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74848
박근혜 '독대' 후 벌어진 일들, 바짝 엎드린 기업 오너들
[판결문으로 본 박근혜 국정농단 12] 대기업 자금으로 만든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의 전모
19.10.11 15:30 l 최종 업데이트 19.10.11 15:30 l 박근용(kkums)
2016년 10월에 시작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관련 촛불시민혁명 3주년이 다가왔습니다. 1주일에 한 번꼴로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사건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들을 다룹니다. 각 사건의 핵심내용 소개에 그치지 않고, 각 사건의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 관계자들의 범죄 또는 부패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기록합니다. 그래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권력부패를 기억하는데 주춧돌이 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 2017년 5월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오른쪽 두번째 자리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앉아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사건이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독일에서 삼성이 제공해준 말로 승마훈련 한다는 의혹도 안민석 국회의원과 일부 언론에 의해 감지되고 간간이 기사화되었다.
그러나 이 두 재단의 이상한 설립과정에 대해 2016년 10월 집중된 <한겨레>의 탐사보도는 박-최 게이트를 포함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탄핵사태의 문을 열었다. 이어진 JTBC의 '태블릿PC' 보도는 사태 전개 속도를 더 높였다.
앞선 연재 글에서 소개한대로 정유라 승마지원이나 광고대행사업, 동계영재센터를 통해 뇌물을 받고 사업계약 등을 강요한 박근혜와 최순실은 2015년 7월경부터 새로운 일을 도모한다. 문화 관련 사업과 스포츠 관련 사업을 할 두 개의 재단을 대기업 출연금으로 만들고 최순실이 이사회와 임원진 구성부터 운영을 맡아 각종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최순실이 세운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라는 회사에 재단의 각종 용역사업을 맡기게 하여 두 재단을 통해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거둔다. 물론 사업에 드는 돈은 대부분 재벌 대기업들로부터 받은 것들이었다.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를 이용한 최순실과 박근혜의 돈벌이는 다음에 따로 소개할 예정이다. 우선 이 편에서는 재벌들의 팔을 비틀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는 사건의 자초지종을 판결문을 통해 살펴보자.
청와대 경제수석실 동원한 박근혜와 최순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은 박근혜와 그의 비선실세 최순실이다. 박근혜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두 재단 설립을 지시하고 그 운영을 최순실에게 맡긴다. 최순실은 두 재단 운영을 자처하며 임원진을 자기 의도대로 구성한다. 이 두 사람 사이에 연락을 중개한 이는 '문고리 3인방'의 한 명이었던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이다.
다음으로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과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비서관을 마친 후 2016년 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기획재정부 1차관 재직)이다. 박근혜가 세우려고 한 두 재단은 각각 문화와 체육분야인만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소관이며 청와대 조직으로는 교육문화수석실 소관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을 동원해야 하는 사안이라 박근혜는 경제수석실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종범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을 직접 상대하여 압박을 가한다. 최상목은 전경련 박찬호 전무 등 임원들까지 참석시켜 청와대에서 재벌의 출연금 약정 현황파악 등 실무회의를 주재했다.
경제수석실의 이수영 행정관과 김건호 행정관 역시 이 회의에 참여하는 등 이 사건에 등장한다. 재단법인 설립 허가 업무에 관여한 문체부의 하윤진 대중문화산업과장 역시 최 비서관이 주재한 회의 등에 참여하고 법인설립허가 업무를 지원한다.
전경련 측 인물로는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과 박찬호 전무, 이용우 사회본부장, 이소원 사회공헌팀장, 권순범 사회협력팀장이 등장한다.
[2015년 7월] 박근혜 "대기업 회장들 단독 면담 일정 잡으라"
▲ 2016년 12월 6일 허창수 전경련 회장(오른쪽)과 8대그룹 재계총수들이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제1차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015년 7월 즈음, 박근혜는 전경련 소속 재벌기업 출연금으로 문화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과 스포츠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 설립을 마음먹는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3개월째인 2013년 5월에 확정된 정부의 4대 국정운영 기조(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기반구축)에 '문화융성'이 들어가 있는 점에 착안한 사업구상이었다.
박근혜는 자신의 측근인 최순실에게는 이렇게 부탁한다.
'전경련 산하 기업체로부터 모금하여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잘 살펴봐 달라.'
그리고 2015년 7월 20일경, 박근혜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니 그룹 회장들에게 연락하여 일정을 잡으라.'
지시를 받은 안종범은 우선 면담 대상 재벌을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선정한다. 박근혜의 검토를 거쳐 면담대상은 삼성그룹 등 7개 그룹으로 확정된다. 이어 안종범은 7개 그룹에 연락해 2015년 7월 24일 개최 예정인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후원기업 회장단 초청 오찬 간담회' 직후에 대통령이 단독면담을 하려고 하니 응할 것을 요구한다. 그 결과 7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친 단독면담 일정이 확정된다.
2015년 7월 24일 오후, 박근혜는 7개 그룹 중 3개 그룹 회장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비밀회동장소인 안가에서 만난다. 이날 그룹별로 따로따로 만난 이들은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김용환 부회장, CJ그룹 손경식 회장,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김창근 회장이었다.
다음 날인 7월 25일, 박근혜는 전날과 같은 장소에서 4개 그룹 회장을 따로따로 만난다. 이날 만난 이들은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과 LG그룹 구본무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다. 박근혜는 이들 재벌회장들을 따로따로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요구한다.
'문화·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려고 하니, 관심을 가지고 적극 지원해 달라.'
그리고 박근혜는 재벌회장들과 면담한 뒤에는 안종범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돈을 갹출 받아 각각 300억 원 규모의 문화와 체육관련 재단을 설립하라.'
이에 안종범이 7월 하순 또는 8월 초순 전경련 이승철 상근부회장에게 연락해 이렇게 말하며 재단 설립 추진을 지시한다.
'청와대에서 문화재단과 체육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대통령께서 기업 회장들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 확인해보면 알고 있을 것이다.'
[2015년 8월] "전경련에 모금 해달라고 한다"
그 뒤 8월 18일에 전경련의 4대그룹 임원 조찬모임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 전경련 박찬호 전무가 4대 그룹인 삼성, 현대차, SK, LG를 대표해 온 전무급 임원들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 각 300억 원의 규모의 문화재단과 체육재단을 만들어야 하니 전경련이 모금을 해달라고 한다."
이날 참석한 4대 그룹의 임원들은 이 내용을 각자가 속한 그룹의 최고 경영진들에게 보고한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김아무개 전무는 전경련 박찬호 전무로부터 들은 내용을 미래전략실 이수형 기획팀장(부사장)을 거쳐 미래전략실 장충기 차장(사장)과 최지성 실장(부회장)에게 보고한다. LG그룹의 이아무개 전무도 이날 들은 내용을 지주회사인 ㈜LG 하현회 부회장에게 보고한다.
[2015년 9월] 최순실 "리커창 총리 방한 맞춰 문화재단 서둘러야"
▲ 2017년 5월 31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2015년 10월 중순에 이르기까지 재단 설립을 위한 재벌들의 출연금 약정 등은 더 진행되지 않고 머물러 있었다. 8월 18일 전경련 4대그룹 임원 조찬모임 후 50일 뒤(10월 8일)에 다시 열린 전경련의 조찬모임에서도 각 그룹의 동참 의사만 확인하는데 그치는 상황이었다.
청와대에서 구체적으로 추진 상황을 확인하거나 독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정쩡한 상황이 2개월가량 이어진 셈이다. 다만 박근혜로부터 재단 운영을 부탁받은 최순실이 앞으로 만들어질 재단의 임원을 물색하는 작업이 9월부터 진행 중이었다.
그러다 10월 중순에 최순실이 중국 리커창 총리의 10월 31일 한국방문 계획을 듣고 문화재단 설립을 서두르게 된다. 최순실이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이렇게 말한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곧 방한할 예정이고 대통령이 지난 중국 방문 당시 문화교류를 활발히 하자고 하셨는데, 구체적 방안으로 양국 문화재단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문화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
[2015년 10월] 박근혜 "재단 설립 서둘러라"
최순실의 의견을 정호성 비서관이 보고하자, 박근혜는 2015년 10월 19일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지시한다. 최순실의 생각과 똑같은 내용이었다.
'리커창 총리 방한 때 양국 문화재단 간 양해각서를 체결해야 하니 재단 설립을 서둘러라.'
이 지시를 받자마자 그날 안종범 경제수석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연락해 이렇게 지시한다.
'급하게 재단을 설립해야 하니 전경련 직원을 청와대 회의에 참석시켜라.'
이승철 부회장은 안종범의 지시를 받은 뒤, 전경련의 이용우 사회본부장, 이소원 사회공헌팀장 이렇게 지시한다.
'10월 말 리커창 총리 방한에 맞추어 실시될 양국 재단간 MOU 체결식을 위해 문화재단을 설립한다고 하니, 창립총회 행사계획과 MOU 체결식 행사계획을 마련해 청와대 회의에 참석하라.'
안종범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소속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에게는 '300억 원 규모의 문화재단을 즉시 설립하라'고 지시하고, 전경련 쪽과 회의를 열어 일을 추진하게끔 한다.
이틀 뒤인 10월 21일 오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에서 회의가 열린다.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이 주재한 '청와대 1차 회의'에는 이수영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과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 이소원 사회공헌팀장 등이 참석한다. 이 회의에서 최상목 비서관이 전경련 이용우 본부장에게 이렇게 요구한다.
'일주일 안에 신속하게 300억 원 규모의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한다. 출연하는 기업은 삼성, 현대차, SK, LG, GS, 한화, 한진, 두산, CJ 9개 그룹이다.'
최상목 비서관이 지정해 준 9개 그룹은 7월 24일과 25일에 박근혜와 독대를 한 7개 그룹에 GS와 두산그룹이 추가된 것이다. 전경련 회장을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맡고 있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맡고 있었기 때문에 두 그룹을 추가한 것이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선정되는 일반적인 재계 순위와는 다른 것이었다. 시가 총액 기준에 따른 상위 10대 그룹에 드는 롯데와 포스코, 현대중공업은 빠지고, 10대 그룹에 들지 않는 GS그룹과 두산그룹이 포함된 것이다.
재단 설립에 나설 재벌을 지정한 데 이어 최 비서관은 이렇게 덧붙여 말한다. 돈만 내고 운영에는 관여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재단이 만들어진 후에는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을 그 재단이 맡게 될테니, 전경련은 재단 설립만 하면 된다.'
회의를 마친 후 전경련 사무실로 돌아온 전경련 이소원 사회공헌팀장이 회의 결과를 기초로 '(가칭)한류문화재단 설립 추진계획' 문건을 만든다. 여기에는 청와대에서 지정한 9개 그룹별로 내야 할 출연금 분담 액수가 적혀 있었다. 이소원 팀장은 전경련이 내부적으로 운용하고 있던 '사회협력회계' 배분 기준에 따라 각 그룹별 분담금 액수를 나누었다.
박근혜 "재단 명칭은 미르라고 하라"
청와대 1차 회의가 열린 이 날, 박근혜는 안종범에게 이렇게 추가로 지시한다.
'재단 명칭은 미르라고 하라. 이사장은 김형수, 이사는 장*각, 이한선, 송혜진, 조희숙, 김*숙, 김영석으로 하고, 사무총장은 이성한으로 하라. 사무실은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 임원들에게 전화해서 임명 사실을 통지해 주라.'
박근혜가 안종범에게 지시한 재단 명칭과 이사회 구성 명단 등은 최순실이 정호성 부속비서관을 통해 전달한 내용과 같았다.
최순실은 이미 2015년 9월 말부터 문화재단에서 일할 임직원을 선정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 면접도 보았다. 그 결과 문화재단의 명칭은 '미르재단'이라고 정하고, 재단 이사장 김형수, 사무총장 이성한, 사무부총장 김성현, 상임이사 이한선 등으로 정한 임원진 명단과 조직표를 마련하였다.
안종범은 박근혜로부터 받은 이 내용을 최상목 비서관에게 그대로 전달하였다.
10월 22일 오후, 청와대 1차 회의가 열린 지 하루 만에 최상목 비서관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청와대 2차 회의'를 진행한다. 1차 회의에 참석했던 이수영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과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 이소원 사회공헌팀장 외에 청와대 교문수석실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과 신종필 행정관, 문체부 하윤진 대중문화산업과장도 참석한다.
최상목 비서관은 전경련이 준비해 온 9개 그룹별 출연금 분배 금액을 조정하여 확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지시한다.
'재단은 10월 27일까지 설립되어야 한다. 전경련은 재단 설립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고, 문체부는 10월 27일 개최될 재단 현판식에 맞추어 반드시 설립허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라.'
다음 날인 10월 23일 아침, 전경련의 박찬호 전무는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 결과에 따라 삼성, 현대차, SK, LG 등 4개 그룹 임원과 조찬회의를 한다. 이어 오전에는 GS, 한화, 한진, 두산, CJ 등 5개 그룹 임원들과 회의를 한다.
이 회의에서 박찬호 전무는 각 그룹별로 출연금 할당액을 알려주면서 할당된 만큼의 출연금을 낼 수 있는지 신속히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같은 날 청와대 최상목 비서관은 이수영 경제수석실 행정관과 교문수석실 김소영 비서관, 신종필 행정관, 이용우 본부장, 이소원 팀장과 '청와대 3차 회의'를 자신의 사무실에서 연다. 그러면서 이용우 본부장과 이소원 팀장에게 이렇게 독촉한다.
'아직까지도 출연금 약정을 하지 않은 그룹이 있느냐. 그 명단을 달라.'
이런 독촉 탓인지 전경련은 이날 중으로 9개 그룹으로부터 출연금 총 300억 원에 대한 출연 동의를 받아 설립허가 신청에 필요한 재산출연증서 등의 서류를 모두 받았다. 또 재단법인의 정관과 창립총회 회의록도 사전에 작성해 둔다.
최 비서관은 회의를 마친 후 전경련 이용우 본부장 등에게 최순실이 청와대에 보내온 '미르'라는 재단 명칭과 주요 임원진 명단을 전달하며 이렇게 덧붙여 말한다.
'이사진에게 따로 연락은 하지 말라.'
또 최상목 비서관은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롯데도 출연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래서 최 비서관은 이용우 본부장 등에게 '롯데도 출연 기업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한다. 이렇게 하여 출연금이 할당된 재벌은 모두 10곳으로 늘었다.
이날 전경련 박찬호 전무 등이 각 그룹에 통보한 출연금 할당액은 현대차그룹 51억 원, LG그룹 30억 원, 롯데그룹 28억 원, GS그룹 21억 원, 한진그룹 8억 원, 두산그룹 6억 원 등이었다.
안종범 '출연금 규모를 500억으로 늘려라'
▲ 2018년 2월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로 구속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는 토요일인 다음 날 24일에도 회의를 소집한다. 이 '청와대 4차 회의'에는 최순실이 선정한 미르재단의 이사장 내정자 김형수, 사무부총장 내정자 김성현도 참석한다. 이날 회의에서 최상목 비서관은 재단 설립 진행 경과를 확인하고 이틀 후이자 재단설립 목표일의 하루 전인 26일에 개최할 이사회 장소를 논의한다.
그런데 회의에 참석한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 내정자가 재단의 재산 중 임의로 사용할 수 없는 재단의 기본재산 비율을 크게 낮추고 사용하기가 용이한 보통재산의 비율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날까지 전경련이 마련해 온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의 비율은 9:1로 기본재산이 절대적이었다.
이 비율을 바꾸라고 김성현 사무부총장 내정자에게 지시한 이는 최순실이었다. 그러나 전경련의 이용우 본부장과 최상목 비서관이 통상적인 재단과 달리 미르재단의 경우에만 기본재산 비율을 낮추는 것이 맞지 않다고 반대하였다.
그 결과 전경련이 마련해온 기존 비율을 바꾸지 않기로 4차 회의 참가자들이 결정하였다. 그러나 최순실은 이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창립총회 당일 기본재산과 보통재산 비율 9:1을 2:8로 바꾸라고 청와대를 통해 요구한다.
한편 이날 오후 안종범이 박근혜 지시를 받고서는 갑자기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전화해 재단 규모를 키우라고 지시한다.
'미르재단의 출연금 규모를 3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증액하라. 출연기업에 KT, 금호, 신세계, 아모레는 반드시 포함시키고, 현대중공업과 포스코에도 연락해 보고, 추가할 만한 그룹이 더 있는지도 알아보라.'
이승철 부회장은 박찬호 전무와 이용우 본부장 등에게 재단 규모 확대 지시를 전달해 조치하도록 시킨다. 그에 따라 박찬호 전무 등은 24일 토요일과 25일 일요일 이틀에 걸쳐 기존에 출연이 결정되어 있던 10개 그룹과 안종범이 말한 KT 등 6개 그룹, 그리고 전경련이 자체적으로 추가한 LS그룹과 대림그룹에 연락하여 이렇게 말한다.
'월요일인 10월 26일까지 출연 (증액) 여부를 결정해 달라.'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전경련이 각 그룹에 통보 또는 요청한 출연금 규모는 다음과 같다. 우선 24일 이전에 출연금 할당액이 통보되었던 삼성 125억 원, 현대차 85억 원, SK 68억 원, LG 48억 원, GS 26억 원, 한화 15억 원, 한진 10억 원, 두산 7억 원으로 각각 출연금이 늘었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24일 이전에 통보한 바 없던 포스코 30억 원, LS 10억 원, CJ 8억 원, 금호아시아나 7억 원, 아모레퍼시픽 2억 원의 출연금 할당을 통보했다.
이렇게 전경련을 통해 청와대 지시에 따른 출연금 (증액) 요청을 받은 총 18개 그룹 중 현대중공업과 신세계를 제외한 16개 그룹이 출연을 확정한다. 나중에 재판에서 확인된 바로는 현대중공업은 당시 유례없는 적자로 전경련 연회비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었고, 신세계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된 미르재단 창립총회
▲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있는 재단법인 미르 ⓒ 권우성
10월 26일 월요일, 서울 서초구 팔레스호텔에 미르재단 이사로 내정된 사람들이 모인다. 이소원 전경련 사회공헌팀장 등 전경련 관계자는 16개 그룹 관계자들로부터 재산출연증서 서류를 제출받는다. 최순실이 내정했던 재단 이사장 등을 마치 출연 기업 임원들이 추천한 것처럼 회의록을 작성한다. 그러고는 전경련에서 사전에 준비해 온 정관 및 창립총회 회의록에 각 법인의 인감도장을 찍는다.
이렇게 창립총회가 마무리되고 있던 중에, 갑자기 박근혜가 안종범에게 미르재단의 기본재산과 보통재산 비율을 9:1에서 2:8로 바꾸라고 지시한다. 안종범 수석을 통해 이를 전달받은 최상목 비서관이 팔레스호텔에 모여있던 전경련 관계자에게 정관을 수정해서 재산비율을 고쳐 통과 시키라고 요구한다.
이같은 재산비율 변경은 앞서 본대로 최순실이 사무부총장 내정자를 통해 24일에 열린 4차 회의에서 요구했다가 거부된 사항이었다. 최순실은 박근혜에게 항의하여 26일에 열린 창립총회 막바지에 결국 변경하게 만든다.
그 탓에 출연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날인을 받고 있던 이소원 사회공헌팀장이 정관과 회의록을 급히 수정한다. 또 이미 도장을 찍고 총회장을 떠난 기업 관계자에게 연락해 팔레스호텔로 돌아와서 도장을 다시 찍어 줄 것을 부탁한다. 결국 발기인으로 총회에 참가한 19개 법인 중 1개 법인인 SK하이닉스로부터는 수정된 정관과 창립총회 회의록에 도장을 받지 못했다.
이런 과정 때문에 서류 준비가 늦어지자, 이날 오후 이소원 전경련 팀장은 문체부 하윤진 대중문화산업과장에게 연락한다. 이 팀장은 법인설립허가 신청서류를 등록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있는 세종특별자치시가 아닌 서울에서 접수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 '청와대 2차 회의'에 참여한 바 있던 하윤진 문체부 과장은 소속 공무원 김아무개를 서울로 출장 보낸다.
그 결과 이소원 전경련 팀장이 서울 용산구에 있는 문체부 서울사무소를 찾아가 SK하이닉스의 날인은 빠진 정관과 창립총회 회의록 등 서류를 접수한다. 김아무개 문체부 공무원은 이날 근무시간이 종료된 오후 8시에 미르재단 설립허가에 관한 서류를 기안하고 문체부는 청와대가 정한 시한인 10월 27일 오전 9시 36분에 모든 결재단계를 마치고 설립허가를 해준다.
[2015년 11월] 16개 재벌 30개 기업, 486억 미르재단 출연금 완납
박근혜가 최순실의 요청을 받아 안종범에게 문화재단 설립을 서두르라고 지시한 날(10월 19일)로부터 8일 만에 500억 원 규모의 미르재단이 만들어졌다. 그 후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등 16개 그룹 소속 30개 기업이 총 486억 원의 출연금을 2015년 11월 13일부터 12월 30일 사이에 납부한다. 각 그룹별 출연금 총액과 함께 계열사별 내역(괄호안)을 보면 다음과 같다.
삼성그룹이 125억 원(삼성전자 60억, 삼성생명 25억, 삼성화재 25억, 삼성물산 15억)을, 현대차그룹이 85억 원(현대차 46억, 현대모비스 21억, 기아차 18억), SK그룹(SK하이닉스)이 68억 원, LG그룹이 48억 원(LG화학 38억, LG디스플레이 10억)을 납부했다.
다음으로 포스코그룹(포스코)이 30억 원, 롯데그룹(호텔롯데)이 28억 원, GS그룹이 26억 원(GS칼텍스 6억 3000, GS건설 5억 9000, GS EPS 3억 6000, GS파워 2억 8000, GS리테일 2억 3000, GS글로벌 2억 1000, GS E&R 2억, GS홈쇼핑 1억)을, 한화그룹(한화)이 15억 원을, KT가 11억 원을 납부했다.
다음으로 LS그룹(E1)이 10억 원, 한진그룹(대한항공)이 10억 원, CJ그룹(CJ E&M)이 8억 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7억 원(금호타이어 4억, 아시아나항공 3억), 두산그룹(두산)이 7억 원, 대림그룹(대림산업)이 6억 원,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퍼시픽)이 2억 원을 납부했다.
10월 24일과 25일 사이에 전경련에서 최종 통보해 준 출연금 할당액 그대로 납부를 완료한 셈이다.
한편 최순실은 미르재단 설립 후인 2015년 11월경 측근 김*수에게 미르재단 재무이사를 맡을 만한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요구한다. 김*수가 은행 근무 경험이 있는 양*흥을 추천하자, 최순실은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에게 양*흥에 대해 면접을 해보라고 지시한다.
박근혜 역시 12월 6일에 안종범에게 최순실이 추천한 양*흥을 미르재단 재무이사로 임명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하였다. 그 결과 양*흥은 미르재단 경영지원본부장에 임명되었다.
또 최순실은 2016년 3월에서 4월 사이 측근인 차은택에게 미르재단 사무총장인 이성한을 사퇴시키라고 지시한다. 박근혜로부터 같은 지시를 받은 안종범도 이성한 사무총장에게 전화해 '미르재단 사무총장직에서 사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또 안종범은 김형수 이사장에게도 대통령의 뜻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이성한을 내보내라'고 이야기하였다.
더 나아가 최순실은 자신이 2015년 10월 7일에 설립한 광고대행사인 플레이그라운드와 미르재단이 총괄사업파트너계약을 맺도록 한다. 그래서 미르재단과 여러 건의 사업용역 계약 등을 따내 수익을 거두어간다. 박근혜 역시 2015년 11월에 안종범에게 같은 취지로 이런 지시를 내린다(이 내용은 이 연재 글의 10편(돈벌이 위한 박근혜-최순실의 집요함, 협박 가득한 대화 http://omn.kr/1kzyg)에 좀 더 소개되어 있다).
'미르재단과 연계하여 플레이그라운드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라.'
[2015년 12월] "체육재단도 미르재단 때처럼 하라"
▲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있는 K스포츠재단 ⓒ 권우성
박근혜와 최순실은 미르재단을 만든 지 한 달쯤 지난 뒤 다시 체육 관련 재단을 만드는 일에 착수한다.
2015년 12월 초순, 최순실은 스포츠재단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만든다. 이름을 'K스포츠재단'이라고 붙인 최순실은 이곳에서 일할 임직원도 미르재단 때처럼 면접을 거쳐 선정한다. 그러고는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재단 이사장 정동구, 사무총장 김필승 등 임원진 명단을 이메일로 보낸다. 정호성 비서관은 이 명단을 박근혜에게 보고한다.
2015년 12월 11일과 20일에 박근혜는 안종범에게 K스포츠재단 조직도와 임원 명단 등을 전달하며 이렇게 지시한다.
'이사장 정동구, 사무총장 김필승, 재무부장 이*용 등을 임원진으로 하라. 사무실은 강남부근으로 알아보라.'
이 지시를 받은 안종범은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에게 전화로 연락해 이렇게 말한다.
'예전에 말한 대로 300억 원 규모의 체육재단도 설립해야 하니 미르재단 때처럼 진행하라.'
비슷한 때에 안종범으로부터 '미르재단과 같이 스포츠재단을 빨리 설립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은 경제수석실 이수영 행정관이 전경련 이용우 본부장에게 이렇게 연락한다.
"김 아무개와 연락하여 스포츠재단 설립을 추진하라"
이승철 부회장 역시 이용우 본부장 등에게 청와대의 요구대로 할 것을 지시한다.
전경련, 15개 그룹별로 1~79억 원 출연금 할당
그러자 이용우 본부장은 이소원 사회공헌팀장에게 300억 원 규모의 스포츠재단 설립계획안 등을 작성하라고 지시한다. 또 이 본부장은 권순범 사회협력팀장에게 전경련 내부적으로 마련된 사회협력회비 분배 기준에 따라 각 그룹별 부담하여야 할 출연금을 정해 각 그룹별 관계자들에게 연락하라고 지시한다.
전경련은 각 그룹별 할당액을 정한다. 그런 다음에 전경련 박찬호 전무와 권순범 사회협력팀장 등은 12월 21일이나 22일에 각 그룹에 연락해 다음과 같이 할당액만큼 출연을 요청한다.
삼성그룹 79억 원, SK그룹 43억 원, LG그룹 30억 원, 롯데그룹 17억 원, GS그룹 16억 원, 한화그룹 10억 원, LS그룹 7억 원, CJ그룹과 신세계그룹 각 5억 원, 두산그룹과 부영그룹 각 4억 원, 아모레퍼시픽그룹 1억 원을 요청하고 현대차그룹과 KT, 포스코그룹에도 출연금을 요청한다.
이 요청을 받은 곳 중에 부영그룹은 미르재단 출연금을 다른 그룹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3억 원만 내면 되지 않겠냐고 전경련에 말해 3억 원으로 정해진다.
[2016년 1월] 최순실이 지목한 명단대로 케이스포츠재단 창립총회
2015년 12월 21일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이수영 행정관이 전경련 측에 K스포츠재단 주요 임원진 명단과 이력서 등을 팩스로 보낸다. 이를 받은 전경련은 미르재단 때와 똑같이 출연금을 낼 기업 임원들이 재단 이사장 등을 추천한 것처럼 창립총회 회의록을 사전에 작성해둔다.
그러고는 2016년 1월 12일에 전경련 회관에 출연 기업 관계자들을 부른다. 이 자리에서 재산출연증서 등 서류를 제출받은 뒤 사전에 준비해둔 정관과 창립총회 회의록에 도장을 찍게 한다. 다음 날인 13일에 문체부로부터 법인설립허가를 받아 K스포츠재단이 설립된다.
한편 최순실은 박근혜와 함께 재벌 출연금으로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면서 동시에 '더블루케이(주)' 설립 작업도 병행했다.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각종 사업(용역)계약을 따내어 수익을 걷어가겠다는 구상이었는데, 더블루케이는 K스포츠재단의 창립총회일인 1월 12일에 설립된다.
최순실이 K스포츠재단을 중간고리로 삼아 더블루케이의 수익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창출하려는 사건은 다음 연재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2016년 2월] 15개 재벌 40개 기업, 288억 K스포츠재단 출연금 완납
이런 과정을 거쳐 K스포츠재단에 2016년 2월 4일부터 8월 26일까지 모두 288억 원의 출연금이 모인다. 납부된 각 그룹별 출연금 총액과 계열사별 금액은 다음과 같다. 2015년 12월 21일과 22일에 전경련이 할당한 금액 그대로이다. 괄호 안의 기업명과 금액은 계열사별 내역이다.
삼성그룹 79억 원(삼성생명 30억, 삼성화재보험 29억, 제일기획 10억, 에스원 10억), 현대차그룹 43억 원(현대차 22억 8000, 현대모비스 10억 9000, 기아차 9억 3000)을, SK그룹 43억 원(SK텔레콤 21억 5000, SK종합화학 21억 5000), LG그룹 30억 원(LG화학 10억 9000, LG디스플레이 7억 6000, LG생활건강 4억 4000, LG유플러스 3억, LG전자 1억 8000, LG이노텍 1억, LG하우시스 8000, LG CNS 5000)을 납부했다
포스코그룹(포스코) 19억 원, 롯데그룹(롯데케미칼) 17억 원, GS그룹 16억 원(GS칼텍스 8억 6000, GS파워 2억 2000, GS건설 1억 9000, GS홈쇼핑 1억 4000, GS EPS 1억 2000, GS글로벌 4000, GS E&R 3000)을 납부했다.
한화그룹(한화생명보험) 10억 원, KT 7억 원, LS그룹 6억 원(LS니꼬동제련 2억 3940, LS산전 1억 2120, LS전선 9960, LS엠트론 6240, 예스코 5160, 가온전선 2580)을, CJ그룹(CJ) 5억 원, 신세계그룹 5억 원(이마트 3억 5000, 신세계백화점 1억5000)을, 두산그룹(두산중공업) 4억 원, 부영그룹(부영주택) 3억 원,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퍼시픽) 1억 원을 납부했다.
미르재단과 다른 점은 한진그룹과 대림그룹이 빠지고 부영그룹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그룹 소속 직원 수십 명이 조직위원회에 파견되어 일하고 있는 등 체육 분야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어 청와대가 감안해 줄 것이라고 보아 출연을 거절했다고 한다.
또 대림그룹의 경우에도 오아무개 사장에게 직접 연락 온 것이 아니라 신아무개 차장에게 이메일로 요청받은 사항이라 청와대가 주도하는 것인지 인지하지 못해서 출연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출연금 많이 낸 9개 그룹 따로 부른 박근혜
▲ 2017년 5월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2016년 1월 중순, 박근혜는 안종범에게 기업별 출연 현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그에 따라 안종범 지시로 김건훈 경제수석실 행정관이 1월 30일에 '미르-체육재단 기업별 출연 현황 보고' 문건을 작성한다. 이 문건은 청와대 정호성 부속비서관을 통해 박근혜에게 보고된다.
각 재벌들이 두 재단에 낸 출연금 합계는 삼성그룹 204억 원, 현대차그룹 128억 원, SK그룹 111억 원, LG그룹 78억 원이었다. 50억 원 이하로는 포스코그룹 49억 원, 롯데그룹 45억 원, GS그룹 42억 원, 한화그룹 25억 원, KT 18억 원, LS그룹 16억 원, CJ그룹 13억 원, 두산그룹 11억 원이었다. 10억 원 이하로는 한진그룹 10억, 금호아시아나그룹 7억 원, 대림그룹 6억 원, 신세계그룹 5억 원, 부영그룹 3억 원, 아모레퍼시픽그룹 3억 원이었다.
그 뒤 박근혜는 각 재단 출연기업 중 출연금액 상위 9개 그룹(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롯데, GS, 한화, KT)을 면담 대상으로 정하고 2016년 2~3월경에 이들 9개 그룹 총수들과 단독 면담을 한다. 그 자리에서 박근혜는 각 재단에 출연한 데에 대해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물론 박근혜가 재단 출연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예를 들어, 2월 14일에 만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게는 동계영재센터에 대한 추가지원을 요구하고, 15일에 만난 현대차그룹에는 최순실이 세운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해달라고 요구하였다. 다음 날인 16일에 만난 SK그룹에는 최순실이 세운 더블루케이에 '가이드러너 육성방안 연구용역'을 맡기는 것과 K스포츠재단에 가이드러너 육성 전문학교 운영 사업에 필요한 35억 원 제공 등을 요구한다.
이어서 2월 22일에 만난 포스코그룹 권오준 회장에게는 여자 배드민턴팀을 창단해 선수단 운영을 더블루케이에 맡길 것을 요구한다. 또 3월 14일에 만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에게는 K스포츠재단이 경기도 하남에 거점 체육시설 건립하는데 필요한 자금 제공을 요구한다.
동계영재센터 추가지원과 광고대행사 선정 요구 건은 앞선 연재글에서 이미 소개한 바 있고, SK그룹과 포스코그룹, 롯데그룹에 각각 요구한 사건은 이어질 연재 글에서 따로 소개할 예정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위한 출연금 강요 사건 처벌
대기업 출연금으로 두 재단을 설립한 사건으로 기소된 이는 박근혜와 최순실, 안종범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죄명은 직권남용죄와 강요죄이고 1심부터 상고심까지 모두 유죄가 선고된다. 세 사람이 공모해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하여 전경련 임직원과 삼성그룹 등 기업체 대표 및 임원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해 두 재단에 총 774억 원(미르재단 486억, 케이스포츠재단 288억)을 출연하게 한 것에 대한 처벌이다.
이 두 재단 설립 사건의 전모를 알기 위해 참고할 판결문은 다음과 같다.
박근혜에 대한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364-1(분리) 사건이고, 2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1087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4303 사건이다.
최순실과 안종범은 함께 재판을 받았는데, 이들에 대한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1202-1(분리) 사건이고, 2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723-1(분리)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3792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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