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846428.html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강대국에 휘둘리지 않는 ‘공조’ 선언
등록 :2018-05-27 16:10 수정 :2018-05-27 21:22
‘깜짝 회담’ 의미와 전망
문 대통령 “역사 물줄기 바꾸는 완전히 새로운 시작 될 것” 한반도 ‘불신→신뢰’ 전환점으로
두 정상 수시로 논의하겠다던 4·27 판문점선언 다짐 실천 ‘소통 일상화’ 남북관계 질적 도약
남북 함께 북미관계 변화 이끌어 미국 지배적 국제정치에 ‘파란’ 주변4국, 한반도전략 수정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편지 통보’를 하지 않았다면, 한달 만의 26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5·26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을 터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전격적인 정상회담으로 좌초 위기의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살려내고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한 단계 높은 지경에 올려놨다.
말 그대로 ‘전화위복의 예술’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세 돌파 ‘전격전’은, 더는 ‘냉전의 외딴섬’에 살지 않겠다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주변 4국의 강대국 정치와 이간책에 흔들려 전쟁과 분단과 갈등으로 허송세월하지 않겠다는 ‘공조 선언’이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다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사정에 밝은 여러 소식통들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매우 흥미로운 사태 전개”이자 “(한반도의) 불신 프로세스를 신뢰 프로세스로 바꿀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우선 ‘5·26 정상회담’은 “양 정상은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해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진지하게 논의”하겠다는 ‘4·27 판문점 선언’의 다짐을 실천했다는 의미가 있다. ‘말을 하면 이행한다’는 좋은 선례의 구성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뤄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6일 회담 머리발언에서 “마음이 더 가까워지고 모아지고, 평양과 서울이 더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동신문>을 통해선 “북남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어놓는 역사적인 계기”라고 평했다. 문 대통령도 회담 마무리 발언에서 “과거에는 남북 정상들이 마주 앉으려면 아주 긴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이 필요했는데, 이렇게 연락해서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는 징표”라고 자평했다.
1·2차 남북정상회담 과정에 밝은 전직 고위 관계자는 “정상 간 소통의 일상화가 가능해져 남북관계의 안정적이고도 일상적인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남북관계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우리 내부적으로는 ‘통미봉남’ 따위 시대착오적 말장난으로 갈등과 분열에 휩싸이지 않을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5·26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재발견’, 곧 전쟁과 분단의 한반도사에서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우선순위 조정을 통한 관계 재설정의 의미를 지닌다. 남북 정상의 전격적 담판으로 좌초 위기의 북-미 정상회담을 살려냈다는 건, 남북 공조로 북-미 관계를 ‘견인’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어서다. ‘남북관계는 미국이 설정한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국제정치학계의 강고한 인식이 ‘불변의 진리’가 아님을 웅변한다.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트럼프의 ‘편지 취소’에서 26일 남북정상회담에 이르는 과정은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보다 반 발짝 또는 한 발짝 앞서갈 필요가 있다는 데 남북이 공감을 형성한 것”이라고 짚었다. “신뢰가 부족하거나 결여된” 북-미 관계가 주춤할 때 남북관계가 “속도 유지와 역진 방지”의 안전판 노릇을 할 수 있고, 그러해야 하다는 지적이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미국을 상대하는 데 (전통의 후견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함을 행동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27일 <노동신문>은 “북남 수뇌분들께서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데 대한 입장을 표명하시며 앞으로 수시로 만나 대화를 적극화하며 지혜와 힘을 합쳐나갈 데 대해 견해를 같이하시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상호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북-미 간 의제로 인식돼온 이른바 ‘북핵 문제’(북-미 적대관계)를, 문 대통령이 거듭 강조해온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전망 아래 남북 공조로 해소하겠다는 다짐이다. 동북아의 사실상 패권국인 미국은 물론 중·일·러 등 동북아 주변국들로선 대한반도 전략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 전개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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