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80902000409002?s=tvnews
세금 투입해 육성했다는 ESS..누구를 위한 에너지 정책인가
정동훈 입력 2018.09.02 00:04 수정 2018.09.02 00:42
[뉴스데스크] ◀ 앵커 ▶
남는 전기를 모았다가 필요할 때 쓰겠다며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ESS, 신재생 전기 저장장치 사업에 막대한 돈을 들여 집중 육성했습니다.
세금을 투입해 사업을 육성했는데, 결과는 어떨까요?
한국전력은 큰 손해를 보고, 돈은 대기업이 벌고 있었습니다.
정동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일본 훗카이도의 태양광 발전소.
발전소마다 ESS, 에너지저장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설치돼 있습니다.
발전량이 워낙 많아 낮에 바로 쓰고 남은 전기를 모아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하는 일종의 충전지 같은 겁니다.
[오교선/LS산전 스마트에너지사업부장] "초과되는 잉여전력을 저장했다가 실제로 사용량이 늘어나는 시간에 방전하는…"
ESS는 국내에도 많이 설치돼 있습니다.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2시, 시간 전기 생산량을 나타내는 계기판 숫자가 빠르게 높아집니다.
그런데, 생산한 전기는 바로 한전으로 보내지 않고 모조리 ESS로 들어갑니다.
[태양광 발전업체 관계자] "430kW 정도 나오고 있고요. 발전되고 있는 게, (발전된 게 어디로 가요? 그럼.) 현재는 ESS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여름 한낮, 당장 한전으로 보내 써도 모자랄 전기를 일단 ESS에 저장부터 하는 겁니다.
한전으로 전기를 보내는 건 오히려 전력사용량이 적은 밤시간입니다.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창호/한국전기연구원 박사] "굳이 충전해뒀다가 전력수요가 적은 심야나 야간 시간대에 사용한다는 게, 굉장히 넌센스(비상식적)라고 볼 수 있죠."
왜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처리할까.
바로 보내지 않고 일단 ESS에 한 번이라도 저장했다가 팔면 똑같은 전기인데도 한전에서 5배나 높은 보조금을 줘가며 비싸게 사가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일은 또 있습니다.
수도권에 있는 한 제조업체.
이곳은 태양광 발전을 하는 곳도 아닌데 ESS는 설치해놨습니다.
그리고는 한전에서 밤에 공급하는 전기를 사다가 ESS에 충전해놓고 사용합니다.
[제조업체 관계자] "주로 야간에 충전하고 전기요금이 비싼 낮 시간에 주로 사용을 하는 거죠."
굳이 ESS를 통해 충전을 해가며 전기를 쓰는 이유는 한전이 ESS 설비를 갖춘 곳에는 전기 요금을 파격적으로 깎아주기 때문입니다.
기본요금의 경우 1/3만 받고 전력량 요금은 뚝 잘라 절반만 받습니다.
일반 가정 요금보다 4배나 쌉니다.
[건물 관리자] "(전기요금이) 연간 1~2억 정도 세이빙(절약)되죠. 세이빙되는 금액이. 눈에 보이죠. 확연하게 보이죠."
한전으로선 ESS 때문에 전기를 비싸게 사오고, ESS 때문에 싸게 파는 셈입니다.
왜 이런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을까.
ESS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 정부, 대통령이 직접 ESS를 육성 해야 할 신산업으로 지목하면서 부터입니다.
[2015 무역의 날 행사/서울 코엑스] "ESS 설치를 통해서, 향후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모범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 뒤 ESS보급량은 1년 만에 태양광 발전용은 16배, 산업체용은 무려 226배나 폭증했습니다.
시장규모는 1조 원대로 불어났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그 당시 ESS가 하나의 신산업이었죠. 새로운 산업을 하나 만들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특히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 SDI와 LG화학은 큰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들 회사의 최근 3년치 사업보고서를 보니, 정부의 각종 지원책 덕분에 ESS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고 분석돼 있고, 특히 삼성 SDI는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3배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경율/회계사] "삼성SDI가 2016년 적자에서 이렇게 흑자전환 할 수 있었던 데는 ESS 부문을 포함한 에너지 솔루션 부문 매출 신장에서 기인했다. 50% 이상 이렇게 신장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봐야죠."
반면 산업자원부의 정책을 따라야 하는 한전은 지난 1년 사이, 산업체에 충전 요금을 할인해 주는데만 483억 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또, 정부는 정부대로 ESS 설치 지원금과 보조금 명목으로 줄잡아 수천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손실에 따른 부담을 다른 전기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의 ESS 육성책이 특정 기업의 배만 불려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한전 입장에서는 손해가 발생하게 되고, 그 손해를 이제 낮 시간 대 쓰는 다른 소비자한테 전가를 하는 거죠. 배터리 업체와 산업체 말고는 다 안 좋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산업자원부는 이에 대해 인센티브 제공이 ESS 수요를 과열시킨 측면이 있다며 오는 2021년 이후부터는 지원 규모를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정동훈 기자 (jd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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