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007120111685


96년전 독일대학서 한국어강좌..'말모이' 모델 이극로 기록 공개

입력 2019.10.07. 12:01 


국가기록원, 이극로 선생 훔볼트대 한국어 강좌 관련 공문서 수집


1923년 독일 훔볼트대에 이극로 선생의 한국어 강좌 개설을 허가하는 공문서 [국가기록원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올해 초 영화 '말모이'가 개봉하면서 실제 모델인 한글학자 고루 이극로(1893~1978) 선생의 발자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가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1923년 유럽 최초로 베를린의 프리드리히 빌헬름대(현 훔볼트대)에 한국어 강좌를 개설해 무보수로 한글을 가르친 사실은 잘 알려져있지 않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한글날을 앞두고 조선어학회를 이끈 한글학자 이극로 선생의 독일 유학 시절 발자취를 담은 기록물 일부를 7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기록은 국가기록원이 2014년 독일 국립 프로이센문화유산기록보존소에서 수집한 기록물 715장 가운데 번역·고증 등 과정을 거친 11장이다.


이 가운데 5장은 이극로 선생, 훔볼트대 동양학부, 독일 문교부가 한국어 강좌 개설과 관련해 주고받은 공문서다.


1923년 8월 10일 훔볼트대 동양학부가 발송한 975호 문서는 동양학부 학장 대리가 문교부 장관에게 한국어 강좌 개설허가를 요청한 것이다.


이어 같은 달 31일 문교부는 "이극로가 다음 겨울학기의 동양어 세미나에서 주당 3차례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허가한다"고 훔볼트대에 회신했다.


이는 이극로 선생의 요청으로 유럽 최초로 훔볼트대에 한국어 강좌가 개설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국가기록원은 설명했다.


"한국어는 매우 독특하고 언어학적으로 큰 의미" 독일 유학 시절 이극로 선생이 동양학부 학장에게 한국어 강좌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보낸 편지 [국가기록원 제공=연합뉴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이극로 선생의 노력은 그가 타자기와 자필로 작성한 자기소개서와 서신 등 나머지 6장의 기록물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선생은 1925년 1월 30일 동양학부 학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한국어는 동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언어로 대한민국, 만주, 동시베리아에서 2천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한글은 매우 독특하며 실용적 측면 외에 언어학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독일에는 한국어를 아는 이가 거의 없다.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독일에 전하기 위해 3학기 동안 무보수로 한국어 강의를 제공해 12명의 학생이 수강했다. 동아시아 언어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라고 한국어 강좌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이들 기록의 존재와 내용은 2007년 조준희 국학인물연구소장이 발굴해 2014년 논문 등을 통해 공개했으나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에 국가기록원은 조 소장의 제보로 2014년 관련 기록물의 디지털본을 수집해 번역·분석작업을 진행해오다 최근 영화 '말모이'로 이극로 선생의 생애가 다시 조명받자 작업이 완성된 일부 기록을 공개했다.


이들 기록에서 이극로 선생은 중국인으로 표기돼 있으며 이름은 중국어 식으로 발음한 '리코루'로 돼 있다. 이 이름은 귀국 후 그의 호 격인 '고루'로 이어지게 된다. 국가기록원은 "이는 당시 그가 중국 국적으로 유학을 떠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이 기록을 발굴해 발표한 조준희 소장은 "독일에서 한국어 강좌를 진행한 경험은 경제학 박사인 이극로가 훗날 조선어학회 간사장을 맡아 '조선어 큰사전' 편찬을 주도하고 주시경과 함께 어문운동가의 길을 걷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조 소장은 "특히 한국어 강좌 관련 기록은 이전까지 학계에 알려진 독일 내 한국어강좌의 최초 개설 시기 1952년에서 29년이나 앞선 것으로 유럽 전역으로도 최초"라며 "이번 기록 공개를 계기로 이극로 선생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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