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68407
티켓 15장의 기적, 남북응원단은 마지막까지 '하나'였다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 결승전 응원 막전막후
18.09.02 14:51 l 최종 업데이트 18.09.02 15:00 l 글: 박준영(disciple0411) 편집: 김예지(jeor23)
"우리 민족이 마음먹으면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북측 응원단을 담당하는 북측 대사관의 김영조 참사관이 경기 티켓이 없어 걱정하는 남측 응원단 담당자를 격려하며 말했다.
이번 자카르타-팔렙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은 총 7경기를 치렀다. 5승 2패의 우수한 성적과 함께 매 경기 감동의 순간을 선사했다. 경기장에서 호흡을 맞추는 남과 북의 선수들만큼이나 응원석의 남북 공동 응원단도 하나가 됐다.
남북 단일팀은 1일(현지시각) 열린 결승전에서 중국에 아쉽게 패하며 은메달을 땄지만, 선수단과 응원단이 보여준 감동은 메달 색이나 순위로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남과 북이 하나 되었던 순간, 그중 하나인 결승전 응원의 막전막후를 소개하며 현장의 감동을 전달하고자 한다.
▲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단일팀 대 중국 결승전이 펼쳐지고 있다. ⓒ 박준영
9월 1일 결승 경기 하루 전인 8월 31일까지 확보된 티켓은 15장뿐이었다. 결승행을 예상한 중국 팬들이 미리부터 표를 사둔 탓이었다. 남측 교민 응원단인 '자카르타 평화 서포터즈'와 결승전 응원을 위해 한국에서 온 '원코리아 응원단'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미 여섯 경기를 함께 응원하며 친해진 북측 응원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혹시 티켓을 구했다면, 티켓 구매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북측 응원단도 8월 31일 오후까지 결승전 티켓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 날 경기에서 중국 응원단의 압도적 응원 속에서 외롭게 경기를 치를 선수들을 걱정하는 남측 응원단에게 북측 응원단 담당자가 얘기했다.
"대사관에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와 연결하여 해결하겠으니, 응원을 원하는 남측 교민분들은 티켓이 없더라도 무조건 오십시오."
북측 응원단은 북측 대사관에서 조직한 응원단이기 때문에 조직위원회에 대사관 차원에서 협조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헛걸음을 할까 걱정됐다.
"조직위에 협조를 받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까?"
"우리 민족이 마음 먹으면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랬다. 평화 올림픽, 평창 올림픽부터 4.27 남북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평화를 위해 우리 민족이 함께 마음 먹자,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가능해지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여전히 불안했지만, '어쩌면 내일 기적을 경험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마침내 결승전이 열리는 날, 북측 응원단 30명과 '자카르타 평화 서포터즈'를 비롯한 남측 응원단 50여 명이 티켓 단 15장을 갖고 모였다. 뙤약볕 아래서 30분을 기다리던 도중, 북측 응원단이 조직위에 협조를 받아 입장할 수 있게 되었다.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경기 시작까지 불과 20분 전. 남북 공동 응원단은 경기장 입장을 위해 긴 줄을 설 필요도 없이 바로 들어가 단일팀 선수들 바로 뒤에 자리잡았다.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꼭 다시 만납시다"
▲ 남북 공동응원단이 여자농구 단일팀 결승전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박준영
결승전 이전 여섯 경기에서는 남북 공동 응원단이 응원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날 결승전에서는 중국 응원단의 수가 훨씬 많았다. 상대 응원단의 소리에 우리 선수들이 기죽지 않을까, 4쿼터 경기 내내 쉬지 않고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남북 평화를 염원하는 'S.PRing 세계 시민연대' 소속 15개 단체에서 경기 응원을 위한 깃발을 보내줬다. 전세계에서 단일팀을 응원하는 모든 기운이 선수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깃발을 힘차게 흔들었다.
"우리는 하나다!"
"이겨라, 우리팀!"
"단숨에! 단숨에!"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경기가 아쉬운 패배로 끝이 났다. 남북 공동 응원단은 아쉬움을 달래지 못해 한참 동안 자리에 서있었다. 여자농구 단일팀의 모든 경기가 끝났다는 사실도 아쉬웠지만, 그 동안 함께 기뻐하고 안타까워하던 남북의 응원단이 이제는 다시 헤어져야 하는게 너무나 아쉬웠다. 정리하고 떠나는 북측 응원단 담당자를 불러 세워 말했다.
"우리가 만나는 게 이렇게 별 일 아닌데, 이 감동이 우리 마음 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다시 만날 기회를 꼭 만듭시다."
"그렇게 합시다. 그동안 수고 많았고,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건 내 심장에서 하는 소리입니다."
▲ 남북 공동응원단이 여자농구 단일팀 결승전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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