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73668

 

세월호 불법사찰 묻자 "자료 없다"는 경찰청, 이건 아니다

[주장] "참고 자료였다"며 자료 폐기... 사참위 권고는 어떻게 이행할 건가

22.10.20 15:37 l 최종 업데이트 22.10.20 15:38 l 오준호(interojh)

 

경찰청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

▲  경찰청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 ⓒ 기본소득당

 

"좌파와 유가족 간의 연대 수위는 탄탄한 상황"

"(세월호) 가족협의회 2기 집행부는, 1기 집행부에 비해 좌파단체에 의존하려는 성향 보여..."

 

4.16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경찰청 정보4과가 작성한 보고서 '세월호투쟁 관련 좌파 내 주력분석 및 전망'(2015.4월경)의 내용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사찰 정황과 더불어, 유가족 지원 시민단체를 '좌파단체'로 모는 색깔론적 시각이 드러납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기무사, 경찰은 세월호 유가족을 포함한 많은 민간인을 불법사찰했고,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청와대에 수시로 보고를 올렸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들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관련 기사: 경기경찰청장, '세월호 유족 사찰' 공식사과 http://omn.kr/86vi ).

 

지난 9월 2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발행한 '4.16 세월호참사 종합보고서'와 부속서(진상규명소위원회 보고서)에도, 이런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당시 경찰은 위와 같은 분석뿐 아니라 "우파언론 등과 협조, 촛불집회 배후 분석·기획 보도로 주도 세력의 정치적 의도를 부각(2014.5.2.)"해야 한다는 취지의 제언도 청와대에 올렸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 내용이 담긴 경찰 정보 문건 내용(출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종합보고서)

▲   세월호 유가족 사찰 내용이 담긴 경찰 정보 문건 내용(출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종합보고서) ⓒ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올해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경찰청에 '세월호 참사 당시 경찰이 작성한 유가족, 비판단체 동향보고 자료'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청은 관련 자료가 없다며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지 용 의원이 추궁하자 경찰청은 "그 자료는 경찰관이 보고 들은 내용을 정리한 단순 참고자료로, 결재 절차도 거치지 않아 공공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자료"라고 답변했습니다. 또 "정보자료는 대통령령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과 경찰청의 '견문 수집 및 처리 규칙'에 따라 지체없이 폐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요약하면, '정보수집은 했지만 별 가치 없는 참고자료라서 갖고 있지 않았으며, 바로 없앴다'는 겁니다.

 

'단순 참고'라서 없앴다? 그 답변이 문제적인 이유

 

경찰의 이 답변은 매우 문제적입니다. 경찰의 당시 정보자료는 단순 참고자료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피해자 가족과 정부 비판적 시민단체의 동향을 수집하여 보고하고 청와대에 제언하여,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대응 기조를 세우는 데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의 2018년 11월 발표에도, 지금은 해체된 당시 국군기무사사령부가 세월호 참사 뒤 박근혜 정권에 불리한 정국을 타개하려 불법감청 등을 비롯해 불법민간사찰을 감행, 이를 당시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나온 바 있습니다.

 

즉 경찰 자료 또한 당시 상급 권력기관의 기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큰 정보 보고임에도, 경찰은 임의로 '단순 참고자료'로 규정해 이를 폐기하고,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열람한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경찰은 공공기록물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제도의 빈틈을 악용해 그 취지를 무력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제48조제4항에 따라, 사참위(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향후 비슷한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각 국가기관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권고를 전달하고 해당 기관은 그 권고를 이행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또한 기관은 권고를 이행하였는지 아닌지 정기적으로 국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사참위는 경찰에 세월호 참사 당시 불법적 민간인 사찰에 관해 자체 조사하여 불법행위를 한 공무원을 징계하고 사찰 피해자의 구제조치를 실시할 것, 그리고 불법사찰을 방지할 제도적 방안을 도입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지난 7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용혜인 의원은 "경찰이 세월호 참사 당시 불법적 민간인 사찰에 관해 자료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사찰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질의했습니다. 경찰 말처럼 사찰 관련 자료가 없다면, 사참위 권고사항인 '불법사찰 행위를 한 공무원 징계' 또는 '피해자 구제조치 실시', 나아가 '불법사찰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 방안 마련' 등의 조치를 어떻게 실시할 수 있겠습니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 기본소득당

 

경찰청은 사참위의 권고사항 이행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그 대답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경찰은 우선 정보 자료를 생산하고 보고하는 시스템을 공개하고 민주적 통제를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경찰청 자체 규칙(예규)인 '견문 수집 및 처리 규칙'의 내용도 공개해야 합니다. 경찰은 이 규칙 조항을 3급 비밀로 정하여 구체적 내용을 외부에서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 규칙대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정보 자료를 임의로 만들고 파기해왔습니다. 정보 자료를 상급기관에 전달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결재 안 한 자료이니 공공기록물이 아니고 단순 참고자료일 뿐"이라며 자의로 파기해버리는 일은 중단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불법적 민간인 사찰의 가능성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더 중요한 것은 경찰청이 불법사찰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일입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게 참사만큼이나 큰 고통은 나를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국가가 피해자의 어깨를 붙잡아주긴커녕 오히려 사찰하고 갈라놓으려 했으며, 나아가 '불온' 딱지를 붙인 것입니다. 국민을 구하는 데는 무능했던 정부는 국민을 감시하는 데는 유능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그런 권력의 도구 노릇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이에 대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가 없다면, 경찰의 변화는 그 누구의 신뢰도 얻기 힘들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기본소득당 공동대표입니다.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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