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366759
춘천MBC 사장의 '혓바닥 테러', 이 분이 사장이라 부끄럽다
[어게인 MBC⑪] 지명파업 참여로 뉴스 하차한 춘천MBC 이승현 아나운서
글 춘천 MBC 이승현 아나운서(ohmy_star) 편집 김미선(iosono) 17.10.19 11:01 최종업데이트 17.10.19 11:18
2012년 170일 파업. 그 후 5년이 지났습니다. 이 시간에도 MBC 구성원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쫓겨나고, 좌천당하고, 해직당하고, 징계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저항했습니다. 끝도 없이 추락하는 MBC를,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지켜보면서도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이제 그만 '엠X신'이라는 오명을 끝내고, 다시 우리들의 마봉춘, 만나면 좋은 친구 MBC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시 싸움을 시작하는 MBC 구성원들의 글을 싣습니다. 바깥에서 다 알지 못했던 MBC 담벼락 안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열한 번째 글은 지명파업 참여로 뉴스 앵커에서 하차한 춘천MBC 이승현 아나운서의 글입니다.
▲송재우 춘천MBC사장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피케팅을 하는 노조원들에게 세 차례 혀를 내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봉춘세탁소의 '기인열전 춘천MBC 송재우' 편 화면 캡처ⓒ 마봉춘세탁소
유튜브에서 송재우 춘천MBC 사장과 관련된 '혓바닥 테러', '달리기', '함량미달 Best5' 등의 콘텐츠가 전국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들도 '춘천MBC 사장 메롱 동영상'을 보았다고 알은척을 해오는 걸 보면 사장의 기이한 행동으로 인해 춘천MBC는 세계적으로 망신살이 뻗쳤다.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혓바닥 테러' 동영상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피케팅을 하는 노조원들에게 춘천MBC 사장이 혀를 세 차례 내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고, '달리기' 동영상 역시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 조합원들을 피해 춘천MBC 사장이 100미터 가량을 전력 질주하며 달아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다. 이러한 모습은 공영방송의 대표이사 사장의 공적인 행동으로 예상하기 힘든 이례적인 모습이기에 대중들의 관심과 조롱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돌출 행동을 한 이유를 묻자 사장은 이렇게 반문한다.
"메롱이 뭡니까? 메롱이 무슨 의미예요? 난 메롱의 뜻도 몰라요."
사장은 단지 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로 고개를 저으며 혀를 내민 것뿐이며 메롱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메롱은 "아니지롱", "다르지롱"의 표현이었다고 말한다. 몰상식의 사전적 의미는 상식이 전혀 없음이다.
춘천MBC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춘천MBC는 9월 4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이전인 4월 21일부터 180일 넘게 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쟁의 사업장이다. 춘천MBC 노사관계는 흙탕물 튀기는 싸움판으로 치닫고 있는데 춘천MBC 사장은 노조 지부장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조사를 의뢰하였고, 노동조합 집행부를 상대로 비방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하였다. 또 춘천MBC 사측은 강원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이다.
노사가 처음 대립한 것은 사장의 승진 인사에 대한 노동조합의 논평이었다. 사장은 이를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간주하고 인사권 개입이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노사관계가 본격적으로 어긋난 것은 광역화(통폐합) 문제였다. 지역MBC 광역화는 경쟁력 강화, 방송을 통한 시청자 서비스 향상을 기대하며 두 개의 방송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행위로서 하지 않았을 때보다 시행했을 때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될 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사전에 수익성, 성장성, 안정성 등 재무 분석과 지역성, 공익성 등 여러 요인을 검토하여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2011년 통폐합을 이룬 MBC경남의 경우 진주MBC와 창원MBC를 통합하는 과정에 적잖은 내홍을 겪었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후 광역화 추진은 지역사회와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다음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춘천MBC 사장은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일사천리로 광역화 찬반투표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부결될 경우 그 결과에 대해서는 구성원들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노조는 광역화 찬반투표 참여를 거부했고, 회사는 노조지부장을 징계했다. 춘천MBC 노동조합은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했고,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춘천MBC 사측이 노조 지부장과 노조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게시하고, 사내 행사 불참을 이유로 노조 지부장을 징계한 것은 부당징계이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마봉춘세탁소의 '기인열전 춘천MBC 송재우' 편 화면 캡처ⓒ 마봉춘세탁소
서강대학교 김동률 교수의 저서 <신문경영론>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조합 관련법은 노동자가 노조에 참가하여 집단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려 하며 경영진은 법을 어기지 않고서는 노동권을 침해할 수 없다. 김동률 교수는 언론사 경영자는 노조가 회사 건물 내 게시판에 노조의 강경하고 극단적인 게시물을 내는 것도 내키지 않더라도 허용해야 하며 이러한 권리를 침해한다면 많은 대가를 치를 것이며 자칫 성급하게 대응하다간 경영진 고유의 권한도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음을 경영자는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춘천MBC의 사장은 올해 초 노조지부장 선거 기간 중에 지부장 후보자를 '청개구리'에 비유하며 폄훼하는 내용의 글을 사내 게시판에 부착하였고 이를 반박하는 노조의 성명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우를 범하여 강원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한편 강원고용노동지청은 춘천MBC 노조의 정당한 파업 기간 중 춘천MBC가 뉴스 프로그램에 대체인력을 투입한 행위를 위법행위로 판단하여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부한 상태이다.
파업 참여 노조원 뉴스에서 배제한 최초의 지역MBC
▲춘천MBC 이승현 아나운서ⓒ 이승현
나는 지난 4월 26일 노동조합의 지명파업에 참여한 이후 지난 5년간 맡아 온 <뉴스데스크 강원> 앵커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당시 보도국장이 직접 계약한 프리랜서 앵커로 채워졌다. <뉴스타파> 박대용 기자에 의하면, 이는 파업 참여 앵커를 뉴스 업무에서 배제한 지역MBC 최초의 사례이다. 당시 보도국장은 앵커 교체는 파업 참여에 대한 문책성이 아니며 평소 내 업무가 과중하여 경감시켜주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나는 보도국장께 주중 데일리 뉴스 업무가 부담된다고 하소연한 적이 없다.
앵커는 개편 시기에 필요에 따라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앵커가 노조 간부로서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교체된다거나 노조가 합법적인 쟁의권을 획득한 상태여서 노조원의 파업 참여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사전에 앵커를 교체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쟁의 기간 중 대체인력을 채용하여 뉴스에 투입하는 게 법적인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보도책임자가 전혀 몰랐다는 것도 문제이고, 알고도 자행했다면 그건 더 큰 문제이다.
내가 뉴스에서 하차하게 되자 편성제작국장은 TV PD 인원이 부족하다며 아나운서인 내게 PD 전직 의사를 물었다. 현재 노사 간 단체협약이 파기되었지만 단체협약에는 파업 기간 중 노조 간부를 다른 부서로 전보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명기되어 있다. 아나운서와 PD는 같은 편성제작국 소속이어서 '전보'는 아닐지 모르지만 아나운서가 PD가 되는 것은 직종을 변경하는 '전직'에 해당한다. 사내에서 아나운서가 다른 직종으로 전직을 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지금은 쟁의 기간, 파업 상황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보직 간부는 파업 상황에도 시청자들에게 차질 없이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로 뉴스에 대체 인력을 투입했을 것이다. 애사심과 책임감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에 보장한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할 만한 동기인지 의문이다.
▲마봉춘세탁소의 '기인열전 춘천MBC 송재우' 편 화면 캡처ⓒ 마봉춘세탁소
무너진 MBC맨의 자부심
나는 MBC 계열사 세 곳을 거쳤다. 첫 직장은 현재 MBC경남으로 통합된 진주MBC였다. 진주MBC TV 퀴즈쇼 <퀴즈 풀고 세계 가고> MC로 잠시 활동하다 이듬해 전주MBC 아나운서가 되어 <뉴스투데이 전북> 앵커로서 2년간 매일 아침 전라북도 시청자들을 만났다. 20대 신입사원의 눈으로 본 MBC 선배들은 정말 멋졌다. 서로가 '당신이 최고'라는 민망한 칭찬을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최강의 멤버가 모여 함께 방송을 만들어 간다는 든든한 믿음과 자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각자 너무들 잘 나서 되는 게 없다'고 자조하기도 했지만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전국의 네트워크도 MBC의 큰 자산이다.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MBC 특유의 조직 문화 속에서 나 역시 시나브로 'MBC맨'이 되어 갔다. 그런 분위기는 서른 살에 이직한 춘천MBC 역시 마찬가지여서 나는 여전히 MBC맨이라는 동질감으로 새로운 조직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선배들은 언제나 당당했다. 그런데 신바람 나던 춘천MBC의 분위기가 언제부턴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사장의 눈치를 보게 된 것이다. 태평성대로 일컬어지는 요순시대에 백성들은 격양가를 부르며 군주의 존재도 잊고 살았다지 않던가. 각자 제 할 일을 잘 하는 조직에서 리더의 존재가 부각되면 조직에 뭔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어쩌면 리더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
취임 초기부터 광역화(통폐합)에 대한 의지를 보이던 신임 사장은 광역화 찬반 투표를 강행하더니 투표가 부결되면 앞으로 춘천MBC는 독자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감원을 고려한 발언이었다. 사장이 공식 석상에서 영업이익 감소, 인건비 비율 증가 등 '위기'를 자주 거론하면 돈을 '벌기'보다는 제작비를 '쓰는' 부서인 편성제작국과 보도국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비판 보도도 내가 존재하고 회사도 문 닫지 않고 있어야 가능하며, 회사에 수익이 나야 월급도 준다는 얘기를 직원들끼리 공공연히 하는 정도까지 이르자 MBC맨, 언론인이라는 자부심은 방송사 직원도 평범한 샐러리맨에 불과하다는 인식으로 바뀌어 갔다. 노사 관계가 악화되자, 자율성이 생명이었던 행동파 MBC맨들은 불행하게도 이 엄혹한 시기에 방송 사고를 치면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는 선례가 학습이 되어 살얼음판을 걷듯이 몸조심하느라 좌고우면하는 햄릿형으로 바뀌어 갔다.
그런데 과연 회사는 정말 심각한 위기였을까? 그렇게 노심초사하면서 1년을 지낸 덕분인지 회사가 지난 한해 흑자를 기록하자 노사협의회에서 노동조합은 사장에게 당초 전망과 달리 흑자가 난 이유를 물었다. '전 직원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등의 대답을 기대한 건 순진했던 걸까? 사장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회계 직원의 실수"로 적자가 흑자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사장 맞아? 이런 분이 우리 사장이어서 MBC맨의 자존심은 더욱 무너졌다.
MBC상암 사옥 집결 '총파업 승리' 다짐 ‘김장겸 체제 퇴장, 공영방송 MBC 재건을 위한 언론노조 MBC본부 합동출정식’이 4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광장에서 전국에서 모인 2천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장겸 체제 퇴장, 공영방송 MBC 재건을 위한 언론노조 MBC본부 합동출정식ⓒ 권우성
공영방송 춘천MBC의 주인은 대주주?
춘천MBC 사장은 춘천MBC의 주인은 대주주라는 발언을 자주했다. 춘천MBC가 주주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반적인 주식회사라면 그게 맞는 말이지만 춘천MBC는 공영방송이기도 하기 때문에 좀 복잡하다. 좋은 친구 MBC가 시청자들에게 기쁨주고 사랑받아야 할 이유가, 시청자들에게 정성을 다해야 할 이유가 오직 대주주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란 말인가?
'공영방송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문제는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 독립성과 관련된 사항으로 언론사 입사시험의 단골문제이다. 단답형 문제라면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답해야 한다. 춘천MBC 사장처럼 답안을 쓰면 점수를 받기 힘들다.
강원대학교 한진만 교수는 저서 '새로운 방송론'에서 방송은 전파를 사용한다는 기술적 특성, 전파의 소유주는 국민이고 국민은 그 권리를 정부에 위임했다는 소유적 근거, 방송에 필요한 경비를 국민이 부담한다는 국민 이익적 근거, 방송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점 등으로 인해 방송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허가 및 재허가를 받아야 하며 각종 규제가 따른다고 설명한다.
공공재인 공영방송이 사적 소유물인 것처럼 운영되어온 암울한 시기에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로 희망을 가져본다.
"태양은 또 다시 떠오른다. 태양이 저녁이 되면 석양이 물든 지평선으로 지지만, 아침이 되면 다시 떠오른다. 태양은 결코 이 세상을 어둠이 지배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태양은 밝음을 주고 생명을 주고 따스함을 준다. 태양이 있는 한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 희망이 곧 태양이다."
▲춘천MBC 이승현 아나운서ⓒ 이승현
* 이승현 아나운서는 2005년 전주MBC에 입사해 2007년 춘천MBC <뉴스투데이>, <생방송 전국시대>, <맛깔세상>, <저녁의 인기가요> 등을 진행했고, 올해 4월 26일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지명파업에 참여한 후 TV 뉴스에서 배제되기 전까지 5년 동안 <뉴스데스크 강원> 앵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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