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naeil.com/News/politics/ViewNews.asp?sid=E&tid=1&nnum=643973

너무 나간 ‘정봉주 마케팅’
2012-01-09 오후 2:34:37 게재

선거앞두고 야권 출마자들 내에서 열풍 … "'반짝' 생색내기에 그쳐서야…"

#1. 2010년 민주당 10·3 전당대회 과정. 한 원외위원장이 지도부에 도전했다.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고 'BBK 문제'를 강력히 지적했다. 

검찰에 대해 겁없는 비판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는 예비경선에서 탈락했다.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예비경선이 끝나자, '합격자' 주변에 대의원이 몰려들었다. 

반면 고군분투하다 탈락한 그의 곁으로 다가와 위로·격려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쓸쓸히 웃으며 "저, 정봉주 더 열심히 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2. 2011년 4·27 재보선 초기. 야권은 강원도지사 선거에 비관적이었다. 대다수 의원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나마 비례대표 최문순 의원의 출마 선언 이후, 당 지도부가 나서 경선 분위기를 살리려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당시, 강원도 주민들이 얼굴조차 몰라보는 한 원외위원장이 춘천, 홍천 등 구석구석을 돌며 도지사 선거를 돕고 있었다. 

홍천 현장에서 만난 그에게 "얼굴도 몰라보는 지역 유권자 틈에서 왜 고생을 하냐"고 물었다. 그는 "이광재 전 지사 상황, 너무 안타깝다. 정봉주는, 힘이 약하더라도 어려울 때 서로를 돕고 싶다"고 했다. 이후 강원도지사 선거는 야권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내 덕에 선거가 이겼다'는 사람들이 폭증했다. 

심지어 선거 운동 과정에서 막말을 해 유세단에서 '방출'된 인물들마저도 본인의 공이라고 자랑했다. 반면 '정봉주의 노력'을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다. 당에서도 그의 존재를 잊은 듯 했다. 

#3. 2012년 1월. 그를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1년 6개여월 사이, 그가 '나는 꼼수다'를 통해 스타정치인이 되면서 갑자기 주변에 사람이 몰렸다. 그가 BBK 사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죄로 최근 구속 수감되자, 이 열기는 더 높아졌다.

1·15 민주통합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 후보들은 정봉주 전 의원 팬클럽 '미권스' (미래권력들)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참여 경선에 막강한 힘을 발휘할 '나꼼수' 지지자들에 대한 구애작전도 펼친다. 이른바 '정봉주 마케팅'이다. 

여기에 총선 예비후보들까지 '정봉주 마케팅'에 합류했다. 경기도 지역 A예비후보는 '정봉주 구명위원회 위원을 맡았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B예비후보는 홈페이지에 정봉주 전 의원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홍보에 공을 들인다. 언론 인터뷰마다 정봉주를 언급하지 않으면 뉴스가 되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정봉주 전 의원 측근들은, 정작 이런 모습을 보며 고마워하면서도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정봉주 전 의원이 외롭게 수사를 받고, 진로 문제로 고민할 때 이렇게 도와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갑자기 늘어난 '정봉주 마케팅'을 보니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 관심과 격려는 고맙지만, 정치인들이 정봉주 전 의원을 본인 홍보에 활용하려는 반짝 생색내기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정봉주 마케팅'의 진정성을 인정 받으려면 5년 전 불거진 BBK 공방의 진실은 무엇인지, 검찰 수사는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는지, 정치인이 대선 과정에서 제기하는 의혹이 어디까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심도 깊은 조사와 대안 모색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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