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 국민 안 속는다"
[인터뷰] '뉴타운 출구전략법 통과' 주도한 김진애 민주통합당 의원
12.01.06 10:13 ㅣ최종 업데이트 12.01.06 10:13  선대식 (sundaisik) / 남소연 (newmoon)

▲ 김진애 민주통합당 의원 ⓒ 남소연

어쩌면 '미션 임파서블(실현 불가능한 임무)'이었을 터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해를 넘기기 전에 '임무 완수'를 하지 못하면, 사회적 혼란과 지역 주민의 고통은 계속된다. 여기에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지나칠 수 없다. 갖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꼼수가 많았다. 협업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뉴타운 출구전략에 대한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까스로 임무를 완수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30일 본회의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도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조합원들에게 추가분담금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반대가 많으면 재개발조합을 해산시킬 수 있도록 했다. '싹쓸이'가 아닌 대안 재개발도 도입된다.
 
도정법·도촉법 개정안은 뉴타운 출구전략을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분명 한계도 있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서 주민 반대가 큰 뉴타운·재개발을 폐기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월 중으로 실효성 있는 뉴타운·재개발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국회에는 관련 법 개정안만 43개가 제출됐다. 용적률 500% 상향 조정 등의 꼼수도 많았다. 또한 2005년 열린우리당 시절 주도적으로 도촉법을 통과시킨 민주통합당과 200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뉴타운 재개발을 통해 대거 당선된 '타운돌이'의 한나라당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해법 마련은커녕 불편한 진실을 감추기에 바빴다.
 
이런 상황에서 새해를 이틀 앞두고 가까스로 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이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김진애 민주통합당 의원(59, 비례대표)을 만났다. 이번 개정안의 성과와 한계도 들었다. 인터뷰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뉴타운 출구전략 마련... "재개발 없던 일로 할 수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서울시청 별관 집무실에서 온라인 취임식을 마친 뒤 덕수궁앞으로 나와 뉴타운 재개발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 권우성
 
김진애 의원은 법 개정안 통과 전,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2년 동안 고생해야겠다"는 말을 건넸다. 박 시장도 뉴타운·재개발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김진애 의원은 "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되고, 재개발 각 단계마다 사업을 되돌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며 "또한 주민들이 대안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우선 그 내용을 알아보자.
 
추진위원회는 조합 설립을 위해 추가분담금 등의 정보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토지 등 소유자 10~25%가 요청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추가분담금을 조사해야 한다. 조합은 조합원 주민번호를 제외한 모든 자료를 공개할 의무가 생겼다. 또한 추가분담금이 10% 이상 증가하는 경우에 대한 조합원 동의 요건이 강화된다.
 
이후 주민 반대가 많으면 뉴타운·재개발을 없던 일로 할 수 있다. 추진위나 조합 설립에 동의한 사람의 1/2~2/3 또는 소유자의 과반수 동의가 있으면 추진위와 조합을 해산할 수 있다. 다만 이는 2년 한시 규정이다. 추진위 구성 후 2년 동안 조합이 설립되지 않거나, 조합설립 이후 3년 동안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뉴타운·재개발 지구에서 해제된다.
 
뉴타운 재개발이 취소된 후, 대안적 정비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주민들은 지자체가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주민들이 직접 집을 수리하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이나, 소규모로 구역을 묶어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선택할 수 있다.
 
개정안의 한계를 짚는 목소리도 있다. 조합원의 절반 가량이 투자자인 외지인인 탓에, 현재의 해산 요건으로는 실제 해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진애 의원은 "해산 요건을 너무 낮추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해산이 안 되더라도, 추가분담금 공개 이후 거품을 뺀 합리적인 재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해산돼도 문제다. 해산된 추진위가 쓴 비용의 일부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왜 세금으로 충당하느냐"는 문제제기가 있다. 반대로 조합을 해산하면 수십억 원의 비용은 모두 조합원 부담이다. 조합의 경우, 해산하고 싶어도 비용 문제로 해산을 못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김 의원의 설명이다.
 
"추진위는 보통 10억 원 미만의 돈을 쓴다. 일부 비용을 세금으로 부담하더라도 정리하는 게 맞다. 물론, 안전진단 비용 등 합리적으로 쓴 비용에만 한정될 것이다. 조합 청산 비용은 법률적으로 지원하기가 어렵다. 더 논의를 해야 한다. 4대강 사업만 안했어도 비용 문제는 많이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개정안에는 조합원이 아파트를 한 채 더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뉴타운·재개발 활성화 방안도 담겼다.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서다. 김진애 의원은 "뉴타운 추가 지정은 반대하지만, 이미 많이 진행된 뉴타운·재개발 사업을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런 지역에 한해서 다소 숨통을 틔워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민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총선에서도 뉴타운 공약? "이제 국민 속지 않는다"
 
▲ 지난 5월 경기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의 한 건물에 뉴타운·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펼침막이 내걸려있다. 지금까지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추가분담금 등 투명한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아 큰 혼란을 야기했다. ⓒ 선대식

인터뷰 후반, 지지부진하던 뉴타운 출구전략이 어떻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지 궁금해졌다. 김진애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처한 상황 탓이라고 말했다.
 
"모든 의원들이 뉴타운 출구전략을 내놓지 않으면,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고 생각했다. 저와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전권을 받아 대표로 나서서 법안을 논의했다.
 
차명진 의원 지역구가 뉴타운으로 가장 시끄러운 경기 부천시 소사구다. 위기의식이 있더라. 4월 총선으로 2012년 상반기에는 국회를 열기가 힘들기 때문에, 어떻게든 2011년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가장 논쟁이 된 것은 무엇인가?
"지자체 주도의 구역 해제에 대한 찬반조사 실시 여부다. 주민들이 직접 찬반 여부를 조사하기가 어려우니 지자체가 주도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지자체가 재개발을 반대하는 쪽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결국 이번 개정안에는 도입되지 못했다. 19대 총선 이후 다수당이 되면 꼭 넣겠다."
 
- 서울시와도 논의를 했나?
"박원순 시장을 직접 만나 많은 얘기를 했다. 이번 개정안에 서울시의 의견도 많이 반영됐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 많은 부담을 안기는 것이기도 하다. 더 많은 재정지원을 해주면 좋을 텐데, 많이 얻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대안 정비 방식에 대한 교감은 상당히 많이 됐다."
 
- 민주통합당은 도촉법을 만든 원죄가 있다. 이번 개정안은 그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도 되나?
"민주통합당은 열린우리당 시절 도촉법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똑같이 뉴타운·재개발 공약을 내놓았다. 정말 잘못된 것이다. 솔직히 일부에서는 핑계를 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얘기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 당시 책임에서 자유로운 제가 '앞으로는 전문가들 말 들으라'는 말을 한다. 꼭 이런 얘기 들으라고 하겠다."
 
오는 4월 19대 총선에서는 뉴타운·재개발 공약이 다시 쏟아질까? 그런 공약을 내놓은 후보들이 당선될 수 있을까? 김진애 의원은 "국민들이 속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이제 무턱대고 속지 않는다. 이명박 '시장'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 때까지 국민에게 많은 교육이 됐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 중독증이 언제 다시 도질지 모른다. 민주통합당 의원 중에도 무책임하게 '용적률 500% 상향 조정' 등의 주장을 하는 개발론자 분명히 있다. 국회의원들이 딴 소리 못하도록, 국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봐 달라."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