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49861


'수문 개방 반대'에 부딪힌 백제보, 내일 열릴 수 있을까

[현장] 인근 농민들, 수문개방 피해보상 요구하며 집회 열어

18.06.29 16:02 l 최종 업데이트 18.06.29 16:02 l 김종술(e-2580)


 백제보 인근으로 비닐하우스 시설재배 농가들이 밀집해 있다. 비닐하우스 농가들은 지하수를 사용하는 수막 재배 농법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  백제보 인근으로 비닐하우스 시설재배 농가들이 밀집해 있다. 비닐하우스 농가들은 지하수를 사용하는 수막 재배 농법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 김종술


30일 오후 12시로 예정된 백제보 수문 개방을 놓고 또다시 농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인근 지역 농민들은 수문개방에 따른 지하수 고갈 피해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추가 개방을 반대하고 있다. 


"지하수 고갈될 것" vs. "피해 없는 선까지 개방"


 백제보 인근 시설재배 농민들이 내일로 예정된 백제보 수문개방을 반대하고 있다.

▲  백제보 인근 시설재배 농민들이 내일로 예정된 백제보 수문개방을 반대하고 있다. ⓒ 김종술


"농업용수 대책 없는 백제보 수문개방 반대한다"

"말로만 피해보상 환경청은 각성하라"


부여군 시설재배 농민들은 내일로 계획된 백제보 수문개방을 두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 없는 백제보 수문개방 저지를 위한 농민들의 모임'이라고 밝힌 이들은 백제보 주차장에서 집회를 열고 '피해보상 없는 수문개방'을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2시엔 환경부와 부여군, 농민들이 한국수자원공사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께 도착한 김동진 금강유역환경청장과 직원들이 사무실로 향하는 입구에서 주민들과 논쟁을 벌이면서 간담회가 무산됐다.


한 주민은 "지난해 지하수가 올라오지 않으면서 농작물이 말라 죽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보 개방으로 지하수위가 내려가면서 발생한 인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단 한 마디 사과도 없었고 피해 보상도 없었다. 그런데 아무런 대책과 보상도 없이 또다시 개방한다고 한다. 무조건 농민들에게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말로 믿으라고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동진 청장은 "그동안 주민대표들과 다섯 번이나 대화를 나눴다. 보상 절차에 따른 공문도 대표들에게 발송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개방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피해가 나타나지 않는 선까지만 개방할 예정이다. 만약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진 금강유역환경청장과 환경부 담당자들이 간담회 장소로 들어가지 못하고 백제보 주차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동진 금강유역환경청장과 환경부 담당자들이 간담회 장소로 들어가지 못하고 백제보 주차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종술


그러나 또 다른 농민은 "농민들은 수문개방은 지하수 고갈을 불러올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대책만 안전하게 세워 준다면 수문개방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늘 방송을 보니 금강에 녹조가 없어졌다고 하던데 내일 보 개방을 앞두고 정부가 부리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장마철인 만큼 내일이라도 비가 온다면 수문을 열어야 한다. 지금은 물이 많아서 지하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수문을 열어서 지하수위가 변화하는 것을 매일매일 확인해 알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현재 주민들은 환경부 직원들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두 달 만에 다시 닫힌 수문 


 지난해 11월 백제보의 수문이 개방되면서 상류 공주보 아래에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있다.

▲  지난해 11월 백제보의 수문이 개방되면서 상류 공주보 아래에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있다. ⓒ 김종술


정부는 지난해 11월 13일 4대강 수문 개방 보를 6개에서 14개로 확대했다. 당시 금강에서는 백제보 1.5m, 공주보 20cm, 세종보 1.85m 정도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백제보 우안 부여군 비닐하우스 수막 재배지에서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되자, 두 달 만에 백제보의 수문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당시 민원이 발생한 곳은 부여군 자왕리, 저석리, 신정리, 송간리, 정동리 등 5개 마을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강변 농지가 사라지면서 비닐하우스 시설재배 농가들이 증가한 곳이다. 농가에서는 수박, 멜론, 딸기, 호박, 오이 등의 작물을 수막 농법 방식으로 재배하고 있다.


수막 재배란 비닐하우스 안에 또 다른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그 위에 지하수를 끌어올려 수온 12~15℃의 물을 뿌리는 농법이다. 겨울에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고 실내온도를 유지해 보온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막 재배가 4대강 사업이 만든 기형적인 농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지하수 사용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 하지만, 겨울철 난방 대신에 지하수를 뿌리는 방식인 수막 재배는 200평 규모의 하우스 한 동당 300톤의 지하수가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농민들이 사용하는 지하수에 관한 규제가 없다 보니, 필요할 때마다 관정을 파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백제보 인근 밀집된 공간에는 지하 관정이 7~8천 개로 추정되는데, 이 또한 문제다. 5개 마을 농민들이 사용하는 지하수의 양이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2차 개방도 주민 반대로 무산


 백제보 상류 2km 지점에 녹조가 피어오르면서 물고기들이 상층부에 떠다니고 있다.

▲  백제보 상류 2km 지점에 녹조가 피어오르면서 물고기들이 상층부에 떠다니고 있다. ⓒ 김종술


정부는 지난 4월에도 2차 개방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인근 농가들의 저항으로 무산됐다. 당시 환경부, 국토부, 한국수자원공사, 공주·부여 지자체 관계자들은 4월 13일 백제보에서 회의하고 수문 재개방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지하수를 사용하는 겨울철 비닐하우스 수막 재배 농사가 끝나고, 기온 상승으로 녹조가 창궐할 것을 우려해 개방을 결정했다. 


하지만 인근 농민들이 백제보 주차장에서 수문개방을 주장하며 집회를 벌였다. 8개의 반대 현수막을 걸고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는 백제보 수위를 추가 개방하여 2.5m까지 수위를 낮춘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또다시 농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무산됐다.


 4대강 사업 후 백제보 상류에 급증하기 시작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저서생물인 두 종은 환경부 최악의 4급수 오염지표종이다.

▲  4대강 사업 후 백제보 상류에 급증하기 시작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저서생물인 두 종은 환경부 최악의 4급수 오염지표종이다. ⓒ 김종술


한편, 정부는 4대강 보 개방 1년 중간결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4대강 보 개방 이후 조류 농도가 개선되어 강의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세종보, 공주보 개방 전에 비해 조류 농도가 40%가 감소됐다고 설명했다. 

 

4대강 수문개방 후 세종보는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시커먼 강바닥 펄층이 사라지고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등 환경부 수 생태 4급구 오염지표종도 급감하고 있다. 반면 모래와 자갈이 퇴적된 곳에서는 물떼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가 부화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여울이 만들어진 곳에서 물고기 치어들과 재첩이 살아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4대강 사업 당시 백제보 상류에서 하중도(모래가 쌓이면서 만들어진 섬)에 중장비들이 준설을 하고 있다.

▲  4대강 사업 당시 백제보 상류에서 하중도(모래가 쌓이면서 만들어진 섬)에 중장비들이 준설을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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