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12072.html

양승태 대법원, 정권 맞춤형 판결…기업에 ‘관대’ 노동자엔 ‘가혹’
등록 :2017-09-21 19:38 수정 :2017-09-21 22:06

‘원세훈 대선개입’ 원심 파기하고 긴급조치엔 “민사상 불법 아니다” 박정희·박근혜 두 정권에 면죄부
과거사 국가배상 소멸시효 후퇴, 피해자들 배상금 토해내게 해, 노동자보다 경영자쪽 손들어줘

6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양승태 대법원장이 들어가고 있다. 윤리위원회가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이 없다고 한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결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양대법원장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6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양승태 대법원장이 들어가고 있다. 윤리위원회가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이 없다고 한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결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양대법원장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8월18일 지명한 양승태(69·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이 6년 임기를 마치고 22일 퇴임식을 한다. 양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다수의 그늘에 묻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사법부에 맡겨진 중요한 사명”이라고 밝혔다. 과연 이 약속은 지켜졌는지,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장이자 사법행정의 책임자로서 양 대법원장의 6년을 돌아봤다.

2011년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하자, 법조계에선 법원 요직을 거친 엘리트 경력과 완고하고 보수적인 그의 성향을 근거로 ‘사법부 우클릭’을 예상하는 이가 많았다. 실제 지난 6년간 양 대법원장의 대법원은 정부·기업의 부담은 덜어주고 과거사 피해자,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는 외면한 판결을 내놓았다.

■ 박정희·박근혜 정권에 면죄부 

양 대법원장은 임기 대부분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보내며 ‘정권 맞춤형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판결이 2015년 7월16일 대법관 13명이 만장일치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개입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한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선고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후보는 비방한 국정원의 온라인 여론공작은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과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대법원은 유무죄 판단 없이 선거법 위반 1심 무죄, 2심 유죄를 가른 이메일 첨부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박근혜 정권의 부담을 덜어줬다.

같은 해 3월26일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며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을 차단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에는 면죄부를, 피해자들에게는 2차 고통을 줬다는 지적을 받으며 대법 판결과 달리 손해배상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이어졌다.

■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돈 고문’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을 ‘0원’으로 만들었던 대법원은 다른 과거사 사건의 국가 배상금에도 손을 댔다. 2013년 5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병대)는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유가족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진실규명 결정일로부터 3년’으로 못 박았다. 같은 해 12월12일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는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조작 간첩 등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를 ‘형사보상 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로 하는 기습적인 판결을 했다. 2015년 1월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 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며 보상금을 받은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들의 국가 배상을 기각하기도 했다.

이 판결들로 같은 국가폭력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소송 시기나 재판 진행 속도에 따라 국가 배상에서 차별이 발생했다. 국가 배상을 인정했던 법원 판결들을 믿고 1심 승소 뒤 미리 배상금을 받은 피해자는 지금까지도 배상금 반환 소송에 시달리는 피해를 겪고 있다.



■ 대법관도 당황하게 한 노동 판결 

‘노동자에게는 엄격하고 기업에는 관대한’ 노동 판결도 잇따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18일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면서도, 체불임금 요구에 대해서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고했다. 이에 이인복·이상훈·김신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으로 근로기준법의 강행 규정성을 배척하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너무 낯선 것이어서 당혹감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이상훈 전 대법관은 지난 2월 퇴임식에서 “형평을 이루기 위해서는 허약한 쪽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며 “국가 경제와 기업의 안위를 아예 도외시해서는 안 되겠으나 그것이 법 원칙을 압도할 판단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2014년 8월20일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는 노동3권 보장을 위해 파업 노동자들의 업무방해죄 적용을 까다롭게 했던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와 달리 철도노조 파업 참가자들의 업무방해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깼다. 대기업 교섭력을 높이려 만든 ‘산업별 노조’ 소속 지부·지회를 과거의 ‘기업별 노조’로 쉽게 전환하는 길을 열어준 2016년 2월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판결에는 “사용자의 지배·개입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2014년 11월13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의 쌍용차 정리해고 유효 판결이나 2015년 2월26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가 케이티엑스(KTX) 승무원이 철도공사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본 판결도 노동계의 비판을 받았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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