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5912.html?_fr=mt1


김웅의 “저희, 우리”는 누구?…공수처는 ‘검찰 그분’ 찾고 있다

등록 :2021-10-20 16:05 수정 :2021-10-20 16:46 전광준 기자 사진

전광준 기자  김미나 기자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기상청 종합국정감사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기상청 종합국정감사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4월3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쪽에 고발을 사주하는 내용이 담긴 17분 분량 녹취파일 및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김 의원이 고발장 작성 주체로 거론한 “저희”가 사실상 검찰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김 의원이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보내주겠다” “(미래통합당) 선대위 명의로 (고발)하는게 좋을 거 같다” “(당에는) ‘이 정도 보내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해준다’고 하면 된다”고 말하는 등 고발장 초안 작성 사실 및 접수 대상·시기·주체·여론화 방법 등을 두루 전달한 사실에 주목하고, “저희” “우리”에 포함된 검찰 쪽 인사를 확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공수처발 ‘그분’ 찾기인 셈이다. 김 의원은 여전히 해당 통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제가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저희’는 검찰은 아닌 것 같다”는 선택적 기억법을 또다시 폈다.


 <한겨레>가 입수한 김 의원과 조씨의 통화 녹취록 2건(7분58초, 9분39초)에는 고발장 작성, 전달, 접수 과정에 김 의원과 대검찰청 쪽이 유착한 정황을 보여주는 구체적 발언들이 여럿 확인된다. “저희” 발언을 비롯해 “우리가 어느 정도 (고발장) 초안을 잡아봤다”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검찰이 (고발장) 받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받는 것처럼 하고” 등이다. “저희” ”우리” “내랍니다” 등 표현에 비춰볼 때 고발 사주 전 과정을 김 의원에게 지시·전달한 누군가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조씨와의 첫 통화를 마친 직후인 지난해 4월3일 오전 10시12분 ‘손준성 보냄’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조선일보> 기사 링크와 페이스북 캡쳐 이미지를 무더기로 보냈다. 김 의원은 같은날 오후 4시19분 ‘손준성 보냄’ 메시지를 통해 범여권 인사 및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 관련 보도 등을 한 기자 고발장을 조씨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6분 뒤인 오후 4시25분 두번째 통화에서 미래통합당 4·15총선 선거대책위원회 명의로 대검에 고발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안내하면서 “제가 (대검에 고발하러)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첫번째 통화에서도 고발장 취지에 대해 “(여권이 <문화방송>을 이용해) 윤석열 죽이기 쪽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이런 자료 등을 모아서 일단 드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김 의원이 언급한 “저희” 범주에 이미 입건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물론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포함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특히 조씨 스마트폰에서 통화녹음을 복구한 이후인 지난 14일 고발장에 언급된 한동훈 검사장은 물론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까지 피의자로 입건했다. 권순정 검사는 지난해 3월31일~4월2일 한동훈 검사장, 손준성 검사와 함께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십차례 주고받았다. 일단은 시민단체 고발에 따른 입건 형식이지만, 검찰총장의 안(손준성)과 밖(권순정) 눈과 귀 역할을 하는 핵심 참모 두 명이 공수처 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전 기자들과 만난 김웅 의원은 조성은씨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윤석열이 시켜서’ 발언에 대해서도 “마치 이런 시빗거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런 걸 좀 차단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나가는 것은 좋지 않겠다, 이런 맥락에서 이야기한 것으로 저는 파악이 됐다”고 했다. 조씨와의 통화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이런 부분에선 선택적 기억이 작동한 셈이다.


전광준 김미나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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