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678104.html


김제 벽골제에서 온전한 형태의 진흙벽돌 ‘초낭’ 확인

등록 : 2015.02.12 13:47 수정 : 2015.02.12 13:50


보축 제방 하층 초낭 노출 현장


나뭇가지나 잎사귀 등을 깔고 흙을 쌓는 부영공법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저수지의 하나인 전북 김제 벽골제(사적 111호)에서 제방의 지반을 받치는 풀주머니(초낭)가 처음 확인됐다.


발굴기관인 전북문화재연구원(이사장 최완규)은 2012년부터 조사해온 김제시 부량면 벽골제 제방의 동쪽 보축제방(제방의 붕괴를 막기 위해 주변에 쌓은 보강시설) 성토층 아랫부분에서 진흙을 담은 풀주머니를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초낭은 나뭇가지, 앞사귀 등을 깔고 성벽, 제방의 흙을 튼튼하게 다져 쌓는 방식인 고대 부엽공법의 일종이다. 벽골제의 공법 영향을 받은 7~8세기 일본 카메이 유적 등에서 확인된 바 있으나 국내에서 온전한 원형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토층 하부에 남서-북동 방향으로 열을 맞춰 배치된 채 발견된 이 초낭은 연약한 지반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7세기 전후의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원성왕 6년(790)에 전주 등 7개 주(州) 사람들에게 제방을 쌓게 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과도 일치한다고 연구원 쪽은 설명했다. 또, 초낭에서는 흙과 함께 볍씨, 복숭아씨가 출토됐으며, 아래층에서는 민물에 사는 한해살이 물풀인 마름도 발견돼, 벽골제가 과거 민물 저수지(淡水池)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조사를 통해 확인된 보축 제방의 규모는 길이 약 75m, 너비 약 34m다. 성토층의 최대 잔존높이는 160㎝로, 남서-북동 방향으로 좁고 기다란 띠 모양(帶狀)을 이루며 뻗어나간 것으로 보인다. 단면 토층은 약 140~300㎝ 간격으로 성분이 상이한 토양이 ‘之(지)’자 모양으로 맞물려 서로 엇갈리며 흙을 쌓은 양상을 띠고 있다.


부엽층 평면 및 단면 전경


이밖에도 제방의 가장 아랫부분을 조사한 결과, 제방은 직선으로 연결되고 일부 경사면에서 목주(나무기둥)열이 확인된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목주열은 2열이 연속성을 보이며, 성토된 제방을 좀더 견고히 하거나 보호하기 위한 시설로 보인다. 제방 기저부의 최대 너비는 27.67m로, 일부 확인되지 못한 부분을 감안하면 제방 너비는 약 30m 내외로 추정된다고 한다. 16세기 조선 중종 때 나온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벽골제 제방 기저부의 넓이가 대략 21m로 기록되어 있으나, 조사를 통해 파악한 넓이는 이보다 넓은 것으로 확인돼 지점별로 각기 다른 넓이로 축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원 쪽은 추정했다. 13일 오전 10시30분 조사현장설명회와 자문위원회가 열린다. (063)241-5897.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전북문화재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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