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가의 ‘디도스 시국선언’이 뜻하는 것
입력 : 2012-01-05 20:48:00ㅣ수정 : 2012-01-05 20:48:00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이 나온다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를 의미한다. 우선 이들이 개인이나 집단의 이름을 걸고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정치·사회적 위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또한 이러한 선언이 나오면 일반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뒤따르고, 결국 정치 체제가 바뀌거나 정국의 물굽이가 변하는 등 일대 변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현대사의 고비고비에서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국기문란 범죄이자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테러라고도 할 수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서울대·고려대·카이스트(KAIST)·국민대의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발표한 데 이어 어제는 연세대·성균관대·중앙대 등 12개 대학의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교총학생회모임’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집권여당과 청와대의 디도스 테러 연루 의혹을 규탄하고, 이명박 정권의 근본적인 국정쇄신을 촉구한 것이다. 4년 전 촛불시위 당시 몇몇 대학이 시국선언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이번처럼 대규모는 아니었다. 우리는 혹한의 날씨에도 거리로 나온 학생들의 충정과 민주주의 복원을 향한 열망을 높이 평가하며, 집권세력들이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를 촉구한다.
정부·여당은 학생들의 선언을 ‘극소수 운동권의 철딱서니 없는 짓’쯤으로 매도하거나 치지도외(置之度外)해서는 안된다. 이번 시국선언에 참여한 총학생회 가운데는 운동권과 대립하는 이른바 ‘비권’ 또는 ‘반권’ 성향도 다수 포함돼 있으며, 일반 학생들도 진보와 보수라는 기계적 이분법과는 무관하게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한다. 요컨대 학생들은 디도스 테러를 좌우의 편협한 이념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동체 존립의 근본토대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 그 자체를 유린·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집권층은 청년학생들이 민주주의의 위기상황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데도 오히려 이를 억누르려 들다가는 결국 자신들의 패망으로 귀착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4·19혁명으로 무너진 이승만 정권과 6월항쟁으로 무릎을 꿇은 전두환 정권이 이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디도스 테러 관련자 몇 명만 적당히 사법처리하는 ‘꼬리자르기’로는 결코 사태가 해결될 수 없다.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중대한 위기를 맞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회복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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