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16545
아예 외면한 SBS, '용역직' 운운 조선... '김만배 증언'과 한국언론
방송에선 MBC만 집중 보도... 다수 매체는 본질보다 '논쟁' 처리
22.03.08 11:58 l 최종 업데이트 22.03.08 13:22 l 하성태(woodyh)
▲ 지난 2021년 9월 15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의 대화에서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이는 6일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 뉴스타파 갈무리
'김만배 음성파일'의 파괴력은 셌다. 대선 본투표일을 사흘 앞둔 지난 6일 오후 10시 뉴스타파가 전격 보도한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은 8일 오전 8시 유튜브 조회수 260만을 돌파할 만큼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해당 보도는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당시 대장동 대출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 당사자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목하는 음성 파일과 함께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거칠게 비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만배씨 육성이 담긴 관련 증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일요일 늦은 밤 기사가 노출됐음에도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선 토론을 거치며 윤 후보는 '또장동'이라 불릴 만큼 대장동 의혹의 몸통으로 이 후보를 집요하게 지목했다. 이 후보 또한 '대선 후 특검'을 제안하며 맞받아쳤다. 그런 와중에 나온 김만배 음성파일 내용은 대선 직전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유권자들의 이해를 돕고 오해를 푸는 파괴력 있는 보도로 평가받을 만 했다.
[당일 온라인] 느린 통신사들... 본질보다 논쟁 처리하는 언론들
그렇다면 언론들은 이 김만배 음성파일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우선 6일 밤 발 빠르게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언론은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이었다. 뉴스타파의 기사 출고 시간과 일요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연합뉴스 등 속보에 빠른 통신사가 늦장을 부린 것으로 볼만 했다.
통신사로 분류되는 뉴시스와 연합뉴스는 이보다 늦은 7일 새벽 윤 후보 측 반박이 나온 이후 기사를 포털에 송고했다. 김만배 음성파일보다 "명백한 허위", "거짓말"이란 윤 후보 측 해명에 무게가 실렸다. 중앙일보, YTN 등 주요 매체들도 모두 비슷한 논조였다.
또 다수 매체는 이 후보가 해당 뉴스타파 보도를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며 "널리 알려달라"던 반응과 윤 후보 측 해명을 담아 'vs.' 형식의 논쟁으로 제목을 뽑았다.
이후 7일 오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내놓은 반박 및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쓴 소셜 미디어 글이 포털 뉴스란을 뒤덮었다. 음성파일에 등장하는 또 다른 주요 사건 관계자인 박영수 변호사 측 반박을 다룬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음성파일 속 본질을 반박에 담긴 '말'들이 뒤덮는 형국이었다.
[방송] 비교되는 MBC와 SBS... JTBC 단독보도의 경우
▲ 7일 MBC <뉴스데스크> "김만배 "윤석열이 그냥 봐줬지‥사건이 없어졌어" 보도 화면 ⓒ MBC
<김만배 "윤석열이 그냥 봐줬지‥사건이 없어졌어">
<"부산저축 부실 수사로 '대장동 종잣돈'"... 박영수와 尹은 어떤 인연?>
<"이재명은 난 놈이야. 욕 많이 했지"... 공익환수 비난한 김만배>
<"尹 몸통 확인" vs "선거 공작"... '김만배 녹취록' 난타전>
7일 MBC <뉴스데스크>가 전한 김만배 음성파일 관련 보도다. MBC는 이날 동해안 산불 소식 3꼭지 톱뉴스로 전달한 뒤 김만배 음성파일 및 대장동 사건과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여야 반응을 고루 다뤘다. 그만큼 해당 사안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반면 다른 지상파 메인뉴스는 확연히 달랐다. SBS는 이 사안을 철저히 무시했다. 같은 날 <8뉴스>는 단 1꼭지도 보도하지 않았다. KBS는 어땠을까. 보도를 하긴 했다. 이날 <뉴스9>는 다른 대선후보 일정 소식 직후인 14번째 꼭지로 해당 리포트를 배치했다. <김만배 육성 "윤석열이 봐줬다"…尹측 "명백한 허위">란 논조는 여타 보수 매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종편4사 메인뉴스 반응은 각기 달랐다. 우선 TV조선은 <뉴스9> 중반 <김만배 녹취 공개에…與 "대장동 뿌리는 尹"↔野 "생태탕 시즌2">라는 리포트를, 채널A <뉴스A>는 <[여랑야랑]마지막까지 '대장동' 공방 / 후보와 짝꿍들>이란 기자 설명 꼭지로 해당 사안을 소화했다. MBN은 이날 오후 벌어진 송영길 민주당 대표 폭행 사건과 묶어 <'김만배 녹취록' 파문…민주 "특검해야" 국민의힘 "정치공작"> 리포트를 MBN <종합뉴스> 톱뉴스로 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쪽은 JTBC였다. JTBC는 <뉴스룸> 중반 <대선 이틀 전, 김만배 새 녹취 공개…'수사 무마' 언급> 리포트를 내보낸 직후 <"대법원 작업 많이 했다" 이재명 첫 수행비서 녹취 입수>를 단독으로 배치했다. '김만배 음성파일'에 이은 또 다른 파괴력을 지닌 보도라 짐작할 만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서 본 '단독'은 예상과는 달랐다.
해당 보도에서 JTBC는 "대장동 사건의 또 다른 한 축엔 '사법 거래' 의혹도 있다"라며 "이 후보의 첫 수행비서였던 인물이 대법원 로비 정황을 얘기하는 녹취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선대위 측은 해당 보도 직후 "'이재명 첫 수행비서 대법원 관련설'은 근거 없는 상상력이 빚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이는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이므로 엄중하게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며 "(첫 수행비서로) 언급된 백씨는 2013년 하반기 사직했으며 그 이후로는 이 후보 관련 업무를 하지 않았다"라고 밝히는 등 요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일부 야권 지지자들마저 녹취 속 대화를 한 시점(2020년 2월 13일)과 대법원 판결일(2020년 7월 16일), 대법관 구성 및 판결 내용 등 이미 공개된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JTBC 보도의 허점을 짚을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비중 있게 보도한 방송 메인뉴스는 MBC 뿐이었다.
[일간지] 기울어진 운동장
이 같은 논조는 일간지도 다를 바 없었다. 8일자 사설에서 해당 사안을 다룬 곳은 한겨레(<'윤석열 통해 수사 무마' 김만배 음성파일, 진상 밝혀져야>), 경향신문(<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정황, 진상 밝혀야>), 한국일보(<김만배 발언으로 다시 불거진 부산저축은행 의혹>) 단 세 매체뿐이었다.
반면 다수 매체들은 김만배 음성파일보다 7일 오후 발생한 송영길 대표 피습 사건을 실시간 속보로 다루는데 주력했다. 윤 후보 측 반박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7일 오후 <국힘, 조우형 진술조서 공개.."윤석열 검사 만난 적 없다">란 연합뉴스 기사가 대표적이다.
김은혜 공보단장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제가 받은 제보는 조우형이 직접 검찰에 나와서 '윤석열 중수과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힌 대목"이라면서 '조우형 2021년 11월 24일 검찰 진술조서'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뉴스타파 보도 하루 만에 이를 반박할 제보가, 그것도 검찰 진술조서 내용이 공개된 셈이다. 하지만 여타 매체들도 그 반박 내용만 기사화했을 뿐 하필 제보 시점이나 제보 과정은 문제 삼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한술 더 떴다. 이날 오후 <'김만배 녹음' 속 대화자, 뉴스타파 돈받는 용역직이었다> 단독기사에서 조선일보는 김만배 음성파일 제보자인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란 직함을 걸고 넘어졌다. 보도의 본질이나 보도 윤리와는 하등 관계없는 사안이었다. 일각에서 '메시지 반박이 힘들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논조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달 19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월 9일부터 15일까지 한 주간 종편4사 시사대담프로그램 모니터 결과 김혜경 의혹은 172분 방송된 반면 김건희 의혹은 17분만 다뤄졌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김만배 음성파일을 둘러싼 전체 언론보도 또한 바로 이 '김혜경 172분 vs. 김건희 17분'이란 '기울어진 운동장'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가을 이후 '대장동 그 분'에 매달렸던 언론들이 보여준 20대 대선보도의 공정과 균형에 대한 물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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