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1063834.html
‘윤석열 대통령실’ 왜 일을 못할까
등록 :2022-10-23 13:43 수정 :2022-10-23 17:32
[한겨레21] 조귀동의 경제유표
‘무능’ 응답 8.8%→12.6%로 늘어
제대로 된 조직구조 만들지 못한 정치 스타트업의 한계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범 6개월째인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통된 평가 중 하나는 ‘일을 못한다’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전술 역량이 너무 좋지 않다”며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교육 개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큰 틀의 ‘전략’은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능력이 뒤떨어져 정치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찬반이 확 갈리는 의제를 채택하면서도 이를 실행하는 능력이 두드러졌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주간 정례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대통령 부정 평가’의 이유로 ‘경험·자질 부족과 무능함’을 거론한 비중은 7월 8.8%, 8월 10.4%에서 9~10월 12.6%(매주 결과를 평균값으로 계산)로 증가 추세다. ‘전반적으로 잘못한다’는 이유를 답한 비중도 같은 기간 3.5%→5.2%→8.0%로 늘었다.
‘핵심’ 기능 빠진 ‘윤핵관’
보통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조직과 인사 관리 문제가 그 원인이다. 글로벌 대기업에서 30년 넘게 인사관리 업무를 한 A씨는 “어떤 기업이 내놓는 결과물(제품이나 매출 등)이 나쁘다면 조직에 문제가 있기 마련”이라고 지적한다. 똑똑하고 유능한 개인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살펴보려 현재 대통령실(국가안보실·경호처 제외) 비서관 이상 고위직의 인적 구성을 분석해봤다. 전직 3명을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실 비서관 이상 고위직은 총 50명이다. 이 가운데 검찰 출신은 12%(6명)다. 또 정치인이 26%(13명)에 이른다. 이 13명에 속하지 않지만 ‘뉴라이트전국연합’ 활동 이외에는 정계 이력이 없는 2명과 트레이더 출신 연설비서관 1명도 넓은 범위의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교수·연구원 출신은 2명에 그친다.
안상훈 사회수석(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최상목 경제수석(전 기획재정부 1차관)과 정책 영역을 양분해, 각 부처 과장 출신인 비서관들을 통솔한다. 현직 공무원 비중은 32%(16명)다. 이 가운데 출신 지역이 확인된 13명을 지역별로 분류해봤더니 영남 출신이 8명을 차지했다. ‘능력만 봤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이런 실태는 대선 캠프 ‘창업’ 멤버들이 대통령실에서도 여전히 실권을 쥐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무, 정책 등에서 필수적인 기능은 외부 전문가를 써서 해결한다. 정무 분야 참모 중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 불릴 정도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은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정도다. 경제정책은 기재부에 사실상 외주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회·안보 분야는 친분 있는 사람들이 총괄을 맡는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대통령 취임 6개월 시점에 대통령비서실 고위직 49명 중 정치인은 9명에 불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관들은 총무비서관과 부속비서관 등의 직책을 맡았는데, 공식적인 인사권까지 틀어쥐진 않았다. 성균관대 교수 출신인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등 외부 전문가 집단의 영향력도 상당했다. 전직 고위 관료도 기재부가 아니라 보건복지부, 외교부, 문화부 출신이었다. 현직 공무원에 대한 지역 안배도 나름 충실했다.
기업에 비유하자면, 윤석열 대통령은 벼락같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 스타트업 창업자라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직전인 2021년 4~6월 당시 창업 멤버들(이원모 인사비서관·주진우 법률비서관 등)도 대부분 ‘㈜윤석열’(대통령실)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스케일업’(Scale-up)이라 불리는 스타트업 성장 과정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덩치에 걸맞은 인사관리 시스템과 조직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과제도 인사와 조직 혁신이지만, 스타트업과 다르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기업은 전문가를 영입하고 실권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뜻하는 대로 인력 정리가 가능한데다 투자자도 전문가 영입을 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치 연합’ 내부의 엘리트를 상대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인사권을 휘두르기란 어렵다.
창업은 했지만 성장은 어려운
창업 멤버들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크리스틴 벡맨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 교수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170곳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창업자들이 다른 회사 출신이면 새로운 제품이나 사업모델을 만드는 ‘탐구’(Exploration) 전략을, 같은 회사 출신이면 기존 제품이나 사업모델을 개선하거나 효율화하는 ‘강화’(Exploitation) 전략을 채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2006년 논문) 지나친 동질성은 스타트업이 변화를 꾀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가 현재도 대선 캠페인 당시보다 좀처럼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고, 보수언론마저 ‘검사스러운 체질을 벗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지만 변화가 없는 이유다.
대통령 취임 뒤 대통령실 행정관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적 쇄신’은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아무개씨가 나토 순방에 동행한 사실이 알려진 ‘보안 사고’가 도화선이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주진우 법률비서관이 검찰 재직 시절 이원모 비서관과 신씨가 만나는 데 다리 역할을 했다. 또 신씨는 김건희 여사와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브레인 역할을 하는 김태효 국가안보실1차장은 윤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살면서 취임 이전부터 수시로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더’에 쉽고 편한 조직?
인적 쇄신 이후 대통령실의 빈자리를 채운 사람 중 상당수는 검찰에서 고위직을 지낸 이들이 모인 법무법인 출신 변호사다. 직업공무원까지 ‘업무 능력 부족’을 이유로 대통령실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당하는 와중에 기재부 출신 행정관은 모두 자리를 보전했다. 이처럼 ‘인사이더’에게 쉽고 편한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밖에 없다.
*조귀동의 경제유표: 경제유표란 경제를 보면 표심, 민심이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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