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 관계자 여스님 무차별 폭행…“음부를 주먹과 발로 쳤다”
송전탑 건설 둘러싼 갈등 격심...“이렇게 강행하면 제2, 3 분신 나올 것”
구자환 기자 hanhit@vop.co.kr  입력 2012-01-25 18:54:14 l 수정 2012-01-25 20:35:12

밀양 송전탑 저지 여스님 성폭력
한전 감리의 상의를 붙잡고 있던 배 주지 스님이 다리를 든 누군가에 의해 바닥으로 쓰러진 장면. 이 때 성폭력이 발생했다. 뒤이어 한 주민이 스님을 구하기 위해 그 위로 몸을 덮친다. ⓒ영상캡쳐

지난 16일 한국전력의 송전탑 건설에 저항하다 분신한 이치우 옹의 죽음 이전에 밀양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칠순에서 아흔을 넘는 허리 굽은 노인까지 깊은 산으로 올라 송전탑 공사를 몸으로 막으며 갖은 수모를 감당하며 위험을 무릅쓰게 했을까? 

송전철탑 건설을 막고 있는 밀양의 4개 면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과 군사독재시대를 지내며 산전수전 모두 겪은 순박한 시골 노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알려지지 않은 원인은 따로 있다. 그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던 언론의 관심이 약한 것이 바로 그 원인이다. 

지난해 11월 10일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108호 송전탑을 저지하다 폭행을 당한 배경남 주지 스님의 이야기도 그 하나에 속한다. 

스님은 자신의 억울한 이야기를 유투브에 영상으로 올렸다. 2달여 동안 조회수 9천여회가 넘었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심지어 분신현장에서 전단지와 동영상을 기자들에게 건넸지만, 모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25일 피해자인 배경남 주지 스님을 찾았다. 그가 거주하고 있는 산외면 희곡리 약산사에서 만난 스님은 차분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자 표정은 이내 일그러졌다.

밀양 송전탑 저지 성폭력 사건
지난해 11월 10일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108호 송전탑을 저지하다 성폭력은 당한 배경남 주지 스님. 스님은 그날의 충격으로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구자환 기자

생전 처음 들은 욕설... 음부를 주먹과 발로 쳤다. 

지난해 11월 10일 사건이 있던 날, 주지 스님은 공사현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지키지 못했다. 새벽 5시부터 매일같이 공사장으로 인부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지켜왔던 길목이다. 

산외면 희곡리에 건설될 송전철탑 108호기는 약산사와 780미터 거리를 두고 있다. 오전 7시께 그 길목에서는 마을 주민 20여명이 건설사 인부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주민은 모두가 칠순에서 팔순 노인들. 관절이 상해 산길을 걸을 때면 자주 넘어지는 노인들이다. 

건설사 인부들의 입에서 나오는 욕은 너무 심했다. 노인들을 겁박하기도 했다. 결국, 노인들은 길을 내주었다. 하지만 산에는 미리 올라가 있는 노인들이 있었다.

배 주지 스님은 그들이 걱정돼 뒤따라 올라갔다. 공사현장에는 이미 한바탕의 실랑이가 심하게 벌어진 상태였다. 주민 한 사람의 등산화는 발바닥 고무가 생선포처럼 땅에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시공사에서 공사하려고 전기톱을 돌렸고, 노인은 그것을 막다가 전기톱 엔진에 신발이 잘린 것이었다.

“그거(신발) 보니까 생선포 같았습니다. 너무 놀라고 끔찍해서 어른을 만류하고 나무를 못 자르게 말렸습니다. 그런데 대동전기 이사 일행 2명이 ‘xx년, 요즘 앉아서 오줌 누는 년은 더 지랄이다. 이래서 나라가 시끄럽다’라고 험악한 욕설을 해댔습니다.” 

이 일로 두 사람의 실랑이가 벌어졌고, 함께 땅으로 뒹굴었다. 그 사이 멈추었던 전기톱이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벌목작업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다행인지 전기톱이 나무에 끼이면서 움직이지 못했다. 배 주지는 그 사이 전기톱을 빼내지 못하도록 나무에 걸터앉았다. 

그 순간에 한전 직원이 주민 한 사람의 모자를 벗겼다. 채증을 해서 형사고발하기 위함이다. 주민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공사를 가로막았다. 주민의 모자를 벗긴 한전 직원은 이내 배 주지의 모자도 벗기려 했다. 배 주지는 깜짝 놀랐다. 옷에 달린 끈으로 모자를 묶어 두었다가 목이 졸린 것이다. 

배 주지 스님은 한전 직원의 옷을 붙잡고 계속 매달렸다. 그 순간에도 옆에서는 ‘죽인다’ 등의 험악한 욕설이 이어졌다. 

“사실 그 말이 두려웠습니다. 신발이 생선포처럼 날아간 것을 보고 죽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겁이 났습니다.”

“너 xx년아, 넌 죽었어. 내가 나가면 너 xx(성기)를 찢어 죽여 버릴 거다.”

세상에서 처음 들어보는 욕이었다. 그런 욕이 있는 줄도 몰랐다.

“너무 놀라서 붙들고 있는습니다. 욕을 하도 하니까 살려고 계속 붙들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다리를 잡아당기고 그 부분을 찢어 죽인다고 했습니다. 영상에는 나오지 않지만, 음부를 주먹으로 쳤습니다. 발로도 그 부분을 짓밟았고요.”

그 순간 경찰을 비롯해 주변에서 있던 사람들이 말렸다. 이미 폭행을 당한 배 주지는 탈진상태가 됐다. 놀란 주민이 119에 신고를 했고, 산길이라 응급차 대신 헬리콥터가 그를 병원으로 수송했다. 

밀양 제일병원에 19일간 입원한 그는 병원의 권고로 할 수 없이 퇴원했다. 걷기조차 어려워서 퇴원을 거부했지만 의사가 퇴원을 권고했다. 의사는 15일 이상 입원하면 의료보험도 되지 않는다며 퇴원을 권했다. 

제일병원은 진단서에 요천부 염좌, 우측둔부 좌상, 전방 흉부 좌상, 경추부 염좌, 우측 회음부 좌상이라는 병명을 기록했다. 

배 주지는 이후 정신적 충격으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정신과에서 처방 받는 약을 먹는다. 퇴원 후에도 통원하며 교정치료를 받고 있다. 밀양 한방파크 병원은 골반이 틀어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배 주지는 지금까지 사과는커녕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밀양 한전 측은 “아무것도 아니다. 며칠 치료받고 나오면 된다”고 말을 건넸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14일 경찰은 폭행사건으로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경찰은 1월 13일 보강수사를 위해 수사기간을 1개월 더 연장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사건처리상황을 통지했다. 현재 창원 북면여성의 집 성상담센터에서 이 사건을 다루고 있다. 

밀양 고압 송전탑 저지
공사관계자가 여성인 백 모 주지에게 손 짓을 하며 험악한 욕설을 하고 있는 장면. ⓒ동영상 캡쳐

밀양 제일병원 진단서
스님이 입원했던 밀양 제일병원은 요천부 염좌, 우측둔부 좌상, 전방 흉부 좌상, 경추부 염좌, 우측 회음부 좌상이라는 병명을 진단했다. 우측 회음부 좌상은 스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구자환 기자

한전 공사 강행된다면 제2, 3의 분신 이어질 것

그가 송전탑을 반대하는 이유는 주민들과 다르지 않았다. 노인들이 시골에 살면서 문화라는 것도 모르고 허리띠 졸라매며 땅을 마련했는데, 송전탑이 오면서 대출도 안 되고, 토지매매도 안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시골에서 일생동안 손마디가 뭉개지며 갖은 고생으로 마련한 어른들의 땅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마을에는 송전탑을 찬성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했다. 단지 한전의 만행에 지쳐서 막을 수가 없어서 보고만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그는 이번 사건 이전부터 한전 직원과 동양건설 직원들에게 분명히 누군가가 죽을 것이라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며 전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자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치우 옹이 먼저 산화해 버렸다. 

“어른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내가 죽었어야 했는데... 어른이 분신한 것은 필연입니다. 공사를 이렇게 지속하면 제2, 3의 분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그는 한전에 제발 공사 진행과 관련해 마을주민과 협의를 하고 해 달라고 부탁했다. 산외리는 주민설명회도 없었다고 했다. 배 주지는 “송전탑이 산외리를 공처럼 휘어 감고 지난다”며 “이것이 마을주민 전체가 분노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했다. 

“한전의 공사가 계속 진행된다면 나도 마지막 준비를 언젠가 할 것입니다. 이미 주변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그의 눈이 충혈 됐다. 참고 참아 왔던 눈물을 삼키지 못한 배 주지는 끝내 서러움에 겨워 흐느껴 울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