔가 여지가 남은 느낌이다. <저수지 게임> 역시 미완의 이야기고.
"제 의견은 없다. 영화 안까지만 제 몫인 거 같다. 박사님들과 의심하고 질문하며 만들었기에 통계적으로 이해하는 수준까지만 만든 거다. 그 다음은 김 총수의 몫이고 본인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뉴스타파> 이후 저도 많이 묻진 않았지만 총수가 제게 한 말은 '박사님과 잘 정리해서 원하는 시간에 얘길 할 것이다'였다. 알았다고 그랬지."
- 캐나다와 케이만군도 등을 몇 번이나 다녀온 건가. 취재 동선이 상당히 복잡해 보이던데.
"영화에 나오는 뉴욕, 케이만군도, 토론토 등은 모두 2주 만에 다녀온 거다. 우리가 돈이 없으니 촬영 전 취재원들을 다 리스트업해서 동선을 미리 짰다. 순서대로 하면 토론토, 케이 만군도, 뉴욕 순이다. 원래 <저수지 게임>이 이런 스토리가 될 줄은 몰랐다. 난 이미 주 기자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고, 일정대로 촬영하는데 뉴욕에선 만나기로 한 취재원들이 우르르 연락이 끊기거나 만남을 거부하더라.
근데 또 토론토에선 못 만날 것 같은 사람들까지 다 만났다. 여긴 됐고, 뉴욕은 안 된 거지. 그리고 주 기자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 캐나다 노스욕 건이 가장 재밌더라. 아귀가 맞는 거지. 그 와중에 김어준 총수를 만났는데 나보고 무리 말라고 하더라. 지금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건데 박근혜 5촌 살인 사건 이야길 하면서 이건 실패담이 될 거라고 하더라. 그림을 덜 그린 상태에서 너무 깊이 들어가는 거 아니냐고도 했다. 그 얘길 들으며 노스욕 사건으로 집중하는 걸로 정해 놨다. 이것만 깔끔하게 해도 승산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수지 게임>의 한 장면. ⓒ 프로젝트 부
- 가장 힘들게 만난 취재원은 누구였는가. 또 연출자 입장과 취재자 입장에서 취재원과 거리 조정이 꽤 힘들었을 것 같다.
"농협 내 진 차장(가명)이 가장 힘들었다. 주 기자가 계속 추적하다가 실패하던 사람이었는데 농협 관계자가 이 사람을 데리고 나오게 되면서 속으로 '아, 이 영화 완성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게 다큐의 매력이다. 만약 진 차장이 안 나왔다면 정리하기 참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그 분은 자기 입장에서 얘기하긴 했지만 그 분이 들어감으로써 그림이 완성된 거다. 그리고 취재원 사이에서 줄타는 건 주 기자 몫이지. 난 그의 옆에 있고, 편집과 배치를 하는 것일 뿐. 물론 누구를 부각시키고 어떤 타이밍에 인물을 등장시키는지 그걸 정하는 게 참 힘들었다. 편집 작업만 1년 가까이 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치가 들어간 거고."
- 주진우 기자는 한 번에 비행기 표 세 개를 끊어 놓고, 나머지 두 개를 버리는 식으로 이동하는 등 당국의 추적이 어렵도록 다니는데 감독님 역시 그런 외적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나.
"위험한 순간은 같이 갈 수 없었다. 예를 들어 국정원 내부인을 만날 때 제가 따라가면 상대가 사라질 수 있기에 주 기자가 만난 뒤 자료를 내게 주는 식이었다. 주 기자가 대단한 게 취재원으로 하여금 계속 말하게 만들더라. 원세훈 국정원장 부인과도 통화하는데 웬만하면 전화를 끊을 텐데 안 끊게 하더라. 30분 간 통화했다. 영화엔 1분 정도 나왔지만.
공식적으로 위협을 느낀 건 없는데 스트레스는 많이 받았지. 항상 내 이메일과 전화가 신경 쓰였다. 김 총수랑 대화할 때도 실내에서 한 적이 없다. 항상 걸어 다니며 했다. 그리고 이건 좀 바보 같지만 언젠가 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마치고 집에 가는데 집 앞에 비상등을 켠 밴이 두 대 있더라. 현관문은 열려 있고 그래서 엄청 긴장하며 계단을 올라갔다(웃음). 왜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지? 그런 생각도 들었다. 꿈에 이명박도 계속 나오고, 주 기자도 나오고 그런다. 뭐 당연한 일이다. 2년 간 같이 살다시피 했으니."
영화 <더 플랜>과 <저수지 게임>을 연출한 최진성 감독. ⓒ 필앤플랜
재미의 중요성
지면에 다 실을 수 없는 영화 관련 이야기가 있었지만 정리하면 최진성 감독은 재밌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앞서 말한 그의 이력이 재밌는 게 그가 사회고발성 작품을 하든 심지어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모습을 담은 <아이 엠>이라는 작품을 하든 모두 '재밌게 관객이 봐야 한다'는 그의 철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더 플랜>과 <저수지 게임>에 등장한 각종 세련된 애니메이션과 음악도 다 같은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다큐멘터리가 어려운데 제 입장에선 다큐를 만든다는 느낌 보단 영화를 찍는 느낌이 강하다. 배우 김윤혜, 김시후와 <소녀>를 찍을 때도, 아이돌을 담을 때도, 주진우를 다룰 때도 다 똑같다. 그들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 어떻게 하면 재밌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내가 못 견디고 보기 싫어 하는 작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 점에서 <더 플랜>과 <저수지 게임>의 애니메이션과 음악이 서로 상반된다. 전자가 차갑고 건조하다면 후자는 뜨겁고 진하다. 카메라앵글이든 뭐든 다 그런 식으로 잡았다."
- 재미를 위해서든 다 좋은데 결과적으로 최근 두 작품으로 우리 사회에 균열 정도는 낸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건 어려운 질문인데 주진우, 김어준 그리고 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전 영화감독으로서 만드는 거다. 정치운동 할 생각도 없다. 되게 의미심장한 영화를 만들긴 했다. 제 경력이 17년인데 현재까지 제 영화가 세상에 균열을 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영화 속 질문이 누군가의 공감을 얻고 몇 명이 동의해주면 큰 힘이 되겠지. 영화로 뭔가를 바꾸려 생각하진 않지만 공감하신다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한다. 난 영화를 만들면 끝이다. 이걸 해석하고 움직이며, 균열을 일으키는 건 총수나 주 기자가 할 몫이다. <더 플랜> 때도 초반에 몇 번만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하고 난 빠졌다. 감독 역할은 거기까지다. 두 사람도 그렇게 말한다. 광은 우리가 팔 테니 물러나 계시라고."
- 그간 많은 작품이 서로 다른 장르와 주제를 품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힘든 작품이 이번 작품 아닐까? 사실 <소녀>(2013) 이후 다른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을 텐데.
"그거 참 어렵다(웃음). 이게 더 힘들다고 할 순 없다. 하루를 찍든, 1년을 찍든, 샤이니와 소녀시대를 찍든 주진우를 찍든 간에 그 기간엔 항상 부담과 강박에 빠진다. 지금 나와서 보면 거대한 주제였고, 진짜 많이 힘들게 했나 싶지만 항상 그 다음 작품이 더 힘들고, 더 흥미롭더라.
<소녀> 개봉 후 잠깐 휴식을 갖고 상업영화를 준비 중이었다. 그 와 중에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가 다가왔고 전 다큐와 극영화를 구분하지 않기에 결정한 거지. 다큐 감독이란 호칭이 제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다른 다큐 감독 분들과 전 다른 행보라고 생각한다. SM과 CJ가 15억 원을 들인 아이돌 다큐도 만들었잖나. <뻑큐멘터리> 때도 그랬지만 전 독립과 상업, 장편과 단편, 다큐와 극영화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영화를 보고 정치 영화이니 프레임 짓는 게 재미없다.
<아이 엠>을 찍을 때 마침 < Jam Docu 강정>이 개봉 불가 판정을 받았다. 재밌지 않나? 제겐 소녀시대와 주진우는 크게 차이가 없다. 둘 다 제겐 멋진 사람들이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리는 사람들이다. 세계 최고 무대에 서기 위해 미친 듯이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질주하는 소년소녀들이 멋있었고 지지해주고 싶었다. 주진우 기자 역시 한국 최고의 'MB 전문가'로 미친 듯 추적하는 모습에 박수 쳐주고 싶었다.
물론 주 기자가 쫓는 그분의 비자금이 좀 더 커다랗고 중요하다. 허나 감독 입장에선 주 기자나 샤이니, 소녀시대 모두 절실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방향은 달라도 서로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문제는 이들의 진심을 잘 영화에 담에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거지. 그걸 위해 절실하게 고민하는 게 제 몫이다."
<저수지 게임>을 끝으로 최진성 감독은 당분간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를 안 볼 생각이다. 마침 차기작 준비에 한창이기도 하다. 물어보니 살짝 귀띔해 준다. 제목은 <루팡>, 기업 비자금을 터는 사람들의 이야기란다. 왠지 전작의 향기가 나는 것 같지만 철저한 상업영화고 현재 캐스팅 중이라니 좋은 마음으로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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