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회, 처참한 ‘오욕 보도’ 일지 공개
“편파‧침묵‧왜곡 점철된 1년”…타사 비교 누락 ‘수두룩’
최영식 기자 | newsface21@gmail.com
12.01.16 18:46 | 최종 수정시간 12.01.16 19:02
지난 6일 ‘편파보도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보도국 수뇌부의 퇴진을 요구했던 MBC 기자회가 보다 적극적인 행동개시에 나섰다. 지난 1년간의 ‘편파, 침묵, 왜곡’보도 행태를 반성하며 그 사례를 모아 발표한 것이다.
MBC 기자회는 16일 발행한 비상대책위원회 특보 4호를 통해 “침묵과 왜곡, 편파로 점철된 MBC 뉴스의 지난 1년”이라며 주요 이슈 관련 보도내용에 대한 표를 만들어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른바 ‘2011년 불공정 보도 일지’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 불법선거운동 축소 보도 △4대강 사업 왜곡보도 △KBS 도청의혹 축소보도 △‘PD수첩’ 판결 왜곡보도 △10.26 재보선 불공정 보도 △내곡동 사저 의혹 누락, 축소 보도 △한미 FTA 편파보도 △‘대북 정보 허점, 국정원장 인정’ 보도 누락 △김문수 경기지사 119 논란 보도 누락 △미디어렙 편파보도 등이 담겼다.
특히, 지난해 12월 5일 LA 특파원이 BBK 판결문을 입수해 특종 보도했지만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는 이틀간 방송되지 않았고 아침 뉴스를 통해 이를 내보냈다는 것이 기자회의 주장이다.
또한, MBC 기자회는 주요 이슈에 대한 메인뉴스에서의 보도여부를 KBS와 SBS 등 경쟁사들과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자사 뉴스의 자존심을 내세운다면 쉽게 공개하기 힘든 내용이다.
특보에 따르면 KBS와 SBS는 보도했지만 MBC는 보도하지 않은 이슈는 6월 7일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열흘째 소식과 9월 3일 고 이소선 여사 타계 소식이다. 반값등록금 집회의 경우, 다음날 ‘뉴스플러스’를 통해 2꼭지를 보도했으며 이 여사 타계 소식은 4일 후 영결식 리포트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11월 22일에는 FTA 반대집회, 반대진영 반응을 전하지 않았으며 같은달 26일 FTA 반대, 첫 전국 동시집회 소식도 ‘뉴스데스크’에서는 빠졌다. 3월 23일과 24일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논란도 ‘뉴스데스크’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5월 29일 대학생 반값 등록금 기습 시위는 ‘사건, 사고 리포트’를 통해 처리했다.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의 메인뉴스가 외면한 채 SBS ‘8뉴스’를 통해서만 보도된 이슈들도 상당수였다. △고대 의대생, 여학생 집단 성추행(6월 3일) △반값 등록금 주말 촛불집회(6월 11일) △국회 환노위의 한진중공업 청문회 개최 결정(6월 22일) 등이 그것이었다.
아울러 △민주당, 당 대표실 도청의혹(6월 25일) △영하 추위 속 경찰의 물대포 발사(11월 24일) △“김정일 사망을 몰랐다”는 국정원장의 국회 답변(12월 20일) △김문수 지사의 119 대원 전보조치(12월 28일) 등도 포함됐다.
“입사 이래 이렇게 총체적인 불공정 보도는 처음본다”
이에 대해, 기자회는 “기사 판단은 기자마다 매체마다 다르지만 기사가 나가고 안나가는 현상이 특정 방향으로만 두드러진다면 그걸 ‘편향’이라고 부른다”며 “MBC가 권력의 눈치를 살피느라, 이슈를 비켜가느라 정상적 기사 판단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들이 기사 내용을 놓고 싸워볼 여지가 적었다. 발제해도 잡히지 않았거나, 더러 기자들에게 발제했다고 해놓고 부장이 편집회의에 보고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부장은 편집부 핑계, 편집부는 취재부서 핑계를 대는 악순환이 그래서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기자회는 “물론 그렇다 해도 기자들이 ‘꼭 내야 하는 기사’라고 더 달려들었어야 했다”며 “한편, 기자들의 최초 취재 판단이 안이했던 경우는 전혀 없었는지도 되돌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호 MBC 기자회장은 공개서한을 통해 “이 숱한 오욕의 기록들을 접하면서 나는 그 가운데에서 무엇을 했나,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며 “너무 말에 의존해 해결하려 했고, 행동이 뒤늦었다는 비판. 하나도 틀리지 않다. 그런 비판, 안에서 후배들로부터 받는 것 당연하고, 밖에서 시청자들로부터 받는 것 당연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허나, 회사 측이 특보를 통해 ‘느닷없이’라고 한데 대해서는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보도국장을 향해 “여기에 실린 내용들이 처음 보시는 것들인가? 대부분 구두로 혹은 기사 스크랩을 들고 찾아가 토해냈던 것들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김재철 사장을 향해서도 “업무에 바쁘신 사장님은 정녕 모르셨나 보다, 그렇다면 오늘 특보에 실린 불공정 사례들을 찬찬히 들여다 봐주시기 바란다. 근거가 없느냐? 억지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박 회장은 “입사 이래 이렇게 총체적인 불공정 보도는 처음본다”며 “언론인으로서 속된 말로 ‘좌빨’이 문제이듯 ‘수꼴’도 문제다. 이념편향적인 보도책임자와 부장, 데스크가 여럿 있다. 기자들은 다 안다. 어린 후배들도 알고 20년 넘게 다닌 선배들도 그것을 개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기자들 기사 물 먹으면 책임 물으시라. 마찬가지로 MBC뉴스라는 배를 이렇게까지 침몰시키고 있는 선장도 책임 물으셔야 한다”며 “지도자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곳에서는 어떠한 리더십도, 믿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기본 상식 아닌가? 그렇게 사내 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행위에 대한 문책 없이 무슨 소통을 말하겠는가?”라고 일갈했다.
ⓒ MBC 기자회
△KBS‧SBS‧MBC 메인뉴스 보도 비교
ⓒ MBC 기자회
△이슈 외면 및 몇가지 사례
ⓒ MBC 기자회
다음은 박성호 MBC 기자회장의 공개서한 전문
“기자들의 행동, 느닷없습니까?”
먼저 참회합니다. 이 숱한 오욕의 기록들을 접하면서 나는 그 가운데에서 무엇을 했나,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너무 말에 의존해 해결하려 했고, 행동이 뒤늦었다는 비판. 하나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런 비판, 안에서 후배들로부터 받는 것 당연하고, 밖에서 시청자들로부터 받는 것 당연합니다.
허나, 회사 측이 특보를 통해 밝혔듯 ‘느닷없이’라고 한데 대해서는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느낍니다. 묻고 싶습니다. 국장님, 여기에 실린 내용들이 처음 보시는 것들입니까? 대부분 제가 구두로 혹은 기사 스크랩 들고 찾아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안타까움으로 답답함으로 토해냈던 것들 아닙니까? 그런데도 회사는 ‘느닷없이’라고 합니다.
그 특보를 쓰신 분은 사정을 잘 모르셨나 봅니다. 혹시 임원 분들, 보도부문이 아닌 분들, 그리고 업무에 바쁘신 사장님, 정녕 모르셨나 봅니다. 그렇다면 오늘 특보에 실린 불공정 사례들을 찬찬히 들여다 봐주시기 바랍니다. 근거가 없습니까? 억지입니까?
기자 한 명이 잘못된 판단이나 큰 낙종을 하면, 선배로부터 데스크로부터 편집회의로부터 그야말로 준엄한 성토를, 때로는 책임 추궁을 당하는 게 우리 조직입니다. 보도 조직은 그래야 맞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1년 내내 단순한 실수나 오판으로 보기 어려운, 의도된 외면과 왜곡이 이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 없습니다. 참다 참다 기자들이 일어나 책임지라고 했더니, 어디다 대고 그런 소리냐면서 외려 기자들에게 칼을 빼들었습니다. 사장님, 그토록 사내 질서에 엄정하시다면, 우리 사회의 공기로서 여론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회사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애청자들을 실망시킨 죄도 징치하셔야 마땅한 게 아닙니까?
입사 이래 이렇게 총체적인 불공정 보도는 처음 봅니다. 언론인으로서 속된 말로 ‘좌빨’이 문제이듯 ‘수꼴’도 문제입니다. 지금 이념편향적인 보도책임자와 부장, 데스크가 여럿 있습니다. 기자들은 다 압니다. 어린 후배들도 알고 20년 넘게 다닌 선배들도 그것을 개탄하고 있습니다. ‘확신범과 예스맨으로 운영을 하니 뉴스가 잘 되겠냐?’ 제 얘기가 아닙니다. 숱한 선배들의 얘기입니다.
기자들 기사 물 먹으면 책임 물으십시오. 마찬가지로 MBC뉴스라는 배를 이렇게까지 침몰시키고 있는 선장도 책임 물으셔야 합니다. 지도자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곳에서는 어떠한 리더십도, 믿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기본 상식 아닙니까? 그렇게 사내 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행위에 대한 문책 없이 무슨 소통을 말하겠습니까?
“다음에 진짜 이런 일이 있으면 우리 후배들이 나가라고 그러면 그냥 연판장을 다 돌려서 나가라고 그러십시오” 사장님, 작년 11월 3일 공방협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인적쇄신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엄한 선배와 똑똑한 후배들로 와글거리는 보도국을 보고 싶습니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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