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신학림 용역직" 음모론 제기..최승호 "참 악의적인 기사"
"무슨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상상..뉴스타파는 조선일보처럼은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곳"
정현숙 | 입력 : 2022/03/08 [12:23]
"녹취록 내용이 말하는 것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6일 <[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이란 기사를 음성 녹음 파일과 함께 보도했다. 통화는 김만배씨와 ‘신학림’이라는 사람 간 대화였다. 뉴스타파는 기사에서 “김만배씨가 한 지인과 나눈 대화의 음성 파일을 뉴스타파가 입수했습니다. 대화 당사자는 현직 기자 시절 김씨와 동료 사이였던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라고 했다. 외부에서 제3자로부터 ‘제보’를 받은 것처럼 신씨를 소개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신씨는 뉴스타파의 돈을 받고 취재 용역을 수주하는 사람이었다. 2018~2019년에만 총 8000만원에 달하는 ‘용역비’를 받아왔으며, 지금도 받고 있다. 조선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뉴스타파는 신씨에게 2018년 3851만원, 2019년 3933만원 등 2년에 걸쳐 총 7784만원을 지급했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할 때도 있었지만, 거의 매달 270만~280만원씩을 지급했다. 뉴스타파가 신씨에 준 돈은 장부에 ‘용역비’로 기재됐다.
음성 녹음에 대한 짜깁기 의혹도 제기된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음성 녹음 보도 10분17초 지점을 들어보면, 김씨가 신씨와 이야기하며 자기 스스로를 “형”이라 말한 것이다. 김씨는 음성 녹음에서 신씨에게 자신이 천화동인을 소유하게 된 배경을 말하며 “이렇게 해서 ‘형’이 많이 갖게 된 거지. 천화동인이 다 파는 거였었는데”라고 말했다. 신씨는 1958년생, 김씨는 1965년생이다. 언론사 입사 시점도 신씨가 1984년, 김씨는 1994년이다. 뉴스타파는 이 대목 자막에 음성 그대로 ‘형’이라고 쓰지 않고, ‘우리가’라고 바꿔놨다" -3월 7일 조선일보 단독 기사-
전날 올라온 조선일보 [김만배 녹음' 속 대화자, 뉴스타파 돈받는 용역직이었다] 제목의 보도 내용 일부다. 조선일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치명적일 수있는 '김만배 녹취록'의 파급 효과를 상쇄시키기 위한 고심의 흔적이 묻어나는 헤드라인과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MBC 사장을 역임한 뉴스타파 최승호PD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작 중요한 주제인 윤석열-박영수-김만배 유착 관계는 뒷전으로 미루고 메신저를 공격하는 조선일보의 음모론적 물타기를 비판했다.
최승호 PD는 "김만배 음성파일의 대화자인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뉴스타파 돈 받는 용역직이었다'는 조선일보 기사는 참 악의적인 기사"라고 직격했다.
그는 "신학림 전 위원장이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라는 것은 홈페이지의 제작진 소개란에 있고,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분이 언론노조 위원장 뿐 아니라 미디어오늘 사장도 지내는 등 언론계에서는 매우 널리 교분이 있는 분이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최PD는 "그것을 마치 뉴스타파가 숨긴 것처럼, 어마어마한 음모가 있는 것처럼 기사를 쓰다니 저급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힐난했다.
이어 "신학림 전 위원장이 직접 기사를 쓴 것이라면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라는 호칭이 맞겠지만 이번에는 직접 기사를 쓴 것이 아니라 본인의 경험을 뉴스타파 기자에게 인터뷰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터뷰 대상자로, 제보자 형식으로 기사화됐기 때문에 언론노조 전 위원장이라는 호칭을 쓴 것일 거"라며 "인터뷰이로서 가장 대표적인 호칭을 쓴 것이겠지요. 게다가 기사 말미의 제작진란에는 '취재:신학림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라고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최PD는 "조선일보는 그것을 보고도 일부러 저런 기사를 쓴 것일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만약 뉴스타파가 메인 기사에서 신학림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라는 호칭을 썼다면 조선일보는 '사실은 언론노조 전 위원장이었다!'이라고 음모적인 기사를 쓰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비꼬았다.
아울러 "'돈 받는 용역'이라는 표현도 참 모욕적이다"라며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돈을 받고 일을 한다. 그런 표현을 쓰면 뉴스타파와 신학림 전 위원장의 입지를 더 치사하게 만들 수 있다싶어 그랬겠지만 정도와는 거리가 멀다"라고 지적했다.
최PD는 "뉴스타파의 기사 내용, 음성파일 내용이 말하는 것에 주목해주시기 바란다"라며 "뉴스타파의 구성원으로서도 파일이 좀 늦게 와서 선거일에 닥쳐서 기사화하게 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라고 짚었다.
최PD는 "그러나 그 속에 무슨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상상은 당치 않다. 뉴스타파는 조선일보처럼은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곳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도 이날 SNS를 통해 "신학림 뉴스타파전문위원이 이제서야 김만배와의 대화내용을 공개한 걸 두고 국민의힘은 음모론적으로 몰고 가는데, 기자들의 업무를 조금만 이해한다면 전혀 그런 사안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신학림 선배가 김만배 몰래 녹취를 하셨는데 김만배와의 관계를 고려해서 최종까지 공개를 설득하려다 실패하신 것으로 들었다"라며 "아마도 숙고 끝에 공개를 결정하신 거겠지. 보도 나가면 친구였던 김만배에게 타격이 크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을 거란 건 충분히 이해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 보도가 지금 나왔기 때문에 대선에 영향을 주려던 정황으로 해석할 게 아니라, 오히려 지금 나왔기 때문에 순수한 보도 그 자체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어차피 늘 거짓말과 흑색선전으로 먹고 살아온 저들은 저널리즘의 원칙 따위야 관심이 없겠지만"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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