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57098
세월호 선장과 14시간 함께한 의문의 남성 두 명, 누구였을까
[세월호 팩트리포트 3호] 세월호 수사 과정 곳곳에 남은 국정원 그림자
17.09.05 15:47 l 최종 업데이트 17.09.05 15:47l4.16 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tippling) 편집: 최유진(youjin0213)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연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국민조사위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세월호 팩트리포트'를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 [팩트리포트2] 수시로 이뤄진 '국정원 접대'... 노트북 속에 남은 수상한 행적
세월호 1기사 선원 A씨는 참사 다음날인 4월 17일 오전 8시 49분 아내에게 '오후에 또 국정원 취조가 있다'고 걱정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아내는 오후 2시 52분 '취조를 받았냐'고 묻는다. 다음날인 18일 오전 8시 22분 A씨는 '이제는 거의 끝 아니겠어요'라며 고뇌를 전한다. 아내는 1분 후 '통화가 가능하냐'고 묻는다. 그는 안 된다고 '취조 중'이라며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고 답한다. 그리고는 '곧 해결되겠지만 당분간 여기 있어야겠다'고 덧붙인다.
'취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A씨의 문자는 19일까지 이어진다. 19일 오전 8시 56분에는 아들에게 '죽어야 할 시점, 죽어야할 명분 찾고 있다, 엄마한테 미안타'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조사받는 남편에게 아내는 연이어 '또 취조당하냐'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A씨는 참사 당일 오전 7시 30분까지 당직 근무를 서고 다음 당직자인 3기사 이수진, 조기수 이영재와 교대를 하고 식사를 했다. 8시께 침실로 들어와 신문을 보다가 8시 50분께 침실에서 '드르륵' 소리를 들었고, 통로에서 기관 당직자들을 만나 9시 30분경 해경 경비정으로 탈출했다.
▲ 선원 구조 현장. 2014년 4월 16일 9시 39분경. 1기 특조위 공개 자료 123정 동영상 캡쳐. ⓒ 특조위
구조 후 기관부원 6명과 함께 팽목항, 진도체육관을 거쳐 한국병원에서 신원 확인 후 오후 4시께 목포해경으로 갔다. 첫날 진술은 오후 3시 45분에 시작해 8시 55분에 끝났다. 조사를 받은 후에는 박성용 등 다른 선원들과 함께 해경이 잡아준 모텔에 머물렀다. 그는 이후 3일 동안 매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진술했고, 지인들에게도 그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16일 목포해경 1차 진술 이후 2차 진술조서는 20일 오후 7시 10분부터로 기록돼있다. 참고인 신분이었다.
A씨는 21일 자살시도를 한다. 목포해경 조서의 내용은 다른 선원들의 그것과 별 다르지 않다. 17일부터 20일 오후 7시 전까지 A씨를 조사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 조사에서 A씨는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말을 다른 선원에게 말한 적이있냐'는 질문에 "OOO에게 어디서 수사를 받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해경 기록을 보면, A씨는 4월 17일에 조사를 받지 않았다. 해경 진술조서는 4월 16일과 20일에만 작성돼 있다. 국정원은 세월호 선원을 조사했나. 했다면 언제, 무슨 이유로, 무엇을 조사했나.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세월호와 국정원, 의문은 끝나지 않았다.
이준석 선장 머문 해경 집, CCTV 영상 삭제 의혹
▲ CCTV기록 2시간 삭제 의혹을 보도한 MBC 보도. 2014년 5월 3일자 화면 캡쳐 ⓒ MBC
세월호 참사 직후 선장 이준석은 해경에서 4월 16일 1차 조사를 받고, 1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2차 조사를 받았다. 해경 관계자는 17일 2차 조사 후 오후 10시께 이준석 선장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당시 박아무개 경사와 목포해경은 '기자들의 취재 경쟁 때문'에 전남 무안군의 개인 아파트에서 이준석 선장을 재웠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당시 이준석 선장이 출입했던 아파트의 현관 CCTV 영상 2시간 분량이 삭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겨레와 MBC는 2014년 5월 3일 관련 보도를 했다. 2014년 5월 3일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해당 아파트의 CCTV는 수사 과정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확인하지 않았다"며 의혹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해 7월 9일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위에서 당시 법무부장관 황교안은 "이준석 선장을 재웠던 아파트 앞에 있던 CCTV 기록이 삭제되었다는 게 의문인데 보고 받으셨습니까"라는 김현미 국회의원의 질문에 "CCTV가 삭제되었다는 그런 의혹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받았습니다"라고 답했다.
황교안 장관은 "(CCTV는) 수사 자료이기 때문에 직접 보여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두 시간이란 말씀하신 시간동안 녹화가 안 된 것이 아니라 일부 흐리게 녹화되는 등 잘못된 작동이 아닌가 보고를 듣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검찰 확인 결과 삭제되지 않았고, 해당 기록은 수사 자료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한 달 전(2014년 6월 3일) 조사된 검찰 내부 기록에는 당시 CCTV가 2시간 분량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돼 있다. 검찰조사에서 CCTV 삭제 의혹과 관련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 정아무개씨는 "이준석 선장이 자고 간 이후부터 B언론사 기자들이 CCTV를 복사해갈 때까지 CCTV를 보거나 만진 사람이 전혀 없었고, 2014년 5월 1일 초소에서 기자들이 CCTV 녹화장면을 보고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와 있다.
▲ 해경 경사 아파트 CCTV 속에 등장하는 의문의 남자들에 대한 TV조선 의혹 보도. 2014년 5월 3일자 화면 캡쳐. ⓒ TV조선
경비 최아무개씨도 "2014년 4월 17일과 2014년 5월 1일 B언론사 기자 1명, C언론사 기자 2명이 관리실로 찾아와서 이준석 선장이 아파트에서 잤는데 언제 나갔는지 모르겠다면서 CCTV를 보여 달라고 하여 보여주자 B언론사 기자는 CCTV 녹화장면을 확인하고 알았다고 하고 나가고, C언론사 기자는 뭘 복사를 해야 한다고 하여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기계(녹화장면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만졌을 뿐 그 외 CCTV 녹화장면을 확인한 사람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5월 3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저렇게 계속 녹화되는 것도 희한한 일인데요. (누가 손을 댔다는 얘기인가요?) 손을 댔다든지, 누가 카메라 앞에 뭘 막아놨다든지..."라고 말했다.
MBC기자와 인터뷰한 직원이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동일한 직원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말한 '계속 녹화되는 것이 희한하다'는 설명은 이후 검찰조사에서 4월 17일 촬영된 CCTV 영상이 '갑자기 연속 동작으로 녹화'돼 복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됐다.
TV조선은 당일 CCTV 영상에 등장한 의문의 남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TV 조선] CCTV에 찍힌 의문의 인물? 2014.5.3.) TV조선이 공개한 CCTV영상을 확인하면 이준석 선장과 해경 경사의 뒤를 따랐던 2명의 인물은 박 경사가 집을 나간 이후 그의 집으로 들어간다. 박 경사의 아내는 그(박경사의 뒤를 따랐던 인물로 추정)가 밤새 이준석과 함께 있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당시 검경합수부가(박 경사 집에 함께 갔던 사람)이라고 지목했던 김아무개 경장은 정작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같이 안 갔다'며 CCTV의 인물은 본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해경 경사의 집에서 이준석 선장과 함께 '14시간을 보냈다'는 2명의 남자는 누구일까.
해경 아파트의 당시 CCTV 영상은 삭제된 것일까? 삭제됐다면 누가 그랬을까? 아파트 관리소 직원은 왜 관리소장·경비와는 다른 진술을 한 것일까. 검찰은 6월 3일 내부 보고서를 통해 삭제 가능성을 확인했고, 그 정황도 확인했는데 한 달 후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삭제 여부조차 부인했던 것일까.
검찰 내부 기록처럼 기자들의 실수로 삭제가 됐다면 왜 그에 대한 해명을 기자와 해당 매체에 요구하지 않았을까. 왜 해당 영상을 복사해간 기자에게 중요한 범죄 기록 반환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이 모든 일을 '조작 미숙', 실수로 정리한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준석 선장이 박 경사의 아파트에서 제3의 인물을 접촉했을 의혹에 대해 수사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많은 이들은 그 제3의 인물을 궁금해 하고 있다.
김현미 국회의원 : 이준석 선장을 재웠던 아파트 앞에 있던 CCTV 기록이 삭제되었다는 게 의문인데 보고 받으셨습니까?
황교안 법무부장관 : CCTV가 삭제되었다는 그런 의혹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받았습니다."
김현미 : 그렇습니까?"
황교안 : 그렇습니다.
김현미 : 이준석 선장이 들어오고 나간 CCTV 기록을 저희가 볼 수 있을까요?
황교안 : 수사자료이기 때문에 직접 보여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두시간이란 말씀하신 시간동안 녹화가 안 된 것이 아니라 일부 흐리게 녹화되는 등 잘못된 작동이 아닌가 보고를 듣고 있습니다.
김현미 : 누가 CCTV를 만진 적도 없고, 지금까지는 누군가 삭제를 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는데 그걸 누군가는 확인을 해야 되지 않습니까?"
황교안 : 검찰에서 확인한 바를 보고 드리는 것입니다. 저희가 조사한 결과를 보고드리는 것입니다.
<2014.7.9.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이준석·박한결·조준기 만난 투자전문 변호사
"확인한 사실에 의하면 세월호의 침몰에는 그 어떤 외부적인 원인은 없었다. 음모도 없었다. 사고는 별다른 사전징후 없이 갑자기 일어났고 침몰 속도는 너무 빨랐다. 어떠한 외부적 요소도 없었다는 일치된 진술을 접하고 천안함 사건 때 초래된 국론 분열 사태는 없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있었다. 그리고 사건은 단순해졌다. 제주 VTS에 구조를 요청한 8시55분부터 구조대가 도착한 9시30분까지가 규명되어야 한다."
2014년 4월 21일 강아무개 변호사가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조타수 조준기, 3등 항해사 박한결 선원을 면회한다. 6시간 동안의 면회를 마친 강 변호사는 그 내용을 보수언론인 조갑제씨가 운영하는 인터넷매체 '조갑제닷컴'에 기고 형태로 게재한다. 그는 단정한다. ①잠수함 등의 외부 장애물은 없었다. ②어떠한 외부적 요소도 없었다는 일치된 진술이었다 ③사고 발생 원인은 조타미숙인지 선박의 구조적 결함인지를 밝히면 된다.
강 변호사 참사의 원인을 선원과 해경으로 미루면서 어떠한 외력, 외부적 요인이 없었음을 거듭 강조한다. 4월 2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강변호사는 항로상에 장애물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세 사람의 공통된 진술로는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답한다.
"다른 어떤 제3의 요인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게 사건의 진상이라면, 사건은 굉장히 일단은 단순해져 있는 겁니다. 과연 그 당시에 조타수가 조타 미숙에 의해서 이런 배 미끄러짐 현상이 나타나고 배가 기울게 된 것이냐, 아니면 그 배의 구조적 결함에 의해서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냐, 아니면 그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인지, 이것을 규명하는 데 수사의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조와 수습에 정신이 없었던 참사 초기, 이준석 선장과 주요 피의자들을 만난 그는 누구인가. 강 변호사는 뉴타운과 투자전문 변호사였다. 법무법인 영진 소속으로 한국이주공사협회, 한국도시정비전문관리협회 고문변호사를 역임했다. 개포주공 재건축정지사업조합의 임시조합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변호사로도 특이한 경력이다. 그가 소속된 영진 변호사는 변호사 소개란에서 그가 재개발 조합의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총회 방해금지 가처분' 등을 통해 어떻게 재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도록 도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재개발 전문 변호사'로 매우 유능했던 그는 왜 갑자기 세월호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면회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CBS에서 강 변호사는 3명을 "각각 접견을 신청해서 만났다"며 "당시 찾아가서 그분들을 만나보니 체포된 이후로는 언론이나 TV보도로부터 완전히 차단이 되어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구치소 접견 신청은 본인이 거절하면 만날 수 없다. 이준석 등은 국회 국정조사 출석도 거부하고, 박한결은 특조위 청문회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그런 이들이 거부감 없이 6시간여를 만나 솔직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조갑제닷컴과 기고 이후 강 변호사는 어떠한 세월호 관련 활동도 하지 않았다.
그가 소속된 법무법인 영진의 대표 변호사 김수민은 2014년 5월 7일 국정원 2차장으로 내정됐다. 김수민 변호사는 부산지검, 대구지검 경주지청을 거쳐 서울지검 공안1부에서 공안검사로 활약했다. 오마이뉴스 보도(2014.5.9. 김수민 국정원 2차장과 사노맹, 정주영, 리영희)에 따르면 김수민은 공안검사 시절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들을 주로 처리하면서 관련자들에게 사형 등의 중형을 구형해왔던 인물이다. 국정원2차장은 국내 정보수집과 대공수사, 대테러, 방첨 등의 업무를 지휘하는 자리다.
고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에서도 김기춘 비서실장과 청와대는 애써 세월호를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만들려 애쓴다. 참사 직후에 주요 피의자들을 만나 그 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재개발 전문 변호사. 수사 과정에 숨어있는 누군가의 흔적들. 설명되지 않는 통화기록과 증거들. 제대로 된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 더 미룰 수 없다.
세월호 선장과 14시간 함께한 의문의 남성 두 명, 누구였을까
[세월호 팩트리포트 3호] 세월호 수사 과정 곳곳에 남은 국정원 그림자
17.09.05 15:47 l 최종 업데이트 17.09.05 15:47l4.16 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tippling) 편집: 최유진(youjin0213)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연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국민조사위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세월호 팩트리포트'를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 [팩트리포트2] 수시로 이뤄진 '국정원 접대'... 노트북 속에 남은 수상한 행적
세월호 1기사 선원 A씨는 참사 다음날인 4월 17일 오전 8시 49분 아내에게 '오후에 또 국정원 취조가 있다'고 걱정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아내는 오후 2시 52분 '취조를 받았냐'고 묻는다. 다음날인 18일 오전 8시 22분 A씨는 '이제는 거의 끝 아니겠어요'라며 고뇌를 전한다. 아내는 1분 후 '통화가 가능하냐'고 묻는다. 그는 안 된다고 '취조 중'이라며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고 답한다. 그리고는 '곧 해결되겠지만 당분간 여기 있어야겠다'고 덧붙인다.
'취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A씨의 문자는 19일까지 이어진다. 19일 오전 8시 56분에는 아들에게 '죽어야 할 시점, 죽어야할 명분 찾고 있다, 엄마한테 미안타'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조사받는 남편에게 아내는 연이어 '또 취조당하냐'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A씨는 참사 당일 오전 7시 30분까지 당직 근무를 서고 다음 당직자인 3기사 이수진, 조기수 이영재와 교대를 하고 식사를 했다. 8시께 침실로 들어와 신문을 보다가 8시 50분께 침실에서 '드르륵' 소리를 들었고, 통로에서 기관 당직자들을 만나 9시 30분경 해경 경비정으로 탈출했다.
▲ 선원 구조 현장. 2014년 4월 16일 9시 39분경. 1기 특조위 공개 자료 123정 동영상 캡쳐. ⓒ 특조위
구조 후 기관부원 6명과 함께 팽목항, 진도체육관을 거쳐 한국병원에서 신원 확인 후 오후 4시께 목포해경으로 갔다. 첫날 진술은 오후 3시 45분에 시작해 8시 55분에 끝났다. 조사를 받은 후에는 박성용 등 다른 선원들과 함께 해경이 잡아준 모텔에 머물렀다. 그는 이후 3일 동안 매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진술했고, 지인들에게도 그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16일 목포해경 1차 진술 이후 2차 진술조서는 20일 오후 7시 10분부터로 기록돼있다. 참고인 신분이었다.
A씨는 21일 자살시도를 한다. 목포해경 조서의 내용은 다른 선원들의 그것과 별 다르지 않다. 17일부터 20일 오후 7시 전까지 A씨를 조사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 조사에서 A씨는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말을 다른 선원에게 말한 적이있냐'는 질문에 "OOO에게 어디서 수사를 받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해경 기록을 보면, A씨는 4월 17일에 조사를 받지 않았다. 해경 진술조서는 4월 16일과 20일에만 작성돼 있다. 국정원은 세월호 선원을 조사했나. 했다면 언제, 무슨 이유로, 무엇을 조사했나.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세월호와 국정원, 의문은 끝나지 않았다.
이준석 선장 머문 해경 집, CCTV 영상 삭제 의혹
▲ CCTV기록 2시간 삭제 의혹을 보도한 MBC 보도. 2014년 5월 3일자 화면 캡쳐 ⓒ MBC
세월호 참사 직후 선장 이준석은 해경에서 4월 16일 1차 조사를 받고, 1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2차 조사를 받았다. 해경 관계자는 17일 2차 조사 후 오후 10시께 이준석 선장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당시 박아무개 경사와 목포해경은 '기자들의 취재 경쟁 때문'에 전남 무안군의 개인 아파트에서 이준석 선장을 재웠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당시 이준석 선장이 출입했던 아파트의 현관 CCTV 영상 2시간 분량이 삭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겨레와 MBC는 2014년 5월 3일 관련 보도를 했다. 2014년 5월 3일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해당 아파트의 CCTV는 수사 과정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확인하지 않았다"며 의혹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해 7월 9일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위에서 당시 법무부장관 황교안은 "이준석 선장을 재웠던 아파트 앞에 있던 CCTV 기록이 삭제되었다는 게 의문인데 보고 받으셨습니까"라는 김현미 국회의원의 질문에 "CCTV가 삭제되었다는 그런 의혹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받았습니다"라고 답했다.
황교안 장관은 "(CCTV는) 수사 자료이기 때문에 직접 보여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두 시간이란 말씀하신 시간동안 녹화가 안 된 것이 아니라 일부 흐리게 녹화되는 등 잘못된 작동이 아닌가 보고를 듣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검찰 확인 결과 삭제되지 않았고, 해당 기록은 수사 자료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한 달 전(2014년 6월 3일) 조사된 검찰 내부 기록에는 당시 CCTV가 2시간 분량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돼 있다. 검찰조사에서 CCTV 삭제 의혹과 관련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 정아무개씨는 "이준석 선장이 자고 간 이후부터 B언론사 기자들이 CCTV를 복사해갈 때까지 CCTV를 보거나 만진 사람이 전혀 없었고, 2014년 5월 1일 초소에서 기자들이 CCTV 녹화장면을 보고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와 있다.
▲ 해경 경사 아파트 CCTV 속에 등장하는 의문의 남자들에 대한 TV조선 의혹 보도. 2014년 5월 3일자 화면 캡쳐. ⓒ TV조선
경비 최아무개씨도 "2014년 4월 17일과 2014년 5월 1일 B언론사 기자 1명, C언론사 기자 2명이 관리실로 찾아와서 이준석 선장이 아파트에서 잤는데 언제 나갔는지 모르겠다면서 CCTV를 보여 달라고 하여 보여주자 B언론사 기자는 CCTV 녹화장면을 확인하고 알았다고 하고 나가고, C언론사 기자는 뭘 복사를 해야 한다고 하여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기계(녹화장면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만졌을 뿐 그 외 CCTV 녹화장면을 확인한 사람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5월 3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저렇게 계속 녹화되는 것도 희한한 일인데요. (누가 손을 댔다는 얘기인가요?) 손을 댔다든지, 누가 카메라 앞에 뭘 막아놨다든지..."라고 말했다.
MBC기자와 인터뷰한 직원이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동일한 직원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말한 '계속 녹화되는 것이 희한하다'는 설명은 이후 검찰조사에서 4월 17일 촬영된 CCTV 영상이 '갑자기 연속 동작으로 녹화'돼 복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됐다.
TV조선은 당일 CCTV 영상에 등장한 의문의 남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TV 조선] CCTV에 찍힌 의문의 인물? 2014.5.3.) TV조선이 공개한 CCTV영상을 확인하면 이준석 선장과 해경 경사의 뒤를 따랐던 2명의 인물은 박 경사가 집을 나간 이후 그의 집으로 들어간다. 박 경사의 아내는 그(박경사의 뒤를 따랐던 인물로 추정)가 밤새 이준석과 함께 있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당시 검경합수부가(박 경사 집에 함께 갔던 사람)이라고 지목했던 김아무개 경장은 정작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같이 안 갔다'며 CCTV의 인물은 본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해경 경사의 집에서 이준석 선장과 함께 '14시간을 보냈다'는 2명의 남자는 누구일까.
해경 아파트의 당시 CCTV 영상은 삭제된 것일까? 삭제됐다면 누가 그랬을까? 아파트 관리소 직원은 왜 관리소장·경비와는 다른 진술을 한 것일까. 검찰은 6월 3일 내부 보고서를 통해 삭제 가능성을 확인했고, 그 정황도 확인했는데 한 달 후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삭제 여부조차 부인했던 것일까.
검찰 내부 기록처럼 기자들의 실수로 삭제가 됐다면 왜 그에 대한 해명을 기자와 해당 매체에 요구하지 않았을까. 왜 해당 영상을 복사해간 기자에게 중요한 범죄 기록 반환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이 모든 일을 '조작 미숙', 실수로 정리한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준석 선장이 박 경사의 아파트에서 제3의 인물을 접촉했을 의혹에 대해 수사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많은 이들은 그 제3의 인물을 궁금해 하고 있다.
김현미 국회의원 : 이준석 선장을 재웠던 아파트 앞에 있던 CCTV 기록이 삭제되었다는 게 의문인데 보고 받으셨습니까?
황교안 법무부장관 : CCTV가 삭제되었다는 그런 의혹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받았습니다."
김현미 : 그렇습니까?"
황교안 : 그렇습니다.
김현미 : 이준석 선장이 들어오고 나간 CCTV 기록을 저희가 볼 수 있을까요?
황교안 : 수사자료이기 때문에 직접 보여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두시간이란 말씀하신 시간동안 녹화가 안 된 것이 아니라 일부 흐리게 녹화되는 등 잘못된 작동이 아닌가 보고를 듣고 있습니다.
김현미 : 누가 CCTV를 만진 적도 없고, 지금까지는 누군가 삭제를 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는데 그걸 누군가는 확인을 해야 되지 않습니까?"
황교안 : 검찰에서 확인한 바를 보고 드리는 것입니다. 저희가 조사한 결과를 보고드리는 것입니다.
<2014.7.9.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이준석·박한결·조준기 만난 투자전문 변호사
"확인한 사실에 의하면 세월호의 침몰에는 그 어떤 외부적인 원인은 없었다. 음모도 없었다. 사고는 별다른 사전징후 없이 갑자기 일어났고 침몰 속도는 너무 빨랐다. 어떠한 외부적 요소도 없었다는 일치된 진술을 접하고 천안함 사건 때 초래된 국론 분열 사태는 없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있었다. 그리고 사건은 단순해졌다. 제주 VTS에 구조를 요청한 8시55분부터 구조대가 도착한 9시30분까지가 규명되어야 한다."
2014년 4월 21일 강아무개 변호사가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조타수 조준기, 3등 항해사 박한결 선원을 면회한다. 6시간 동안의 면회를 마친 강 변호사는 그 내용을 보수언론인 조갑제씨가 운영하는 인터넷매체 '조갑제닷컴'에 기고 형태로 게재한다. 그는 단정한다. ①잠수함 등의 외부 장애물은 없었다. ②어떠한 외부적 요소도 없었다는 일치된 진술이었다 ③사고 발생 원인은 조타미숙인지 선박의 구조적 결함인지를 밝히면 된다.
강 변호사 참사의 원인을 선원과 해경으로 미루면서 어떠한 외력, 외부적 요인이 없었음을 거듭 강조한다. 4월 2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강변호사는 항로상에 장애물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세 사람의 공통된 진술로는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답한다.
"다른 어떤 제3의 요인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게 사건의 진상이라면, 사건은 굉장히 일단은 단순해져 있는 겁니다. 과연 그 당시에 조타수가 조타 미숙에 의해서 이런 배 미끄러짐 현상이 나타나고 배가 기울게 된 것이냐, 아니면 그 배의 구조적 결함에 의해서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냐, 아니면 그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인지, 이것을 규명하는 데 수사의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조와 수습에 정신이 없었던 참사 초기, 이준석 선장과 주요 피의자들을 만난 그는 누구인가. 강 변호사는 뉴타운과 투자전문 변호사였다. 법무법인 영진 소속으로 한국이주공사협회, 한국도시정비전문관리협회 고문변호사를 역임했다. 개포주공 재건축정지사업조합의 임시조합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변호사로도 특이한 경력이다. 그가 소속된 영진 변호사는 변호사 소개란에서 그가 재개발 조합의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총회 방해금지 가처분' 등을 통해 어떻게 재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도록 도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재개발 전문 변호사'로 매우 유능했던 그는 왜 갑자기 세월호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면회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CBS에서 강 변호사는 3명을 "각각 접견을 신청해서 만났다"며 "당시 찾아가서 그분들을 만나보니 체포된 이후로는 언론이나 TV보도로부터 완전히 차단이 되어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구치소 접견 신청은 본인이 거절하면 만날 수 없다. 이준석 등은 국회 국정조사 출석도 거부하고, 박한결은 특조위 청문회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그런 이들이 거부감 없이 6시간여를 만나 솔직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조갑제닷컴과 기고 이후 강 변호사는 어떠한 세월호 관련 활동도 하지 않았다.
그가 소속된 법무법인 영진의 대표 변호사 김수민은 2014년 5월 7일 국정원 2차장으로 내정됐다. 김수민 변호사는 부산지검, 대구지검 경주지청을 거쳐 서울지검 공안1부에서 공안검사로 활약했다. 오마이뉴스 보도(2014.5.9. 김수민 국정원 2차장과 사노맹, 정주영, 리영희)에 따르면 김수민은 공안검사 시절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들을 주로 처리하면서 관련자들에게 사형 등의 중형을 구형해왔던 인물이다. 국정원2차장은 국내 정보수집과 대공수사, 대테러, 방첨 등의 업무를 지휘하는 자리다.
고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에서도 김기춘 비서실장과 청와대는 애써 세월호를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만들려 애쓴다. 참사 직후에 주요 피의자들을 만나 그 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재개발 전문 변호사. 수사 과정에 숨어있는 누군가의 흔적들. 설명되지 않는 통화기록과 증거들. 제대로 된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 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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