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521


‘경기방송 자진 폐업’이 청와대 언론탄압? 소설 쓰는 조선일보 

“대통령에게 ‘자신감 어디서 나오냐’ 질문으로 밉보여 조건부 재허가” 취지  

제허가 심사 맡았던 표철수 방통위원 “김예령 기자 질문? 인식조차 없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승인 2020.02.27 12:53


조선일보가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회견 질문으로 논란을 빚었던 경기방송 기자가 자기의 질문이 방송 재허가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사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에게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묻고 싶다”고 말한 것이 밉보여 지난해 말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에 영향을 주었고, 그 결과 해당 기자가 책임지고 사표를 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기방송 재허가 과정을 알고 있다면 이 같은 맥락의 보도는 허구에 가깝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30일 “경기방송에 대해 심사 기준 점수 미달, 경영 투명성 및 편성의 독립성 제고 등을 위한 개선계획의 미흡, 방송법 위반상태 지속, 부적절한 이사회 운영,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문제, 허위자료 제출, 편성의 독립성 문제, 협찬 수익 과다 등의 사유로 재허가 거부를 엄중히 고려했으나 20년 넘게 방송을 해온 점, 시청자들의 시청권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영 투명성 확보 등을 조건으로 조건부 재허가한다”고 밝혔다.  


재허가 심사 당시 방통위 관계자는 “경기방송의 기형적 주주 관계에 문제 의식을 갖고 관련 자료를 요청했는데 보낸 자료로는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았다. 사실상 지금 경기방송은 페이퍼컴퍼니 같은 대주주가 운영하고 있고 실질적 대주주는 현준호 이사로 느껴질 정도”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방통위는 엄격한 재허가조건을 부과했는데 최근 경기방송 경영진은 스스로 지상파방송허가권을 반납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국내 방송 사상 초유의 일이다.  


초유의 일은 작년에도 있었다. 방통위는 경기방송 재허가 의견 청취를 위해 현준호 전무이사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현 이사는 베트남 해외 출장이라 출석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출장 사실을 증명하라고 하자 사실 해외 출장은 안 갔고 사내 문제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못 나온다고 답했다. 정부 부처의 재허가 심사를 기만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수준이 도를 지나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방통위는 그럼에도 조건부 재허가를 내주며 기회를 부여했다.  


▲2019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가 질문하는 모습.

▲2019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가 질문하는 모습.

 

▲조선일보 27일자 8면.

▲조선일보 27일자 8면.

 

만약 청와대가 신년기자회견 질문을 빌미로 경기방송 재허가심사에 영향을 주려 했다면 정부여당 추천으로 임명된 김창룡 방통위원이 경기방송에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며 조건부 재허가를 주장했던 지난해 상황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무엇보다 경기방송 경영진 문제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인 2010년, 2013년, 2016년 재허가 시기마다 전체회의 속기록에 등장했다. 2016년 속기록에서 방통위는 경기방송 심기필 회장의 차명주주 의혹과 소유지분 문제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주문했다.  


방통위는 2017년 발간한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백서’에서 “경기방송의 경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위해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위촉하고, 감사 및 사외이사 선정기준을 마련해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방송은 방통위의 지적을 지속적으로 무시해왔고, 방통위는 최근 재허가 심사에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과거보다 재허가조건을 엄격하게 달았다. 자유한국당 추천의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 역시 경기방송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엄격한 심사를 주문했다.  


따라서 김예령 기자의 주장이나 조선일보 논조처럼 이번 재허가심사에 정치적 ‘음모론’을 씌우는 것은 의혹제기를 넘어 재허가를 심사했던 방통위에 대한 명예 훼손에 가깝다.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위원장이었던 표철수 방통위원은 27일 통화에서 “심사위원 누구도 김예령 기자의 질문은 인식조차 없었다. 논란이 되었던 현준호 이사의 사석에서 발언도 재허가 심사에선 전혀 검토대상이 아니었다”고 명확히 밝히며 “방통위에 제대로 확인도 없이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받아쓴 조선일보에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표철수 방통위원은 “경기방송은 이전의 재허가 심사에서도 경영상 문제가 계속 반복되자 지난해 면밀하게 심사를 진행했던 것”이라고 전하며 “방송법상 실질적으로 경영을 지배하는 사람은 방통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경기방송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실질적으로 현준호 이사에게 경영권이 위임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방통위에) 승인받은 게 없었다. 이걸 해소하라는 (재허가) 조건이 붙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춰보면 소설에 가까운 청와대의 방송 재허가 외압설 대신 방송법을 지키기보다는 차라리 폐업하겠다는 경기방송 경영진의 결정을 비판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방통위는 27일 입장을 내고 “경기방송은 방송법과 상법을 위반하고 있었으며, 명목상의 대표이사가 아닌 현준호 이사가 경영 전반을 장악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고 전하며 “재허가 심사과정은 물론 방통위 의결 과정에서도 김예령 기자의 질의와 관련된 사항은 전혀 검토되거나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경기방송의 재허가와 관련한 김예령 기자의 SNS 내용과 일부 언론 보도는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의 정당한 업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것”이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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