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vop.co.kr/A00000469003.html 

[기고]야권연대 정책연합,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답이다
김장민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입력 2012-01-21 16:51:50 l 수정 2012-01-21 17:46:52

공정한 선거제도는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이 일치하는 비례대표제이다. 비례대표제는 1명의 당선자를 낼 수 있는 유권자의 투표가치가 동등하여 사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정당들이 자신의 득표율만큼 원내에 진출할 수 있어 국민은 폭 넓게 정당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정당의 난립을 막는 저지조항을 두어 5개 내외의 원내정당을 유도하고 있다. 

반면 1위 후보자만 당선시키는 현재의 소선거구제는 지역정치와 인물정치를 구조화하여 양당제를 형성시킨다. 양당제는 다원적인 사회경제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여 사회 갈등을 유발한다. 아래의 표에서 보듯이 소선거구제에서 거대정당은 자신의 득표율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18대 총선 결과로 본 각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비중
18대 총선 결과로 본 각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비중 ⓒ새세상연구소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299석 중 비례대표 의석은 54석에 불과하다. 그나마 비례대표 의석이 지역구 의석수를 고려하지 않고 배분되고 있다. 따라서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의 편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전면적인 비례대표제 속에서 지역구 선거를 유지해야

유권자는 수십 명의 국회의원후보 명부에 대해 한꺼번에 투표하는 것보다 지역의 대표자를 한명씩 선출하고 싶어 한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좀 더 직접적인 주권의 행사방법이다. 또한 국민대표와 책임정치가 투명하게 실천되는 방안이다. 이런 점에서 비례성과 지역대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독일 하원 식 정당명부제가 최상의 제도이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도는 ‘인물화된 비례제’로 불려진다. 독일식 제도는 사회적 대표성의 강화를 기본으로 정부의 안전성과 효율성 추구, 기능적 대표성과 지리적 대표성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전 세계의 찬양을 받고 있다.

연방하원은 소선구제로 직접 선출된 299명, 16개의 각 주(Land)별로 순위 구속식 정당명부제에 의해 당선된 299명 등 총 598명으로 구성된다. 이때 299명의 정당명부의석은 각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수가 일치되도록 배분된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이밖에도 진입장벽, 초과의석, 정당명부· 지역구 동시출마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비례대표 증가 없는 권역별 선출이나 중대선거구제는 무의미

비례대표 의석이 100석 이상으로 대폭 확대된다면 단일명부보다는 권역별 명부가 현실적이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많은 명부에 대한 투표는 후보에 대한 변별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를 실시할 경우 정당들이 열세 지역에서도 당선자를 낼 수 있어 지역주의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 

반면 권역 내에서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 돼야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지역구와 정당명부를 1:1의 비율로 운영하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더라도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을 사실상 일치시킬 수 있다. 

중대선거구제도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도의 장점을 대체할 수 없다. 순수한 중대선거구제가 의석편중을 해소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위권 당선자의 득표율이 너무 낮은 결과 주요정당은 과소 대표되는 반면 군소정당은 과대 대표된다. 보완책으로 복수공천을 허용하면 지방선거의 기초의원선거에서 보듯이, 거대정당은 복수공천과 파벌정치를 통해 의석을 독점한다. 특히 중선거구제에서 거대여야는 동반 당선을 통해 장기 집권할 수 있다. 

정당명부 120석을 독일식으로 배분하면 19석의 초과의석이 발생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의하면 정당은 저지조항에 따라 5% 이상 득표하거나 지역구 3인 이상 당선자가 있어야 정당명부 의석을 배분받을 자격이 있다. 따라서 무소속 당선자, 주명부를 제출했지만 정당투표 득표율이 5%미만이고 지역구 당선자가 3명 미만인 정당의 당선자가 먼저 확정된다. 저지조항을 통과한 정당들이 배정받을 총 의석수는 전체 의석수에서 이들 당선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석수이다. 

헤어-니마이어 방식은 저지조항을 통과한 정당들의 총 득표수에 대한 각 정당의 득표수 비율(득표율)이 전체 의석수에 대한 각 정당의 의석수 비율(점유율)과 일치하도록 그 정당의 전국 의석수를 정한다. 독일이 2009년 선거부터 도입한 생라그 방식에 따르면, 저지조항을 통과한 정당들의 총 정당투표 득표수를 배정받을 총 의석수로 나눠 1석당 배정받을 수 있는 득표수를 정한다. 이 득표수로 각 정당들의 정당투표 득표수를 나눠 각 정당이 배정받을 의석수를 정한다. 

2008년 총선 결과에 따른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
2008년 총선 결과에 따른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 ⓒ새세상연구소

각 정당의 주에서 배분받을 의석은 그 정당이 얻은 전체 득표수에 대한 그 주에서의 득표수 비율이 그 정당의 전체 의석수에 대한 그 주에서의 의석수 비율이 일치하도록 정한다. 그 다음 주별로 지역구 당선자를 먼저 확정하고 부족한 의석수만큼 정당명부로 당선시킨다. 이때 특정 주의 지역구 당선자는 그 수가 그 주에서 배분받을 의석수보다 더 많더라도 확정된다. 그 결과 전체 의석수를 넘는 초과의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선거구제와 지역투표 등으로 인해 권역의 의석편중이 심할 경우 발생한다. 

위의 표는 우리 정치의 현실을 고려하여 지역구 245석, 정당명부 120석을 기준으로 2008년 총선결과에 따라 독일식으로 배분한 것이다. 제도의 순기능이 나타나려면 권역은 5개 내외로 크게 잡아야 한다. 권역별 선거구의 정당명부 의석수가 너무 작으면 비례성이 낮아지고 그만큼 특정 정당의 지역적 독점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소속 25석을 제외하고 340을 기준으로 유효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했으나 총 19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했다. 따라서 무소속까지 합치면 전체 의석은 384석이 됐다. 

전국의 기준으로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을 일치시키는 모델
전국의 기준으로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을 일치시키는 모델 ⓒ새세상연구소

초과의석이 없이 정당명부 100석을 강제 배분하면 득표율과 의석수가 거의 접근

위의 표는 지역구 245석, 정당명부 100석 등 총 345석을 기준으로 2008년 총선결과에 따라 권역별로 유효득표율에 따른 의석과 실제 배분받는 의석의 차이가 1석 미만이 되도록 배정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역구 당선자가 유효득표율에 의한 의석수보다 많으므로 정당명부 의석을 전혀 배정받지 못한다. 각 정당에게 배분할 전체 정당명부 의석수가 정해지면,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은 권역에만 정당명부 의석을 배분한다. 

정당명부 의석은 권역별로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은 정당의 총투표수에 대한 각 정당의 투표수 비율만큼 배정한다. 이러한 방식은 헤어-니마이어 방식과 달리 정당명부의석수가 120석이 초과되지 않도록 비율적으로 강제적으로 각 권역에 배분한다. 따라서 전체 의석을 배분한 후, 배분받은 의석수와 배분받을 의석수가 일치하여 전국적으로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은 소선거구제의 혜택을 보는 거대정당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총선기준
2008년 총선기준 ⓒ새세상연구소

현행 의석수에서도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균형 줄일 수 있어

위의 표에서 보듯이 현행 제도에서도 배분방식만 개정하면 각 정당의 유효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의 차이가 비슷해지도록 정당명부의석을 배분할 수 있다. 이때 정당명부 54석을 전부 배분해도 모두 4석의 차이가 나도록 배분하는 방법은 없다. 이 경우 당선자가 적은 당의 순서대로 먼저 의석을 배분한다. 이와 달리 당선자 규모와 상관없이 양자의 차이가 가장 큰 정당에게 우선 배분할 수 있다. 

다만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 유효득표율 0.4067에 따라 121석을 배분받아야 하나, 이미 지역구 당선자가 131명에 달하므로 정당명부 의석을 전혀 배분받지 못한다. 

상향식 공천 없는 석패율 제도는 유력인사의 정치생명 연장 수단

독일 하원과 일본 중의원의 경우 지역구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그 지역이 속한 권역의 정당명부 선거에 동시에 출마할 수 있다. 이러한 동시출마를 허용하면 지역에서 당선되기 어려운 전문가, 소외 집단의 대표자를 원내에 진출시키고자 하는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몰각된다. 

특히 일본은 석패율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석패율 제도는 여러 명의 지역구 후보를 정당명부의 동일 순위로 제출하여 이들이 지역구에서 낙선할 경우, 지역구 당선자 득표수에 대한 이들 낙선자 득표수의 비율인 석패율에 따라 비례대표에 당선시키는 제도이다.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면 특히 당선가능성이 없는 지역에서도 정당정치와 선거운동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야는 각자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호남과 영남에서 유력한 인사를 지역구에 출마시켜 당의 득표율을 올리면서 이들이 떨어질 경우 비례대표 당선자로 구제할 수 있다. 

석패율 제도에 대해 지역에서 낮은 득표를 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킨다면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상향식 공천 등 당원민주주의가 정립되지 못하면 당 내 유력인사가 하향식 공천과 석패율을 통해 정치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그 결과 신진세력에 의한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동시출마와 석패율 제도는 독일처럼 당원들이 공직후보를 직접 선출하도록 정당법을 개정한 후에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 

정당명부제 도입을 계기로 기호와 재보궐선거 제도 개선돼야 

현재 한국의 정당명부 기호는 대통령 후보와 기초의원 후보와 마찬가지로 의석수에 따라 동일한 기호로 표시된다. 이러한 통일기호 제도는 유권자가 선거에서 후보를 고려하지 않고 정당만 고려하는 ‘묻지마 투표’를 조장하고 있다. 

유권자의 자발적이며 책임 있는 선거참여를 조성하려면 기호제도를 폐지하고, 유권자가 프랑스처럼 투표용지를 선택하거나 일본처럼 정당이나 후보의 이름을 쓰게 해야 한다. 만약 기호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기호는 선거종류별로 또한 선거구별로 추첨하는 방식으로 정해야 한다.

전면적인 비례대표제도는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을 일치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므로 재보궐선거 제도 역시 이 방향에서 개선돼야 한다. 예를 들어 사망, 사임 등의 사유로 인해 지역구 의석의 결원이 생기면,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고 해당 의원이 속한 정당의 정당명부 차순위자가 지역구 의원을 승계할 수 있다. 반면 지역구 의원이 자신의 귀책사유로 인해 당선무효가 확정되면 그 지역구에서 다른 당의 차점자가 잔여 임기 동안 의원직을 승계할 수 있다.

야권의 총선 정책연합으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해야

야권은 2012년 총선 후보단일화를 위한 정책연합에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야 한다. 야권이 제대로 된 정당명부 제도를 도입하려면 지금부터 시민진영, 전문가와 함께 입법발의를 위한 사전조사, 토론회, 입법안 마련과 검토를 추진해야 한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실시하려면 정당명부 의석수를 늘리는 대신 지역구 의석수를 일부 줄여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반발할 수 있다. 또한 의석 수 증가에 대한 국민적 설득이 필요하다. 

뉴질랜드는 2회의 국민투표를 통해 소선거구제에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선거 제도로 전환했으나, 한국의 경우 현행 헌법에서 국민투표사항이 제한돼 있고, 그 부의주체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국민투표 방식은 현실성이 없다. 다만 뉴질랜드의 선거개혁과정에서 소수정당들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선거제도개혁연합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결론적으로, 진보정당부터 독일식 정당명부제로의 선거개혁을 통해 차별정치, 지역정치, 가신정치를 청산하는 거대한 유권자운동을 시작하여, 전체 야권을 이 운동에 동참시켜야 한다.

김장민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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