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49379


미미했던 '아베 효과'... 윤석열 정부의 착각

[분석과 전망] 자민당, 개헌발의 의석 달성했지만 첩첩산중... 한일관계 개선 시도도 쉽지 않아

22.07.11 11:01 l 최종 업데이트 22.07.11 11:03 l 오태규(ohtak)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총재(현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참의원선거 당선자 이름에 당선을 의미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총재(현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참의원선거 당선자 이름에 당선을 의미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 10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아베 효과'는 예상외로 미미했다. 선거 결과를 전하는 일본 현지 언론도 자민당의 '압승'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대신 '대승' 또는 '자민 단독으로 개선(改選) 과반수'라는 담담한 표현을 썼다. 아울러 '아베 사망' 영향을 다루는 기사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10일 아침 각 신문 인터넷판을 훑어보니 <요미우리신문>은 "자민이 단독으로 '개선 과반수, 1인구 28승 4패'라고 제목을 뽑았고, <아사히신문>도 "자민 단독으로 개선 과반수, 여당과 유신, 국민민주로 3분의 2 확보"라고 제목을 달았다. <닛케이>는 "자민 대승, 단독으로 개선 과반수 개현세력 3분의 2 유지"로, 가장 보수적인 <산케이신문>도 "자민 단독으로 개선 과반수 개헌세력 3분의 2 확보"로 선거 결과를 전했다.


최종 확정된 참의원 의석 분포(비개선 의석+개선 의석)를 보면, 자민당이 선거 전 111석에서 119석으로 8석 증가했다. 자민당 연립 상대인 공명당은 선거 전보다 1석이 줄어 27석,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6석이 준 39석, 일본유신회가 6석이 늘어난 21석이 됐다. 국민민주당은 2석 줄어 10석이 됐다. 당수인 야마모토 타로의 '길거리 게릴라 유세'를 무기로 하는 약자 중시 정당 '레이와신선조'는 무려 3석을 늘려 5석이 됐다.


'아베 애도 분위기', 선거에 영향 크지 않았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의 한 투표소 밖에서 유권자가 참의원선거 후보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  지난 10일 일본 도쿄의 한 투표소 밖에서 유권자가 참의원선거 후보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 EPA=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의석을 가장 많이 늘리긴 했지만, 가장 눈부신 성과를 올린 정당은 레이와신선조와 함께 일본유신회다. 일본유신회는 지난해 10월 말의 중의원선거에 이어 거의 배 이상 의석을 늘렸다. 앞으로 일본 정치 동향을 분석할 때, 일본유신회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변수로 자리 잡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일본 참의원은 임기가 6년이고 정원이 248명이다. 3년마다 절반씩을 개선한다. 이번에는 보궐 의석 1석을 포함해 125명이 개선 대상이었다.


한국에서는 선거 이틀 전에 터진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으로 일본 참의원선거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크게 높아졌다. 아베 피살 후폭풍으로 보수 표가 대거 결집하면 한일관계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직감 때문일 것이다. 대체로 국내의 많은 일본 전문가들도 '아베에 대한 애도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자민당의 압승으로 귀결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자민당이 8석을 늘리긴 했지만 이것을 모두 '아베 효과'라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한 사람을 뽑는 1인 선거구에서 야권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탓이 크다. 이번에 전국에 있는 32개의 1인 선거구에서 자민당은 28승 4패를 거뒀다. 2016년과 2019년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야당계 후보가 각각 11승과 10승을 거뒀다. 이전에 비해 야당 쪽이 절반도 건지지 못한 셈이다.


이전 두 번의 선거에서는 야당이 32개의 모든 1인 선거구에서 단일화 후보를 냈으나, 이번에는 11개만 단일후보를 내는 데 그쳤다. 입헌민주당이 공산당과 선거 협력을 꺼린 탓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3년 전의 48.80%를 3%p 이상 웃도는 52.16%(잠정치)를 기록한 것을 아베 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으나, 아베 전 총리가 숨지기 전에 실시된 사전투표가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보기도 힘들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아베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효과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잃어버린 30년' 동안 줄곧 강해졌던 일본 사회의 총 보수화가 이번 선거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아베의 부재, 개헌 추동력을 잃다

 

지난 9일 나라 야마토사이다이지역 밖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한 시민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애도하고 있다.

▲  지난 9일 나라 야마토사이다이지역 밖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한 시민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애도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선거 이후 가장 주목되는 사안은 개헌세력이 개헌 발의 의석을 차지한 만큼 개헌으로 내달릴 것이냐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몇 가지 점에서 개헌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본다. 첫째, 일본 사회의 보수화와 함께 개헌 찬성 여론도 높아져온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일본의 비무장과 군사개입을 금지한 제9조의 개헌에는 반대하는 여론이 강하다.


둘째, 지금 개헌세력은 연립정권인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개헌이라는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에는 각 당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자민당은 자위대 명기와 긴급사태 조항 신설 등 4개항을 주장하고 있으나 연립 상대인 공명당이 이에 동조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야당의 반대는 말할 것도 없다. 실제 2016년 개헌 의욕이 제일 강한 아베 총리가 정권을 쥐고 있을 때인 2016년에도 한때 개헌세력이 중의원, 참의원에서 3분의 2 의석을 차지한 적이 있었지만 개헌을 밀어붙이지 못했다.


셋째, 개헌을 추동하는 견인차가 필요한데 역설적이게도 아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추동력을 앗아갔다. 아베 없는 개헌은 동력을 크게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우크라이나 사태는 안보에 관한 관심을 높이며 개현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면이 있으나 그와 함께 제기된 물가고 등 민생고는 개헌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어느 나라든 민생이 어려우면 그것을 제쳐놓고 다른 정치적인 문제를 밀고 가기 힘들다.


하지만 개헌세력이 이전보다 더욱 많은 의석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개헌 현실성은 더욱 커졌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전수방위와 전쟁 포기를 핵심으로 하는 평화헌법의 변경은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보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므로 정부로서는 면밀하게 지켜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참의원선거 기다린 윤석열 정부,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차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7.8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차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7.8 ⓒ 연합뉴스

 

이와 동시에 '참의원선거 이후 한일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냐' 역시 선거 후 주목받는 지점이다. 한국 정부는 참의원선거 이후 관계개선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의 주한일본대사관에 차려진 아베 전 총리의 빈소에 직접 조문할 예정이고, 한덕수 총리를 대표로 하는 조문 대표단을 보내려는 것만 봐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일관계 개선은 참의원선거가 끝났다고 금세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 일본으로서는 한일관계 개선이 급선무가 아니다. 물가고와 다시 급증하는 코로나 대응 그리고 아베 사망 이후 정치 재편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아베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는 속에서 당장 한일관계 개선에 나설 명분도 동력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착각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한국이 일본에 호의를 보이면 일본도 호의로 나올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일본이 지금 내세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과거사 문제가 모두 해결됐으니 과거사 문제의 해결은 한국이 답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의 논리와 입장을 깨거나 설득할 수 있는 내용이 중요한데, 자꾸 '잘 지내자' '최고위급의 조문단을 보내면 저쪽도 잘해주겠지'처럼 행동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또 일본에 저자세로 매달릴 경우 국내 여론의 역풍도 생각해야 한다.


일본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기껏 하야시 마사요시 외상을 대표로 파견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현직 총리도 아닌 정치인의 죽음에 직접 분향소 조문과 함께 총리를 대표로 하는 특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외교는 '가는 말이 좋아야 오는 말도 곱다'는 순진한 속담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이해득실 계산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정없이 일본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웃나라의 주요한 정치 지도자가 테러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은 애도해야 하지만 지나치면 좋지 않다. 더구나 그는 한국의 역사인식과 가장 격하게 대치한 인물이고, 한국 사람들이 가장 싫어했던 일본의 지도자가 아니었던가.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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