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707130114074


모두 손들 때, 아베 혼자 "NO"..日서 논란된 장면

김주동 기자 입력 2019.07.07. 13:01 


[日산지석] 

결혼하면 남편 성씨로 바꾸는 일본 

선거토론회서 야당 '법 개정' 찬성 

"가정 붕괴" 반대 아베는, 말 돌리기 

'韓규제'도 논리 모호 상대 흔들기만 

강경한 모습 '개헌의석' 총력전


[편집자주] 타산지석, 남의 산에 있는 돌이 내 옥을 다듬는 데 도움될 수 있다는 뜻. 고령화 등 문제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배울 점, 경계할 점을 살펴봅니다.


/사진=트위터

/사진=트위터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 3가지에 대해 일본이 4일부터 수출 규제에 들어가면서입니다.


일본언론들조차 이번 규제를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보지만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정부는 '신뢰 훼손'을 언급하면서도 "보복 조치가 아니다"라는 모순된 입장을 보입니다. 제재 조치를 내린 경제산업성은 해당 3개 품목이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데 한국이 관리를 잘못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를 뜻하는 건지도 말하지 않습니다. 부정확한 설명으로 상대를 흔들어 자신들의 목표를 이뤘다고 보는 것일까요?


위 사진은 최근 일본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는 장면입니다. 한국 경제제재 얘기는 아니지만 아베 정권의 성향을 보여주는 상황입니다.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가 열리는 일본, 지난 3일 일본기자클럽 주최로 7개 당대표가 모여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기자 한 명이 '선택적 부부별성'에 찬성하면 손을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결혼을 하면 부부가 성씨를 똑같이 해야 합니다. 대부분 여자가 남자의 성으로 바꿉니다. 성인이 돼서 이름을 바꾸다 보면 회사·사업 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선 법을 고쳐 이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입니다.


사진에서 7개 당대표 중 혼자 손을 들지 않은 사람은 바로 자민당을 이끄는 아베 총리. 그렇다고 해서 명확하게 "반대한다"고 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쇼하듯이 (이런 질문을) 하지 말라"며 "편파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인터넷 당대표토론회에서는 더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입헌민주당 에다노 유키오 대표가 "(현 제도가) 여성의 사회 참여를 방해하는 큰 요인"이라면서 부부별성에 대한 의견을 아베 총리에게 묻자, 그는 "그 뜻은 부부별성이 아니라 경제를 성장시키고 모두가 활동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것 아닌가"라며 답을 피해갔습니다. 직접적인 답변 요구가 이어지자 "경제성장과는 관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동문서답과 모호한 답변이 연거푸 나오자 네티즌들은 "뭔 소리냐"며 비판과 조롱을 보냅니다.


사실 아베 총리의 태도는 약 10년 전과 비교하면 꽤 달라진 것입니다. 그는 2010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부부가 성을 따로 쓰는 것은 가족의 해체를 뜻한다. (이는) 가족의 해체가 최종 목표이며 가족으로부터 해방돼야 인간으로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공산주의 교리"라는 내용의 생각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후 이 내용이 확산되며 야당의 공격을 받기도 했는데, 2016년 국회에서는 한 야당 대표가 진의를 묻자 말을 돌리다 "국민들 뜻을 감안해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논란을 피해갔습니다.


아베 총리의 입장이 모호하게 된 데는 여론의 변화, 정치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 2017년 12월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부별성을 위한 법 개정에 42.5%가 찬성, 29.3%가 반대했습니다. 5년 전 조사에서는 반대가 더 많았습니다. 조사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70세이상에서는 반대가 과반이었고, 어릴수록 찬성이 많아 59세이하에서는 절반 정도가 찬성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내 보수세력을 대표하고 절대강자인 자민당이 입장을 뚜렷하게 할 이유는 없습니다. 특히 자민당은 젊은층 표심도 공략하고 있으며, 여론조사에서 29세이하는 40%가량이 '아베 4선'을 찬성한다고 할 만큼 성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다시 대 한국 수출규제 얘기입니다. 발표일은 왜 7월 1일이었을까? 수출제재 카드는 이미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부터 거론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일본언론들은 시기 선택 이유로 G20 정상회의(6월28~29일)와 참의원 선거(7월21일 투표)를 꼽고 있습니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차별없는 자유무역"을 외쳤던 일본이 그에 앞서 모순되는 행동을 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또 선거 때에 맞춰 아베 총리가 강경한 모습을 내세우며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교도통신,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이 각각 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는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개헌 세력이 전체 참의원의 3분의 2 의석 확보에 성공할지를 두고 조금씩 엇갈렸습니다. 3분의 2는 개헌 발의를 위한 의석 비율입니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넣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선거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 일본 내에 가시적인 수출제재 역풍이 생기지 않는 한 투표를 앞두고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낮습니다. 당장 일본정부는 강제징용 판결 문제 관련해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을 한국정부에 요구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한 답변시한은 오는 18일입니다. 참의원 투표일을 앞두고 추가 공격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김주동 기자 news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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