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922092403283
[사실은] 99.9% 합격률 자랑하는 후쿠시마 목재, 그 이면은?
박세용 기자 입력 2019.09.22. 09:24
도쿄올림픽 선수촌의 선수들 휴식 공간, '빌리지 플라자'라는 건물에 후쿠시마산 목재가 쓰이고, 또 그 목재에 대한 방사능 검사에 허점이 있다는 내용 앞서 전해 드렸습니다. 그래서 방사능 검사 합격률이 궁금해졌습니다.
데이터를 받아 보니, 100cps(1초에 방사선 100개)를 넘은 목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체 측정 물량의 0.00004%에 불과했습니다. 합격률이 사실상 100%라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목재 대부분은 자체 세슘 검사를 그냥 통과한다고 보면 됩니다. 90%의 삼나무, 10%의 편백나무, 두 종류 합쳐서 하루 2만 개가 출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재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이동하는 '속도'에 따라 방사선량 값이 달라지고, 이런 장비를 갖춰놓은 곳은 그나마 후쿠시마현에서 2곳이라고 했습니다. 현에서 나머지 모든 목재업체는 손으로 측정기를 나무 표면에 갖다 대는 방식, 나무에 측정기를 바짝 대면 방사선량이 올라가고, 반대로 나무에서 떨어트리면 측정값도 떨어지는, 허점이 많은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세슘이 진짜 없어서, 사실상 100%의 합격률이 나오는 걸까요.
또 한 가지 의문은, 일본 임야청의 주장입니다. 임야청은 저희 취재진에게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목재를 쓰는 건 아무 문제없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지금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나무의 방사성 물질은 껍질 등 외부에 부착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껍질을 벗기거나 표면을 깎으면 대부분 제거된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껍질 벗겨서 괜찮다고 하고, 목재업체는 합격률 99.9%라고 하고, 정말 세슘이 없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 껍질을 벗겨도, 99.9%가 합격해도…여전한 세슘
일본 임야청 자료가 있습니다. 일본은 후쿠시마현 곳곳에 있는 목재를 검사해 세슘 양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018년 자료를 보면, 6개 지점의 목재 검사 결과가 나옵니다. 일본 임야청이 껍질 벗기면 괜찮다고 주장해서, 목재의 속 부분, 껍질 바로 안쪽의 '변재'와, 가장 깊숙한 부분 '심재'의 세슘 농도를 살펴봤습니다.
껍질 바로 안쪽, 변재의 세슘 농도는 6곳이 다음과 같습니다. 160, 240, 1,300, 14, 630, 330Bq/kg입니다. 1베크렐은 1초에 1개의 방사선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목재업체가 셀프 검사를 하고 있고, 측정기와 목재 사이의 거리나, 목재 이동 속도에 따라 측정값이 달라지는 방식을 쓰고 있기 때문에, 위 목재가 업계의 출하 기준치를 충족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또 측정 지점 6곳의 목재, 그 심재에서 검출된 세슘은 310, 390, 580, 31, 420, 190Bq/kg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슘이 나오는 건 여전합니다.
이 수치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매년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변재와 심재의 세슘 수치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심재'는 더 그렇습니다. 6곳 가운데 1곳을 제외하고 5곳은 매년 세슘의 양이 늘고 있습니다. 공기 중에, 숲속 흙에 붙어 있던 세슘이 비가 오면 뿌리를 통해 나무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쌓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임야청 주장대로 목재의 껍질에 세슘이 가장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껍질을 벗겨낸다고 해서 세슘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근처, 주민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귀환곤란지역과 그 근처의 숲속 나무에서는 세슘이 더 나옵니다. 지난해 임야청 조사 결과를 보면, 변재에서는 최저 400, 최고 1,800Bq의 세슘이 검출됐습니다. 심재에서는 최저 800, 최고 4,200Bq의 세슘이 검출된 걸로 나타납니다. 임야청은 총 9곳에서 목재를 조사했는데, 모두 1kg당 300Bq을 넘는 세슘이 검출됐습니다. 제가 굳이 300이라고 말씀 드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 한국과 러시아…건축용 목재에 세슘 기준치 운용
사실 우리나라에는 건축용 목재에 세슘 기준치가 있습니다. 원래 없었는데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기준치를 만들었습니다. 한국 기준치는 목재 1kg당 300Bq입니다. 식품이 100Bq이니까, 3배 높게 설정돼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귀환곤란지역 근처 숲에서 나온 목재는 9곳 모두 우리나라에서 건축용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항구로 들어온 목재 가운데 3건이 기준치 300Bq/kg을 초과해 수입 거부됐습니다. 후쿠시마현 목재는 아닙니다. 이 Bq/kg 측정값은, 목재 시료를 실험실로 가져가서 정밀 분석해서 나옵니다. 일본처럼 측정기의 위치나 측정 대상의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값이 아닙니다.
러시아도 비슷합니다. 러시아에도 건축용 목재의 세슘 기준치가 있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겪었던 국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1kg당 400Bq입니다. 일본 임야청이 조사한 후쿠시마산 목재의 상당수는 러시아에서도 건축용으로 쓸 수 없습니다.
물론 300이나 400을 조금 넘는 정도의, 세슘이 들어간 목재로 건물을 짓고 몇 번 접촉한다고 해서, 당장 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방사선량 계산을 해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방사능 목재로 집을 지을 경우엔 사람이 자주, 또 오래 접촉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내 기준치도 보수적으로, 300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 일본의 건축용 목재…세슘 기준치 자체가 없다
그런데 일본에는 건축용 목재의 세슘 기준치 자체가 없습니다. 후쿠시마현 목재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검사하는 게 전부입니다. 일본은 아마도 정부 차원에서는, 건축용 목재의 세슘 기준치를 만들기 힘들 것입니다. 임야청은 오히려 후쿠시마현 목재로 지은 공공건축물을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 정도로, 공공건물에 목재를 쓰는 것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건축물에 목재를 쓰도록 촉진하는 법도 있습니다. 후쿠시마현은 그만큼 숲이 많고, 임업을 장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의 사회적인 분위기가 이렇기 때문에, 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현 목재를 쓰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목재의 방사능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은 업체 자율에만 맡겨져 있고, 검사 방법에도 허점이 있습니다. 한국은 물론이고, 러시아 선수들만 해도 자국의 세슘 기준치를 넘는 목재로 지은 건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후쿠시마현 목재가 '빌리지 플라자'에서 어디에 시공되는지, 또 목재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인지 공개해야 합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자료 조사: 이다희, 김혜리)
박세용 기자psy05@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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