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78747&PAGE_CD=N0120

곽노현 재판, 다 좋았는데... 이건 별로였다
[재판 방청기] 최초 기소 내용과 변함 없는 검찰, 실망입니다
12.01.02 11:57 ㅣ최종 업데이트 12.01.02 11:57  이부영 (eboo0)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시작한 곽노현 서울교육감에 대한 마지막 재판이 한 해가 저물어가는 30일에 있었습니다. 이번 재판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마지막 재판이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동안 열렸던 재판은 학기 중이라 자주 방청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재판에서는 검찰 구형과 변호사의 변론과 피고의 최후 변론이 있다 하니 더욱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판은 오전 10시부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도 학교에 출근해서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일을 급하게 마치고 출발하니 늦은 오후가 됐습니다. 법원으로 가는 도중, 현장에 있는 분께 검찰이 곽노현 교육감에게 징역 4년을, 박명기 교수에게는 징역 3년과 추징금 2억 원을, 강경선 교수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동안 재판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지켜보면서 '곽노현 교육감의 혐의가 많이 해소됐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구형 소식을 들으니 검찰은 '여전히 기소 때와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재판정 분위기, 마치 학술대회 같았다

▲ 지난 9월 서울시교육청 정문 모습 곽노현 교육감이 구속된 뒤 서울시교육청 정문에 붙은 곽노현교육감의 무죄와 석방을 주장하는 글들 ⓒ 이부영

저녁 시간부터 변호사들의 변론을 시작으로 피고들의 최후 변론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마지막 재판은 자정을 넘겨 31일 오전 1시 30분에 끝났습니다. 저는 서리가 살짝 내린 새벽에 눈물과 웃음이 뒤범벅된 후끈한 재판정을 나섰습니다. 그러다 지난 9월 10일, 곽노현 교육감이 양복을 입고 검찰청에 들어간 뒤 구속이 된 시각도 바로 이 새벽 같은 시각이었다는 것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모든 재판이 끝난 그 시각, 전철이 끊긴 그 시각에 사람들은 재판정을 나서서 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른바 '곽노현 교육감 사건'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마음을 졸였던 사람은 당사자인 곽노현 교육감 본인과 박명기 교수와 강경선 교수,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었지만, 수많은 이들도 함께 마음을 졸여왔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더 하겠지만, 많은 이들은 지난 넉 달 동안 재판과정에서 사건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했습니다. 그때마다 트위터 타임라인이 들끓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몰랐던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새로운 긍정적인 사실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사건'의 실체가 나름 보였습니다. 그럴수록 기대와 희망이 싹텄습니다.

제가 그동안 곽노현 교육감 재판정에 다녀온 소감을 정리하자면, 재판정의 분위기가 범죄 여부를 다투는 곳이 아닌 학술대회 분위기, 또는 학술대회 후 뒤풀이 같은 분위기였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마치 100분 토론 같다'고도 했습니다. 언론에 쓰인 기사와 재판정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저는 이런 재판정의 분위기를 이끈 사람이 바로 이번 재판을 책임지고 있는 김형두 판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재판에서 변호사들과 피고들의 최후 변론에서도 나왔듯이, 이번 재판을 맡은 김 판사는 그동안 재판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도 남을 만큼 재판 과정에서 잘 웃고, 학구적이고, 공평하고, 인간적이었습니다. 재판 날짜를 잡을 때나 시간 연장 여부를 결정할 때도 본인의 기준이 아닌, 피고와 증인들과 변호인들을 먼저 걱정했고, 피고들의 식사시간과 쉬는 시간을 늘 챙겼습니다. 속기사의 노동 강도를 먼저 걱정했습니다.

재판장도 사람이기에, 연일 이어지는 재판과 산처럼 쌓아놓은 재판 기록을 살피느라 피곤한지 재판 도중 하품도 하고 피곤한 기색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늘 웃으면서 피고와 증인들의 말을 귀담아들어 줬습니다. 목소리는 위압적이지 않았고 조용하면서 부드러웠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누구나 법정에서 겁을 먹지 않고 편하게 재판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고로 재판받은 것은 '영광'이고, '행복한 여행'"
 
▲ 촛불 문화제 곽노현 교육감 석방을 위한 촛불문화제를 주말마다 열었습니다. ⓒ 이부영

이런 재판정의 분위기를 두고 강경선 교수는 최후 변론에서 "헌법학자로서 피고의 자격으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을 한편으로 '영광'이라 생각한다"며 "행복한 '여행'"이라고도 말했습니다. 피고인 신분임에도 말입니다. 김형두 재판장은 증인이든 피고든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하게 하고, 불리한 말은 하지 않아도 좋다고 충고하기도 했습니다. 피고나 증인한테 불리한 심문을 자주 반복해서 할 때는 검찰에게 따끔한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강 교수는 "이런 분위기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어떤 죄를 지은 사람도 행복할 것"이라며 "그동안 그렇지 않은 분위기에서 재판을 받았던 사람들은 얼마나 불행했을까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재판과정에서는 OHP와 컴퓨터, CD, MP3, 인터넷 검색, 로드맵, PPT 같은 장치들이 자주 사용됐습니다. 12월 30일, 곽노현 교육감 측 변호사의 변론에서 한 변호사는 무죄근거를 만화로 작성해서 보여주면서 변론을 했습니다. 또한, 강 교수의 최후 변론은 '진실되게'라는 법의 기본으로서 법철학과 자신의 삶을 통해 구현하려고 했던 '이(理)와 의(義)'에 대한 삶의 철학을 공감하게 하는 유익한 강의이기도 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 측 변호사들은 변론 내용을 PPT로 작성해 보여주면서 이 재판에 대한 법률적 공방을 상세하게 풀어 주는 것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진행해 왔던 재판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차례대로 상세하게 정리해 보여줬습니다. 저는 이번 마지막 재판뿐만 아니라, 그동안에 재판정에 갔다 오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워오곤 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 역시 법학자답게 수감 생활을 하면서 재판을 하는 과정이 헛되지 않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수감 기간 동안 논문구상을 마치고 논문 목차까지 정리해 놓았다고도 했습니다. 역시 학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논문인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앞으로 한 편이 아닌 수많은 논문들을 쏟아낼 것 같습니다.
 
검찰은 이른바 '곽노현 사건' 이후 곽 교육감을 '공모해서 돈으로 상대 후보를 매수한' '그래서 선거질서를 어지럽혀서 엄벌에 처해야 하는' '중죄를 내려야 하는' '죄질이 무거운' '파렴치한' 범죄자로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 넉 달 동안 재판을 거듭할수록 곽 교육감은 교육감 이전에 선하디 선한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재판 내용을 조금이라도 관심갖고 본 사람이라면 이 사건에 얽힌 주변 사람들 역시 험한 세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선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없다'는 속담이 무색할 만큼 곽 교육감은 '털면 털수록 미담이 나오는' 사람이었다고 느껴졌습니다. 저도 이번 사건을 통해 곽 교육감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특히 훌륭한 점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지난 넉 달 동안 지나온 재판과정은 당사자들은 물론 지켜보는 사람들도 매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재판의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고 매우 많은 깨달음과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저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초 기소 때와 변함없는 검찰

▲ 촛불문화제에서 이번 재판과정에 참여하면서 자유로운 재판과정과 달리 여전히 구식이고 권위적인 검찰태도를 보면서, 검찰의 문제를 잘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 이부영

그러나 그동안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이 재판에 참여해 온 피고와 변호사, 그리고 방청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아쉽고 안타까워한 점은 오직 검찰에게는 이런 수고와 노력과 시간들이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강 교수와 곽 교육감이 최후 변론에서도 지적했듯이 검찰은 넉 달의 수고와 시간들을 무의미하게 만들 만큼 최초 기소 내용과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뒤 혐의를 입증할 만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도 없고, 오직 최초의 기소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학자인 강경선 교수와 곽노현 교육감은 최후 변론에서 검찰을 학자로서 엄하게 꾸짖을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강경선 교수는 '진실되게'와 '정의와 질서'를 위한 검찰이 오로지 범죄를 구성하는데만 힘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곽노현 교육감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정예라는 공안부 검사들이 무능하고 직무를 유기했기 때문에 이를 몰랐다고 하면 실례가 되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금 나하고 자리를 바꿔 앉아야 한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곽노현 교육감은 변호사들이 불리할 지도 모르니 하지 말라는 말도, 제출에 동의하지 말라는 자료도,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두 다 말하고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실천 했음은 물론입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마지막 변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내게 이로운 것이 진실이 아니라 진실이 내게 이로운 것이라는 생각에 검찰에서는 물론이고 공판과정에서 최고도의 진실과 정직에 충성하고자 했다. 내가 사전에 후보매수나 뒷돈거래를 욕망하거나 인지·승인하지 않았다는 숱한 증거들이 있다. 그럼에도 (측근들 간)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억측은 깊고 오해는 무성했다.
 
검찰은 이 오해와 억측을 제시한 것 외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를 조사하고 녹취록도 보면서, 박 후보 쪽은 1백% 약속이 있다고 믿고 있었던 반면 우리 쪽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면서도 최초의 시나리오를 지금까지 몰고 왔다."

저는 곽노현 교육감의 최후 변론을 끝으로 재판이 바로 끝날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김형두 재판장은 다시 직원에게 CD를 건네주고 스피커와 노트북을 준비시켜서 (ㄱ씨가 불법으로 녹음해서 동의하지 않는 한 증거자료로 채택할 수 없었던) 녹음내용과 녹취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세 가지 녹음자료를 공개적으로 들려줘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이 작업은 그동안에 김형두 재판장이 한결같이 보여준 태도였습니다. 피고가 필요하다싶은 내용이 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김형두 재판장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녹음자료를 확인하는 것을 끝으로 마지막 재판을 끝났습니다. 방청석은 마지막 재판을 지켜보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어둠을 뚫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강경선 교수도 최후 변론에서 따끔하게 충고했듯이 '우리나라 재판 수준은 많이 높아졌는데, 검찰의 수준은 여전히 옛날 수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의 태도도 그렇지만, 기소할 때와 구형을 할 때 검찰이 쓰는 용어도 아주 구식이었고, 아무리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기분 나쁜 용어를 사용하면 저절로 반발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제는 검찰의 태도와 검찰이 쓰는 용어도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직 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을 포승줄로 묶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백여 차례 넘게 포승줄에 묶였다고 합니다. 사람을 해한 험악한 범죄 혐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주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처사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선고는 1월 6일 오전 11시에 내려진다고 합니다. 그동안 재판과정은 모두가 많이 배우고 깨우치는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를 포함해서 지난 재판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곽노현 교육감의 개인과 선의에 대해서, 그리고 무혐의에 대해서 이전보다 더욱 돈독하게 믿게 됐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곽노현 교육감과 함께할 올바른 교육의 길을 미리 그려보고 있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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