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3614
또 세운 세종보, 입벌린 채 죽은 조개만 수북
[현장] 툭 하면 멈추는, 4대강 훈·포장 받은 최첨단 세종보
17.09.26 16:46 l 최종 업데이트 17.09.26 16:46 l 김종술(e-2580)
▲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찾아간 세종보 수문 아래에 장비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 김종술
'최첨단'을 자랑하는 세종보가 또다시 정비에 들어갔다. 한국수자원공사(아래 수공)측에 문의하니 "보의 수문인 전도식가동보의 유압 실린더에 쌓인 토사를 제거하는 간단한 정비"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4번, 올해만 세 번째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의 보의 하자보수는 제각각이다. 백제보는 10년, 공주보는 5년인 반면 공사비용이 비슷한 세종보의 하자보수 기간은 유독 짧은 3년이다. 수공은 지난해 5조 6천억 원에 달하는 4대강 부채를 손실 처리하면서 창사 이후 최대인 6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적자에 허덕이는 수공의 입장에선 보의 유지보수비용까지 책임져야 하기에 크나큰 부담이다.
▲ ‘최첨단 가동보’로 자랑하는 세종보 관리사무소 입구엔 ‘행복한 금강 세종의 시대를 연다’라고 적혀있다. ⓒ 김종술
26일 이른 새벽에 찾아간 세종보엔 어스름한 안개가 끼었다. 세종보 관리사무소 앞 커다란 대리석 앞면엔 '행복한 금강 세종의 시대를 연다'라고, 뒷면엔 금강 7경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수공 보트가 정박한 선착장에 부유물이 밀려들었다. 간장 빛으로 변한 강물에 녹조가 뒤섞여있다. 앙상하게 말라죽은 버드나무 군락지는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안개가 끼고 이격거리 때문인지 수력발전소에서 전동식가동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어렴풋이 공사 장비만 눈에 띄었다. 가까이서 보기 위해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금강 세종지구'로 들어가는 입구엔 쇠기둥이 촘촘히 새워져 있다.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100m 떨어진 자전거도로와 산책로에도 쇠기둥에 자물쇠로 채워놓았다. 세종특별자치시장 명의로 쓴 붉은 글씨의 경고판도 있다.
▲ 세종보 좌안으로 출입하는 모든 도로엔 쇠기둥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 김종술
'경고문, 이곳은 수변공원으로 시민의 안전과 생태계 보호를 위하여 모든 차량을 금지하고 있으며 불법으로 출입하여 수로/어로행위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추석을 앞두고 제방 둔치는 말끔하게 풀을 깎았다. 그러나 강물과 만나는 수변 둔치에 키 높이 만큼 자란 풀은 그대로 내버려 뒀다. 물과 사람들의 이격거리를 만들고 물가에 다가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인적이 드문 건너편 세종보로 내려가는 입구를 막아 놓은 시설물이 한쪽으로 치워져 있다. 차량이 드나들었는지 잡풀이 자라던 곳엔 차량 바퀴 자국이 어지럽다.
세종보 어도부터 풍기는 악취
▲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으로 사각 틀에 바퀴가 달린 운반기구가 공사를 위해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 밖으로 드러났다. ⓒ 김종술
강물과 만나는 지점부터 스멀스멀 악취가 풍긴다. 물고기 이동통로인 어도엔 폐그물이 걸려있다. 가슴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입고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강바닥을 뒤덮은 펄들 때문에 발을 옮길 때마다 뿌옇게 일어난다. 버려진 녹슨 장비가 보였다.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으로 사각 틀에 바퀴가 달린 운반기구가 공사를 위해 수위를 낮추면서 물 밖으로 드러났다.
상류에서 흘러온 물이 넘쳐흐르는 콘크리트 고정보를 윙윙거리는 쇠파리들이 먼저 반긴다. 콘크리트 보엔 녹조 찌꺼기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다. 숨쉬기가 거북할 정도다. 펄조개, 말조개, 재첩 등도 입을 벌리고 죽어있다. 파란색, 주황색 대형호스가 어지럽게 널렸다. 대형모터에서 기중기까지 각종 장비가 있다.
▲ 수력발전소 건너편 1번 수문의 유압실린더가 있는 구조물 30개를 분리해 놓았다. ⓒ 김종술
▲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찾아간 세종보 수문 아래에 장비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 김종술
전도식가동보는 지지대에 의지하고 있었다. 수문 아래쪽에 30개의 유압실린더 관은 모조리 분리해 벽에 새워놓았다. 보 밑으로 쉼 없이 물이 쏟아져 나온다. 실린더 관에서 걷어낸 것으로 보이는 토사가 아래쪽에 쌓여있다. 보의 안전을 위해 쌓아놓은 사석보호공 틈에는 각종 쓰레기가 끼어 있다.
수공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오전 7시부터 2시간 정도를 돌아봤다. 공사를 알리는 안내표지판은 없다. 오전 9시가 되자 '긴급보수'라고 적힌 수공 차량이 자물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작업 차량이 뒤따라 들어갔다.
▲ 세종보 콘크리트 고정보에는 녹조찌꺼기가 덕지덕지 붙어 악취를 풍기고 있다. ⓒ 김종술
수공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린더 실 토사 제거다. 지난해처럼 안쪽에 쌓인 흙을 퍼내는 작업이다. 유속이 느린 1번(수력발전소 건너편) 수문만 하는 것이다. 크레인 등 작업비용이 9백만 원 정도가 투입된다. 공사는 25일부터 시작되어 3~4일 정도 걸린다. 다만 비가 온다면 더 늦어질 수 있다. 안내표지판은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인터뷰에서 "세종보는 2014년 14억 원(유지관리 및 인건비) 2015년 17억 원 정도가 들어갔다"고 전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수력발전소에서 얻어지는 이익과 유리관리 보수 및 인건비용으로 50 : 50으로 경제성도 없다"고 지적했었다.
▲ 세종보 유압 실린더 보수공사를 위해 각종 장비가 들어와 있다. ⓒ 김종술
한편, 지난 2009년 5월 착공한 세종보는 21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건설했다. 총 길이 348m(고정보 125m, 가동보 223m), 높이 2.8~4m의 저수량 425㎥의 '전도식 가동보'다. 지난 2012년 6월 20일 준공했고, 정부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훈·포장을 수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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