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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병기 “강제징용 판결, 파기환송해야” 청와대·외교부에 보고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입력 : 2018.08.16 18:20:00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9)이 검찰에 나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을 해결하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의 지시에 따라 차한성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64)을 만났고, 그 결과도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사법부 독립과 3권 분립을 지켜야 할 국가 원수가 ‘재판 거래’ 의혹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당시 청와대 ‘2인자’의 진술로 확인된 것이다. 각종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에 이어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이병기 전 실장(71·구속)도 청와대와 외교부에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돌려 결과를 바꿔야 한다”고 보고하는 등 재판에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국정농단,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에 이어 ‘재판 거래’ 의혹으로 또 다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 전 실장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이 제시한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대부분 시인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인정했다. 김 전 실장은 문제를 해결하라는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별다른 친분 관계가 없던 차 전 대법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2013년 12월1일 비서실장 공관에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65)과 함께 차 전 대법관을 만났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2017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고 구속 기소됐지만 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진술은 끝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 전 실장과 차 전 대법관의 만남 전·후를 입증하는 외교부 문건과 윤 전 장관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검찰이 증거로 제시하자 부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이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구속 기한이 만료돼 풀려난 지 8일만에 피의자 조사를 받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판거래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섣불리 부인할 경우 검찰이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김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실장과 차 전 대법관의 만남을 두달 앞두고 당시 주일 대사였던 이병기 전 실장이 강제징용 재판거래에 관여한 정황도 확인됐다. 2013년 10월 이 전 실장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전원합의체로 돌려야 한다고 청와대와 외교부에 보고했다. 서울고법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후 해당 사건이 다시 대법원에 접수된 직후였다. 이 전 실장은 주일 대사를 마친 후 국정원장을 거쳐 2015년 2월~2016년 5월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내면서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의 2015년 8월6일 회동도 주선했다. 


옛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2015년 3월 작성된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문건에서 “대상자별 맞춤형 접촉·설득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이 전 실장에 대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사건에 대하여 청구 기각 취지의 파기환송판결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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