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50807
수시로 이뤄진 '국정원 접대' 노트북 속에 남은 수상한 행적
[세월호 팩트리포트 2호] 양대홍 사무장 노트북 속 '국정원.hwp'의 정체
17.08.14 16:03 l 최종 업데이트 17.09.04 16:56 l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tippling) 편집: 최유진(youjin0213)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연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국민조사위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세월호 팩트리포트'를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 [팩트리포트1] 세월호 구조 다그치던 해경 항공기, 왜 25분만에 돌변했나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 SBS
"저희가 배가 들어오기 전인지, 그 직전에 옆에 증인(청해진 김아무개 부장)하고 이거를 저희는 몰랐어요. 몰라서 여객터미널 쪽의 사무실에 가서 '우리 배가 들어온다'하고 옆에 부장님하고 인사를 갔더니 거기에서 '국정원에 보안이라는 게 있다. 보안검사를 받아야 된다'라고 알려줘서 옆에 부장님하고 저는 그때 그 사실을 알고 그날 오후에 갔던 것 같습니다. 세월호 들어오기 바로 직전에요. 입항하기 전에." -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2016년 3월 29일 2차 청문회 '청해진 해운 증선 인가 과정' 세션에서 비공개증인 병
"2월 초순 경 세월호 출항 관련돼서 언론보도 자료를 갖다가 내야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전에 홍보가 돼야 손님 유치도 하고, 화물 유치도 하기 때문에. 그래서 박기청 상무(청해진해운)한테 '언론보도를 내려고 하는데 내도 좋겠느냐'그랬더니 '클리어가 됐다. 내도 좋다' 그래서 보도가 나갔고, 보도를 본 국정원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는데 이런 보도가 먼저 나가면 되느냐'하고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국정원에 찾아가서 거기에 대한 해명을 하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 특조위 2016년 3월 29일 2차 청문회 '청해진 해운 증선 인가 과정' 세션에서 청해진 해운 기획관리부장 김재범 증언
2013년 2월 21일 청해진 기획관리팀 조용준 부장은 김한식 선사 사장에게 김재범 부장과 국정원을 방문한 내용을 보고한다. 방문 이유는 세월호 출항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냈는데 보도를 본 국정원에서 '불쾌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간 화객선을 도입하고, 출항하는 과정, 그것도 언론 보도를 요청하고 마는 일에 국정원이 불쾌해하고, 그것 때문에 해명을 하러 선사의 담당자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일이 왜 일어난 걸까. 특조위 2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은 국정원과의 연관성을 애써 부인했으나 자신들의 일지, 보고서, 업무수첩에 적힌 내용까지 부정하지는 못했다.
2012년 세월호 도입 당시 청해진해운이 작성한 '나미노우에(세월호의 일본 운항 당시 선명) 도입 관련 업무담당 연락처' 문서 '운항관리 심의' 항목에 등장하는 '국정원 서OO 실장'부터. '국정원 사무실에 다녀왔습니다', '국정원 외 10명 세월타고 점검', '국정원과 선사대표 회의 라마도 호텔', 그 유명한 'Θ(세타)의 경고'까지. 참사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 온 국정원의 연관 의혹에 대해 국정원은 국회 국정조사에 형식적인 자료를 제출한 것 이외에는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의 진실에서 국정원의 역할은 어디쯤일까.
▲ 청해진 기획관리팀 조용준 2013.2.21.업무보고. 특조위 2차 청문회 자료집 ⓒ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
검찰 "국정원 지정업무 수행했을 뿐"
검찰은 2014년 10월 6일 세월호참사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정원 개입설, 폭침설, 잠수함 충돌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의혹의 근거가 되었던 양대홍 세월호 여객부 사무장의 노트북 내용에 대해 "국정원은 국가정보원법이나 보안업무규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해 국가보호장비 지정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발표했다. '세월호 이외에 씨스타크루즈호(1만5089톤) 등 다른 대형 여객선에 대해서도 보안 측정을 실시했다'며 검찰이 나서서 국정원의 세월호 증개축과 도입, 운영 관여설 일체를 부정해 준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발표내용은 국정원과 세월호 참사 관련성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을 뿐이다. 청해진해운 관계자와 관련 진술, 정황들은 국정원과 세월호가 거미줄처럼 연결돼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바닷물 속에서 3개월만에 발견된 노트북
2014년 6월 24일 세월호 선내 수색과정에서 양대홍 세월호 여객부 사무장이 사용한 노트북이 발견되었다. 노트북 바탕화면에는 일상적인 문서들과 함께 '국정원 지적사항.hwp'문건이 저장돼 있었다. '선내여객구역 작업예정사항'이란 부제를 단 채 2013년 2월 27일(수)에 최종 수정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에는 ▲천장 칸막이 및 도색작업 ▲자판기설치 ▲해양안전수칙 CD준비 ▲침대 등 등기구 교체 ▲화장실 휴지, 물비누 보충 등 세월호에 대한 상세한 작업지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3월 휴가계획서 작성제출(사무부/조리부) ▲2월 선용품 사용현황제출(사무부/조리부) ▲2월 작업수당 보고서 등 직원복지와 관련된 보고와 계획 등도 포함돼 있다. 민간 선박의 화장지 물비누 보충, 휴가계획서 작성 등이 '국가정보원법이나 보안업무규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한 지정업무'라는 해석이 어떻게 가능할까.
세월호 CCTV DVR(Digital video recorder, 영상저장장치)과 같이 발견된 양대홍 사무장 노트북 속 국정원 지적사항은 그 발견 과정도 예사롭지 않았다. 노트북은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난 2014년 6월 24일 선내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두 달 동안 바닷물에 잠겨있던 DVR과 노트북은 너무나 깨끗한 상태였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나서 노트북과 DVR을 복원했다. 양대홍 사무장 노트북에는 세월호 운행, 행사, 여객 업무를 위한 음악 파일들이 가득했고, 그 사이에서 '국정원 지적사항.hwp' 파일이 있었다.
가족대책위와 복원 업무에 참여했던 민변의 박주민, 김용민 변호사 등은 2014년 7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문건을 공개했다. 가족대책위는 "국정원은 세월호가 첫 출항을 하기 전인 2013년 2월 27일 세월호를 매우 꼼꼼하게 체크하고 지적했다. 문건의 작성 시기와 내용을 보면 국정원은 청해진 해운이 세월호를 구입하고, 증개축한 것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정원은 직원들의 3월 휴가 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2월 작업 수당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환풍기 청소작업, 조립작업, 로비계단 트랩 이물질 제거작업, 탈의실 수납장 신설 등까지 지적했다. 이러한 정황은 세월호의 소유주가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는 내용이며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이거나 운항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2014년 8월 국회 국정조사 답변자료를 통해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에 대해 해명했다. 국정원은 '국가보호 선박'인 세월호의 보안관리 체제, 인원 화물 검색 및 출입통제, 제한구역 지정 및 보호대책 등을 점검하였다는 것이다. 발견된 문건은 세월호 보안담당자로 임명된 양대홍 사무장이 본인의 작업을 수시로 업데이트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100개 지적사항 중 15-18번 지적사항만 국정원의 "(보안측정) 필요사항으로 언급한 바 있다"고 해명했으나 양대홍 사무장이 국정원과 관련이 없는 내용들을 국정원 지적사항이란 제목의 파일에 넣어 함께 관리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은 2013년 2월 21일 보안측정 관련 내용을 점검하기 위해 국정원에 다녀왔다. 보안 측정 이후 세월호 허가 앞뒤로도 '국정원'은 곳곳에서 등장한다. 청해진해운 이성희 제주지역본부장은 2013년 3월 14일 '세월호 면허나다.?11 세월아 네월오 1개월간 점검?11 손톱 밑에 가시는 언제 빼나? 괘씸죄가 이런 것인가?'라고 적었다. 3월 19일에는 '국정원 외 10명 세월타고 내려오(점검차) 관광 후 세월타고 가다'란 내용이 나온다. 어렵게 인천항만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것을 기념한 여행이었을까.
청해진 소속 선박 '보고계통도'에만 국정원 나와
청해진해운의 국정원 접대는 제법 오랫동안 진행돼 온 것으로 보인다. 청해진해운 여객영업팀 주간업무계획에는 2013년 2월 18일 '국정원 백령도 승선요금 할인율 축소 확정(2.13)(4만4000원→4만8500원) 등 국정원 접대기록이 수시로 등장한다. <미디어오늘>은 청해진해운의 내부 자료 등을 근거로 2011년부터 2014년 세월호 참사 한 달 전까지 10여차례 청해진해운과 국정원과의 미팅, 면담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2011년 1월 28일 국정원 점심식사 미팅(2월 왕복이용 협의 외)'를 시작으로 점검, 미팅과 '2014년 1월 20일 국정원 미팅(1/20 월), 2014년 3월5일 국정원(세기:안보관광 담당자) 접대'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 청해진해운 주간업무계획 중 국정원 접대기록. 특조위 2차 청문회 자료집 ⓒ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
세월호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상에 국정원(인천지부)이 포함돼 있는 점도 아직까지 제대로 해명되지 못한 과제다. 국정원은 2014년 7월 국회 국정조사에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작성·승인에 전혀 관여한 바 없으며, (청해진해운 측이)선박 테러·피랍사건에 대비하여 포함시켰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해명했다. 청해진 해무이사 안기현은 청해진해운 2심 재판에서 "인천에 있는 여객선은 전부 다 국정원에 보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증언하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정원이 국가보호장비로 지정관리하는 국내 운항 2000톤급 이상 연안여객선 17대 중 '운항관리규정'(세월호 2013. 2 .25.해경승인)의 '해상사고보고계통도'에 국정원을 1차 보고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청해진해운 소속 선박인 세월호와 오하마나호, 밖에 없다. 또 청해진소속의 데모크라시 5호는 396톤급의 소형 여객선으로 '국가보호장비' 지정대상이 아님에도 세월호와 같이 해양사고보고계통도(2012.1.25. 최종수정)에 국정원이 명시되어 있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참고로 특조위 조사 결과 2014년 2월 7일 작성된 오하마나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상사고보고계통도'에는 국정원 지부 대신 해군2함대 상황실이 들어가 있고, 오하마나호 내부에 붙어있는 '해상사고보고계통도'에는 국정원이 1차 보고대상으로 되어 있다.
국정원은 세월호 참사를 언제 처음 알았을까. 역시 국회 국정조사에서 국정원은 "국정원 상황실은 09:19 YTN 뉴스 속보를 통해 사고를 최초 인지하고, 원장 등 지휘부와 원내 유관부서에 '진도 부근 해상 500명 탄 여객선 조난신고'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즉각 전파하였"으며, "이후 국정원 상황실장은 09:30경 언론보도 내용 등을 종합하여 세월호 사고 내용을 국정원장에게 구두 보고하였다"고 밝혔다. 실제 해경 본청 상황실(2242번) 교신기록을 보면 9시 32분 50초에 국정원 상황실 파견 황아무개 경위가 "지금 언론에 보니까 여객선 조난신고 들어왔다던데, 그 상황 혹시 뭐 만들어진 거 있나요?"라고 묻는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014년 5월 20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제가 듣기로는 (국정원이) 전화로 사고 보고를 받았다고 돼 있고, 그 보고는 세월호 선원이 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당연한 일이지만 국정원은 제출요구 자료를 통해 "국정원은 세월호 사고 관련 세월호 선원으로부터 보고 받은 바 없으며, 총리실에서도 국회 긴급 현안 질의 답변 당일(5.20).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총리 발언 내용은 사실이 아니므로 바로 잡는다'고 정정"했다고 밝혔다.
청해진해운 김재범 부장은 참사 당일 9시 38분 국정원 직원인 하아무개와 김한식 선사 사장에게 동시에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9시 38분, 10시 23분, 오후 8시 12분 등 국정원 하아무개와 3회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언론 보도 내용을 문자 메시지로 전송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재범 부장의 핸드폰에는 14개의 국정원 직원 연락처가 저장돼 있기도 했다.
▲ 청해진해운 김재범 부장 통화기록. 특조위 2차 청문회 자료집 ⓒ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
세월호 진실찾기, 국정원에서부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정원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특조위 역시 국정원의 자료제출, 사실상의 조사 거부로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국정원을 조사하지 않고 진상규명이 가능할까?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왜 국회에서 "세월호 선원으로부터 국정원이 최초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을까. 청해진해운 내부 자료와 직원들의 수첩, 기록에 수시로 등장하는 국정원. 국정원 직원들이 세월호를 수시로 이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 '선박 테러 피랍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는 국정원의 어이없는 해명, '국정원의 고유 업무였다'는 검찰의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
국정원에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원, 청해진해운의 관계자, 서류 작성자, 국정원 인천지부 하아무개, 해경본청 상황실과 통화한 국정원 황아무개, 정홍원 전 총리. 세월호 진실 찾기는 여기서부터, 국정원에서부터 시작하자.
수시로 이뤄진 '국정원 접대' 노트북 속에 남은 수상한 행적
[세월호 팩트리포트 2호] 양대홍 사무장 노트북 속 '국정원.hwp'의 정체
17.08.14 16:03 l 최종 업데이트 17.09.04 16:56 l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tippling) 편집: 최유진(youjin0213)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연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국민조사위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세월호 팩트리포트'를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 [팩트리포트1] 세월호 구조 다그치던 해경 항공기, 왜 25분만에 돌변했나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 SBS
"저희가 배가 들어오기 전인지, 그 직전에 옆에 증인(청해진 김아무개 부장)하고 이거를 저희는 몰랐어요. 몰라서 여객터미널 쪽의 사무실에 가서 '우리 배가 들어온다'하고 옆에 부장님하고 인사를 갔더니 거기에서 '국정원에 보안이라는 게 있다. 보안검사를 받아야 된다'라고 알려줘서 옆에 부장님하고 저는 그때 그 사실을 알고 그날 오후에 갔던 것 같습니다. 세월호 들어오기 바로 직전에요. 입항하기 전에." -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2016년 3월 29일 2차 청문회 '청해진 해운 증선 인가 과정' 세션에서 비공개증인 병
"2월 초순 경 세월호 출항 관련돼서 언론보도 자료를 갖다가 내야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전에 홍보가 돼야 손님 유치도 하고, 화물 유치도 하기 때문에. 그래서 박기청 상무(청해진해운)한테 '언론보도를 내려고 하는데 내도 좋겠느냐'그랬더니 '클리어가 됐다. 내도 좋다' 그래서 보도가 나갔고, 보도를 본 국정원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는데 이런 보도가 먼저 나가면 되느냐'하고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국정원에 찾아가서 거기에 대한 해명을 하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 특조위 2016년 3월 29일 2차 청문회 '청해진 해운 증선 인가 과정' 세션에서 청해진 해운 기획관리부장 김재범 증언
2013년 2월 21일 청해진 기획관리팀 조용준 부장은 김한식 선사 사장에게 김재범 부장과 국정원을 방문한 내용을 보고한다. 방문 이유는 세월호 출항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냈는데 보도를 본 국정원에서 '불쾌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간 화객선을 도입하고, 출항하는 과정, 그것도 언론 보도를 요청하고 마는 일에 국정원이 불쾌해하고, 그것 때문에 해명을 하러 선사의 담당자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일이 왜 일어난 걸까. 특조위 2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은 국정원과의 연관성을 애써 부인했으나 자신들의 일지, 보고서, 업무수첩에 적힌 내용까지 부정하지는 못했다.
2012년 세월호 도입 당시 청해진해운이 작성한 '나미노우에(세월호의 일본 운항 당시 선명) 도입 관련 업무담당 연락처' 문서 '운항관리 심의' 항목에 등장하는 '국정원 서OO 실장'부터. '국정원 사무실에 다녀왔습니다', '국정원 외 10명 세월타고 점검', '국정원과 선사대표 회의 라마도 호텔', 그 유명한 'Θ(세타)의 경고'까지. 참사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 온 국정원의 연관 의혹에 대해 국정원은 국회 국정조사에 형식적인 자료를 제출한 것 이외에는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의 진실에서 국정원의 역할은 어디쯤일까.
▲ 청해진 기획관리팀 조용준 2013.2.21.업무보고. 특조위 2차 청문회 자료집 ⓒ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
검찰 "국정원 지정업무 수행했을 뿐"
검찰은 2014년 10월 6일 세월호참사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정원 개입설, 폭침설, 잠수함 충돌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의혹의 근거가 되었던 양대홍 세월호 여객부 사무장의 노트북 내용에 대해 "국정원은 국가정보원법이나 보안업무규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해 국가보호장비 지정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발표했다. '세월호 이외에 씨스타크루즈호(1만5089톤) 등 다른 대형 여객선에 대해서도 보안 측정을 실시했다'며 검찰이 나서서 국정원의 세월호 증개축과 도입, 운영 관여설 일체를 부정해 준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발표내용은 국정원과 세월호 참사 관련성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을 뿐이다. 청해진해운 관계자와 관련 진술, 정황들은 국정원과 세월호가 거미줄처럼 연결돼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바닷물 속에서 3개월만에 발견된 노트북
2014년 6월 24일 세월호 선내 수색과정에서 양대홍 세월호 여객부 사무장이 사용한 노트북이 발견되었다. 노트북 바탕화면에는 일상적인 문서들과 함께 '국정원 지적사항.hwp'문건이 저장돼 있었다. '선내여객구역 작업예정사항'이란 부제를 단 채 2013년 2월 27일(수)에 최종 수정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에는 ▲천장 칸막이 및 도색작업 ▲자판기설치 ▲해양안전수칙 CD준비 ▲침대 등 등기구 교체 ▲화장실 휴지, 물비누 보충 등 세월호에 대한 상세한 작업지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3월 휴가계획서 작성제출(사무부/조리부) ▲2월 선용품 사용현황제출(사무부/조리부) ▲2월 작업수당 보고서 등 직원복지와 관련된 보고와 계획 등도 포함돼 있다. 민간 선박의 화장지 물비누 보충, 휴가계획서 작성 등이 '국가정보원법이나 보안업무규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한 지정업무'라는 해석이 어떻게 가능할까.
세월호 CCTV DVR(Digital video recorder, 영상저장장치)과 같이 발견된 양대홍 사무장 노트북 속 국정원 지적사항은 그 발견 과정도 예사롭지 않았다. 노트북은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난 2014년 6월 24일 선내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두 달 동안 바닷물에 잠겨있던 DVR과 노트북은 너무나 깨끗한 상태였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나서 노트북과 DVR을 복원했다. 양대홍 사무장 노트북에는 세월호 운행, 행사, 여객 업무를 위한 음악 파일들이 가득했고, 그 사이에서 '국정원 지적사항.hwp' 파일이 있었다.
가족대책위와 복원 업무에 참여했던 민변의 박주민, 김용민 변호사 등은 2014년 7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문건을 공개했다. 가족대책위는 "국정원은 세월호가 첫 출항을 하기 전인 2013년 2월 27일 세월호를 매우 꼼꼼하게 체크하고 지적했다. 문건의 작성 시기와 내용을 보면 국정원은 청해진 해운이 세월호를 구입하고, 증개축한 것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정원은 직원들의 3월 휴가 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2월 작업 수당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환풍기 청소작업, 조립작업, 로비계단 트랩 이물질 제거작업, 탈의실 수납장 신설 등까지 지적했다. 이러한 정황은 세월호의 소유주가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는 내용이며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이거나 운항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2014년 8월 국회 국정조사 답변자료를 통해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에 대해 해명했다. 국정원은 '국가보호 선박'인 세월호의 보안관리 체제, 인원 화물 검색 및 출입통제, 제한구역 지정 및 보호대책 등을 점검하였다는 것이다. 발견된 문건은 세월호 보안담당자로 임명된 양대홍 사무장이 본인의 작업을 수시로 업데이트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100개 지적사항 중 15-18번 지적사항만 국정원의 "(보안측정) 필요사항으로 언급한 바 있다"고 해명했으나 양대홍 사무장이 국정원과 관련이 없는 내용들을 국정원 지적사항이란 제목의 파일에 넣어 함께 관리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은 2013년 2월 21일 보안측정 관련 내용을 점검하기 위해 국정원에 다녀왔다. 보안 측정 이후 세월호 허가 앞뒤로도 '국정원'은 곳곳에서 등장한다. 청해진해운 이성희 제주지역본부장은 2013년 3월 14일 '세월호 면허나다.?11 세월아 네월오 1개월간 점검?11 손톱 밑에 가시는 언제 빼나? 괘씸죄가 이런 것인가?'라고 적었다. 3월 19일에는 '국정원 외 10명 세월타고 내려오(점검차) 관광 후 세월타고 가다'란 내용이 나온다. 어렵게 인천항만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것을 기념한 여행이었을까.
청해진 소속 선박 '보고계통도'에만 국정원 나와
청해진해운의 국정원 접대는 제법 오랫동안 진행돼 온 것으로 보인다. 청해진해운 여객영업팀 주간업무계획에는 2013년 2월 18일 '국정원 백령도 승선요금 할인율 축소 확정(2.13)(4만4000원→4만8500원) 등 국정원 접대기록이 수시로 등장한다. <미디어오늘>은 청해진해운의 내부 자료 등을 근거로 2011년부터 2014년 세월호 참사 한 달 전까지 10여차례 청해진해운과 국정원과의 미팅, 면담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2011년 1월 28일 국정원 점심식사 미팅(2월 왕복이용 협의 외)'를 시작으로 점검, 미팅과 '2014년 1월 20일 국정원 미팅(1/20 월), 2014년 3월5일 국정원(세기:안보관광 담당자) 접대'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 청해진해운 주간업무계획 중 국정원 접대기록. 특조위 2차 청문회 자료집 ⓒ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
세월호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상에 국정원(인천지부)이 포함돼 있는 점도 아직까지 제대로 해명되지 못한 과제다. 국정원은 2014년 7월 국회 국정조사에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작성·승인에 전혀 관여한 바 없으며, (청해진해운 측이)선박 테러·피랍사건에 대비하여 포함시켰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해명했다. 청해진 해무이사 안기현은 청해진해운 2심 재판에서 "인천에 있는 여객선은 전부 다 국정원에 보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증언하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정원이 국가보호장비로 지정관리하는 국내 운항 2000톤급 이상 연안여객선 17대 중 '운항관리규정'(세월호 2013. 2 .25.해경승인)의 '해상사고보고계통도'에 국정원을 1차 보고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청해진해운 소속 선박인 세월호와 오하마나호, 밖에 없다. 또 청해진소속의 데모크라시 5호는 396톤급의 소형 여객선으로 '국가보호장비' 지정대상이 아님에도 세월호와 같이 해양사고보고계통도(2012.1.25. 최종수정)에 국정원이 명시되어 있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참고로 특조위 조사 결과 2014년 2월 7일 작성된 오하마나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상사고보고계통도'에는 국정원 지부 대신 해군2함대 상황실이 들어가 있고, 오하마나호 내부에 붙어있는 '해상사고보고계통도'에는 국정원이 1차 보고대상으로 되어 있다.
국정원은 세월호 참사를 언제 처음 알았을까. 역시 국회 국정조사에서 국정원은 "국정원 상황실은 09:19 YTN 뉴스 속보를 통해 사고를 최초 인지하고, 원장 등 지휘부와 원내 유관부서에 '진도 부근 해상 500명 탄 여객선 조난신고'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즉각 전파하였"으며, "이후 국정원 상황실장은 09:30경 언론보도 내용 등을 종합하여 세월호 사고 내용을 국정원장에게 구두 보고하였다"고 밝혔다. 실제 해경 본청 상황실(2242번) 교신기록을 보면 9시 32분 50초에 국정원 상황실 파견 황아무개 경위가 "지금 언론에 보니까 여객선 조난신고 들어왔다던데, 그 상황 혹시 뭐 만들어진 거 있나요?"라고 묻는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014년 5월 20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제가 듣기로는 (국정원이) 전화로 사고 보고를 받았다고 돼 있고, 그 보고는 세월호 선원이 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당연한 일이지만 국정원은 제출요구 자료를 통해 "국정원은 세월호 사고 관련 세월호 선원으로부터 보고 받은 바 없으며, 총리실에서도 국회 긴급 현안 질의 답변 당일(5.20).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총리 발언 내용은 사실이 아니므로 바로 잡는다'고 정정"했다고 밝혔다.
청해진해운 김재범 부장은 참사 당일 9시 38분 국정원 직원인 하아무개와 김한식 선사 사장에게 동시에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9시 38분, 10시 23분, 오후 8시 12분 등 국정원 하아무개와 3회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언론 보도 내용을 문자 메시지로 전송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재범 부장의 핸드폰에는 14개의 국정원 직원 연락처가 저장돼 있기도 했다.
▲ 청해진해운 김재범 부장 통화기록. 특조위 2차 청문회 자료집 ⓒ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
세월호 진실찾기, 국정원에서부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정원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특조위 역시 국정원의 자료제출, 사실상의 조사 거부로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국정원을 조사하지 않고 진상규명이 가능할까?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왜 국회에서 "세월호 선원으로부터 국정원이 최초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을까. 청해진해운 내부 자료와 직원들의 수첩, 기록에 수시로 등장하는 국정원. 국정원 직원들이 세월호를 수시로 이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 '선박 테러 피랍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는 국정원의 어이없는 해명, '국정원의 고유 업무였다'는 검찰의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
국정원에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원, 청해진해운의 관계자, 서류 작성자, 국정원 인천지부 하아무개, 해경본청 상황실과 통화한 국정원 황아무개, 정홍원 전 총리. 세월호 진실 찾기는 여기서부터, 국정원에서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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