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휴게소·식당서 대의원들에 돈봉투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입력 : 2012-01-07 00:04:51

이렇게 뿌렸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뿌려진 돈은 국회의원·지방선거 출마 희망자에게서 나왔다. 정치 신인들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한 당 대표 후보에게 ‘돈’으로 충성심을 보이고 그 대가로 공천을 보장받으려는 것이다. 유력후보 캠프에는 공천을 고리로 한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신인은 ‘열심히 일하는’ 정도로는 후보 눈에 띄기가 쉽지 않다. 총선출마 준비 중인 한 인사는 6일 “나 같은 정치 신인이 과거 전대 유력후보 측에 1억~2억원 정도를 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캠프 자금은 후보의 최측근 의원이나 핵심 특보가 관리한다”고 전했다. 캠프에서는 돈 살포 범위를 후보와 같은 계파의 당협위원장으로 한정한다. 다른 계파 당협위원장에게 돈을 뿌리다 적발되면 역공의 빌미가 될 수 있다.


현역의원에게도 지급되지만, 대개 원외 당협위원장이 주목표다. 대의원들이 대부분 당협위원장 지시에 따라 일률적으로 투표하기 때문이다. 보통 한 당협위원장에게 200만~300만원이 내려가는 반면 ‘자갈밭(당세가 약한 척박한 지역)’인 호남·충청권에는 300만~500만원이 간다고 한다.

돈봉투는 1차적으로 후보 핵심 측근이 전대 개최 일주일 정도를 앞두고 당협위원장들에게 전달한다. 대체로 현금이기 때문에 대면해 건네진다. 경쟁이 치열했던 2010년에는 전대 직전 주말 사이에 한 후보 측이 일제히 전국적으로 돈을 살포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2010년 전대에 참여한 당 관계자는 “선거 전날 밤에도 돈봉투가 나갔다. 서울 같은 경우는 선거 전날 밤에 쭉 한 바퀴를 돌 수가 있다”고 말했다.

전대 당일에도 후보 측 인사나 당협위원장들이 돈으로 대의원들 표를 단속한다. 지방 대의원은 당일 당협에서 대절한 버스로 서울로 올라온다. 당 인사는 “어느 휴게소에서 버스가 정차하면 ㄱ후보 측에서 차에 타서 봉투를 준다. 또 조금 지나서 다른 휴게소에서는 ㄴ후보 측이 올라와서 돈을 뿌리는 식”이라고 말했다. 봉투당 보통 30만~50만원 정도가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이 살포되는 동시에 당협위원장들은 이때를 노려 “몇 번을 찍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한 의원은 “누굴 찍으라고 하는 건 시골 사람들에게 미리 말 안 한다”며 “버스에서 타서 이야기한다. 그때 정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대는 보통 오후에 열린다. 지방에서 올라온 대의원들은 전당대회장 인근에서 점심을 먹기 마련이다. 이때 후보 측에서 찾아와 밥을 사면서 최종적으로 돈봉투를 전달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마지막 서비스를 하는 셈이다.

전대 과정에서 지방 유세를 가는 경우 당협위원장들과 핵심 대의원에게 돈을 주는 일도 있다. 한 전대 참여 경력자는 “지방유세를 갔는데 대의원이 앞에 와서 앉자마자 액수를 정해 달라고 하더라”며 “이게 관행이다 보니 안 주면 서운해하면서 ‘두고보자’는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니 전대에서 “50당·30락이다. 50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30억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우스개가 나왔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