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정씨 부인이 다스 주식으로 상속세 낸 까닭
입력 : 2012-01-07 11:42:57
 
재점화된 BBK-도곡동땅-다스 실소유주 논란

‘BBK저격수’로 불렸던 정봉주 전 의원의 수감을 계기로 BBK 실소유자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른바 ‘기획입국설’의 주인공인 신명씨가 언론과의 잇단 접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을 비롯한 주변인물을 편지조작의 주인공으로 지목했다. 현재 천안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김경준씨는 신명씨를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봉주 의원의 수감과 관련, 그가 출연했던 팟캐스트 라디오방송 <나는꼼수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각하 헌정방송’에서 아예 ‘BBK 실소유자 헌정방송’으로 바꿨다. 실소유자가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냐는 의혹을 전면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도곡동땅, BBK, 다스. 이들은 하나의 의혹으로 얽혀 있다. 논란의 핵심은 ‘실소유주가 누구냐’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씨와 친형 이상은씨의 공동소유로 되어 있던 땅의 실소유자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의혹이다. 

2010년 2월 김재정씨가 사망하면서 ‘김재정·이상은 공동소유’ 체제는 균열을 일으켰다. 만약 일각의 의혹대로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김재정씨의 지분이 어떻게 처리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08년 2월 처남 김재정씨(현재 작고)가 BBK특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그런데 의혹대로 이상 시그널이 나타났다. 김재정씨의 미망인 권씨가 자신에게 상속된 다스 지분 중 5%를 이명박·김윤옥 부부의 청계재단에 증여했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청계재단 관계자는 당시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어차피 (청계재단을) 매형(이 대통령)이 설립했으니까 5% 정도는 거기다 기부하면 어떨까 하는 (김재정씨의) 유언 아닌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청계재단에 5%를 기부하기 전, 사망한 김씨의 다스 주식 지분보유율은 48.99%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다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상은씨의 지분은 46.85%. 김재정씨가 1대 주주였다. 그런데 이 순위가 바뀐 것이다. 

나꼼수 ‘BBK 실소유자 헌정’ 정조준

지난해 11월 16일, 다스 주식의 19.73%인 5만8800주가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캠코)의 전자자산처분 시스템에 나오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갔다. 즉 김재정씨의 미망인 권씨가 내야 할 상속세를 비상장주식인 다스 주식으로 ‘물납’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로써 다스의 소유지분은 또다시 변동이 생겼다. 

이상은씨 소유주식은 46.85%로 변동이 없지만, 권씨 지분은 24.26%로 급락했고, 정부(기획재정부)가 19.73%로 3대 주주가 되었다. 액면가 1만원이지만 비상장주식이기 때문에 관계법령에 따라 가치는 재산정된다. 캠코가 내놓은 최초예정가액은 843억2572만7000원. 1주당 약 143만4111원이다. 그러나 이 공매는 현재 다섯 차례 유찰되어 1월 6일 현재 최저입찰가는 505억9543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다섯 차례에 이르도록 입찰한 사람이나 법인은 아무도 없다. 

843억원이라는 최초예정가액이 어떻게 산출되었느냐는 것은 논란의 대상이다. 공매로 나온 다스 주식은 캠코의 전자자산처분시스템 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페이지에는 “최초예정가액은 국유재산법령에 의거 산출된다”고 설명되어 있다. 관련 법령은 국유재산법 시행령이다. 이 법 44조 ①항은 “비상장법인이 발행한 지분증권을 처분할 때에는 그 예정가격은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산출방식에 따라 비상장법인의 자산가치, 수익가치 및 상대가치를 고려하여 산출한 가격 이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산출방식’은 기획재정부의 시행규칙 제 26조 등에 거론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시행규칙에 규정되어 있는 자산가치의 산출식은 다음과 같다. [자산총액 - 무형고정자산(어업권·광업권 등 실질가치가 있는 무형고전자산은 제외) 및 부채총액 - 이익잉여금 처분액 중 배당금 등의 사외유출금액]÷발행주식 총수. 

기획재정부 국고국 출자관리과 담당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일차적으로 캠코 평가팀에서 하고, 그것을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뒤 우리에게 제출하면 증권분과위원회를 통해 매각가격을 결정해 다시 캠코에 알려주는 절차를 거친다”며 “다른 물납주식도 많이 들어오며 평가비율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데 유독 다스만 뻥튀기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공매가 다섯 차례에 걸쳐 유찰된 것과 관련, 이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이며 지배권도 없기 때문에 그 가격에 살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보통 회사 관계자나 사원들이 적정한 시점에 매입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안 팔릴 것이다’라고 속단할 수 없다”며 “1년에 한 번씩 다시 재평가해 내놓기 때문에 최초예정가의 60%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징역 1년이 확정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51·왼쪽)이 대법원 선고 직후인 지난 12월 22일 “담담하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권호욱 기자

143만원 vs. 58만원 평가액 차이

“아무리 계산해도 그 숫자가 나올 수 없다. 정식으로는 세무상 장부로 계산한다. 이 경우 회계장부를 바탕으로 작업해 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차이 나긴 어렵다.” 한 세무사의 말이다. <주간경향>은 공개된 재무재표 및 캠코 공시자료 등을 바탕으로 이 세무사에게 권씨가 물납한 다스 주식의 최초예정가액을 문의했다. 이틀 후, 이 세무사가 관련 자료를 근거로 계산해 보내온 최초예정가액은 1주당 58만10원. “삼성전자 주식 1주보다 높은 가격인” 143만4111원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일단 기획재정부와 캠코가 어떻게 843억원이라는 숫자를 평가액으로 내놓게 되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평가담당 팀장은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평가자료를 공개할 수도 없고, 공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무서가 물납을 받을 때는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라 물납을 받지만, 여기서 평가해서 내놓은 것은 국유재산법에 의해서 가치를 다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납을 받을 때는 과거 연도를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실제 매각할 때는 미래수익가치를 통해서 평가한다는 것이다. 

‘물납’도 논란의 대상이다. 상속·증여 받은 이가 세금을 “나는 현금이 없으니 물건으로 내겠다”고 한다고 해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다. ‘물납’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다. 국세청 재산세과 관계자는 “순서상으로는 부동산, 유가증권, 집…의 식으로 나가지만 본법에 관리처분이 부적절하면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본인이 신청한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일단 물납요건에 맞아야 하고 관할세무서장의 승인을 못받으면 현금으로 내야 하며, 현금납부가 안 되면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은 2007년 7월, 한나라당 경선이 벌어질 당시 전국에 산재한 김재정씨의 부동산을 취재해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경향신문은 “이명박 전 시장 처남 김재정씨가 1982~1991년 사이에 전국 47곳의 땅 224만 m²를 집중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김씨 소유의 부동산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주간경향>은 경향신문의 당시 취재자료에 언급된 지번을 바탕으로 인터넷 등기부 열람을 통해 김씨 관련 땅의 현재 등기상태를 확인해봤다. 김씨 소유는 고스란히 권영미씨에게 상속되었다. 권씨의 등기원인은 “2010년 2월 7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으로 되어 있다. 접수일은 2010년 8월 27일. 조사한 한도 내에서 김재정씨의 부동산이 처분되었다는 것은 나오지 않았다. 상속세법에 따르면 모두 세금부과 대상이다. 

게다가 김씨가 남긴 재산은 고액이기 때문에 평가액의 50% 가까운 액수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앞의 상속법에 따르면 만약 세금을 납부할 현금이 없다면, 부동산을 처분하고 다음으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순서다. 확인한 한도 내에서 부동산은 모두 상속되었다. 현금이 없었다는 전제로 이야기한다면 물납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국세청의 공식입장은 “개인정보가 들어가는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주간경향>이 확인한 부동산 등기부등본 중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의 경우 김재정씨 이외에도 6~7명의 지분공유자가 있다. 지분을 공동소유한 경우 물납을 할 수 없다.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전리 공유 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면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주곡리의 땅은 김씨 단독 소유였다. 그런데 이 땅의 경우 미망인 권씨는 2010년 8월 31일, 우리은행에서 4000만원을 빌렸다. 

2007년 경향신문이 확인한 이 땅의 공시지가는 3억5800만 원이었다. 등기부등본에 기록되어 있는 존속기간은 2010년 9월 28일부터 30년이다. 저당잡힌 땅 역시 ‘물납’ 대상이 아니다. 돈을 빌린 날은 2010년 8월 31일이다. 앞의 국세청 재산세과 담당자는 “상속세를 내야 하는 납부기한은 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의 말일”이라고 밝혔다. 2월 7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이 이뤄졌기 때문에 상속·증여세를 내야 하는 기한은 8월 31일까지다. 

즉 부동산을 담보로 30년간 4000만원을 빌린 이유는 부동산을 건너뛰고 ‘다스 주식’으로 세금을 몰아가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성립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동산 담보대출이 조세회피 목적인지는 판단하기 힘들며, 개별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4000만원을 30년간 빌린 이유

다스의 최대 주주였던 김재정씨가 주식의 실소유주가 맞느냐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1월 초, 기자가 접촉한 다스의 한 직원은 “여기 경주 땅에서는 대부기공 시절부터 다 이명박 회사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김재정씨는 사망 전까지 다스의 최대 주주였다. 말하자면 경영권을 주장할 수 있는 위치였다. 

하지만 김재정씨가 이사회에서 감사를 맡은 것을 제외하곤 경영에 관여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권영미씨의 남은 지분은 24%이지만 김재정·권영미씨 부부의 자녀 중 다스에 근무하는 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의 대표로 취임한 이상은씨의 아들 동형씨는 현재 부사장을 맡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씨는 해외영업팀으로 들어온 뒤 현재 팀장을 맡고 있다. 

한편, 역시 최근 불거진 다스 싱가포르 본사 이전설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시형씨가 근무하고 있는 해외영업팀 한 관계자는 “중국이나 미국, 인도, 브라질 등의 해외법인이나 조인트벤처를 만드는 것은 현대차의 해외진출에 따라 제1부품업체인 다스가 같이 움직이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다스의 주거래업체가 현대?기아차인데, 현대가 본사를 이전하지 않는데 다스가 싱가포르로 이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 이전을 하려면 몇 년 전부터 관련 준비를 해야 하는데, 2012년 1월 현재 이전계획은 세우지 않았다”라며 “자동차 업계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로부터 나온 낭설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월 25일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싱가포르 이전설’을 거론한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미국으로 간다는 소문을 들어봤냐는 질문에 대해 싱가폴로 간다는 소문은 들어봤다고 답했던 것”이라며 “관련 소문은 싱가포르 현지 금융인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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