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장로님이 청와대 교회 짓기로 약속했어"
[리뷰] 김지방 기자의 <정치교회>... 정치교회의 정교분리를 고발한다
12.01.09 17:18 ㅣ최종 업데이트 12.01.09 17:18 이정민 (min93)
▲ 틈만나면 나라를 망치는 주범으로 좌파를 비판했던 전광훈 목사. ⓒ 한국 <뉴스엔조이>
"이명박 장로님 나한테 약속했어. 개인적으로 꼭 청와대 들어가면 교회 짓기로. (잘 안들림) 박수 쳐. 박수 쳐(박수). 그런데 처음부터 교회 짓는다고 하면 불교인들이 반발한다고. (중략) 처음에는 교회 짓는다 말고 종교관 짓는다 해야지. 종교관 짓는다 해놓고 중간에 가서 십자가 달면 됩니다"
부제 '권력에 중독된 한국 기독교 내부탐사'로 2007년 11월에 펴낸 김지방 국민일보 기자의 <정치교회> 본문내용 중 일부다. 위 내용은 작년말 기독당 창당 논란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당시 청교도영성훈련원의 전광훈 목사의 발언이다.
김 기자가 펴낸 책에서는 전 목사의 발언 외에도 당시 노무현 정부를 지속적으로 비방해온 이수영 목사의 발언을 예로 들고 있다.
내용인즉 "하나님의 교회를 압박하고 선교와 교육의 자유를 박탈하려는 세력들이 하나님의 분노의 잔을 받고 사라지는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라는 발언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는 당시 대선 상황임을 감안하면 실로 충격적인 내용이다.
김 기자는 또한 당시 이명박 서울 시장 재임시절의 종교편향 활동을 언급하며, 실로 이 시기에 본격적인 보수기독교계의 정치교회가 세력화하기 시작했다고 자평한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축사 외에 강의, 발제, 간증, 기도, 봉헌사, 마라톤 참가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형태로 교계에 얼굴을 비쳤다.(…) 서울시장 재임 시 가장 큰 치적으로 꼽히는 청계천 복원 사업에서도 그는 목사를 모시고 준공예배를 한 뒤 준공식을 열었다. 정치성 집회가 금지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매번 보수 기독교 단체의 시국기도회 같은 대규모 집회가 아무런 제재 없이 열릴 수 있었던 것도 장로시장의 힘이 컸다고 개신교인들이 믿고 있다"(책 본문 중에서)
김 기자는 책을 통해 "2007년 대한민국 헌법 20조가 흔들리고 있다"며 혹평을 한다. 이유인즉 당시 여러 교회에 등장한 대선후보, 특히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교계의 발언들이 나올 때마다 '과연 한국이 정교분리의 국가가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교회는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정치권도 교회를 향해 구애의 몸짓을 한다.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의 원리, 정교분리가 사문화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정교분리는 이제 폐기해도 될 만큼 낡은 논리인가"
김 기자가 언급했던 정교분리는 근대 민주 정치를 그 이전의 정치 제도와 구별 짓는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정치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한 종교가 국가를 지배해서도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때문이다.
김 기자는 이밖에 뉴라이트와 기독교 정당, 한기총은 정치 세력화, 교회를 욕망하는 신도들, 나라 밖 교회 정치 등의 사례들을 책을 통해 언급했다.
그는 그러며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으로 "한국교회가 어떻게 정치권력을 추구하고 있는지 사실을 고발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라고 성토했다.
예수님은 정치가 아니라 십자가를 선택했다
"예수님 시대에도 타락한 종교인들이 정권을 잡고 교권을 잡고 날뛰었지만 예수님은 그에 대항하여 정권을 잡으려고 일하지 않고 오히려 십자가를 선택하지 않습니까?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인의 길을 가야지 세상에 부화뇌동해서는 아무 일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기독교 신자라고 밝힌 네티즌A씨는 지난해 다시 논란이 됐던 기독교 정당 창단에 대해 위와 같이 일갈했다.
A씨는 그러며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교회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한 뒤, 이미 정치권에 들어간 기독교인들 많은데 굳이 기독교정당 창당에 열을 올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에는 유독 대형교회들의 정치발언과 집단지지로 기독교계가 몸살을 앓았다. 오세훈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지발언, 무상급식 철회지지 성명 등 선거 때만 나오면 교계의 정치적 발언으로 불교계와 타 종교계는 불쾌함을 감출 수 없었다.
당시 한 언론사의 편집장은 사설을 통해 "교회의 정치적 발언과 행동은 소외된 사람, 핍박받는 사람들 편에 설 때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거나 스스로 권력이 되기 위해, 혹은 다른 신앙이나 신념을 억압하기 위한 정치 행위는 금물이다. 그건 그들의 신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김지방 기자가 펴낸 <정치교회>를 보면, 2005년 기준 우리나라 종교인구 분포는 불교 22.8%, 개신교 18.3%, 가톨릭 10.9%, 기타 1%로 총인구 5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종교를 갖고 있다. 이중 국회의원의 종교인 비율이 4분의 3을 넘는다고 한다. 특히 기독교인이 국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인구의 기독교인 비율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한국교회 120년사 역사상 가장 큰 정치세력화를 이루고 있는 한국기독교는 지금도 또 다른 창당을 꿈꾸며 정치교회를 양산해내고 있다. 이러한 정치교회들이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을 통한 종교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예수의 영광의 모습을 지니고자 하는 자는 세상에서 부끄러운 십자가의 형상을 져야 한다. 십자가를 진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지 않고는 잃어버린 하나님의 형상을 다시 찾을 사람은 없다"
낮은 곳으로 임하려는 섬김의 논리, 희생의 논리를 지닌 예수의 가르침을 현재 한국교회는 제대로 받들고 있는 걸까. 170여 년 전 포이에르바하가 쓴 <기독교의 본질>에 그 답이 있을 것이다.
"신학의 비밀은 인간학이고, 종교는 인간정신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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