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76905


'가짜뉴스 논란' 에스더 옹호 댓글의 3가지 특이점

[보도 후] 네이버에 기사에 달린 댓글 분석...가짜뉴스·복사·편가르기 담아

18.10.05 20:31 l 최종 업데이트 18.10.05 20:31 l 글: 김민수(dach) 김지현(diediedie)


 지난 9월 27일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가짜뉴스의 뿌리 기획보도.

▲  지난 9월 27일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가짜뉴스의 뿌리 기획보도. ⓒ 한겨레신문

 

<한겨레>와 '가짜뉴스 공장'으로 지목된 에스더기도운동 사이의 공방이 여전하다.


9월 27일을 시작으로 네 차례 기획보도를 낸 <한겨레>는 에스더기도운동이 어떻게, 어떤 내용의 가짜뉴스를 만들어냈는지 등을 알렸다. 이에 이낙연 총리가 '가짜뉴스 퇴출'을 천명하기도 했다.  


<한겨레>의 첫보도가 나온 다음날(9월 28일) 반박 성명을 낸 에스더기도운동은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는 가짜뉴스를 양산한 <한겨레>를 철저히 수사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지난 3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소개된 필자의 기사 '기독교인이 본 가짜뉴스와 에스더의 잘못된 만남'은 보수 기독교계와 가짜뉴스의 결탁이 낳은 폐해에 주목했다(해당 기사 보기). 이 기사는 포털에도 게재되면서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가짜 #비윤리적 

 

 네이버뉴스에 실린 김민수 시민기자 기사.

▲  네이버뉴스에 실린 관련 기사. ⓒ 오마이뉴스

 

네이버뉴스에 실린 필자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유심히 살펴봤다. 몇몇 이용자는 댓글을 통해 '에스더기도운동이 <한겨레>에 공개토론을 제안했으나 <한겨레> 측에서 거부했으므로, 가짜뉴스의 근원지는 에스더기도운동이 아니라 <한겨레>나 <오마이뉴스> 같은 좌파 언론들'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 기사에 달린 비난 댓글은 대체로 대동소이했다. "가짜를 진짜인냥 쓰는 비윤리적인 기자들"(79******)이라거나 "자기수필쓰나요? 참나"(su******), "알고보니 한겨레가 가짜뉴스던데"(mo******) 등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우는 식이었다. 


필자는 이들이 평소에 남긴 댓글은 어떤 성격의 것이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필자의 네이버 기사에 댓글을 단 이 중 '댓글모음'을 공개한 이용자들의 지난 댓글들을 살펴봤다. '댓글모음'은 이용자가 언제, 어떤 기사에, 어떤 내용의 댓글을 달았는지 모아서 보여주는 기능이다.


댓글모음을 살펴본 결과, 에스더기독운동을 옹호하는 이용자들의 댓글에서 일정 정도의 패턴이 발견됐다. 내용적으로는 태극기부대 그리고 보수기독교단체의 주장과 꼭 닮았다. 에스더기도운동 지지자의 댓글은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자유한국당을 옹호했다. 그리고 박근혜를 지지하며, 성소수자와 예멘난민 그리고 북한을 혐오했다.  


[패턴 하나] 댓글에 가짜뉴스를 담다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거짓 정보를 근거로 삼고, 무슬림에 대한 허위 사실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제시해 댓글을 전개하는 행태.

▲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거짓 정보를 근거로 삼고, 무슬림에 대한 허위 사실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제시해 댓글을 전개하는 행태. ⓒ 네이버갈무리

 

에스더 지지자들은 어떤 기사에 댓글을 다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논거를 제시하곤 했는데, 그 논거가 가짜뉴스인 경우가 많았다. 가령 이런 식이다.  


"군대에서 똥O로 하면 변OO 걸리는데 항문의 주름이 OO 땜에 퍼져서 똥이 주르르 흘러서 기저귀하고 있다는 말 모릅니까?(아래 생략)" - 네이버 fl******(2018.07.16.) / 퀴어축제 규모는 최대, 성소수자 정책은 제자리(머니투데이)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되고,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이용자는 예멘 난민이 이슈가 됐던 시기(6~7월), 난민 문제를 다룬 기사에 단 댓글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생략) 현재 영국은 난민받고 무슬림 많아져서 힘이 생겨 남의 나라를 감놔라 대추놔라 하고 있는거 안 보임?? (중략) 나는 봤다 현재 무슬림들이 모여서 시가지 행진하면서 자기네들 의견 들어달라고 시위하는거 이건 시작이다!!!!!!!!!!!" - 네이버 fl******(2018.07.09.) / [펙트체크] '강간놀이'하는 무슬림이 한국 이슬람화를 꿈꾼다?(KBS) 


"이슬람의 사명이 전세계 이슬람화이고 우리나라는 2040년까지 이슬람인구 늘이기 목표 세워져 있습니다. 정말 위급한 자들 사이로 들어와서 바퀴벌레 알까듯이 인구늘여서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다 들어가 조종한게 영국처럼 된 것이다!!(생략)" - 네이버 fl******(2018.06.21.) / 제주도민들 "예멘 난민 혐오 아니라 가짜 난민 불안한 것"(뉴스1)


그럴싸 하게 링크를 다는 댓글도 있었다. 한 네이버 이용자는 언론사 기사를 단축 URL을 적시하면서 가짜뉴스를 댓글에 담기도 했다. 

 

 기사의 일부분을 곡해해 '슈퍼바이러스가 창궐한다'는 내용으로 둔갑시킨 사례.

▲  기사의 일부분을 곡해해 "슈퍼바이러스가 창궐한다"는 내용으로 둔갑시킨 사례. ⓒ 네이버갈무리

 

"메르스, 에이즈 결합 슈퍼바이러스 창궐 우려 : 메르스 바이러스 사태는 2015년 5월에 발생했는데, HIV는 다른 바이러스와 동시 간염이 가능하고 http://biy.ly/2OiSb9K (생략)..." - 네이버 ma******(2018.09.27.) / [단독] 동성애-난민 혐오 '가짜뉴스 공장'의 이름, 에스더(한겨레)


문맥상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이 다른 바이러스와 동시 간염이 가능해 메르스와 에이즈가 결합한 슈퍼바이러스 창궐이 우려된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댓글에 인용된 기사 내용은 댓글의 그것과는 달랐다. 인용된 기사는 2018년 4월 4일 <한국일보> 기사로 제목은 '독감... 동시에 두 종류 걸릴 수 있나, 전체의 2%… 치료 오래 걸려'였다.


이 기사에는 '슈퍼바이러스' 등의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HIV에서는 두가지 주요 유형, 즉 HIV-1과 HIV-2의 동시감염이 일어나면 실제로 도움이 된다.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반면에 HIV와 C형 간염에 동시감염 되면 상태가 악화된다"라고 적시해놨을 뿐이다. '슈퍼바이러스'라는 허구의 대상에 '동시감염'이라는 단어만 가져와 가짜뉴스를 적시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패턴 둘] '복사+붙여넣기'?

 

 어떤 사용자는 똑같거나 비슷한 내용의 댓글을 여러 기사의 댓글과 답글에 달기도 한다.

▲  어떤 사용자는 똑같거나 비슷한 내용의 댓글을 여러 기사의 댓글과 답글에 달기도 한다. ⓒ 네이버갈무리

 

한 이용자(my******)가 여러 기사의 댓글에 같은 내용의 댓글을 연속적으로 다는 행태도 발견했다.


"문통과 대다수 국민들은 '전쟁없는 평화'를 말하지만, 김정은은 '전쟁을 위한 평화'를 말하고 있지요, 김정은은 핵완성을 하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 임기만료까지 버티기를 위한 평화협상이지요, 그러면 김정은은 핵을 완성해서 남한을 핵노예화합니다. 얼마나 쉬워요 문통이 경제인들 끌고 선물 준비해 북한가고, 남한정부와 노조들의 친북성향으로 남한은 무장해제 되어 있으니. 누워서 떡먹기보다 대한민국 잡아먹기 더 쉽지요. 순국선열들, 바다에서 죽어간 외로은 젊은 국군장병들의 피울음이 들립니다."


이 댓글은 2018년 9월 19일과 20일 <연합뉴스> 기사와 SBS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꼭 같다. 뿐만 아니라 표현을 달라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글을 댓글 혹은 답글(댓글에 단 댓글)에 달아놓기도 했다.


하루 사이에 같은 글을 댓글에 입력하는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작성한 글을 복사에서 붙여넣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패턴 셋] '믿고 거르는' 진보언론


에스더기도운동 지지자들로 보이는 이용자 상당수가 진보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가짜뉴스" "수필" "기레기" "쓰레기" 등의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됐고, "믿고 거르는" 언론으로는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가 꼽혔다.


"믿고 거르는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 - 네이버 py******(2018.10.04.)

"한겨레=오마이=경향.. 짝짝꿍 믿고 거른다." - 네이버 ye******(2018.10.04.)

 

 가짜뉴스를 동원해 혐오를 조장하는 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절대로.

▲  가짜뉴스를 동원해 혐오를 조장하는 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절대로. ⓒ pexels


필자의 기사에 달린 댓글과 그 작성자에 한해 살펴봤지만, 네이버 등 포털의 댓글란을 보면 위에 제시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부류의 댓글에는 분노와 혐오의 감정만 있을 뿐, 건강한 비판이나 기사를 분석해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게다가 이 이용자들은 가짜뉴스를 퍼 나르면서 자신들의 믿음을 보다 견고히 했다.


나는 이런 류의 댓글을 다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끝없는 혐오가, 그것을 극복해 낼 수 있는지 말이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기 마련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혐오가 아니라 대안을 마련하는 게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타도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건 아무런 효과가 없다. 되레 스스로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 뿐이다.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들이 혐오하는 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는 없는가.


가짜뉴스에 대해서 정부는 관망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이 사회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가짜뉴스의 근원지를 발원 본색 하여 처벌하고, 알든 모르든 그런 가짜뉴스에 부화뇌동하며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이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그런 가짜뉴스를 내버려두는 포털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5일, 민중당은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대표를 고발했다. 앞으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가짜뉴스 그리고 혐오 조장의 결과가 무엇인지 두 눈 뜨고 똑똑히 지켜볼 것도 권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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