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387828


정우성이 남긴 진기한 장면... 손석희의 '사과' 이해 간다

[하성태의 사이드뷰] "KBS 정상화" 바라는 '블랙리스트' 배우 정우성의 소신

글 하성태(woodyh) 편집 최유진(youjin0213) 17.12.21 19:50 최종업데이트 17.12.21 21:50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찾기를 바라는 시청자와 국민들이 여러분들 곁에서 응원할 겁니다. 힘내세요!"


배우 정우성은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진지하고 진솔했다. 21일로 109일 째 파업 중인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새노조)에 응원 메시지 영상을 보낸 정우성은 "여러분 지치지 마세요"라며 한겨울까지 파업을 풀지 않고 있는 KBS 구성원들을 다독였다. 


그는 "오늘이 파업 109일째, 월급 없는 3개월, 여러분 참 쉽지 않겠네요"라며 "하지만 수천명의 사람들이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서 힘과 의식을 모아 월급을 포기하고 함께 싸워나가는 것은 정말 멋지고 응원받아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자신의 평소 소신을 전했다. 더군다나, 그간 KBS가 받은 질타와 원성, 이를 되돌리려는 새노조의 노력까지 간과하지 않았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참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그로 인해 시청자들은 상처받고 외면당하고 또 그로 인해 시청자들이 KBS를 외면하고 이제는 무시하는 처지까지 다다른 것 같습니다. KBS 새노조 여러분께서 광화문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담아 이어말하기를 하셨던 것 알고 있습니다. 돌아선 시청자의 눈과 귀,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진정성이 담긴 소리로, 인내력과 끈기를 갖고 이어간다면 전국에 있는 시청자의 눈과 귀가 여러분에게로 KBS에게로 돌아오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정우성이 KBS 새노조와 공영방송 정상화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기게 한 원동력과 계기는 다름 아닌 KBS 뉴스 프로그램 출연이었다. 하루 전날 KBS 생방송에 출연해 "KBS 정상화"를 외친 배우 정우성의 일성은 이랬다. 


"KBS 정상화" 외친 정우성,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KBS <4시 뉴스집중>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

▲KBS <4시 뉴스집중>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 KBS


뉴스 진행자들이, 인터뷰이의 눈길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멋쩍게 웃으며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랐다. 20여 분에 가까운 긴 인터뷰 중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아니 뉴스 스튜디오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진기한 장면이었다. KBS <4시 뉴스집중>의 한상권 아나운서가 "특별히 근래 들어서 우리사회에 관심 갖는 사안이 있나요?"라고 물었고, 배우 정우성은 예의 그 미소로 담담하게 이렇게 답했다. 


"KBS 정상화요? 1등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빨리 되찾길 바랍니다." 


예상치 못한 답을 내놓은 정우성과 눈을 맞추던 국혜정 아나운서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아래 KBS 새노조)의 100일이 넘는 파업을 염두에 둔 정우성의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 20일 생방송에서 이를 직접 귀로 들은 두 아나운서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UN 난민기구 친선대사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KBS의 정상화에 관심을 갖는 배우 정우성과 동료들이 파업 중임에도 뉴스 스튜디오를 지키고 있는 두 아나운서가 보여준 짧지만 강렬했던 이 장면이야말로 작금의 KBS 사태를 상징하는 명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우성의 일침은 20일 오후 들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제가 됐고, 방송 영상도 급속도로 공유됐다. 


국민 한사람으로서 가진 정우성의 평소 소신이 망가진 공영방송 KBS의 '오늘'을 널리 알린 셈이 됐다. 이뿐 만이 아니었다. UN 친선대사로서 미얀마 로힝야 난민촌을 다녀온 그는 지난 1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데 이어 20일 KBS와 SBS 뉴스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했다. 정우성의 소신은 SBS 생방송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그러니까,  어떤 삐딱한 권력이…, 국민 우민화 정책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히틀러가 그런 이야기를 했대요. 생각이 없는 국민은 국가의 큰 자산이다. 독재자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자산이겠어요. 국가에 어떤 반항도 하지 않고 불만도 표시 안 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교육시키면 교육시키는 대로 그냥 듣고 이해하고. 그러니까 그걸 다시 반대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름다운 국가는 국민의 생각이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KBS 정상화" 바라는 '블랙리스트' 배우 정우성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 SBS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정우성은 연예인과 유명인들의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발언과 관련된 질문에 "아름다운 국가는 국민의 생각이 만드는 것"이란 소신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나 서구 유명인들의 발언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반면 우리 사회는 그런 발언을 너무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화제가 됐던 정우성의 언행을 염두에 둔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제가 하는 이야기가 정치적 발언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한 번 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한 국민이 나라에 바라는 염원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정우성은 담담한 목소리로 꽤나 길게 자신의 소신을 펼쳤다. 


"어느 순간부터, 이제 국민이 권력의 불합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걸 정치적 발언이라는 어떤 프레임으로 (만들어) 그 발언 자체를 억제하는 분위기다. 또 나라와 관련된, 우리 사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정치적 발언 아니냐'는 그런 프레임으로 자제시키려고 하는 게 사회적 분위기인 것 같은데…. 저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바람직하지 않고, 그리고 또 저는 우리 국민 모두 정치적 발언을 서슴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국민의 관심이 바람직한 국가, 바람직한 정치인을 만들거든요. 국민의 무관심은 어떻게 보면 이상한 권력을 만들어내는 용인에 가까운 행위인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국민 모두가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그 발언"들을 정우성은 몸소 실천해왔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시기, 영화 <아수라> 관객과의 대화에서 "박성배(황정민), 앞으로 나와!"란 영화 속 자신의 대사를 "박근혜 나와"로 패러디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 지난달 30일 영화 <강철비> 홍보 행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사격 자세를 흉내내며 "유명한 자세다", "아시는 분은 알 것"이라는 말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카카오TV에서 생중계 된 <강철비> 홍보 행사에 출연한 정우성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격 자세를 흉내냈다

▲지난달 30일 카카오TV에서 생중계 된 <강철비> 홍보 행사에 출연한 정우성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격 자세를 흉내냈다ⓒ 카카오TV


"KBS 정상화"라는 촌철살인이 그저 한 유명인의 '돌발' 발언이라 폄훼할 필요도 없다. 지난해 11월, 제11회 런던한국영화제에 <아수라>를 들고 참석한 정우성은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질문에 대해 "몰랐다"면서도 이러한 발언을 이어간 바 있다.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사는 게 제일 좋잖아요.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살아야 되는 거죠. 이해충돌은 늘 어느 시대에나 있는, 그 시대의 기득권 세력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그 요구의 강요에 저항하면 리스트를 명명해서 이름을 올리고 하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그들이 만든 거지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거니까.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석희가 정우성에게 배운 것


더욱 놀라운 것은 UN친선대사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정우성의 소신이 점점 정교해지는 동시에 비단 감성이 아닌 사실과 설득력을 겸비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꽤나 긴 생방송 인터뷰에 나서고 있는 정우성의 인터뷰들을 살펴보면 대번에 드러난다. 정우성은 로힝야족은 물론 난민 문제와 전반적인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일반인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와 구체적인 사실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전에 제가 가졌던 일종의 편견이라고 해도 할 수는 없겠습니다. 혹시, 이런 친선대사 이렇게 하시면, 죄송한 말씀이나 이름만 걸어놓고 계신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솔직히 한 건 맞는데. 그 생각은 전부터 좀 바뀌기는 했습니다마는, 오늘부로 완전히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냥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까 왜 로힝야족을 방문하고 돌아오신 그 얘기를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많이 해 주셔서 제가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2년 만에 정우성과 인터뷰한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는 인터뷰 말미 "(정우성에게) 제가 많이 배운 것 같다"며 위와 같은 '상찬'에 가까운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올해만 두 번 난민촌을 찾았고, 실제 난민 관련 실태를 줄줄이 읊는 정우성의 자세와 그간 활동의 의미를 높이 산 것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감지할 수 있는 정우성의 답변도 있었다. <4시 뉴스집중>에서 정우성은 "난민촌을 몇 해 방문하면서 엄청난 혼돈을 느낄 때가 있었다"며 "정치란 무엇인가, 종교란 무엇인가, 난민문제에는 정치종교문제가 깊숙이 개입돼 있는데, 인류는 뭐지, 이런 본질적인 인간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한 질문과 의심이 결국 "아름다운 국가는 국민의 생각이 만드는 것"이라거나 "기득권 세력의 요구와 강요를 신경 쓰지 말라"는 소신 발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리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정우성과 손석희 앵커.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정우성과 손석희 앵커.ⓒ JTBC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영화계 선배로서 배우 송강호의 소신과 책임감이 한국현대사를 되짚는 작품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취지의 칼럼을 쓴 바 있다. <밀양>은 차치하더라도 <의형제> <변호인> <밀정> <택시운전사> 등으로 이어지는 송강호의 필모그래피 자체가 그러하다. 평소 수상 소감에서도 그런 내용을 엿볼 수 있고 영화계 안팎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배우 정우성의 '소신' 역시 몇몇 발언에 그치지 않고 있다. 1997년 <비트>의 '민'을 통해 신세대의 대표 얼굴로 부각됐던 정우성의 작품 선택 역시 KBS <4시 뉴스집중>이 칭한 대로 '중년의 명배우 정우성'으로 변모(?)하면서 남다른 무게감을 주고 있다. 언제부턴가 악역도 가리지 않는다. 


그 <비트>의 김성수 감독이 만든 <아수라> 속 형사 한도경은 마치 <비트>의 민이 20년 후 나이를 먹은 모습을 연상시켰다. 지옥도와 같은 세상에 길들여진 지칠 대로 지치고 피로한 사내의 얼굴이랄까.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강철비>는 <비트>에 비해 좀 더 한국사회의 지금을 반영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잘 알려진 대로, 남북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강철비>에서 정우성은 북한 최정예 요원을 연기했다. 


"북에 대한 이해의 관점이 어느 순간 이성적인 것도 아니고 감성적인 것도 아니고 굉장히 외면을 넘어선 무시의 수준까지 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건 좀 심각하지 않은가. 우리, 그러니까 지천에 두고 있는 우리 민족인데 정치 세력의 어떤 이해의 관점에서 우리 국민들이 해야 할 고민이 너무 멀어져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나리오가 그런 어떤 고민을 던지고 있었고. 그래서 아, 이 시대에 필요한, 우리가 직시해야 할 분명한 고민인 것 같다라는 생각 때문에 하게 됐습니다." 


<뉴스룸>에서 밝힌 작품 선택 이유도 명확했다. "이 시대에 필요한, 우리가 직시해야 할 고민"이라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결국 배우의 선택은 자신의 평소 소신, 그리고 세계관과 밀접히 관계될 수밖에 없는 법이다. 정우성의 최근 행보가, 언행이 이를 입증한다. UN 친선대사로서의 활동은 물론 작품 활동에도 눈길이 가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KBS에 기부 관련 생방송에 출연해 "파업 그만하는 것이 기부"라는 돌발 발언을 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강철비> 관람을 권유하는 바다. 정우성의 "KBS 정상화" 발언 영상 역시 곁들여서 보시기를. 제1야당 대표가 생방송에 출연해 말장난을 하는 사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블랙리스트' 배우이자 UN 친선대사가 어떤 일침을 남겼는지 말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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