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94317


코레일-SR 통합에 '딴지'거는 <조선> , 사실은?

요금인하, 비용절감 없다는 <조선비즈>...노조 "일방적인 SR 자료 인용"

허환주 기자 2018.04.26 04:01:03


국토교통부가 SR(수서발 고속철 운영사)과 코레일의 통합을 검토하는 연구 용역을 지난 18일 발주하자 보수언론에서 융단폭격이 쏟아지고 있다. SRT(수서발 고속철)는 코레일의 KTX 요금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경쟁 체제 도입으로 국민의 혜택이 높음에도 이를 통합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SRT 설립은 철도 민영화의 주요한 단계로 간주돼 왔다. 철도를 민간 분야로 돌리는 구상은 김대중 정권에서 시작됐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됐고, 박근혜 정권에서 결실을 맺었다. SRT는 사실상 박근혜 정권의 유산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같은 보수 정부(자유한국당 계열 정부)의 철도 민영화 기조는 2013년 12월 9일부터 12월 30일까지, 국민적 지지를 얻었던 철도 파업을 뛰어 넘고 관철됐다.  


그래서 2016년 12월 개통한 SRT는 사실상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회사였다. 코레일(철도공사)의 기존 노선을 쪼개 운영하는 회사로, 사실상 코레일이 운영하는 노선을 확보해 영업을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신 사업'을 창조한 것처럼 포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 민영화 적폐를 되돌리는 것은 힘이 든다. 이는 당시에도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그런 '철도 적폐'가 조금씩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토교통부는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라는 제목의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쉽게 말해 코레일과 SR 통합이 연구 주제이며, 결과는 올해 10월 말 나온다. 국토부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코레일과 SR 통합 여부 및 그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연구 용역 발주 목적을 두고 "코레일-SR 간 경쟁 체제로 인해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철도공사·노조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현 철도산업 구조에 대해 공정하고 정밀한 평가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철도산업의 방향성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수언론의 코레일-SR 통합 문제제기, 왜? 


오영식 코레일 사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 운행거리가 4000km도 안 되는 작은 나라에서 운영사를 분리해 놓은 건 비효율적"이라며 "SR이 수익성 높은 수서∼부산, 수서∼목포 노선만 운행하면서 수서에서 여수, 진주 등으로 가려는 승객들이 복잡한 환승을 거쳐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과 SR이 통합돼 수서발 고속철을 코레일이 운영하게 되면 이에 따른 추가 이익은 승객들에게 요금 인하 등의 혜택으로 돌려주겠다는 게 오 사장의 생각이다. 철도 배차 간격을 효율화해 전국 노선에 하루 40편의 고속철을 추가로 투입하고, 기존 SRT를 제외한 모든 노선의 운임을 10%씩 인하하겠다는 것. 그렇게 될 경우, 서울∼부산 KTX 요금이 5만9800원에서 5만4000원 정도로 낮아진다는 게 오 시장의 생설명이다. 


하지만 보수언론에서는 코레일과 SR간 통합에 문제가 있다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언론이 <조선일보>이다. 지난 22일, 조선일보 자회사 <조선비즈>는 '논란 코레일-SR 통합... 요금인하-비용절감 어렵다'라는 기사를 통해 SR과 코레일의 통합 논의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일방적인 주장과 일반적인 자료에 근거한 주장에 불과하다. 


요금인하, 비용절감 없다? 사실은... 


<조선비즈>는 KTX는 무단승차 시 기준운임에 50%를 할증 부과하는 갑질을 한 반면, SRT는 무단승차를 해도 추가요금을 내지 않는 정책을 편다며 이를 코레일과 SR의 경쟁효과 근거로 제시했다.  


<조선비즈>의 보도를 보면 대전의 한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SRT에 급히 올라타느라 탑승 직후 열차 승무원에게 표를 끊었는데 추가 요금이 붙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전~수서간 SRT 요금은 1만9800원으로 대전~서울역간 코레일 요금 2만3800원보다 16.8% 싸다고 보도했다.  


한발 더 나가, 탑승 직후 발권 시 요금 차이는 1만9800원 대 3만5700원으로 벌어진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선비즈>는 A씨의 말을 빌려 "코레일과 SR을 합치면 코레일처럼 '갑질'에 가까운 요금 정책을 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코레일과 SR 모두 승차권 없이 열차에 탑승한 경우 0.5배 이상 10배 이하의 부가금을 징수하도록 여객약관에 규정하고 있다. 또한 <조선> 기사 내용대로라면 <조선비즈>가 예로 든 승객은 SR 승무원이 규정을 위반한 직권남용 사례가 된다. 


SR통합의 핵심 쟁점인 열차운행 증가와 선로사용료에 대한 내용도 SR 일방의 의견으로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그동안 코레일은 평택~오송 복복선 건설 없이도 40회 이상 열차운행 증가가 가능하며, 선로사용료도 현 수준 이상 납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지난 국정감사 등 국회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언급된 바 있다.   

하지만 <조선비즈>는 적어도 2023년까지는 코레일이 SR 통합으로 누릴 수 있는 노선효율화 시너지 효과는 없다고 단정 지었다.  


뿐만 아니라 <조선비즈>는 지난해 SRT 이용객(1946만 명)이 아낀 금액을 계산하면 713억~1012억 원에 달한다며 SR 측에서 제공한 자료를 제시했다. SR이 밝힌 대로라면 1인당 요금 절약금액은 약 52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코레일이 밝힌 2017년 KTX 1인당 평균 요금은 3만231원, SRT는 2만8880원으로, 1인당 요금차이는 1351원에 불과하다. 이는 <조선비즈>가 밝힌 수치와는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수치다.  


철도노조 "언론에서 SR 자료 활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또한, 해당 기사는 ‘수서역 이용자 가운데 강남구와 송파구 거주자는 26.2%’라고 밝히며 그간 비판받아온 강남 특혜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으나 기사에 첨부된 통계를 보면, 강남권이라 볼 수 있는 분당 성남, 판교, 용인, 수지 등을 경기도라 통칭하고 있어 정확한 분포를 파악하기 어렵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언론사에서 사용한 통계자료는 모두 SR에서 제공한 자료"라며 "하지만 조사주체, 조사 대상 및 기간, 설문문항 등 기본적인 리서치 내용을 알 수 없어 자료의 신뢰성이 매우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그간 KOTI, 녹색교통운동 등 수차례 진행된 공신력 있는 자료가 있음에도 SR이 제공한 자료를 활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SR과 코레일의 통합을 검토하는 연구 용역을 발주한 18일 이후, 4월 19일부터 23일까지 코레일과 SR통합에 반대하는 논거의 기사와 사설이 10건 이상 쏟아졌다. 대부분 기사와 사설이 <조선비즈> 기사와 일관된 논리를 펴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는 SR 사장직을 맡고 있는 이승호 사장은 전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철도정책을 총괄하는 철도정책관으로 근무하면서 SRT 민간개방, 경쟁체제 도입을 목표로 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철도 민영화에 앞장 선 인물이다. 국토부 퇴직 후 불과 보름만인 2017년 3월 13일, SR 사장으로 취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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