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3508.html


“물어봐요, 자료 보고 강사 뽑나”…당사자들 ‘모멸감’ 부글부글

등록 :2021-12-15 19:38 수정 :2021-12-15 20:49 장예지 기자 


윤석열 후보 ‘시간강사’ 발언 논란

비정규교수노조 성명 내 “윤 후보 공개 사과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관계자한테 물어보세요. 채용 비리라고 하는데,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강사에요. 시간강사는 공개 채용하는 게 아니에요. (이력서 등) 자료 보고 뽑는 게 아닙니다. 그 현실을 좀 잘 보시라고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난 윤 후보의 발언이다. 부인 김건희씨가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채용 시 허위이력을 제출했다는 논란을 두고 한 반박이다. 하지만 <한겨레>가 이날 현직 학과장과 대학교수 및 연구자들에게 물어보니 이들은 “심각한 경력위조가 발견되면 채용 자체가 될 수 없다”며 “대학의 교원 채용 절차와 시스템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가 언급한 현실과 실제 대학의 현실은 다르다. 시간강사 공개채용은 2019년 6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제화됐지만, 그 이전에도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전공 교수나 학과장 추천으로 채용이 이뤄진다 해도 학위와 경력 관련 서류를 검토한 뒤 교무처장에 이어 총장 결재 절차가 뒤따른다.


강사 채용절차를 거론하며 김씨의 허위경력 제출 논란을 가린 윤 후보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2000년대 초반 시간강사 생활을 했던 한 대학교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것인데, 관건은 허위경력으로 김씨가(겸임교수) 채용이 됐다는 점이다. (윤 후보 발언은) 마치 대학들이 시간강사를 채용할 때 허위경력을 내도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김진균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부위원장도 “대학이 (김씨의) 허위경력을 거르지 못한 것이 문제인데 ‘자료도 안 보고 (강사를) 뽑는다’는 등의 윤 후보 발언은 성실하게 연구해 검증받고 강의하는 사람들을 좌절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씨가 임용된 ‘겸임교수’ 직위는 시간강사와 다른 자격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윤 후보의 발언처럼 둘을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등교육법상 겸임교원은 산업체 등 현장실무 경험을 필요로 하는 교과를 가르치기 때문에 유관 기관에서의 근무경력을 중시한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겸임교사와 시간강사가 비정규직이라고 해도 서로 채용 공고와 절차가 다르다. 겸임교수는 관련분야 전문지식을 더 중시하는데, 김씨는 허위 경력을 기재했다는 점에서 겸임교원 임용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 한 대학에서 학과장을 맡고 있는 교수도 “일반적으로 겸임교수는 전문 영역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을 찾기 때문에 경력을 많이 본다. 한 대학의 교수 타이틀을 부여하는 의미도 있어 보다 엄격한 잣대를 댄다”며 “학교 규모에 따라 운영절차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간강사나 겸임교수 모두 정식 절차를 거치는데 대학이 타이틀을 내어 주는 것처럼 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 김동명 위원장과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 김동명 위원장과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가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강사”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 겸임교수의 열악한 처우를 역설적이게도 잘 표현한 말이라는 씁쓸한 반응도 나왔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윤 후보 발언은)겸임교수가 사실상 시간강사와 다를 바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음을 내비쳤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노조는 그동안 시간강사와 다를 바 없는데 겸임교수로 채용하는 대학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며 “대학이 진작에 겸임교수의 자격조건과 사용사유를 철저하게 준수하여 채용해 왔더라면 윤석열 후보의 오늘과 같은 발언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윤 후보 발언에) 전국의 대학 강사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시간강사라도 해보려면 실질적으로 5년 이상의 연구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고도 1년짜리 비정규직에 불과해 당장 내년을 기약할 수 없고 다음 채용을 위해 배를 곯아가며 학술연구에 몰두해야 한다. 윤 후보는 대학강사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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