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98587
정치보복의 원조 MB... 노무현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됐다
2008년 '노 대통령 기록물 유출 고발사건' 청와대 주도... 국가기록원 사유화 드러나
18.01.25 20:45 l 최종 업데이트 18.01.25 20:45 l 글: 전진한(jin0642) 편집: 김지현(diediedie)
▲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지난 22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연일 이명박(MB) 전 대통령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특수활동비 개인 유용 문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의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유용 문제는 대단히 심각한 사안으로 사실일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죄'에 해당할 수 있고, 이는 징역 3년 이상의 중범죄에 해당한다. 이미 터져 나오고 있는 의혹만으로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이런 여론과 다르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연일 검찰의 다스 소유주 및 특수활동비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재오 전 의원(늘푸른한국당 대표)은 지난 21일 채널A 시사프로그램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검찰수사가) 적폐청산이 아니고 적폐생산이고, 적폐를 생산한다는 것은 정치보복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효재 전 정무수석도 한 방송에서 "문 정부의 적폐청산 과정을 보면 패턴이 있다. 친여 매체가 의혹을 보도하면 또 여당의 지도부가 문제를 제기한다. 이어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검찰은 신속한 수사에 착수한다. 수사에 착수한 후 중계방송 된다. 이게 하나의 일정 패턴이다. 누군가의 기획과 총괄 조정 없이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의혹이 측근(집사, 비서관, 운전기사) 등에 의해서 터져나고 있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면, 이 문제가 전직 대통령의 비리인지, 정치 보복인지 명명백백히 드러날 것이다.
MB 정부가 주도한 노무현 측근 고발
▲ 2008년 7월 13일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자택 방문조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국가기록원 관계자들. ⓒ 황방열
하지만 나는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싶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서 '정치 보복'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10년 전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정치 보복'을 한 것을 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지난 1월 15일, '국가기록관리혁신 TF'는 기자회견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발표한다(필자도 TF 위원으로 참여했다).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당시 국가기록원이 참여정부 비서진 10명을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TF 조사결과, 고발의 주체가 국가기록원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고발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부적인 사실을 살펴보면 당시 기획관리비서관실은 2008년 7월 19일 국가기록원장에게 고발장 초안과 함께 '대통령실기록물 무단반출 관련 증거물' 135쪽 분량 서류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참여정부 총무비서관 등 10명을 고발한 주체가 국가기록원이 아니라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라는 얘기다.
더 충격적인 것은 국가기록원 측에서 대리고발이 부담스러웠는지 이를 '공문'으로 요청했다는 점이다. 이후 청와대는 2008년 7월 21일 '대통령기록물 무단유출 사건 관련 증빙서류 송부'라는 제목으로 공문을 시행했다. 청와대가 직접 공문으로 증거자료를 제공한 것이다. 더욱 가관인 대목은 국가기록원도 당시 장관 서면보고를 통해 '정무적·법률적 판단은 대통령실(청와대)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는 점이다.
"힘 없는 실무자를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던 노무현
▲ 2008년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자택을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이 사건은 몇 가지 지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 열람권 확보'를 위해 이지원 시스템 사본 한 부를 봉하마을에 설치한 것을 두고, 엄청난 음모가 있었던 것처럼 여론조작을 시도한 것이다. 이는 광우병 집회로 이명박 정권의 신뢰성이 의심받는 가운데 이 사건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치졸한 사건이다.
당시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최대 기밀유출사건' 등 온갖 자극적인 단어를 이용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당사자가 아닌 대통령 측근들을 고발함으로 고도의 심리적 충격을 주기 위한 수법으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명박 대통령님, 모두 내가 지시해서 생겨난 일입니다. 나에게 책임을 묻되, 힘 없는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발췌)"
이 같은 기획을 청와대가 주도함으로써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보복 의도가 있었음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은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정치적 비극에 첫 계기가 된다.
끝도 모르게 무너진 국가기록원
▲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국가기록관리혁신 TF'는 지난 15일 기록관리 폐단조사를 통해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 기록물 유출 고발사건'을 이명박(MB) 정부 대통령실 기획관리비서관실이 주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국가기록관리혁신 TF 제공=연합뉴스
다음으로 이 고발사건으로 인해 '국가기록원'의 정치적 독립성 및 중립성을 완벽하게 훼손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청와대에서 이 사건을 진두지휘했던 핵심 관계자는 고발을 주도한 이후 행정안전부로 돌아와 승승장구했고, 지금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부시장을 하고 있다.
반면 국가기록원은 정치적 편향성 시비로 인해, 온갖 비판의 대상이 됐고 현재까지 국가기관으로의 신뢰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복수심이 공공기관의 정치적 중립의무조차도 지키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이후 국가기록원은 10·4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 황교안 대통령지정기록물 대리지정,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기록 부실이관 등 각종 사건에 대해 철저히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국가기록원은 끝도 모르게 무너졌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관리혁신 TF에서도 현 국가기록원장에게 "지난 시기 국가기록관리 폐단의 책임이 상당 부분 국가기록원에 있다는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기관의 대표로서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요청했고, 감사원에 "국가기록원의 기록관리 실태 전반에 대해서 감사에 착수할 것"을 권고했다.
정치 보복의 원조, MB
▲ 반박 회견 도중 기침하는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반박하던 중 기침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들에 대해 민간인 사찰을 했고, 광우병 집회 참석, 4대강 반대를 주도한 인사들에 대해 집요한 정치적 보복을 가했다. 우리나라 정치 보복의 원조가 이명박 전 대통령임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당사자가 정치적 보복을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소가 웃을 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들 앞에 각종 의혹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덧붙이는 글 | 전진한 기자는 알권리연구소 소장이자, 국가기록관리혁신 TF 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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