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95537
연평도 포격에 스텔스기 도입? 틀린 처방
'순직률 20%' 공군 미스터리, MB만 모른다
[집중해부-차기 전투기 사업③] 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 편집장 인터뷰
12.02.14 14:08 ㅣ최종 업데이트 12.02.14 17:09 김도균 (capa1954)
창군 이래 단일 무기도입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8조3000억 원 규모 차기 전투기 도입사업 경쟁이 본 궤도에 진입했다. 정부는 올 10월까지 기종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정권 말 대규모 무기 도입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3회에 걸쳐 차기전투기 사업의 전모를 알아보고 그 문제점을 점검한다. <편집자말>
▲ 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 편집장은 최근 결정된 대형 무기 도입사업이 북한보다 수 십배의 돈을 써야하는 '비대칭의 덫'에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유성호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종식시켰던 알제리 전쟁, 베트남전과 구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미국의 대테러 전쟁, 이들의 공통점은 압도적 군사력을 가진 강자가 패배했다는 데 있다.
월등한 경제 규모와 첨단 무기체계를 가진 강대국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들 전쟁의 양상이 이른바 '4세대'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바뀌어왔는데, 전쟁 수행 방식에 따라 창과 칼에 의한 병력의 주공 집중(1세대 전쟁), 대포와 총에 의한 화력의 집중(2세대 전쟁), 전차·포병 등 기동에 의한 전쟁(3세대 전쟁)으로 구분 짓는다.
적의 군사력을 파괴하거나 무력화시키는 것이 중요했던 1~3세대 전쟁에선 대체적으로 외형적으로 드러난 군사력의 차이에 의해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전쟁들은 이런 고전적 전쟁의 양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군사학자 토마스 함메스는 4세대 전쟁의 관건은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의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키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상대편에게 전략적 목표는 결코 달성될 수 없으며 얻는 것에 비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차와 항공기 등 재래식 군사력의 우위나 기술 수준의 차이 등은 전쟁의 승패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이 4세대 전쟁의 중심에는 이른바 비대칭 전력이 자리하고 있다.
약자가 군사적 질과 양에서 월등한 적을 상대로 싸우기 위해서는 기습이나 테러, 대량살상무기(WMD)같은 비대칭 전력을 사용한다. 상대방이 우위를 가지고 있는 전력을 피하면서 적의 약점이나 급소를 공격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의 존재는 전차나 항공기 같은 고가의 첨단 재래식 전력보다 더 싼 비용으로 더 효과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첨단 군사력의 사각 지대를 이들 비대칭 전력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수십 배 돈 더 써야 하는 '비대칭의 덫'
2010년에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이후 국방부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우리 안보의 중대한 위협 요인으로 상정했다. 지난해 윤곽을 드러낸 '국방개혁 307계획'은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하지만 적극적 억제전략으로 상징되는 국방부의 비대칭 위협 대응 논리는 고가의 첨단 무기체계를 도입하려는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무엇보다 문제는 북한이 비교적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새로운 위협을 가해올 때마다 우리는 그 수십 배의 비용을 들여 대응책을 마련하는 '비대칭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이런 우려가 한낱 기우가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해안포 발사로 불에 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연평도 모습. ⓒ 인천시 제공
연평도 포격 직후 국회 국방위원회가 의결한 2011년도 국방예산안에는 당초 정부 안에서 빠졌던 ▲ 공군 차세대 전투기 F-15K의 2차 사업 예산(2000억 원) ▲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예산(767억 원) ▲ KF-16 전투기 성능개량 예산(303억 원) 등이 추가됐다.
또 ▲ K-9 자주포 추가도입(866억 원) ▲ 스웨덴제 신형 대(對)포병레이더 '아처'(371억 원) ▲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적외선 등의 유도를 받아 해안포 등이 설치된 동굴·갱도를 정밀타격할 수 있는 소형 중거리 유도폭탄과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130억 원) ▲ 구형 K-55 자주포보다 사거리 등이 개선된 K-55A1 자주포(115억 원) ▲ 해군 정보함인 신세기함에 배치된 무인정찰기(UAV) 성능개량(90억 원) ▲ 음향표적탐지장비(89억 원) ▲ 전술비행선(50억 원) ▲ 무선인식 라이프재킷(26억 원) 추가·신규 구매비용도 포함됐다.
북한은 한 발 당 수백만 원이 넘지 않을 122mm 방사포탄 170여발을 쏨으로써 한국 정부에 수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추가 지출하게 한 것이다.
"군비증강만으로 비대칭 위협에 대응 못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형 무기 도입사업에서 군이 내세운 명분도 북한 비대칭 전력에 대한 대응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서해5도에 대한 북한의 공기부양정 위협을 들어 대형 공격 헬기를 도입해야 하고, 수도권에 대한 장사정포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선 스텔스기가 필요하다는 식이다.
지난 8일 서울 마포 <디펜스 21 플러스> 사무실에서 만난 군사평론가 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 편집장은 "사실상 비대칭 전력은 군사적 조치만으로 막을 수 없는 위협"이라며 "비대칭 전력을 문화이자 역사적 맥락으로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또 "전략적 고려 없이 군비증강만으로 비대칭 위협에 대응한다는 것은 안이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김 편집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 편집장 ⓒ 유성호
-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주요한 위협으로 떠오른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도발의지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이른바 '능동적 억제전략'이 대두됐다. 최근 결정된 차기전투기 사업(FX), 대형 공격헬기 사업(FHX) 등 대형무기 도입사업도 이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먼저 미국 얘기를 좀 해보자. 지난 2004년 공개된 9·11 테러 조사 보고서를 보면 알 카에다가 테러 공격을 위해 쓴 돈은 많이 잡아야 50만 달러에 불과하다. 그런데 미국이 보복차원의 대테러 전쟁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4조 달러에 달한다. 오사마 빈 라덴이 쓴 돈의 800만 배가 넘는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을 쏟아 부은 결과는 나라가 거덜 나는 경제 파탄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대형무기 도입 사업을 보면 비대칭 위협에 첨단 무기체계로 대응하려다가 실패한 미국의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비대칭 위협에 대한 이해 없이 이것에 대응하기 위해 FX, FHX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주 기계적인 발상이다."
- 비대칭 위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약소국이나 약소집단 입장에서는 총력을 다 동원해서 전쟁을 하는데, 역사적으로 미국은 돈이 있으면 전쟁을 하고 없으면 전쟁을 할 수 없는 문화다. 미국 입장에선 전 세계에서 위협이 다양화되면 다양화될수록 국방비를 늘려서 대처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 결과 재정파탄에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미국은 지금 거의 빈사상태에 빠졌다.
시간을 좀 거슬러 올라가보자. 냉전시대 미국은 소련이라는 명확한 경쟁상대가 있었고, 당시 하나의 고정관념은 상대방과의 군비경쟁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소련 해체 후 이제는 상대방의 결정적 우위에 있는 지점을 회피해서 자신이 결정적 우위에 있는 지점으로 전쟁의 무대를 옮겨버렸다. 물론 냉전 시대에도 약소국은 이런 방식을 써왔지만, 최근에 와선 더욱 일반화되어서 미국의 군사력 자체가 이런 국지전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게임의 룰이 바뀐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세계 최고성능의 무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비한다고 하면, 이것은 이제까지 미국이 무수히 실패했던 교훈을 망각하는 것이다. 또 앞으로의 국방소요를 무한대로 열어 놓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대형무기 도입은 막대한 재정적 압박을 초래하는데, 이 정부는 결정만 해놓고 떠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다음 정부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도 북한의 새로운 비대칭 위협이 제기될 때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대응하는 전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무기 도입사업이 무시무시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북한에는 순수한 의미의 군사작전 존재하지 않아"
- 그래도 북한의 비대칭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대처 방법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문제는 이런 비대칭 위협에 우리가 군사적으로 다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현재 북한에는 전면전이 아닌 상황에서 순수한 군사작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북한은 정치적이고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기 위해 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할 뿐이다. 연평도 포격을 당하고 나서 서북도서 요새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모델이 된 것이 바로 타이완의 진먼다오(金門島) 아니었나.
그런데 미 국무장관을 지냈던 헨리 키신저가 쓴 '중국이야기'에는 충격적인 대목이 나온다. 당시 중국은 타이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짝수날에만 포격을 하고 홀수날이나 공휴일에는 포를 쏘지 않는다는 식으로 제한전을 했다는 것이다. 좁쌀만한 섬에 대한 아무런 점령의지 없이 중국이 스스로 제한전을 벌였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타이완이 섬을 지켜냈다고 높이 평가를 하지만 실상은 당시 중국이 섬을 점령할 의도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서북5도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북한의 특수부대가 서북5도를 점령한다는 전제 아래서 우리가 아파치 헬기를 사려고 하고 또 여러 가지 상륙 차단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북은 서북 5도를 점령할 의도가 없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군사행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치적인 논리와 군사적인 논리를 구분하고 경계선을 짓지만 북한에선 그 경계선이 확실치 않다.
황장엽 선생도 증언했듯이 북한 군부는 정치심리전의 일환으로 남측을 혼내주기 위한 의도, 자신이 공격받을 것에 대비해 선제적 군사행동을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거부하는 이런 목적에서 일탈해서는 총 한 방 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무기 소요는 북한이 어느 날 서북5도를 점령할 수도 있고, 영종도에 화학무기를 쏠 수도 있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는데, 이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대응 무기를 갖겠다는 것 아닌가? 이것은 반드시 무기 소요의 왜곡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 이명박 대통령이 현충일인 2009년 6월 6일 오후 오산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F-15K 전투기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제공 청와대
-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해 무기체계로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말인가.
"지금 북한 군부가 하는 군사적 판단이란 남측을 혼내주기 위한 군사적 방책을 당 국방위로 건의하고 보고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북한은 한국에 대해 어떠한 군사적 행동을 하기 전에 반드시 남측에 사전 경고를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것이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발생했던 서해위기의 본질이다.
왜 대비를 하지 않고 무시했느냐? 바로 북한을 얕보고 깔보았기 때문이다. 무시하고 깔보다보니 저쪽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북이 남측에 가하고 있는 여러 가지 군사행동의 패턴과 본질, 유형과 양태를 우리가 제대로 본다면 어떠한 무기를 가지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정치적이고 심리적인 전선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결코 무기 체계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 비대칭 전력에 맞서기 위해 첨단 군사력을 도입하는 식의 대칭적 대응 방식이 문제라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군비를 증강한다는 의미는 결국 적의 핵심 군사력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을 확보한다는 의미인데, 비대칭 전력은 우열을 판단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렇게 해선 답이 없고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을 해야 한다. 지금 우리 군에는 문제의 핵심을 발견하고 거기에 대처하는 시스템이 없다. 이런 것들은 다 미군에 의지한 채 유사 시 미리 작성해둔 작전계획대로만 전쟁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사실상 비대칭 위협은 군사적 조치만으로 막을 수 없는 위협이다. 미국이 군사력이 부족해서 9∙11 테러를 당했나? 첨단무기가 없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고전을 했나? 비대칭 위협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외교∙정보∙군사∙경제 등 제반영역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우수한 전투기량을 가진 장교단과 일선 전투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무기란 것이 결국 전투원들의 생명가치를 고양하는 수단인데, 우리 군인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좋은 무기를 쓰자는 데 반대할 국민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좋은 무기를 도입해서 우리 전투원들이 피를 덜 흘릴 수 있다면 나는 대찬성인데,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무기 도입 소요가 잘못되어 있다는 예를 하나 들겠다. 우리 공군 조종사들의 기량은 세계적 수준이다. 그런데 이 조종사들이 30년이 넘은 고물 전투기를 타다가 순직하고 있다. 공군사관학교에서 조종사로 임관했던 조종사의 순직률이 20%까지 이른다. 오죽하면 '과부제조기'라고 하겠는가. 전쟁을 하지도 않았는데, 낡은 무기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것은 말이 되는가. 60대의 세계 최고 성능의 첨단 전투기를 도입하기보다는 250대에 이르는 노후 전투기를 교체하는 것이 더 시급하지 않겠는가.
이런 부분들을 내버려 두고 첨단 무기체계를 도입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무기 도입 소요는 한반도 전장에 대한 논리적 철학과 체계적인 접근의 산물이 아니라 무엇인가 우리가 북에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제기된 측면이 다분하다. 거기에 비대칭 논리가 악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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