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80705135104044


[취재파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이 콩자반을 먹지 않는 이유

김기태 기자 입력 2018.07.05. 13:51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이 2014년 5월 상경 투쟁 당시 먹어야 했던 식사. 한 노조원은 "밥상만 봐도 눈물이 나오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이 2014년 5월 상경 투쟁 당시 먹어야 했던 식사. 한 노조원은 "밥상만 봐도 눈물이 나오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은 유독 콩자반과 마늘종을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노조 측 관계자들과 저녁을 먹다가 들은 얘깁니다. 이들은 밑반찬으로 콩자반이 나오자 "콩자반만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콩자반은 염호석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고 말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양산 분회장이던 염호석 씨는 2014년 파업 도중 "지회가 승리하는 날 뿌려달라"며 강릉 정동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014년 4월, 노조는 협력업체 대표들이 협상권을 위임한 한국경영자총연합회와 임금 등을 놓고 집중교섭을 벌입니다. 하지만 경총은 교섭 마지막 날까지도 임금안 조차 제시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당시 경총의 이런 협상 방식은 노조의 힘을 빼기 위한 'BURN OUT' 전략으로 드러났습니다. 삼성전자가 노조 와해를 위해 자문 계약을 맺은 외부 노무사들이 조언한 수법입니다.)


이후 노조는 5월부터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전 조합원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로 '상경 투쟁'을 벌이기로 합니다. 하지만 노조의 가장 큰 걱정은 '돈'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노조가 보유한 돈은 6천만 원이 전부. 전 조합원 천 명 정도가 상경 투쟁을 벌이면 딱 8일 정도 버틸 수 있는 돈입니다. 이에 노조 집행부는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19일부터 21일까지, 26일부터 28일까지 각각 2박 3일씩 나눠 상경 투쟁을 벌여 한 달을 버텨보기로 결정합니다. 열악한 처우와 부당한 대우에 들끓고 있던 노조원들의 투쟁 요구 수위보다 다소 낮춘 결정입니다.


상경 투쟁 첫날인 5월 12일,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처한 열악한 현실을 제대로 목격하게 됩니다. 다름 아닌 식사 시간 땝니다. 삼성 노조 집행부는 6천만 원을 최대한 아껴 상경 투쟁 기간을 최대한 오래 유지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1인당 하루 식대를 2,500원 수준으로 책정합니다. 노숙 투쟁을 벌이기 위해 빌린 밥차에 최대한 낮은 단가를 부탁했습니다. 제대로 된 음식을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반찬은 콩자반과 마늘종이 전부였습니다. 당시 노조원들은 "밥그릇만 봐도 가슴이 미어지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2박 3일간 첫 상경 투쟁을 마무리하던 2014년 5월 14일, 염호석 분회장은 마무리 발언을 합니다. "승리하는 날까지 끝까지 싸우자"며 노조원들을 격려했습니다. 하지만 염 씨는 사흘 뒤인 5월 17일, 강릉 정동진에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시신을 찾게 되면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달라"며 "승리하는 날 화장하여 정동진에 뿌려달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한 노조 관계자는 "당시 염 씨의 결정은 노조의 열악한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판단일지 모른다"고 가슴 아파했습니다. "콩자반만 나온 식판을 보고 노조의 장기 투쟁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 어쩌면 시신 투쟁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당시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콩자반이 아니라 조금만 더 좋은 반찬을 내기로 결정했다면 염호석이 그런 극단적 선택을 안 하지 않았을까" 마음 아파했습니다.


삼성의 노조 탄압에 저항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염호석씨

삼성의 노조 탄압에 저항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염호석씨


이런 염호석의 죽음을 대가로 염 씨의 부친은 삼성 측으로부터 6억 원을 건네받았습니다. "아들이 죽었는데 고기값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인간적인 말까지 남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부친은 아들의 유언을 외면하고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갑자기 마음을 바꿉니다. 노조가 염호석의 시신을 투쟁 동력으로 삼지 못하게 하기 위한 삼성 측의 제안을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당시 염 씨 부친이 삼성 측에서 받은 6억 원은 당시 노조가 갖고 있던 돈의 10배에 달하는 액숩니다. 부친은 이 돈을 카지노 등에서 허망하게 날렸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염호석의 부친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섭니다. 하지만 염 씨의 부친은 지난 4월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자 도피 생활을 해왔습니다. 검찰은 "체포영장은 발부한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법원은 유독 삼성 노조 와해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13건 가운데 11건을 기각했습니다. 


김기태 기자KK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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