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922124509236

[취재파일] 45년 된 중고 치누크 헬기 논란..쏟아지는 함량 미달 국감 자료들
김태훈 기자 입력 2017.09.22. 12:45 수정 2017.09.22. 15:45 



한 여당 의원실이 작성한 국감 자료를 모 매체가 보도하면서 ‘45년 된 중고 헬기’ 치누크(CH-47D)가 또 다른 방산 비리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감 자료와 보도는 군의 치누크 중고 헬기 도입 사업을 마치 미군이 쓰다 버린 퇴물 헬기를 큰 돈 들여 사들인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또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이 “치누크 사업을 검토해봐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치누크 구매를 박근혜-김관진-군으로 이어지는 비리 커넥션으로 몰았습니다.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고 헬기를 제법 싼 가격에 잘 샀습니다. 없는 살림에도 헬기는 필요한데 때마침 맞춤한 중고 헬기가 나와 구매했을 뿐입니다. 다국적 방산기업도 아닌 주한미군이 뭐가 아쉬워서 중고 헬기 장사를 하겠습니까. 여당 유력 의원과 언론이 협공을 하니 ‘동네 북’ 군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습니다. 보다 못해 같은 여당 소속인 김광진 전 의원까지 나섰습니다.

김광진 전 의원은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45년 된 치누크 헬기 구매 사업은 합리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의원은 박근혜 정권 시절, 박근혜-김관진 반대편에 포진해 국방부 저격수로 명성을 떨친 국방 전문가이자 당시 현역 의원으로 치누크 헬기 도입 과정을 실시간으로 점검했던 인물입니다.

김광진 전 의원 페이스북 글
김광진 전 의원 페이스북 글

● 치누크로 시작된 올해 국감 부실 자료 경쟁

“미사일 경보 체계도 없는 중고 헬기 CH-47D 치누크 14대를 대당 58억 원에 사들였다”, “구매 당시 45년 된 헬기로 군에서는 성능개량을 해도 수명을 담보할 수 없다”, “미국이 부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해서 수리도 못한다”, “김관진 장관의 검토 지시가 있었고 이틀 만에 도입이 결정됐다”.

치누크 중고 헬기 도입 논란을 일으킨 보도는 대충 위와 같습니다. 액면 그대로 보면 주먹이 부르르 떨릴, 코미디 같은 방산 비리입니다. 하지만 차분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과도하게 노후화됐다고 하지만 우리 군의 보유하고 있는 기존 치누크와 비교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기체는 ‘45년 중고’가 오래 됐지만 엔진 등 핵심 부품은 ‘45년 중고’가 상대적으로 신품들로 장착됐습니다. 문제의 헬기들은 80년대 중후반 엔진 등 핵심 장비를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가성비가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서 김광진 전 의원은 “50억 원 정도에 중고를 구입해서 한 10년 쓰면 본전은 뽑는다는 게 군과 국회의 생각이었고 그래서 예산에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미사일 경보체계 없는 중고를 사들이는 바람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무방비가 됐다고 했는데 우리 군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치누크들에도 거의 미사일 경보체계가 없습니다. 군용 GPS는 별도의 수출 허가가 있어야 미군이 우리 군에 넘길 수 있습니다. 기체와 동시에 제공할 수 없는 물건입니다. 그래서 3년 후에 군용 GPS를 넘겨받기로 했습니다. 대미 무기 교역 절차상 하자가 전혀 없습니다.

부품은 의원실과 매체의 지적과 달리 구매 가능합니다. 미국 정부를 끼지 않고 상업 구매 방식으로 얼마든지 부품을 사서 수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한국국방연구원, 즉 KIDA는 “30년은 사용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의원실과 매체는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검토를 지시하고 며칠 만에 구매가 결정됐다고 했는데 김관진의 지시 검토와 구매 결정 사이에는 최소 5개월의 시차가 있습니다. 김관진 전 장관이 구매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2012년 7월이었고 합참이 각군의 소요를 받아서 치누크 중고 헬기 소요를 결정한 것은 같은 해 12월이었습니다. 그리고 방위사업청이 선행연구를 통해 기술적, 전술적 타당성 등을 검토하고 구매를 최종 결정했습니다. 

● 국감의 계절, 쏟아지는 함량 미달 자료들

추석 연휴가 지나면 국감이 열립니다. 국회의원들은 기발한 국감 자료를 생산해서 기자들에게 미리 배포합니다. 그런데 의원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종종 무리한 자료들을 만들어냅니다. 이번 치누크 건도 같은 류의 자료로 보입니다.

제게도 최근에 몇 건의 국감 자료가 배달됐습니다. 한 건은 국산 소형 대공 미사일 ‘신궁’ 결함 의혹과 군인들의 몰카 범죄 통계였습니다. 자료 내용만 놓고 보면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의원실이 신궁의 결함이라고 지적한 내용은 유명 대공 미사일 미스트랄의 교범에도 나와 있는 의도적인 설계였습니다. 군인의 몰카 범죄는 일반 국민의 범죄율보다 낮았지만 의원실은 군인이 저질렀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은가 봅니다. 또 범죄 통계에 잡힌 상당수가 직업 군인이 아니라 21개월 복무하는 병사들이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국감 자료들이 지적하는 지점들 대부분은 조금만 성의를 기울여 군과 관련업체, 관련자를 취재해 보면 문제 삼기 어렵습니다. 군이 자초했지만 군의 신뢰가 바닥입니다. 군을 비판하면 뭐든 반응이 뜨겁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노려 국감 때 흥행을 노리는 국회의원들이 참 많습니다. 의원 개인의 인기를 위해 군을 희생시켜서는 안 됩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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