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2500&key=20080808.22013212813


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20> 수천년 뛰어넘는 동아시아의 비너스상

몽골인종 특징 그대로 간직한 신석기시대 여인상

튀어나온 광대뼈 낮은 코 찢어진 눈 그 시대의 전형인 극동 미녀상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국제신문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입력 : 2008-08-07 21:28:54 |  본지 13면


콘돈 유적에서 출토된 여신상.


선사시대 한반도에는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했을 때에 유독 인물상과 같은 예술품이 적은 편이다. 초기 철기시대의 잔무늬거울이나 청동기 유물에는 사실적인 그림보다는 태양이나 빛을 표현한 기하학 무늬가 주류를 이루었고, 신석기시대에도 빗살문을 사용했다. 마치 아랍사람들이 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아라베스크라는 독특한 추상적인 문양을 사용한 것처럼 우리 선조들도 구체적인 표현보다는 추상적인 무늬를 선호했었던 것 같다. 신석기시대의 예술세계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토제인형은 울산 세죽이나 함북 서포항 등에서 발견된 적도 있지만, 그 예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과연 동북아시아에서 선사시대 대지의 여신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극동지역에서는 아무르강 유역서 발견된 여신상이 있다. 앞선 글에서도 몇 번 언급했던 러시아의 고고학자인 오클라드니코프는 1960년대에 아무르강 중류의 콘돈 지역에서 신석기시대 유적을 발굴했다. 이 유적에서는 '아무르망상문'이라고 하는 마치 물고기그물 같은 문양을 동체에 새긴 토기를 비롯해서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 중 단연 주목을 끄는 것은 크기가 15㎝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여신상이었다. 진흙을 빚어서 여성의 상반부를 표현했다. 소박한 듯하면서 전체 몸의 특징이 함축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얼굴은 넓적하니 큰 편이고 턱은 작게 오므려서 마무리되었다. 눈은 마치 웃고 있는 듯 서글서글하다. 자그마한 턱 때문인지 광대뼈는 볼록하니 튀어나왔고 코도 나지막하게 표현되었다. 옆으로 쭉 찢어진 눈매, 낮은 코, 그리고 넓은 이마에 광대뼈까지 누가 봐도 전형적인 북방계 몽골인종이다. 널찍한 이마는 뒤로 경사지게 깎여 마치 모자를 쓴 채 목을 길게 내민 모습 같기도 하고 이마를 납작하게 누른 편두같기도 하다. 이 유물은 기원전 4000~5000년 전에 발견된 것이니 극동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여신상이다.


콘돈 출토 여신상 이외에 극동지역의 신석기시대에는 여러 조각상이 발견되었는데 모두 작고 찢어진 눈에 넓적한 얼굴이 공통점이다. 아마 당시 사람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미인형이었을 것이다. 더우기 놀라운 것은 이런 특징이 지금까지도 동북아시아 전역의 몽골인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극동 원주민인 나나이나 울치족의 여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몽골에서도 보인다. 필자는 얼마 전 러시아에서 러시아-몽골-독일의 합작영화인 칭기즈칸의 '몽골'이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여기에서 칭기즈칸의 배우자인 보르테로 나오는, 강한 여성상을 대표하는 역을 맡았던 배우 훌란 출룬의 이미지가 극동의 여신상과 정말 흡사해서 놀랐었다.


극동의 신석기시대에는 다소 해학적인 모습의 인물들이 새겨진 토기도 발견된 바 있다. 기원전 3000~2000년경에 아무르 지역에 분포한 후기 신석기시대인 보즈네세보문화에서 볼 수 있는 비슷한 형태의 토우가 극동지역의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물방울 같이 커다란 눈망울에 하트형 이마, 그리고 기다란 목이 표현되었다. 얼핏 보면 SF영화에 나오는 우주인 같다. 게다가 손은 마치 개구리 같은 양서류의 물갈퀴를 닮았다. 아마 보즈네세보문화 토기의 '우주인'은 실제 사람을 표현한 것이라기보다는 개구리나 여러 동물의 특징을 한데 나타낸 일종의 수호신이나 정령같은 것이 아니었을까한다.


콘돈문화에서 발견된 비너스상과 같이 토기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무늬와 얼굴 모습 모두 최근까지 러시아 극동지역에 거주하는 나나이족의 전통적인 문양이나 얼굴 형태와 유사하다. 수천 년을 극동지역에서 살아왔던 우리 이웃들의 모습인 것이다. 요즘 같으면 콤플렉스깨나 느낄법한 그 얼굴이야말로 동북아시아의 각지에서 삶을 영위하던 우리들의 선조의 모습이다.


필자가 노보시비르스크 국립대학교 동방학부에서 강의할 때 당시 인기 있었던 사극과 영화들을 수업시간에 보여준 적이 있다. 학생들의 반응은 내 기대와는 달리 '왜 조선시대 사극인데 탤런트들은 모두 혼혈계통인가?'였다. 전통사극이라기에 화보나 옛 사진에서 봤던 조선시대 전통적인 모습들을 기대했는데 많이 실망한 모양이다. 여성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서구적 미모를 선호하고 그렇게 되고자 노력하는 게 현실이니 어쩌겠는가. 하지만 수천년 후에 미래의 고고학자들이 한국을 발굴해서 잡지나 영상자료들을 본다면 21세기에 한국은 서구문화의 도입과 함께 대폭적인 인종의 교체가 있었다고 오해하지는 않을지.


부경대 사학과 교수



Posted by civ2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