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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요즘 뭐하나, 대한항공 들어오지” 한진 위장계열사들 탄생사

등록 :2018-09-20 12:00 수정 :2018-09-20 14:34


[공정위 한진그룹 심사보고서 보니]

조양호 회장 신고 안한 친족회사 4곳, 조중훈 전 회장 말한마디에 탄생하고 김치, 담요, 과일 등 수십년 내부거래 

친족, 친족 회사에 보낼 선물 명단엔 보낼 곳엔 세로줄, 안 보낼 곳엔 가로줄, 이상진 등 처남엔 ‘사모님께서 전달하신다’ 메모

한진그룹 “고의성 없는 실수” 설득력 낮아 “누락 친족 62명 관련 회사도 조사해야”


횡령 및 배임, 약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7월5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횡령 및 배임, 약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7월5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자네 요즘 뭐하고 있나? 대한항공에 들어오지.”


1981년 어느 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은 아들 조양호 대한항공 상무(지금은 회장)의 아내 이명희씨의 남동생 이상진씨를 만나 이런 얘기를 했다. 당시 이씨는 조중훈 회장에게 “요즘 태일상사라는 회사를 만들어 남대문에서 넥타이를 팔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2년 뒤(1983년) 이씨는 대한항공에 싱가포르 취항 기념 넥타이를 납품했고, 이후 지금까지 30년 넘게 기내용 담요와 슬리퍼 등을 공급해왔다. 형식은 ‘태일통상’이란 작은 기업이 공급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태일통상은 이씨 부부와 이씨의 막내 남동생 이상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처가 회사다.


조양호 회장 처가의 사업은 기내식용 과일·야채, 화물 등으로 뻗어 나갔다. 1985년 이상진씨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 세운 ‘청원유통’은 지금까지 대한항공에 과일을 공급하고 있다. 이씨는 최근 공정위 조사에서 “대한항공 자재과장이 과일류를 납품할 수 있는지 물어봐서 청원유통을 세웠다”며 “선대 회장(조중훈)께서 저를 좋게 보셨는지 해보라고 해서 납품이 시작됐다”고 털어놨다. 또한 태일통상이 1991년 경기도 포천에 지은 식자재 납품공장으로 출발한 ‘태일캐터링’은 대한항공에 김치 등을 공급하고 있다. 태일캐터링도 이상진씨 부부가 지분 99.6%를 갖고 있다.


태일통상과 태일캐터링은 대한항공 기내식 기판 1·2위 거래업체다. 두 회사의 매출(각각 지난해 말 기준 108억원, 105억원) 중 90% 이상이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한진그룹 계열사와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밖에 태일캐터링을 통해 대한항공에 납품되는 식재료의 전처리를 담당하는 ‘청원냉장’은 이씨의 부인인 홍아무개씨와 두 딸이 지분 100%를 가진 친족 회사다.


20일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을 통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지정자료 허위 제출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보고서를 열람한 결과, 조 회장의 처남 쪽 친족회사 4곳(태일통상·태일캐터링·청원냉장·세계혼재화물)은 이처럼 한진그룹 주도로 탄생했고 성장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공정위가 지난달 13일 ‘조양호 회장이 4개 친족회사와 62명의 친족을 누락한 거짓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해 사익편취 규제와 각종 공시 의무를 피했다’며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발표하자, 한진그룹은 “숨길 이유도, 고의성도 전혀 없는 실무담당자의 행정 착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검찰 고발 전 확보한 이상진씨 진술과 대한항공 비서실이 갖고 있던 자료들로 볼 때 한진그룹 쪽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기존 횡령·배임, 약사법 위반 혐의와 함께 해당 공정위 고발 건을 조사하기 위해 조양호 회장을 석달만에 재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대한항공 비서실에 있던 ‘회장님 기초자료’, ‘총수일가 인적사항 및 연락처 정보’, ‘가계도’ 등은 조 회장이 친족 보유회사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나아가 직접 꼼꼼히 관리하고 있었던 사실도 보여준다. 한 예로 조 회장은 ‘2018년 신년 달력 발송대상’ 서류에 빼곡하게 적힌 친족 및 친족기업 명단을 보며 직접 선물 발송 대상에는 세로 줄을, 발송 제외 대상에는 가로 줄을 그었다. 특히 아내 이명희씨 남동생인 이상진·이상현·이상영씨 이름에는 ‘사모님께서 전달하신다고, 비서실에서는 송부하지 말라 지침 주심’이란 메모까지 적혀 있다. 이상영씨는 대한항공을 통해 혼재물류(동일한 목적지로 가는 소량화물을 여러 화물주로부터 모아 대량화물로 만드는 업무) 거래를 하는 기업 ‘세계혼재화물’의 대표로, 이 회사의 지분 60%를 가지고 있다.


태일통상의 실제 주인이 조 회장임을 시사하는 자료도 나와 ‘차명’ 논란도 예상된다. 공정위가 확보한 한진칼(한진그룹 지주회사)의 ‘미호인터내셔널 변천내역 요약’ 문서에는 태일통상 지분 소유자와 관련해 ‘DDY 90% 이상진 10%’, 미호인터내셔널 지분과 관련해서는 ‘Mrs.DDY 90%, 이상진 10%’라고 적혀 있다. 디디와이(DDY)는 한진그룹 안에서 통용되는 조양호 회장 코드명이다. 미호인터내셔널은 이명희 전 이사장이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 중개업체로, 에스티로더 등 화장품을 주로 대한항공에 공급하고 있다. 이 문서대로라면 이상진씨의 태일통상 지분이 실제로는 조 회장 것이란 얘기다.


한편, 공정위는 조 회장 일가가 미호인터내셔널을 통해 ‘통행세’를 걷은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도 지난 5월25일 비자금 조성과 상속세 탈루 혐의로 미호인터내셔널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용진 의원은 “태일통상뿐 아니라 다른 3개 위장계열사의 실제 주인도 조 회장인 것으로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며 “누락 친족 62명과 관련된 모든 계열사의 주식소유 현황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위장계열사들이 수십년 동안 매출액의 90% 이상을 한진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해왔다”며 “검찰과 공정위는 한진그룹 일가의 불법 혐의를 철저히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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