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72188
돈벌이 위한 박근혜-최순실의 집요함, 협박 가득한 대화
[판결문으로 본 박근혜 국정농단 10] 최순실의 광고대행사업 관련 채용·지분포기·광고수주 강요 사건
19.09.27 21:13 l 최종 업데이트 19.09.27 21:13 l 박근용(kkums)
2016년 10월에 시작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관련 촛불시민혁명 3주년이 다가왔습니다. 1주일에 한 번꼴로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사건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들을 다룹니다. 각 사건의 핵심내용 소개에 그치지 않고, 각 사건의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 관계자들의 범죄 또는 부패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기록합니다. 그래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권력부패를 기억하는데 주춧돌이 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 2014년 8월 27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 상명아트센터에서 "하루(One Day)"를 관람하기에 앞서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으로 차은택 공연 총연출자가 보인다. ⓒ 연합뉴스
앞선 연재 글에서 두 번(이재용 질책한 대통령 "삼성이 한화보다도 못하다", 박근혜 퇴임 때까지 뇌물을 약속했던 최순실과 삼성)에 걸쳐 2014년부터 시작된 '정유라 승마지원 명목 뇌물사건'을 소개했다. 이번 글에서는 이어 벌어진 사건을 소개한다.
2015년 1월경, 최순실은 광고·홍보대행회사를 차린 뒤 대기업을 압박해 광고계약을 따내서 손쉽게 돈을 벌기로 한다. 최순실이 박근혜의 힘을 빌려 광고대행사업 수익을 위해 벌인 이 사건은 2016년 8월 종결된다.
먼저 최순실은 광고홍보 전문가인 차은택을 내세워 광고홍보 대행사인 '모스코스(주)'를 직접 세우기로 한다. 그리고 대기업인 KT에 자신이 지목한 사람을 광고담당 임원으로 채용하게 해서 광고계약을 따내기로 마음먹고 '모스코스'를 설립하기도 전에 'KT에 대한 광고분야 임원 채용 강요 사건'을 벌인다.
이어 최순실은 '모스코스'의 규모를 일거에 확장하고 다른 광고대행사를 인수해 손쉽게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마침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포스코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포레카'를 인수하기로 마음먹는다. 포레카의 지분 인수자로 정해진 쪽을 협박해 포레카 지분을 넘기라고 하는 '포레카 지분 포기 강요 사건'을 벌인다.
그 다음에 최순실은 '모스코스'를 청산하고 새로 설립한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업무를 맡기라고 KT와 현대차그룹을 협박하여 이들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얻는 'KT와 현대차그룹에 대한 플레이그라운드 광고수주 강요 사건'을 벌인다.
최순실, 박근혜, 안종범, 차은택과 김영수 등의 범행
이 사건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최순실과 박근혜이다. 다음으로 박근혜의 지시를 이행하는 안종범 경제수석이다.
다음은 이동수와 신혜성이다. 최순실이 KT에 광고담당 임원으로 채용시킨 사람들이다. 이동수는 차은택이 최순실에게 소개한 사람인데, KT의 광고담당 임원으로서 최순실이 세운 회사(플레이그라운드)와 KT의 광고업무 계약체결을 처리했다. 신혜성은 최순실의 또 다른 측근인 김영수 포레카 대표이사의 배우자이다.
다음은 최순실의 측근 차은택과 '모스코스'의 김홍탁 대표이사와 김경태 이사이다. 차은택은 2014년 4~5월경 고영태의 소개로 최순실의 측근이 되었다. 광고영상 전문가인 그는 최순실의 추천으로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2014.8)'으로 위촉된 뒤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민간단장' 및 '창조경제추진단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장' 등에 임명되었다. 그는 최순실의 광고대행사업 사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끝으로 김영수 포레카 대표이사와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도 이 사건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김영수는 최순실의 추천으로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레카'의 대표이사에 임명되었다. 송성각은 최순실의 추천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임명되었는데, 차은택이 최순실의 부탁을 받고 2014년 11~12월 사이에 소개해 준 인물이다
참고로, 이 사건에 등장한 인물은 아니지만 차은택이 최순실에게 소개한 인물로는 김종덕과 김상률도 있다. 최순실이 차은택에게 문체부장관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하여, 차은택은 2014년 7월경에 자신의 대학교 은사인 김종덕을 추천했고, 김종덕은 2014년 8월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되었다.
또 최순실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하여, 차은택은 2014년 10~11월경 자신의 외삼촌인 김상률을 추천했고, 김상률은 그해 12월에 교문수석에 임명되었다. 차은택은 이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최순실이 권력 실세임을 확실하게 인식하였다.
▲ 2016년 12월 7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조원동 전 경제수석,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 뜻대로 움직인 박근혜
이제 이들이 벌인 이 사건들의 자초지종을 살펴보자. 먼저 KT에 대한 광고분야 임원 채용 강요사건이다. 2015년 1월 즈음에 최순실은 대기업 등으로부터 광고업무 계약을 수주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보고, 광고영상 전문가이자 그의 측근인 차은택을 시켜 광고대행회사를 차려 운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대기업의 광고업무를 수주하려면 자신의 측근이 대기업에 광고담당 임원으로 자리 잡는 게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최순실은 차은택에게 대기업의 광고업무 책임자로 채용시킬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한다. 차은택은 그 당시에 다국적 회사에 다니던 이동수를 최순실에게 추천해준다.
최순실이 광고대행사업을 준비하던 2015년 1월에서 2월초 사이, 박근혜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이동수라는 홍보전문가가 있으니,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황창규) KT 회장에게 연락하라.'
그래서 안종범 수석이 황창규 KT 회장에게 연락해 이렇게 요구한다.
'윗선의 관심 사항인데, 이동수는 유명한 홍보전문가이니 KT에서 채용하면 좋겠다.'
최순실의 뜻대로 박근혜가 움직인 것이다. 황창규 회장은 청와대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되어, 자신의 비서실장인 구현모에게 청와대의 요구대로 할 것을 지시한다.
하지만 갑자기 이동수에게 맡길 빈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KT는 '브랜드지원센터'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든 뒤, 2015년 2월 16일에 이동수를 전무급 직책인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채용한다.
그런데 최순실은 이동수의 KT 채용에 그치지 않았다. 2015년 7월, 최순실은 자신의 추천으로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레카의 대표이사가 된 김영수로부터 그의 배우자인 신혜성을 추천받는다. 그러고 얼마 후 박근혜가 또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신혜성도 이동수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최순실이 박근혜에게 신혜성도 채용되게끔 부탁했기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도 안종범은 황창규 회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박근혜 지시사항임을 말하며 신혜성의 채용도 요구한다.
박근혜 '이동수의 보직을 KT 광고업무 총괄로 변경해 주라'
이런 가운데 최순실에게 이동수를 추천했던 차은택이 이동수의 보직을 KT의 광고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으로 바꾸어달라고 최순실에게 부탁한다. 광고수주를 위해서는 '브랜드지원센터장'이 아니라 광고업무 총괄 임원을 맡기는 게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차은택의 제안을 최순실이 박근혜에게 전달했기 때문인지, 10월 초 어느 날 박근혜가 안종범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이동수의 보직을 KT의 광고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으로 변경해 주라.'
그래서 이번에도 안종범이 황창규 회장에게 연락한다. 이동수를 KT의 광고업무를 총괄하는 IMC(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본부장으로 바꾸어 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자 KT는 2015년 10월 6일에 이동수를 '브랜드지원센터장'에서 'IMC 본부장'으로 발령한다. 정기 인사발령을 할 때가 아니어서 이동수 한 명에 대한 원포인트 인사발령이 내려진 것이다.
한편, KT는 7월에 청와대로부터 요구받았던 신혜성을 연말을 앞둔 12월 7일에 이동수가 이끌던 'IMC본부' 소속의 '그룹브랜드 지원 담당'으로 채용한다.
신혜성이 KT에 채용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최순실은 신혜성의 남편인 김영수 포레카 대표이사에게 아내의 직급을 물어본다. 김영수가 '상무보'라고 알려주자, 최순실은 '상무보가 힘이 있냐'며 불만을 드러낸다. 그 뒤 최순실이 신혜성의 채용결과에 대한 불만을 박근혜에게 전달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2016년 1월에 박근혜가 또 안종범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신혜성의 보직을 KT의 광고업무를 담당하는 직책으로 변경해주라.'
이번에도 안종범이 황창규 회장에게 연락해 신혜성을 '그룹브랜드 지원 담당'이 아닌 광고 업무 담당으로 바꿀 것과 승진을 요구한다. 그래서 KT는 2016년 1월 25일에 신혜성의 보직을 'IMC본부 그룹브랜드 지원 담당'에서 'IMC본부 IMC 담당'으로 보직을 변경해 준다. 그 뒤 안종범은 황창규 회장에게 보직 변경은 더 요구하지 않았지만 '신혜성을 언제 상무로 승진시키느냐'고 따져 묻는다.
결과적으로 신혜성의 직급을 원하는 수준만큼 더 올리지는 못했지만, 최순실은 박근혜의 힘을 빌려 자신과 가까운 이들을 KT의 광고업무 담당 임원으로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KT의 광고담당 임원이 된 이들, 특히 이동수는 2016년에 봄 최순실의 광고대행사에 KT 광고업무를 맡길 때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모스코스' 설립하자마자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 2017년 1월 10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된 광고감독 차은택씨 등 5인의 피고인들이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앞줄 오른쪽 세번째), 차은택씨(앞줄 왼쪽 두번째), 김홍탁 더 플레이그라운드 대표(뒷줄 오른쪽 두번째). ⓒ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광고대행사업을 통한 수익을 구상한 최순실은 2015년 2월 10일에 차은택의 도움을 받아 광고대행사 '모스코스'를 설립한다. 최순실은 이 회사 대표이사 자리에 차은택이 소개한 광고기획자 김홍탁을, 이사에 차은택이 소개한 강연기획자 김경태를 앉혔다.
회사 설립 직후부터 최순실은 신생 회사인 '모스코스'의 규모를 확대하고 기존 광고대행업체를 인수해 사업을 활성화할 방안을 추진한다. 그때 마침 포스코그룹이 광고대행 계열사인 '포레카(주)'의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최순실은 '포레카'를 인수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미 포레카 지분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두 곳이 선정되어 있었는데, 한 곳은 대기업인 롯데그룹 계열사인 '엠허브(주)'이고, 다른 한 곳은 '컴투게더(주)'였다.
그러자 최순실은 일단 롯데그룹 측의 인수를 막고, '컴투게더'의 한아무개 대표이사에게 포레카 지분을 자신들에게 넘길 것을 요구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박근혜에게도 자신이 세운 '모스코스'가 포레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한다. 2015년 2월 17일에 박근혜가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회장 권오준과 포레카 대표 김영수를 통해 매각절차를 살펴보라.'
안종범 수석은 박근혜 지시에 따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전화해 '포레카가 대기업에 매각되는 일이 없도록 검토해 보라'고 요구한다. 또 3월 초순에는 최순실 추천으로 '포레카'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던 김영수에게도 전화해 같은 말을 한다.
최순실은 박근혜를 통하지 않고 자신의 측근인 차은택을 통해서도 포레카 지분 강탈을 시도한다. 2015년 2월 어느 날, 차은택이 최순실 지시를 받고 모스코스 대표이사인 김홍탁과 이사인 김경태에게 이렇게 말한다.
'정·재계에 막강한 영향력과 재력을 가진 회장님이 모스코스를 통해 포스코 계열사인 포레카를 인수하려 한다.'
'포레카 대표 김영수를 만나 포레카 인수를 진행하라. 실무적인 부분은 당신(김경태)이 챙기라.'
차은택은 최순실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최순실을 '회장님'이라고 지칭했다.
'우리 아니면 딜이 성사 안 된다'
이에 따라 3월 5일에 김영수 포레카 대표와 김홍탁 모스코스 대표, 김경태 이사가 한아무개 컴투게더 대표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다. 김영수와 김경태가 이렇게 말하며 한 대표를 압박한다.
'포스코 최고위층과 어르신의 지시사항인데, 포레카 인수를 위해 모스코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자.'
최순실의 욕심과 달리 모스코스는 단독으로 지분 인수 입찰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다. 기존 사업 실적이 없는 신생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된 컴투게더에게 컨소시엄을 구성해 포레카 지분 인수를 함께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한아무개 컴투게더 대표는 '컴투게더가 재무적인 부분도 해결했고 인수를 진행 중인데 갑자기 모스코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인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니 너무 당황스럽다'고 답한다.
나흘 뒤인 3월 9일, 김경태가 다시 한아무개 대표를 만난다. 김경태는 차은택 지시에 따라 모스코스와 컴투게더의 지분율이 8:2로 정해졌다고 한 대표에게 말한다. 다시 열흘쯤 후인 3월 18일에 김경태는 한 대표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아니면 딜이 성사 안 된다...다 돼도 뒤집어엎는다.'
또 다른 날에는 김영수와 김경태가 한아무개 대표를 만나 이렇게 말한다.
'컴투게더가 포레카를 인수하면 모스코스가 지분 70~80%를 가져가겠다. 포레카 인수 후 대표는 모스코스 측에서 할 것이고, 한 사장님은 2년간 월급 사장을 하기로 얘기가 되었다.'
한 대표가 쉽게 굴복하지 않자 이들의 압박과 강요는 2~3개월 후에도 이어진다. 5월 말에서 6월초 사이에 김경태가 한 대표에게 또 이렇게 말하며 압박을 가한다. 이 역시 차은택의 지시였다.
'모스코스와 컴투게더의 지분비율이 9:1이고, 인수 후 회사의 대표이사를 모스코스의 대표인 김홍탁으로 하고, 이사회는 모스코스에서 구성하는 내용으로 이면 계약서를 작성하자.'
'이렇게 나오면 세무조사 등을 통해 없애버리겠다'
▲ 2018년 5월 4일 최순실씨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순실이 김영수 포레카 대표나 김경태 모스코스 이사를 동원해 컴투게더 한아무개 대표를 압박하던 중에, 포레카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중 하나였던 롯데 계열사인 엠허브(주)가 입찰을 포기해버린다.
최순실이 박근혜를 통해 포스코 측에 요구한 대로 된 것이다. 그러자 최순실은 컴투게더를 향한 강요에 박차를 가한다. 최순실이 차은택과 김영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스코스가 80%, 컴투게더가 20%이며, 조정은 되지 않는다.'
안종범 수석도 김영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를 팔아서라도 지분을 넘겨받아라.'
그래서 김영수는 6월 3일에 이렇게 말하며 한아무개 대표를 또 압박한다.
'(지난번에) 포레카 인수와 관련하여 언급한 어르신은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다.'
그런데 한 대표가 압박에 굴하지 않아 6월 11일에 컴투게더가 포레카 지분 인수자로 확정된다. 그러자 최순실이 차은택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아무개가 이렇게 나오면 세무조사 등을 통해 컴투게더를 없애버리겠다.'
차은택은 한아무개 대표와 친분이 있는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게 최순실이 한 말을 그대로 전달하며 방안을 상의한다. 그러자 송성각 원장이 한 대표를 설득해보기로 하고, 6월 15일에 서울 역삼동의 어느 카페에서 만나 이렇게 말한다.
'저쪽에서는 막말로 묻어버리라는 얘기도 나오고, 컴투게더에 세무조사를 해서 없애 버리라고까지 한다. 이대로 가면 컴투게더도 없어지고 한 사장 자체가 위험해진다.'
그러나 컴투게더 한아무개 대표는 6개월 동안의 협박을 견디고 2015년 8월 31일에 포레카 지분 인수대금을 단독으로 완납한다. 이로써 최순실의 포레카 지분 강탈 사건은 실패한다. 그러나 박근혜와 최순실은 그 뒤에도 바로 포기하지는 못했다. 박근혜는 2015년 9월에 안종범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포레카 매각 절차에 문제가 있으니, (포스코 회장) 권오준 등과 협의하여 해결방법을 강구해 보라.'
하지만 그들의 욕심과 달리 매각 절차를 무효로 할 방법은 없었다.
대기업 팔 비틀어 수익 극대화한 최순실
2015년 2월에 광고대행사 '모스코스'를 설립했지만, 최순실의 구상과 달리 잘 운영되지 못하였다. 최순실과 차은택은 '모스코스'를 청산하고 새 회사로 바꾸기로 하고, 2015년 10월 7일에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한다.
'플레이그라운드'는 겉으로 드러난 지분구조와 달리, 실제로는 2만주 중에서 최순실이 70%, 차은택이 20%, 대표이사를 맡은 김홍탁이 5%, 또 다른 한 사람이 지분 5%를 나누어 가진 회사다. 또 설립 자본금 1억 원은 최순실이 모두 부담했다. 재무이사는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에게 맡기고 대표이사 등 이사진 역시 최순실이 구성했다. 최순실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플레이그라운드를 세운 지 20일이 지난 10월 27일, 박근혜가 재벌 출연금을 강요해 만든 '미르재단'이 설립된다. 박근혜는 문화관련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미르재단의 임원진 구성단계뿐만 아니라 설립 후 실질적 운영까지 최순실에게 맡겼다.
그 결과 최순실은 자신이 임명한 이성한 미르재단 사무총장에게 지시해 '플레이그라운드'와 총괄파트너 사업계약을 맺게 만든다. 최순실이 미르재단을 통해 진행하려는 사업 중 재단이 할 수 없는 영리사업은 '플레이그라운드'에 맡기는 사업구조를 만든 것이다. 박근혜 역시 2015년 11월경에 안종범 수석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미르재단과 연계하여 플레이그라운드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라.'
이렇게 최순실은 미르재단 사업에 참여해 '플레이그라운드'의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최순실은 원래 광고대행사업을 구상했을 때처럼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플레이그라운드'의 수익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플레이그라운드가 만들어진 지 석 달 쯤 후인 2016년 1월경, 박근혜가 안종범 수석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
안종범은 KT 황창규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박근혜 지시대로 요구한다. 이번에도 황창규 회장은 구현모 비서실장에게 청와대 요구대로 하라고 지시하는데, 황 회장 지시는 이동수 본부장에게도 전달된다. 며칠 후 안종범은 최순실 추천으로 KT 광고업무 총괄임원이 된 이동수 IMC본부장에게도 전화해 똑같이 말한다.
'VIP(대통령)의 관심사항이다. 플레이그라운드라는 회사가 정부 일을 많이 하니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해라.'
그런데 이동수 본부장이 청와대 지시에 따라 일을 추진하다가, KT가 그동안 적용해왔던 광고대행사 선정 기준에 따르면 '플레이그라운드'를 선정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직전년도) 공중파 TV / CATV 광고 5회 이상'이라는 광고대행사 선정 기준을 신규 설립된 플레이그라운드가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동수는 2016년 3월 18일에 이 기준을 삭제한 광고대행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낸다. 더 나아가 이동수는 '플레이그라운드'가 제출한 입찰서류의 포트폴리오(광고실적) 중 일부가 실제 '플레이그라운드'의 것이 아닌 것을 확인하였지만 이를 눈감아 준다.
그 결과 KT는 3월 28일에 광고대행사로 '플레이그라운드'를 선정한다. 이에 따라 '플레이그라운드'는 2016년 3월 30일부터 8월 9일까지 발주금액 총 68억 1767만 6천 원 상당의 KT 광고 7건을 수주해 5억 1669억 6500원 상당의 수익을 얻는다.
최순실이 건넨 자료, 대통령과 경제수석 거쳐 현대자동차로
▲ 2018년 2월 13일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년 1월부터 KT에 광고수주 계약체결을 강요한 최순실은, 다른 대기업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2월부터는 현대자동차그룹을 상대로도 같은 일을 벌였다. 2016년 2월 15일, 박근혜가 안종범 수석에게 최순실로부터 받은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건네주면서 이렇게 지시한다.
'이 자료를 현대자동차 측에 전달하라.'
이날은 박근혜가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단독면담을 하는 날이었다. 2015년 7월에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을 요구하기 위해 재벌그룹 총수들과 단독면담을 했던 박근혜는, 재벌 출연금으로 두 재단을 설립한 뒤인 2016년 2월 15일부터 3월 14일 사이 9개 재벌그룹 회장들과 순차적으로 단독면담을 또 진행했다.
박근혜 지시를 받은 안종범 수석은 정몽구 회장과 함께 대통령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에게 '플레이그라운드' 소개 자료가 담긴 봉투를 건네며 이렇게 요구한다.
'이 회사가 현대자동차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잘 살펴봐 달라.'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은 안종범으로부터 청와대 요구를 받은 뒤 3일째인 2월 18일에 현대자동차 기획조정실장인 김아무개 부사장에게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기아차 광고를 할 수 있게 해보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최순실의 '플레이그라운드'는 2016년 4월부터 5월 사이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발주한 광고를 각각 2건씩 모두 4건 수주해 총 7억 7489만 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또 이 4개의 광고 외에도 현대자동차그룹이 발주한 '그룹 홍보 디지털 캠페인'을 수주하여 1억 4318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플레이그라운드'에 맡긴 광고 중 '그룹 홍보 디지털 캠페인'을 제외한 4건은 애당초 '플레이그라운드'가 맡을 수 없는 광고였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12월 31일까지 그룹 계열사인 '이노션'과 3개의 중소 광고회사 등 모두 4개의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요구에 불응할 경우 받을 불이익을 우려한 현대자동차그룹은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우선 현대자동차가 발주한 '그랜저 30주년 스페셜 에디션 출시 광고(신문매체, 수의계약, 수익금액 1846만 원)'와 '아이오닉 컨피던스 프로그램(신문매체, 수의계약, 수익금액 1643만 원)'은 이미 '이노션'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된 광고였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계열사인 '이노션'에 양해를 구하고 이 두 광고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플레이그라운드'에 맡긴다.
다음으로 기아자동차가 발주한 '쏘울(PE) 출시 캠페인(디지털매체, 수의계약, 수익금액 2억 3900만 원)'과 '쏘렌토 브랜드 유지 광고(TV+IMC매체, 경쟁입찰, 수익금액 5억 100만 원)'는 '이노션'을 포함해 이미 선정된 4개 광고대행사로 구성된 풀(pool)에서 한 곳에 맡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아자동차는 이 풀에 '이노션' 대신 '플레이그라운드'를 넣은 뒤, 수의계약 또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맡긴다.
이런 방식으로 '플레이그라운드'에 맡겨진 4개의 광고는 재판에서 강요죄가 인정되고, 다른 1개 광고('그룹 홍보 디지털 캠페인')는 강요죄 적용 대상에서는 빠졌다. 광고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이노션'을 배제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방식이 사용된 증거가 없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강요죄 또는 강요 미수죄로 처벌받은 피고인들
이 사건들로 기소된 이들과 재판 결과를 소개한다.
첫째, KT에 대한 임원 채용 강요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박근혜, 최순실, 안종범, 차은택이다. 4명 모두에게 유죄(강요죄)가 선고된다.
둘째, 컴투게더 한아무개 대표에게 포레카 지분을 포기할 것을 강요하며 지분강탈을 시도한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최순실, 안종범, 차은택, 송성각, 김영수, 김경태, 김홍탁이다. 김홍탁을 제외하고 나머지 6명 모두에게 유죄(강요 미수죄)가 선고된다. 김홍탁은 실질적인 강요행위를 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처벌을 면했다.
셋째, KT에 대한 '플레이그라운드' 광고수주 계약체결 강요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박근혜, 최순실, 안종범, 차은택이다. 4명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강요죄)된다.
넷째, 현대차그룹에 대한 '플레이그라운드' 광고수주 계약체결 강요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박근혜, 최순실, 안종범이다. 3명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강요죄)된다.
박근혜와 최순실, 안종범의 경우에는 지난 2019년 8월 29일 대법원의 상고심까지의 재판 결과인데, 다른 범죄혐의와 함께 현재 파기환송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차은택을 비롯한 다른 피고인들의 경우에는 확정된 재판 결과다.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자 하면 다음 사건의 판결문들을 보면 도움이 된다.
박근혜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364-1(분리) 사건이고,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1087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4303 사건이다.
최순실과 안종범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1202-1(분리) 사건이고,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723-1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3792 사건이다.
차은택과 송성각, 김영수, 김경태, 김홍탁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1227 사건이고,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7노3557 사건이다(김경태는 1심 판결 후 항소를 하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는 최순실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설립한 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또 다른 곳에는 후원금을 강요한 사건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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