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vop.co.kr/A00000468006.html
민영화된 정유사들, 왜 '칼 안 든 도둑'이라 하나?
[이젠 국유화다③]유가자유화 이후 30조 부당이득·발암물질은 수백배
문형구 기자 munhyungu@daum.net 입력 2012-01-18 11:56:52 l 수정 2012-01-18 20:21:42
기름값은 이제 주거비, 교육비와 마찬가지로 서민 가계를 옥죄는 주된 요인이다. 내려가지는 않고 치솟기만 하는 기름값 때문에, 우리는 '칼만 안 든 도둑'이라고 정유사를 탓하는 얘기를 흔히 듣는다. 그런데 왜 기름값은 오르기만 하는 것일까?
기름값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선 실제 정유사들의 행태를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는 2009년 6월부터 2011년 5월까지 2년간 1조3천억여원의 초과이익을 취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휘발유 및 경유 공장도 공급가격이 싱가포르 국제상품시장에 비해 각각 ℓ당 평균 24원, 18원 더 높았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올려받는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200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정유사들이 공장도가격을 부풀려 신고해, 소비자들은 그 해 상반기에만 1천870억원을 더 부담했으며 1998년~ 2007년 상반기까지 27조6천여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밝혔다.
유가상승, 고배당 잔치 불러온 민영화
민영화의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기름값의 지속적인 상승이었다. ⓒ민중의소리
위 조사의 기준점인 1998년은 유가 자유화가 실시된 해다. 따라서 석유 공급을 시장에 맡겨놓은 결과를 돈으로 환산하자면, 최소한 27조6천억원의 부당이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국내 석유 공급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4개 정유사들이 가격담합과 같은 방법으로 초과이익을 누리고, 그 피해를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한 것은 예고된 일이라 할 수 있다. 산업의 혈류라고 할 석유공급을 사기업들의 수중에 맡겨놓고, 국가는 공공 서비스 제공의 책무를 방기해왔기 때문이다.
원래 정유 산업은 1962년 설립된 대한석유공사가 담당했으나 시설확장을 위한 걸프오일(미국 자본)과의 합작으로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고, 걸프 오일이 철수한 이후인 82년 전두환 정권에 의해 선경그룹(현 SK이노베이션)에 넘어가게 된다.
신군부 관계자들에 의하면 삼성을 비롯한 굴지의 재벌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기 위해 로비전에 뛰어들었는데, 당시 재계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던 선경이 결국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재계서열 5위로 뛰어올랐다. 이어 64년에는 극동석유공업(현 현대오일뱅크), 66년 호남정유(GS칼텍스), 69년 경인에너지(SK인천정유), 76년 한·이석유(에쓰오일) 등이 차례로 설립되면서 현재의 독과점 형태를 이루게 된다.
이후에도 국내 석유 가격은 정부의 가격고시제 등으로 묶여있었는데 97년 1월 가격자유화를 실시해 실질적인 민영화로 이행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기름값의 지속적인 상승이었다. 한인임 원진재단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97년 정부의 유가 자유화 이후 국내 석유 공급 가격은 원유 도입 단가와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원유도입단가와 석유제품 소비자 가격변화 ⓒ한인임
정유사들은 독과점에 의한 초과이익에 기반해 막대한 배당을 챙겼다. 정유사 주식은 그 '짭짤한' 배당성향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은데, GS칼텍스의 경우 당기순이익 대비 40% 대의 배당성향을 보여왔다. GS칼텍스의 2011년 배당총액은 3460억원으로 순이익의 48%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03년 소버린과의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603%의 배당을 하는 등 2000년대 들어 GS칼텍스 보다 높은 배당성향을 보여왔고 2007년부터는 이익 규모와 관계없이 주당 2,100원의 고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다른 정유사들 역시 제조업 평균에 비해 높은 배당성향을 보이긴 마찬가지인데, 이들 정유사들의 배당성향을 비교해보면 외국인 지분율의 순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소비자들에게 폭리를 취해 벌어들인 돈이 배당 잔치를 통해 외국 자본의 손으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정유 공장 인근은 발암물질 '전시장'
민영화가 낳는 폐해로 또하나 짚어야 할 것이 있다. 민영화된 정유사들은 독과점을 통해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높은 배당을 챙기는 반면 설비투자율은 매우 낮다. 문제는 낮은 투자로 인한 환경오염의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점이다.
2005년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GS칼텍스 정유가 위치한 여수산단 내부 노동자들은 발암물질인 벤젠·1,3-부타디엔·비닐클로라이드 모노머 등에 '단시간 고농도'로 노출되고 있으며, 이는 외국의 단시간 노출기준에 비해 최고 300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위험 상황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수년째 이어졌지만, 2010년 초 노동부 발표 때는 오히려 벤젠 노출이 단시간 노출기준의 450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젠과 1,3-부타디엔은 백혈병과 림프종 등을, 비닐클로라이드 모노머는 간혈관육종을 일으키는 주요 발암물질이다. 때문에 이들 지역의 노동자들과 지역민들에게서 백혈병, 림프종과 희귀병이 더 많은 것은 물론 가려움증·두통과 같은 만성적 증상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문제는 다른 정유회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의 울산공장에서는 발병률이 10만명 당 3명인 급성골수성백혈병, 10만명 당 19명인 비호즈킨 림프종, 10만명 당 1명인 재생불량성빈혈로 2900명의 생산직 가운데 단 2년간 4명이 산재인정을 받은 바 있다.
한국의 정유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을 보자면, 기간산업을 사기업에 맡겨놓을 때 생기는 폐해들을 모아놓은 전시장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정유 산업 만큼 국유화 혹은 사회화가 당연한 산업도 없다. 석유소비량은 세계 6위이면서 그 100%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과연 석유 공급은 누가 통제해야 하는가?
문형구 기자munhyung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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