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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났다면 ‘쓰임새’ 위해 목숨 걸어야
<혼돈의 시대, 리더십을 말하다> 박종평의 이순신 이야기-41
박종평 이순신 연구가  |  ilyo@ilyoseoul.co.kr [1055호] 승인 2014.07.21  13:42:19

이순신 자살설 “소설적 상상력의 산물일뿐”

니체는 “살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상태에서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야 할 이유를 확실하게 알고 있다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존재의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억지로 사는 사람이나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과는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다.

죽음은 당연, 천명을 따르라

이순신은 삶과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삶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고, 죽고 사는 것에는 반드시 천명이 있다. 사람이 되어 한번 죽는 것도 아까울 것이 없다 (人生必有死, 死生必有命. 爲人一死, 固不足惜. 인생필유사, 사생필유명. 위인일사, 고불족석).”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당연히 죽지만 언제 죽느냐 하는 것은 ‘내 스스로’가 아니라, 하늘이 정하한 명, 즉 천명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천명은 피할 수 없기에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기에 아깝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순신의 고민은 죽음 혹은 죽을 때가 아니었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했다. 그는 죽음이 다가오기 전에 해야 할 일을 이렇게 말한다. 

“대장부가 세상에 나서 쓰이면 죽을 힘을 다해 충성하고, 쓰이지 못하면 농사를 짓고 살아도 족하다 (丈夫生世, 用則效死以忠, 不用則耕野足矣. 장부생세, 용즉효사이충, 불용즉경야족의).”

세상에 태어났다면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쓰여진다면 목숨을 걸고 그 쓰임에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세상탓’ 혹은 ‘누구탓’ 할 필요없이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가면된다는 생각이다.

그와 같은 자세였기에 이순신은 언제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늘이 준 소명을 알려고 했고, 자신이 깨우친 천명에 따라 군말없이 살려고 했다. 그래서 어떤 시련이 닥쳐올지라도 원망도 ‘누구 탓’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를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었다. 

이순신이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이순신이 소명을 알았기 때문이지만, 소명을 알기 이전에 자기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또 간단하다. 위기일수록 자신의 단점이 아니라 장점을 찾고 보는 방식이다. 자신의 못난 점만 보고, 남 탓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방법이다.

또한 이순신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는 위기를 잠시 피하거나, 외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기와 죽음 속에 자신을 과감히 던졌다. 그가 독후감에 쓴 “죽음 속에서 살 길을 찾으면 만에 하나라도 혹시 나라를 건질 방도가 있을 것(死中求生, 萬一或有可濟之理. 사중구생, 만일혹유가제지리)”이란 말은 그 자세의 결정판이다. ‘죽음 속에서 살 길을 찾으라(死中求生)’는 고난을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과 현실을 인정하고, 정면으로 맞설 결의를 다지는 자세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강제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 갇혔다가 살아난 빅터 프랭클(Viktor Emil Frankl)이 자신의 체험을 기록한 《죽음의 수용소》에서 “고통과 죽음이 없는 인간의 삶이란 완전할 수가 없다. 한 인간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운명에 따르는 모든 고통을 참고 견디는 방법, 그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아가는 방법이 그의 삶에 보다 깊은 의미를 덧붙이게 될 충분한 기회를 그에게 준다”고 말한 것과 같다.

온몸을 던져라, 길이 열린다

이순신이나 프랭클이나 모두 시련과 고통을 삶의 동반자로 여겼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고귀한 운명을 찾고 만들어 갔다. 특히 이순신이 말한 ‘사중구생(死中求生)’은 시련을 어떻게 맞서야 할지 보여주는 말이다.

아무리 힘겨워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남 탓, 세상 탓을 하기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찬찬히 살펴보자. 또한 그 어떤 일을 하던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가진 사람은 강한 생명력을 지닌다. 그의 시계 바늘은 멈추지도 거꾸로 가지도 않는다. 오직 미래를 위해 나아간다. 패배도 절망도 없다. 사중구생의 마음으로 평생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에 모든 것을 던질 때, 잠시의 고난은 오히려 축복이 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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