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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에 세운 ‘댐’ 한파를 견뎌낼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4대강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러 지역의 보에서 누수와 유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칫 보가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해양부는 괜찮다고 장담한다.
기사입력시간 [230호] 2012.02.14  09:16:43  송지혜 기자 | song@sisain.co.kr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1월19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법적 대응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서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와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생명의 강 연구단’(연구단)은 민·관 합동조사단을 꾸릴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발단은 1월16일 연구단이 4대강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2011년 12월∼2012년 1월 초 4대강 현장조사를 실시한 이들은 준공된 16개 보 가운데 11개 보에서 누수가 발생했으며, 보의 본체를 받치는 물받이공이 여섯 군데 이상 유실되거나 보강 중이라고 밝혔다. 재퇴적과 농경지 침수 같은 부작용도 지적됐다. 

지난해 12월6일 낙동강 상주보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내벽에 구멍을 뚫고 발포 우레탄을 주입하고 있다. ‘누수’를 막기 위한 공사다. ⓒ시사IN 조남진

겨울철, 강물 얼었다 녹으면서…

시민단체 등은 그간 세 차례에 걸쳐 4대강 현장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누수 문제가 지적되자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초 낙동강 8개, 금강 1개 보 등 총 9개 보에서 발생한 누수를 인정했다. 그런데 4차 현장조사를 벌인 연구단이 재차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에 추가로 지적한 여주보와 강천보 누수에 대해서도 지난번과 같이 해명했다. “누수가 미미해 보에 구조적 결함이 없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사업3팀 이형기 팀장은 “여주보는 옹벽 이음부, 강천보는 자전거 도로 옹벽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1월20일까지 모든 보수가 완료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보수가 아니라 누수 자체에 있다고 연구단은 지적했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균열이 간 사이로 물이 스며들면 겨울철에 물이 얼었다 녹는 과정에서 물과 맞닿은 콘크리트가 점차 깨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 현장팀장은 “갓 지어진 아파트에 누수가 발생하면 엄연한 부실공사에 해당한다. 이것과 같은 이치다. 애초 설계가 잘못됐다”라고 주장했다.

4대강에 설치된 보는 국제규격 기준으로 댐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반적인 보의 경우, 높이가 1m 내외지만 4대강 사업에서 건설되는 보는 10m가량 높이에다 200∼300m 길이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 말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강바닥에 있는 모래까지 걷어낸 뒤 암반에 짓는 댐과 달리 강바닥 위 모래에 보를 세우는 지침을 따르고 있다. 곧 댐 규모의 보가 모래 위에 세워진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승인한 하천 조사와 설계에 관한 지침서 <하천설계기준·해설>을 보면, 상류에서 하류로 넘어오는 물이 강바닥을 쳐 모래를 쓸어가면 보 본체까지 주저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강바닥이 침식될 우려에 대비해 ‘물받이공’(위 그림 참조)을 설치한다. 이것이 여섯 군데 이상 유실되거나 보강 중이라는 게 연구단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해명 자료에서 강정·고령보와 달성보의 바닥보호공 일부가 유실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바닥보호공은 보 본체 구조물의 안전성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닥보호공 역시 물받이공과 마찬가지로 하천 바닥이 침식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이에 대해 박창근 교수는 “바닥보호공이 유실되면 당연히 물받이공이 유실될 수밖에 없다”라고 반박했다.

국토부 장관 “안전성 문제 없다”

그런가 하면 최근 강정·고령보와 달성보에서 바닥 침하현상과 하상유지공 유실을 막기 위해 차수벽을 설치하는 공사를 하던 중 콘크리트 공사를 수중에서 진행했다는 사실이 이번에 연구단에 의해 확인되기도 했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사업1팀 이재형 팀장은 “수중공사는 특수공법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콘크리트가 강물과 접촉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수중공사 시 가물막이(흐르는 물을 막기 위하여 임시로 만든 구조물)를 설치해 콘크리트 작업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수중에서 특수공법의 정밀함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수중측량, 잠수부 확인 등 수중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낙동강 구미보에서 물이 새어나오고 있다(위). 낙단보에 주사기 모양의 에폭시를 넣고 균열을 메우고 있다(오른쪽 위). 합천 창녕보의 누수 모습(오른쪽). ⓒ생명의 강 연구단 제공

4대강 사업은 현재까지 전체 공정률 90%를 넘어섰다. 문제는 준공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실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에서 12월로 준공이 늦춰졌다가 올해 4월 이후로 준공 시점을 조정한 것도 의혹을 증폭시킨다. 

“민간 단체의 능력으로는 4대강 공사와 생태 피해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황인철 녹색연합 현장팀장은 말했다. 따라서 민·관 합동조사를 통해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의 누수·하상보호공 유실을 조사해 모든 의혹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1월28일 권도엽 장관은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보의 안전성 문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기 때문에 대꾸할 필요가 없다”라며 강한 불신감을 보였다.

1월31일 생명의 강 연구단과 민주통합당은 국토부에 보 안전성 등에 관한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국토부가 이에 응답할지는 미지수이다. 현재로는 4대강의 완공을 서두르기보다 민·관 합동조사를 강화해 부실 의혹을 불식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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