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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봄 고구려답사 4일차 안내 (2) : 청룡산산성, 최진보산성
김용만 2019년 4월 13일 오후 6:39
4일째 오후 답사 안내를 하겠습니다.
4일 오후에는 철령시에 위치한 청룡산성과 최진보 산성을 답사하게 됩니다. 두 개의 성은 철령시에서 동남쪽 무순 방향으로 약 20㎞, 무순 고이산성에서 북쪽으로 32㎞ 정도 떨어진 최진보향(지금은 이천호진)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도를 보시면, 산성 남쪽에는 요하의 지류인 범하(汎河)가 흐르는 것이 보입니다. 범하 주변은 상당히 넓은 평야가 있어서, 고구려 시대에도 꽤나 좋은 농경지로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많은 인구가 살 수 있는 이곳은 부여, 고구려는 물론, 모용선비, 한족, 발해, 거란, 여진족 모두에게 소중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 곳입니다.
청룡산산성, 최진보산성 위치도
청룡산과 범하 기슭에 위치한 청룡산성은 둘레 4㎞ 정도 크기로, 동성과 서성 2중성 구조로 된 성인데, 평지성에 가까운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청룡산성은 토성으로 성벽이 잘 남아있지는 않고, 골짜기 사이에 옥수수 밭이 조성되어 있어서, 성 안의 시설물을 쉽게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6개의 산마루를 연결해 축조한 성은 동쪽 골짜기 바깥쪽에서 범하의 강물을 볼 수가 있습니다. 서쪽 성벽이 그나마 잘 남아 있습니다. 산성에는 남문, 북문, 서문 3곳에 문터가 있고, 봉화대, 저수지도 있고, 전망대도 7곳이나 있습니다. 청룡산성 안은 지세가 비교적 평탄하여 평지성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성 전체를 보기는 쉽지가 않은 성입니다. 성 안 건축물을 주로 동쪽에 배치되어 있고, 성벽도 범하에서 바라보는 절벽 위의 성벽이 그나마 볼 만 합니다. 성 안에는 연진성황묘가 있는데, 이는 2009년에 만들어진 것이고, 고구려 건물터는 동벽 주변에서 그 잔재만을 발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청룡산성은 최진보산성을 먼저 보고 되돌아 나오는 길에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청룡산성보다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성은 청룡산성에서 동쪽으로 5㎞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최진보산성입니다. 두 성은 산성, 평지성 구조라고 보아도 좋은 만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최진보산성은 전체 길이가 5,032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성으로, 요양시 북쪽에서 가장 큰 성이라고도 합니다. 청룡산성과 짝을 이루었다면 고구려 시대에는 지방장관인 욕살이 머물만한 대단한 성임에는 분명할 텐데, 아직까지 어떤 성(남소성 설이 있지만 미정)으로 불렸는지에 대해서는 확언하기 어렵습니다.
두 개의 성은 고구려 내지에서 송요대평원 진출하는 요충지에 위치한 성이며, 철령시를 통해 고구려 내지로 진출하려는 적을 막는 중요한 성입니다. 많은 이들이 천리장성 구간 가운데 심양 이하 지역에만 주목하고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철령, 개원, 사평, 공주령시 등 심양에서 장춘 사이에 위치한 북쪽 지역이 고구려에게 있어서 더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구려가 내륙의 유목지대로 진출하는 통로를 지키는 성이기 때문입니다.
최진보산성은 계곡을 둘러싼 포곡식 산성으로, 남쪽인 정문이 주 출입구입니다. 그런데 남쪽 역시 강 주변에 높게 자연지세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성 방어에 유일한 취약지역인 남문을 방어하기 위해 높이 12m, 길이 40m의 토루를 계곡을 가로질러 구축했는데, 이를 현지에서는 입구에 설치된 커다란 대문 같다는 의미로 관문산(關門山)이라고 부릅니다. 남문은 안팎으로 옹성 형태를 한 특이한 구조로 너비 5m 길이 20m 크기이며, 옹성에서 서남쪽으로 37m 지점에 작은 암문이 있었습니다. 2년 전 암문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풀이 덜 우거진 올해에는 남쪽 성벽을 올라가서, 범하 주변 평원을 내려다보려고 합니다.
최진보산성은 범하가 자연 해자 역할을 하고 있어, 방어적 측면에서 대단히 우수한 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산성 안에는 수레가 다니는 큰 길 옆에 길이 60m나 되는 큰 규모의 저수지가 있습니다. 고구려 시대에 많은 이들이 성 안에서 생활할 수 있었을 만큼 물도 풍부한 곳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안에는 청나라 때 지어진 관음각이 있고, 관음각 뒤편에 작은 도교사원도 있습니다. 중국 현지에는 과거 고구려 산성이었던 곳에 대개 이런 종교시설이 들어와 있습니다. (와방점시 득리사산성, 유수현 나통산성, 장하현 성산산성, 대련시 대흑구산성 등) 관음각터에 서면 성 안의 평지는 물론 남문과 범하를 넘어 넓은 평원까지 보입니다. 고구려 시대에는 이곳에 장대나, 군 지휘소 등이 있었을 것입니다.
성안 경사면에는 고려갱이라고 부르는 네모꼴과 노구솥 밑바닥모양의 흙구덩이가 많습니다. 현지에서는 고려갱(高麗坑)이라고 부르는데, 직경 5~10m, 깊이 1m 정도 크기로 병사들의 거주지인 반지하식 건물터로 봅니다. 고구려시대 우물도 여러 개가 남아있고, 곳곳에서 화살촉, 붉은 기와조각과 질그릇, 와당 파편 등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성벽은 흙과 돌을 섞어 만들었는데, 현재 높이 10m, 밑단 너비 15m 이상 성벽이 남아있는 곳도 있습니다. 성벽 안쪽에는 성안의 병사들이 다닐 수 있는 마도가 있는데, 너비 5~8m나 됩니다. 산성의 최고봉은 344.7m 입니다. 성에는 남문과 북문이 있고, 성벽을 따라 8개 각대가 있습니다.
범하를 건너 산성 남서쪽에는 두도장(頭道墻), 이도장(二道墻), 고장자(高墻子)라고 불리는 약 2㎞에 달하는 3개의 토루가 각각 300~400m 간격으로 축조되어 있다고 합니다. 토루가 산성 방어용 건축물인지 혹은 평지성인지, 후대 축조물인지는 아직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이런 시설물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것입니다. 2년 전에는 이들을 확인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된다면 이런 토루로 찾아보려고 합니다.
철령 지역의 고구려 성들을 둘러보면 고구려의 활동 무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두 성을 미리 사진으로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날 저녁에는 역시 심양시에서 숙박을 하게 됩니다. 심양시에서는 발마사지를 받기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피로를 푸시기 바랍니다. 심양시는 이번 답사 기간 중 만나는 중국의 도시들 가운데 가장 번화한 도시인만큼, 저녁시간에 잠시 시내 구경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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