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13037.html

증거들 속속 나오자…‘정쟁’으로 몰아가는 MB
등록 :2017-09-28 20:44 수정 :2017-09-28 21:49

불법·탈법 지시 여부 해명 않고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 있을 것”
“적폐청산 미명하에 일어나는 퇴행적 시도 성공 못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8일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일어나는 퇴행적 시도는 결국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등의 정치개입 사실이 드러나고, 이른바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의 고소로 검찰 수사에 직면한 뒤 보인 첫 반응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 두루 평안과 행복이 깃드시길 기원한다”며 한가위 인사를 빌려 자신을 향하는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그는 “요즈음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저도 그중 한 사람”이라며 어려운 경제 상황과 한반도 안보위기, 국민 단합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어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불법·탈법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은 채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적폐청산=반국익적 퇴행’이라는 이 전 대통령의 인식은 ‘적폐청산=정치보복’이라는 보수야당의 물타기 프레임과 궤를 같이한다. 실체적 증거들이 속속 나오는 상황에서 ‘안보·경제가 위기인데 과거에 매달리냐’는 논리로 방어막을 치면서 검찰 수사를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서면조사는 물론, 검찰 포토라인에 직접 설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도 참모들과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입장을 내기 전 참모들과 여러 차례 논의했다. 앞서도 여러 차례 말씀하시려 했지만, 전직 대통령까지 나서면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클 것 같아 참았던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수석은 “앞으로 이 전 대통령의 추가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 속도에 맞춰 반발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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